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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맞춘 불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따금씩 「폭탄선언」급의 발언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드·골」이 이번에 느닷없이 서독무장 반대론을 외치고 나와 또 하나의 말썽을「예고」하고 있다. 「느닷없는 발언」이라고는 하지만 원래 「드·골」은 「프랑스」국민들의 전통적인 대독 공포증을 대변하는 항구적인 독일 분할론자이고, 독일과 「폴란드」의 「오데르·나이세」국경선을 항구화시키자는 주장을 해왔다. 따라서 「드·골」이 「파리」를 방문한 어느 외교관에게 말했다는 서독군비 반대론은 「드·골」로서는 그리 새삼스러운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의 발언이 흥미를 쓰는 것은 그 「타이밍」때문이다.
「에르하르트」정부는 총선거 후의 새 내각을 26일 발족시켰는데 그게「친미내각」에서 한치도 후퇴하지 않고 있다.
「아데나워」·「슈트라우스」같은 친불 파는 새 내각의 주력을 친 불로 휘어잡으려 온갖 수단과 압력을 다 동원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성스러운 괴물」이라고 불리는「드·골」은 여기서 분통을 터뜨린 것 같다. 소련은 「핵」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한마디를 잊지 않은 걸 봐도 미국의 다변핵군안에 대한 「에르하르트」의 「맞장구」에 역습을 가한 게 아닌가 싶다. 「로맨티시스트」라는 일반적인 오해와는 달리 철저한 「리얼리스트」인 「드·골」이 「에르하르트」내각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직선적으로 표현하는데 대해 세상의 「드·골」「팬」들이 실망을 한다면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드·골」에게는 적잖은 「실점」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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