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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현실화의 시행 착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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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른바 금리 현실화 후에 정부는 정기 예금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는 것을 거의 매일 같이 PR하였고 수신내에서는 무제한 대출을 한다고 호언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이 조처가 성공하고 있으며 이번만은 믿을 수 있는 정부가 되어 가는가보다 하는 감을 갖게 하였다. 그러나 시일이 경과됨에 따라 정부가 금리 현실화 후의 금융 동태에 관한 공표를 게을리하여 기피하고 있는 듯한 감을 자아내게 하더니 재무부 장관의 사퇴에 이르자 그 성공에 대한 의구심을 안 가질 수 없게 하였다.
은행의 문턱은 여전히 높을 뿐만 아니라 소위 정책 금융이란 명분 밑에 활발히 방출 되어온 자금 마저 그 두새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 요즈음에 정부가 시중은행에 대출 억제를 지시함에 이르러 금리 현실화가 그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일개월 반만에 큰 차질에 봉착하였다는 것이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 된 듯하다. 그 동안의 정부의 PR가 과잉 하였던 만큼 최근의 금융 사정에 대하여 국민이 느끼는 환멸은 더욱 큰 것이 있다.
들리는 바로는 예금의 증가 속도는 11월에 들면서 훨씬 둔화하였고 이에 반하여 대출 수요는 증가 일로에 있어서 10개 도시의 11월 11일 현재 저축성 예금은 62억여원 증가에 그쳤는데 대출은 71억여원이 늘어 「오버·론」이 약 9억원에 접근하였다고 한다. 연말 결제기를 앞에 두고 자금 수요는 격증 할 것이므로 대출 억제는 예금의 가일층의 둔화와 나아가서는 예금의 인출까지를 예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에 「오버·론」은 더욱 확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정 안정 계획과 IMF와의 협약을 무너뜨릴 위기에 당면한 정부는 대출 억제와 예금 독려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릴 수 없는 처지에 몰릴 것이므로 금융 재정 면에서는 암담한 연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고 금리 현실화에 대한 기대는 극히 약화 될 것이 우려된다.
더우기 최근 보도 된 바에 의하면 사세 당국이 대금업자에 대한 전면 수사에 착수하게 되어 사채 업자들이 자취를 감추었다고도 한다. 정부로서는 세원 포착과 사채 자금을 은행창구로 몰아 넣는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위에서 말한 제 상황으로 보아서는 시중자금 사정만을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빚어 낼 우려가 짙다.
본 난에서 금리 현실화의 방법상의 난점으로서 자금 수요기에 실시하였다는 것, 신 금리 수준이 적정치 못하다는 것, 정책 금리를 방치하였다는 것 등등을 열거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중대한 개혁을 단행하는데 모든 조건을 완전히 구비하기란 지난한 일이며 시행 착오도 없을 수 없다. 또한 착오는 발견 되는대로 시정하여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 금리 현실화에 있어서 가장 크게 실망한 것은 지엽적 또는 방법상의 착오보다도 근본적인 결함이 온존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금리의 이중 구조가 결과한 폐단에 관한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와 동시에 또는 그보다도 국민이 더 중시하는 것은 금융 면에서의 부패와 특혜의 일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화 실시 직후 일시에 사채대환 기금에서 10억원이 나갔고, 10월중 약 50억원이 대출되었는데 그 대부분이 거액 대부였다는 것과 그리고 그 대출 중에는 정기 예금이 「링크」되어 가장된 예금 확대로 위험한 기초 위에서 대출을 계속하였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특권과 부정이 반드시 개재되었으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부정의 토대 위에서 부정을 일소하려는 금리 현실화나 금융 현실화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기본적인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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