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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게임사업 `안풀리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가 기업이미지 제고와 IT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99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게임사업이 최근 주춤거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8년 12월 사내 조직이었던 게임사업부를 확대해 전무급을 최고책임자로 하는 삼성미디어콘텐츠 센터를 설립해 게임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시켜 왔다.

미디어콘텐츠 센터는 99년 게임개발사 이소프넷에 10억원을 투자해 온라인게임`드래곤라자''를 개발, 상용 서비스를 하고 있고 올해들어 하이윈과 유즈드림에 각각10억원을 투자해 온라인게임인 `천상비''와 `무혼''을 개발하고 있다.

또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등 PC게임 4~5개를 외주제작하는 데 게임별로 개발비 1억~2억원씩을 투자했다.

지난해 6월에는 사내 벤처인 ICMM을 분사시켜 자신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던 게임리그업체 배틀탑과 자본금 50억원 규모의 ㈜ICM을 공동설립해 세계규모의 게임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챌린지를 개최하는데 모두 7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12월에는 120억원 규모의 세계 게임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상용화된 온라인게임인 드래곤라자의 경우 국내에서는 운영비를 대는 수준이며 그나마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만서비스에 대해서는 이소프넷이 판권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전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는 형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포화현상으로 천상비와 무혼 게임 역시 수많은 온라인게임의 하나에 불과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를 `게임리그의 종주국''으로 만들겠다는 삼성전자의 성적도 초라하다.

삼성전자가 삼성벤처캐피털을 통해 지난 99년 투자한 배틀탑은 얼마전 경영난으로 30억원에 육박하는 빚만을 남기고 대표이사가 사임했다.

배틀탑의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태용 사장은 `삼성맨''으로 구성된 ICM의 부사장이어서 결국 삼성전자가 1대주주인 ICM이 부실기업으로 내려앉은 배틀탑의 경영을 떠안게 됐다.

그러나 세계 게임대회를 추진하는 ICM과 배틀탑은 서로 겹치는 업무분야가 많고아직 역할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이를 조율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게임사업의 부진으로 미디어콘텐츠 센터의 올해 매출목표는 지난해보다20억원 가량 줄어든 70억원이며 그 대부분이 `훈민정음'' 등 게임외의 소프트웨어와 전자상거래 사업이 차지한다.

국내 대형 게임업체들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최고 100%의 매출신장을 기록하는 것에 비교해 볼 때 삼성전자의 `체면''이 구겨지고 있는 것. 최근 미디어콘텐츠 센터에서 게임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사업 그룹의 핵심인력들을 다른 그룹으로 인사발령을 내고 게임사업 그룹에는 게임분야에 경험이 없는 인력을 배치하자 `삼성전자가 게임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7일 "사내에서도 게임사업에 대해 투자대비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며 "소비자의 흐름을 미리 읽어야하는 게임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한박자'' 느린 것이 부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온라인게임이 한창 인기를 모으자 뒤늦게 이 분야에 뛰어들었고 특별한 수익모델이 없는 게임리그가 유행을 타자 게임리그에 `덥썩'' 달려들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적인 추세인 가정용 비디오게임에 대한대비가 전혀 없다"며 "연말에 일본의 가정용 비디오게임이 본격적으로 수입된다면삼성전자의 게임사업에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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