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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노스트라다무스책 아마존 1위

중앙일보

입력

천고마비(天高馬肥) 란 대체로 좋은 계절에 책좀 읽자는 뜻으로 알고 있는데 신복룡 건국대교수는 그것이 오역이라고 말한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때가 되었으니 반드시 오랑캐들도 우리를 쳐들어 올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즉 국방에 더욱 마음을 쓰자는 뜻" 이었다는 것이다. 21세기 첫 전쟁을 예고하고 있는 미국과 아랍권의 갈등은 '테러의 세계화' 에 대한 우려를 늦추지 못하게 한다.

신교수의 해석이 아니더라도 '독서의 계절' 가을은 여러모로 책읽기와는 거리가 멀다. 놀기에도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가을은 독서의 계절다운 성찰의 시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국내외 출판.서점가에서 '세기의 테러' 라는 타이밍에 맞춰 뜨는 책을 보면 현실적 불안감을 감안한다 해도 '실용적 가벼움' 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http://www.amazon.com)에서 갑작스레 상위권에 오른 책들을 보자(본지 15일자 42면 참조) .

17세기 프랑스의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1, 4, 5위에 올라있다.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테러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에 관한 책은 2, 3위에 각각 올랐다. 발빠른 움직임이다.

교보문고측에 따르면 국내에선 테러관련 책의 판매가 급증하지는 않고, 다만 탈냉전시대 서구 기독교권과 아랍 이슬람권의 충돌가능성을 제기한 새무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김영사) 이 관심을 끈다고 한다.

언뜻보면 우리가 더 성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노스트라다무스가 이번 테러를 예견했다고도 하는데 예견이란 측면에서 헌팅톤이 얼마나 차별성을 갖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헌팅톤이 비교적 덜 황당하고 세련된 문명론을 거론한 점은 인정해야 겠지만, 그 '예견된 전쟁' 의 원인을 막을 근원적 대책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이슬람』(청아출판사) 의 공동저자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CNN만을 통해 정보를 얻는 상황은 유감스럽다" 고 말한다.

우리의 눈과 귀를 독점하는 또 다른 수많은 CNN을 변별하는 것 또한 이 가을의 숙제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유엔이 정한 '문명간 대화의 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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