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NPT 탈퇴 파장] 美, 9·11이후엔 강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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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0일 NPT 탈퇴를 선언한 현 시점과 1993년 탈퇴하겠다고 했던 당시의 상황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

우선 국제 여건이 달라졌다. 당시 미국은 어떻게든 북한이 NPT를 탈퇴하지 못하도록 말려야 하는 입장이었다. NPT는 70년 성립된 지 25년이 지난 95년 최종 평가회의를 거쳐 더 연장할 것인지, 폐기할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돼 있었다. NPT가 폐기되면 핵무기 비보유국이 핵 개발하는 것을 막을 수단이 없어지고, 그 결과 미국의 핵 전략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돼 있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93년 NPT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해 비핵국들의 NPT 폐기 주장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고, 미국은 이를 만류하기 위해 북한에 중유 공급과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겠다는 제네바 기본합의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의 의지에 따라 95년 회의에서 NPT가 무기한 연장돼 북한이 NPT를 탈퇴하더라도 NPT 체제 유지에는 별 타격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알 카에다에 의한 9.11 테러 참사에 따라 미국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과 테러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마당이어서 미국은 북한의 NPT 탈퇴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명분을 갖고 있다.

국내 여건으로는 93년 당시 문민정부가 내부적으로 미국의 대북 군사 제재에 대해 반대하면서도 외부적으론 북한의 NPT 탈퇴에 대해 강공책을 폈다.

이에 비해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가 이끄는 새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 햇볕정책을 이어 받아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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