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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평론집 '우리 소설…' 출간 기념회 열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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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밤 서울 이화여대 후문 근처의 한 음식점. 원로 문인들에서 신예 작가들과 일군의 문학평론가 등 문단 인사 40여 명이 모여들었다.

지난 11일 고별강연을 갖고 33년간 몸담았던 서울대 국문과를 정년퇴임한 김윤식 교수의 평론집 『우리 소설과의 대화』(문학동네.1만2천원) 출간 기념회 자리다.

공식적인 의례나 행사보다는 서로의 안부와 문학에 관한 주제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모습이 돋보이는 자리였다고 할까. 이날 행사에 모인 문인들의 면면을 보면 평론가로서 김교수가 보여준 우리 문학에 대한 열정과 그에 대한 문인들의 애정어린 답례를 확인할 수 있다.

이호철.최일남.이문구.박상륭.이청준.박완서 씨등 원로문인에서 김정환.성석제.이문재.김인숙.은희경.전경린.하성란.김연수 씨등 중견문인과 이제 갓 활동을 시작한 신예에 이르기까지 김교수 평론의 세례를 받은 작가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이번 평론집 『우리 소설과의 대화』에 비평 대상으로 등장하는 소설가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여기에 황종연.류보선.진정석 씨등 후배 평론가들도 자리를 지켰다.

"내 일생 동안 우리 소설과 우리 소설가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다른 일 제쳐두고 유독 소설 읽기에만 몰두해왔습니다. 소설과의 대화이되, 그냥 소설이 아니라 '우리' 소설과의 대화였습니다. 근대의 산물인 소설과 그에 마주한 우리 소설은 항상 대화 상태에 있습니다. 새 소설은 앞서 나온 소설에 대한 비판, 즉 대화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소설 읽기란 이 대화 속의 목소리 듣기에 다름 아닙니다. "

"퇴임 후에도 우리 소설가들에게 자극이 될 평론을 계속해 주셔야죠" 라는 후배 평론가 황종연 교수(동국대) 의 말에 김교수가 "얼마전 컴퓨터를 샀어요. 이제까지 손으로 글을 써왔는데 이제는 기계를 가지고 일해볼 작정입니다" 라고 돌려 답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김교수 평론의 대상이 된 소설가들의 답례도 이어졌다.

"김교수는 우리 평론계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어떻게 그 많은 소설을 다 읽어낼 수 있는지 소설가인 나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 (소설가 이호철)

"나도 이제는 쓴지 오래돼 잊어버린 내 옛 소설을 인용해가며 평론을 할 때 어떻게 주눅들지 않을 수 있겠나. " (소설가 최일남)

김교수는 『우리 소설과의 대화』에서 최일남씨의 소설을 두고 "서사성과 묘사의 절묘한 균형 감각을 갖춘 것" 이라며 "번번이 한쪽으로 편중되어가곤 한 이 나라 문학판을 봐온 사람이라면 최일남식 끌쓰기의 균형감각이 지닌 진가를 확인하고도 남을 것" 이라고 평했다.

원로 소설가들에 이어 『꾿빠이 이상』의 젊은 작가인 김연수씨도 "항상 관심을 보여주시는 김교수님이 계시기에 젊은 작가의 창작활동이 빛을 볼 수 있게 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고 말을 건넸다. 시인 이상에 관한 꼼꼼한 문헌학적 연구가 돋보였던 이 작품은 김윤식 교수의 이상 연구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저자와 평론가의 진솔한 대화로 마감됐던 이날 출간 기념회에서도 미국 태러 대참사는 단연 화제였다. 이 자리에 모인 문인들은 "소설적 상상력을 능가하는 엄청난 사건을 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고 입을 모았다.

박완서씨는 "평소에 오후 9시30분이면 잠에 드는 나도 이날은 밤새도록 TV앞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며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은 없어야 할텐데…" 라고 했다.

『우리소설과의 대화』는 이날 출간 기념회에 참석한 소설가들의 소설 한편 한편을 대상으로 한 실제비평에 충실한 평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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