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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잡는 건가 안 잡는 건가|심야테러사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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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흘동안 꼬리를 물고 일어났던 심야 연속 [테러]사건은 사건이 발생한지 58일만에, 검·군·경의 합동수사가 재개된지, 30여일만에 다시 원점의 제자리에 되돌아섰다. [경찰수사][군수사][검·군·경 합동수사][검·군·경 합동재수사], 게다가 [국회특별조사위원회 조사]등-한 사건을 두고 재탕삼탕의, 수사를 해왔어도 여전히 허공만 맴돈 이 사건수사는 흡사[다람쥐 쳇바퀴 굴리기]격. 전합동수사반장은 김일두차장검사가 "수사관생활 20년동안 이 사건처럼 사전에 조직적으로 계획되고 완전범죄를 이룬 사건은 처음 봤다"고 실토한 것처럼 연속 [테러]사건은 끝내 한가지의 새로운 물적증거조차 포착하지 못한 채 두손을 또 들고 말았다.
소위 검·군·경 삼위일체의 합동수사를 펴면서 수사당국은 은근히 어느 단계에 가서는 범인들이 재발로 걸어나올 수 있다는 결정적인 [찬스]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면서 수사를 진행해 왔다.(송철원군 [린치]사건의 경우처럼)

<못 깨는 [알리바이]>
수사반은 현장검증의 결과와 사건의 전후상황으로 보아 범인들은 [명령계통을 이룬 조직화된 집단], 한꺼풀 더 벗겨 [모특수부대 군인]이라는 결론아래 급기야 전수도경비사 33대대부대대장 유기홍중령(34)과 방첩대특수부대인 [625용사회]대장 이진삼대위(32), 동부대원 우제록하사(23)
김명규상병(27)등 4명을 이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내세워 봤으나 이들의 [알리바이]에 처음부터 무참히 [아웃사이드]당하기 시작했다.
원인은 물적증거는 하나도 없이 백[퍼센트]의 [심증수사]만으로 밀고 나갔기 때문. 더욱이 멀리 파월중인 우·김 두사병 마저 소환해 놓고 [알리바이]를 깰 결정적인 단서를 얻지못했기 때문에 수사는 수습할 수 없을만큼 갈팡질팡이 되었다.

<너무 늦은 합동수사>
수사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여 이 사건수사를 분석, [해결과 미해결]의 점에 접근해보면 이러했다. 일련의 [테러]사건은 합동수사를 뒤늦게 시작한 것이 큰 잘못이었다. 당초부터 이 사건은 물적증거라곤 현장에서 주운 폭약물을 담은 듯한 [아리랑]담배 깡통 한개와 성냥개비 몇개, 그리고 증인으론 피해자인 동아방송 제작과장 조동화씨의 증언뿐이었기 때문에 합동수사가 진작 강행되었다면 [티·엔·티]의 출처와 범인들이 타고다닌 위장 [넘버]의 차량을 충분히 캐낼 수 있었으리라는 것.

<범행 지프 폐차 처분>
이런 사실은 제1차 검·군·경 합동수사에서 현저한 빛을 보였다. 첫째 수사반은 자동차수사에서 범인들이 사용한 신형 [윌리스·지프]의 번호 서울자537l호의 번호판은 [너트]식 또는 못조립식으로 한자한자 뗄 수 있도록 만들어 있어 스물 네번을 자유자재로 갈아 낄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특히 용의선에 올랐던 모특수부대에 이 번호의 순열방식으로 맞출수 있는 [넘버]가 있었고, 검은색 [지프]가 많았다는 점, 사건전후해서 이부대가 용의차량을 폐차처분했다는 점등 유일의 용의점을 밝혀내고도 너무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결정적인 단서를 잡아끌지 못했다.

<군용tnt 어디서>
둘째 변영권씨댁과 유옥우씨댁 폭파사건에 사용된 폭약물은 군탄약처리장의 재감정결과 민간인측에서는 얻기 힘드는 군용[티·엔·티]였다. 사건이 난 주변의 부대에서 [티·엔·티]를 샀다는 장물취득자의 이름을 밝혀냈으나 소재를 알아 낼 길을 놓치고 말았다.
이 두가지 점을 보다 빨리 포착해 냈었다면 물적증거는 의외로 수월히 얻어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만 남겼다.
반대로 커다란 [미스]는 [심증수사]에 너무 급급한 나머지 용의자를 한 군데에 집착시킨 것. 전문가들에 의하면 유중령, 이대위 [라인]보다 한때 검찰수사에서도 [터치]했던 방첩대 배성환문관[라인]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어느 특수조직층에서 이 사건에 관련했는지의 여부는 보다 빨리 금그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506방첩대 [존안함]에 비치했다는 언론인 동태조사 [카드]의 행방, 열람자의 조사등은 거의 수사하지 않은 채 너무 유·이[라인]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중령과 이진삼대위의 연관성이 쉽게 풀려지지 않고 있다. 본인들의 해명으로 둘사이는 전혀 생면부지의 사이라는데도 합동수사반에선 [테러]사건의 수법은 으례 별도 행동대가 동일목적으로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후조종자만 있으면 서로 몰라도 상관없다는 관련성을 떠다 붙이면서까지 용의선을 고정시켰다.

<허술했던 사전조사>
또 [알리바이]사전조사가 너무 허술했다. 합동수사반은 용의자들이 수사와 여론의 압축을 받으면 저절로 걸어 나올수 있으리라는 기대 속에 사전 [알리바이]조사를 철저히 안했다. 그예로 당초 주범급으로 지목된 유중령의 경우는 그가 논산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 [알리바이]조사도 하지 않은 채 있다가 "사건당일 자기는 논산의 모여관에 기숙하고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유중령의 [알리바이]주장에 손을 들었으며 이대위로부터도 역시 "옆집사람들과 국수를 끓여먹고 밤늦게까지 놀았다"는 주장에, 주춤하고 말았다.

<[허점]드러났으나>
더구나 지휘 용의선은 무혐의로 돌려놓고 만만한 하수인급의 용의자들에 대해서만 월남에 떠난 연후에 다시 소환, 조사한다는 수사반의 배수진치기 수사방침이 [난센스]였다. 그예로 합동수사반이 파월중인 두 사병의 소환요청을 해놓고 20여일동안 사전 [알리바이]조사를 한 결과 ①두 사병의 파월 발령은 9월14일에 났음에도 9월1일자로 소급 발령되어 있었고 ②사건당시 함께 [6·25용사회]에 있었던 부대원은 산산이 흩어진 채 두 사병이 당일밤 어디서 잤는지 조차 증언을 듣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이었다.

<자백없어 미궁으로>
기적을 바란 수사는 끝났다. [알리바이]앞에 연속적으로 나가떨어진 수사반은 이제 새로운 수사에 착수할 자료나 정보도 손에 쥔것이 없다.
수사본부장 이봉성검사장 말대로 "지엽말엽적인 부분에서 용의점의 심증이 있다고 하나 이 사건의 해결은 비관적"이라는 말이 수사결론. "수사는 앞으로도 더 계속한다"고 이본부장은 꼬리를 달기도 했으나 이 사건은 이제 영구미제사건으로 돌려지기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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