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제된 발전의 전열과 책임의 자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자유을 위한 선언이나 투쟁을 위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시대가 언론에 과하고있는 책무의 내용을 구명하기 위해 조직되었던 「세미나」는 처음부터 좀 이색적인 기록으로 엮어졌다.

<예상 안 했던 침착>
온양 관광 「호텔」에 전국 신문·방송인이 모여들었으니 그 얼마나 떠들 썩 하였을 것인가라는 일반적 예상을 뒤엎고 「세미나」가 개최되는 사흘동안 (10윌 22일∼24일) 유례없는 침착이 유지되었다는 게 그 첫째이유이요, 공격보다는 자기관조에 더욱 열중하였었다는 것이 그 둘째 이유. 한마디로 이번 편협이 주최하고 「플브라이트」재단이 후원한 자유언론의 발전을 위한 「세미나」는 스스로를 판재 하는 고요한 공판과도 같았다.
이것은 흔히 남을 받드는 것에서보다는 헐뜯는 것에서 이상적인 쾌락을 즐긴다는 일반의 왜곡된 언론인 관을 충분히 전복시킬만한 사실이었다. 전국의 신문 방송인들이 한국의 언론역사이래 비로소 한자리에 모였다는 또 하나의 의의를 넘어 이것은 분명히 특기할 기록이었다.

<조용한 자기공판>
또한 그것은 이제 한국의 언론이 오래고 완미했던 지난날에서 탈피하기 시작하였음을 구체적으로 일러주는 신호이기도 했다. 신생국가 지식층 특유의 무한궤도 같은 부정의 생리, 저항의 심리, 조소의 관습들이 모두 도마 위에 올려졌다.
제1분 위가 다룬 『신문·라디오·TV등 매스컴의 시대적 사명과 그 책임』 (주제발표 신영철) 제2분 위의 「정부와 언론」(주제발표 박권상) 그리고 제3분 위가 다룬 「자유언론 수호와 그 향상을 위한 문제점」(주제발표 임홍빈) 에서도 자성은 한결같이 강조되었다.
물론 제1분 위 (사회 김광섭)는 상업주의의 해독과 언론인의 직업적 지위 향상문제를 논의했다.

<3개 분 위로 나눠>
제2분 위 (사회 강영수)는 정부가 부당하게 갖는 구속적 기능에 대해 예리한 「메스」를 가하고 그 조정 내지 조장적 기능에로의 전화에 유의했고 제3분 위 (사회 고흥상)는 자유언론에 대항 위협을 그 원천으로부터 고찰하고 구명하였던 것이며 종합평가(사회 최석채)는 언론에 대한 도전의 정체를 총 정리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토론의 진행 곁에 항상 언론이 신뢰를 의복하고 존경을 모으며 권위를 획득하기 위한 차가운 자기반성이 동반되고 있었다는 것은 어느 모로나 획기적인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자문 자답의 자성>
그러한 의미에서 첫째론 「브라운」이 주한 미 대사가 격려사에서 『자유언론의 역할, 그 책임과 의무, 그 위대한 강령은 공익에 봉사하는 것』 이라 하였던 것이나 고재욱 편협회장이 그 개회사에서 『신문과 신문인이 과연 국민대중의 충분한 신임을 받고있는가에 자문자답하고싶다』고 한데 대해「세미나」는 어느 정도 해답하였다 할 수 있다.

<너무 포괄적인 흠>
그리고 둘째론 전국에서 모인 40여명의 책임 있는 신문·방송인들이 고 회장의 또 다른 말대로 『시대의 목사, 사회의 의사, 인권의 대변자』로서의 영예로운 책무를 다져본「세미나」를 통해 이 시대의 갈구가 무엇인가를 그래도 밝혀냈다 할 수 있으며 또한 이 시대에 있어서의 한국의 언론인들의 사고의 조류를 서로가 간취하고 확인하였다 할 수 있다.
다만 이번의 「세미나」는 그것이 그야말로 한국의 언론사상 초유의 것이었던 만큼 대체로 과도하게 포괄적이고 일반론적인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흠이 없지도 않았다. 문제의 초점이 집약되지 못하고 확산되었음으로 해서 다소 산만에 흐른 감도 없지 않았다. 이점은 후일의 동류의 「세미나」개최에 있어서 중요한 참고로 자하여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비록 선언문이 안나오고 결정서가 채택되지 않은 회의이긴 했지만 이번 「세미나 」가 『한국의 언론발달 사상에 하나의 주요한 디딤돌로 될 것』(「브라운」 대사) 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권리 보다 책임에>
온양의 낮과 밤을 작렬하는 발전의 의욕과 가중된 책임의 의식 속에서 보낸 다음, 「세미나」는 고요히 막을 내렸지만 그 성과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권리의 주장보다는 책임의 강조에 보다 치중했다는 한가지 경험으로 해서 이번 「세미나」는 이색적이면서도 흐뭇한 발전의 전망을 기약했다.
또한 발전의 전열. 투쟁의 대오는 반드시 그런 책임의 자각있고서 정제되는 것이라는 얻기 어려운 결론에 도달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세미나」는 충분히 유용한 것이었다 할 것이다. 【필자=본사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