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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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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 판례」이후 병무 당국 해석
국방부 병무 당국은 28일 『징집될 자가 입영명령을 사실상 모르고 있을 때는 징집기피 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신 판례 (지난 21일자)에도 불구하고 징집기피자의 단속이나 처벌 등 병무 행정에는 아무런 차질이 없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지난 21일 연합부를 열고 집(전남 고창군 흥덕면 치룡리)을 나간 뒤 가족들에게 주거를 알리지 않음으로써 소집 통보인인 아버지 이화춘씨 앞으로 나온 입영영장을 받지 못해 기일 안에 입영하지 못했던 이영기(23) 피고인에게 「입영기피의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 무죄를 확정 시켰었다.
이러한 경우 병역법 제l04조의 입영 기피죄 (3년 이하의 징역)는 성립 안 된다 하더라도 동 법 제107조에 의한 「신고 불이행」죄 (3월 이하의 징역이나 5천 원 이하의 벌금)는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역법은 병역 의무자가 ①주거를 이동하려면 7일 안으로 신·구 주거지의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하고 (90조2항) ②행방 기타사항을 소집통보인 (가족 또는 제3자)에게 알려, 병무 행정관서의 명을 지체없이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92조)는 신고의무규정을 두고있다.
또 소집 통보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관계서류 (입영영장 등)를 전달하지 아니하거나 지연 또는 파손하면 3월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규정도 있다.
이에 따르면 입영 영장을 통보인이 받고 본인에게 전달하지 않았으면 통보인이 처벌을 받게되며 통보인이 본인의 주거를 알 수 없어 전달 못했을 때는 본인이 「신고불이행」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한다.
더구나 지난 64년 새 병역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입영일보다 최단 2개월, 최장 1년2개월 전에 영장이 나가므로 본인에게 전달이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병무 당국의 견해이다.
동 당국자는 지난 21일 이영기 피고인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입영영장이 소집 통보인에게만 전달되고 피 징집자인 이피고인에게는 전달되지 않음으로써 기일 내에 입영할 수 없었다는 점을 인정, 이씨가 입영기피의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입영 기피죄」가 안 된다고 판시 했을뿐, 이씨의 주거변경신고불이행이나 통보인의 영장전달불이행에 대한 유·무죄는 판가름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써 「병역 의무자가 부재중인 때는 영장을 소집 통보인에게 전달함으로써 본인에게 전달된 것으로 본다」는 병역법 제83조의 해석에 확실한 금을 그어놓은 셈이다. 병무 당국자들은 이번 판결을 일부 지각없는 장정이나 부형들이 판시 내용을 오해해서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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