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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입시, MY STUDY에 길 있다 ⑩ 상산고

중앙일보

입력

자율형 사립고인 전주 상산고는 수학 교육을 중시해 대학입시에서 이공계 진학자를 많이 배출하는 고교다. 수학 참고서 『수학의 정석』저자인 설립자 홍성대씨의 교육철학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마다 신입생 선발전형 지원자의 절반 정도가 서울·수도권 출신 학생일 정도다. 내년 자율고 입시를 준비 중인 박다솜(서울 금호여중 2)·신수희(서울 동대부여중2)양과 이주승·정윤재(이상 서울 경희중 2)군이 지난달 3일 전주 상산고를 찾아갔다. 상산고의 손성호 교사(입학관리부장)와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연경양과 임용현군을 만나 상산고 입시와 학교생활에 대해 물었다.

윤재=신입생 선발 전형에서 자기주도학습능력이란 무엇을 평가하려는 것인가요.

손 교사=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해요. 지원서를 보면 단순히 학원을 절대 안 다녔다고 강조하는 학생이 많은데 이런 걸 의미하는 게 아니에요. 공부하는 데 있어 어떤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다만 그 선택이 학생 자기 주도적으로 스스로 결정해 행동한 것인지를 보려는 것이에요.

주승=선발 전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손 교사=인성입니다. 상산고는 일찍부터 지원자의 인성을 평가해 당락에 적용했습니다. 상산고가 강조하는 것은 도덕성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입니다. 우수한 능력을 가졌어도 도덕성을 잃으면 오히려 사회 무기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솜=(독서활동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읽었던 책 중 3권을 뽑는 것이 힘들어요.

손 교사=책을 선별하는 것도 지원자의 능력과 수준을 판가름하는 평가 대상이 됩니다. 수학 교육을 강조하는 학교라고 소문이 났기 때문인지 『수학귀신』이라는 책을 봤다고 쓴 지원자들이 많아요. 하지만 이 책은 초등학생을 위한 책이지 중학생이 볼 책이 아닙니다. 상산고는 지원자의 다양한 특성을 보고 싶어합니다.

다솜=내년도 입시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지원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언가요.

손 교사=선발전형에 맞춰 공부를 하기 때문에 전형에 반영하지 않는 기술 과목을 소홀히 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창의력을 강조하는 시대에 발맞춰 예체능 과목도 반영하는 계획을 논의 중입니다.

윤재=서류심사와 면접에서 당락이 바뀌는 학생이 많은가요.

손 교사=1단계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들 간의 점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아요. 다만 서류 심사 결과가 면접 평가에서 뒤바뀌는 비율은 10% 정도입니다. 이렇게 당락이 뒤바뀌는 비율이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시작한 초기엔 4~5%였는데 면접이 강화됐기 때문이에요. 최근 뽑은 내년 신입생은 11%에 이릅니다.

윤재=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입학 전에 챙겨야 할 일이 있나요.

손 교사=합격 발표가 나면 이듬해 입학 때까지 4개월의 시간이 남습니다. 이 때 어려워하는 과목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해요. 상산고도 신입생들에게 입학 전 모의고사 시험을 치러 결과를 합격생들에게 보내줘 어떤 교과를 공부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선행학습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태도 길러야

수휘=상산고 교육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연경=학년별로 4~5개반으로 나눠 수준별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죠. 수학을 잘 하는 학생들이 입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과 계열로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은 편이에요.

손 교사=상산고는 이과 특화 학교가 아니라 인문계 고교입니다. 대학에 가서 공부할 준비를 하는 고교로 학생이 자신의 적성에 따라 이과·문과 중 선택합니다. 신입생 선발 때부터 이과와 문과를 나눠 뽑는 용인외고와 다른 점이죠. 상산고는 이과성향의 학생이 많아 1~2학년의 경우 이과반이 문과반보다 많아요.

다솜=이과계열 과목의 수업 강도가 높다는데. 입학 전에 수학·과학을 얼마나 예습해야 하는지요.

용현=내 경우 무리한 예습은 하지 않았어요. 입학 후 지금까지 교과 진도에 맞춰 공부하고 있죠. 상산고는 기숙학교이므로 혼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습관과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수휘=문과 학생은 어떤 학과로 많이 진학하나요. 어려운 수학을 어떻게 공부했나요.

용현=남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경영학과로 갑니다. 수학 공부는 문제집을 많이 풀기보단 틀린 문제를 갖고 공책에 정리하면서 원인과 대책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연경=나도 마찬가지에요. 여러 권을 풀기보단 교재 하나를 완벽히 풀 때까지 반복해 푸는 방법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오답노트를 꼭 만들어 오류를 보완하는 데 집중하죠.

다솜=비교과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나요.

용현=전교생이 태권도 1단 이상을 취득해야해요. 그래서 2학년이 되면 태권도 수업이 따로 진행되죠.

손 교사=설립자가 태권도를 상산고의 교기로 삼았기 때문이에요. 대부분 1~2단을 따고 졸업을 합니다. 4단까지 따는 학생도 있었어요. 체력과 집중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큽니다.

주승=기숙사 생활이 갑갑하진 않나요.

연경=처음엔 낯설어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익숙해지고 나선 공부하는 데 집보다 더 집중이 잘 돼요. 규칙적인 생활도 할 수 있고요.

다솜=입학 후 책을 한 해에 50권이나 읽는다고 들었어요.

연경=독서 후 친구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커요. 고전을 비롯해 학술·소설 등 다양한 책을 보유하고 있어요.

손 교사=학교에 양서위원회가 있어서 좋은 책을 골라 권장하면서 학생들의 독서 길잡이가 돼주고 있어요.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na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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