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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시달려 자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찰창립 20돌째 되는 지난21일 박봉에 시달리던 10년 근속의 한 여순경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숙희 (37·부산 동부서정보계소속 순경) 씨. 한 아녀자이기보다 전국 5만경찰관의 일원이었던 전순경의 죽음은 슬픔에 앞서 일선 경찰공무원의 각박한 생활상을 다시한번 돌이켜보게 해주었다.
진주여고 3학년을 중퇴하고 17살때 부모님의 뜻대로 중매 결혼한 그는 결혼 3년만에 남편과 생이별을 하고 그때부터 친정으로 되돌아와 현재 정신이상증에 걸린 어머니 한악이씨(58)와 두 남동생 세 여동생등 일곱식솔의 벅찬부양의 의무를 걸머지고 55년4월 경찰에 투신- 여순경으로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만 10년동안을 공직생활과 생활고의 틈바구니에서 맞씨름을 벌여왔다.
5천원 남짓한 박봉생활속에서도 두 남동생 (희준·29, 희경·26)을 대학까지, 또한 아래로 여동생 옥희 (18·훈성여고 2년)양을 남못지 않게 공부시켜 왔었으나 이밖에 22세, 20세로 다 큰 여동생등 일곱식솔을 부양키에는 너무나 힘에 벅찼었다.
약 1개윌전 군에 갔던 동생 희경군도 제대하여 집에 돌아왔으나 직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약 5일전 보수동에서 5만원짜리 전세집인 단간방에서 살아왔다는 전순경은 동생들도 숙성해 졌다해서 힘에 벅찬줄 알면서도 현재 있는 천마산기슭에 자리잡은 두간짜리 허술한 판잣집 (서대신동2가5l0)을 15만원에 사기로 지난14일 계약했다.
그때 친구에게 빚낸 3만원을 합친 8만원을 계약금조로 치르고 잔금 7만원은 20일 치르기로 했었다.
전순경은 잔금 7만원을 계를 모아 치를 심산이었다.
그러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집주인은 밤낮으로 독촉을 해왔다.
평소 성격이 온순한 편이면서도 의지가 강했다는 전순경은 봉급날인 지난20일 5천원 남짓한 월급봉투를 송두리째 노모에게 가져다 드리고 그날밤 미리 준비해 두었던 약을 먹고 그가 평소에 노래처럼 불러왔던「정신적인 안락의 피난처인 죽음」을 택하고 말았다.【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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