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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만난 김성주 "요즘 악플 많다" 듣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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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낮 연세대 학생식당.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대학생 7명과 식사를 함께했다.

▶경영학과 4학년 김재우(24)=“김성주 위원장의 인터뷰를 듣고 힘을 낸 적이 있는데 요즘 (인터넷에) 악플이 많이 달린다.”

▶김 위원장=“악플도 관심이라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선 일 열심히 할수록 욕먹는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다.”

▶경영학과 3학년 이재환(24)=“국가가 하는 일이라면 불신부터 생긴다. K-move(해외 취업으로 국내 취업난을 해결하자는 당 공약)가 과연 실천 가능한 공약인가.”

▶김 위원장=“난 글로벌로 나가봤기 때문에 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각자 장점을 극대화시키면 해외에서도 반드시 통할 거다.”
김 위원장은 이후 신촌과 대학로에서 ‘게릴라 토크 콘서트’를 했다. 28~30일엔 광주·전북, 대전·천안, 부산을 돌면서 조선대·전북대·KAIST·부산외대 등 대학 8곳을 집중 공략했다. 명품업체 MCM 회장을 하면서 여대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점을 고려한 행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겐 배우자가 없다. 대신 상대 후보의 부인 못지않게 뛰는 여성들이 있다.
김성주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측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안정 위에 과감한 개혁을 할 사람은 여성인 박근혜”라며 지난 10월 캠프에 합류했다. 그런 뒤 박 후보 못지않은 광폭 유세를 벌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를 ‘그레이스 언니’라고 부른다. 이름(근혜·root of grace)에서 딴 것이다. 7일 박 후보와 함께 서울여대에서 ‘걸투(Girl Two) 콘서트’를 여는 등 박 후보의 동반자 역할을 한다. 튀는 말과 행보로 박 후보의 딱딱한 이미지를 보완한다는 평이다.

박 후보가 어디를 가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이도 있다. 조윤선 대변인이다. 그는 서울 캠프에 머무르는 다른 남성 선대위 대변인들과 달리 박 후보의 살인적인 일정을 같이 소화하며 후보의 상황을 파악하고 알리는 역할을 한다. 현장 기자들의 취재를 조율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대형 로펌 변호사 출신의 알파걸이지만 궂은일도 도맡고 있다.

상대 후보의 부인이 후보와 별도 일정을 소화하듯 박 후보와 별도로 유세 활동을 하는 ‘행복드림유세단’도 있다. 이 유세단의 주축도 여성이다. 이혜훈 중앙선대위 부위원장, 이자스민 의원 등이다. 이들은 박 후보가 지난달 30일과 12월 1일 부산에 있을 동안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훑었다. 필리핀 출신인 이자스민 의원은 다문화가정이 많은 호남 지역도 맡고 있다. 4월 총선 때 문재인 후보와 맞붙었던 20대 손수조 미래세대위원장은 부산에, ‘탈북자의 대모’이자 충청 정당인 자유선진당 출신인 박선영 전 의원은 충청에 배치됐다.

이처럼 여성들이 부각되는 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란 슬로건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박 후보 캠프는 여성대통령론으로 여성 유권자의 지지율이 4~7%포인트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박 후보는 임신 기간 중 근로 시간 단축, 여성 일자리 확대와 맞벌이 부부를 위한 방과 후 돌봄 서비스, 저소득층 자녀 수에 따른 세액 공제 등 여성 공약도 강조하고 있다.

여성대통령론에 대해 여성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마중물 여성연대’ ‘미래여성네트워크’ 등 9개 여성단체 회원들은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여성 지위 향상과 사회 참여 확대에 획기적인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반면 진보 진영 여성 유권자 1만 인은 “사회적 약자로 살아 본 경험이 없는 후보가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서 출산과 육아, 직장의 이중 삼중 고통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눈물을 어찌 알겠나”라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여성계의 분열이 ‘2002년의 재현’이란 말도 나온다. 잡지 ‘프리미어’의 최보은 편집장은 당시 “박근혜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를 찍겠다”고 해 진보 여성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진보 진영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성계 유력 인사들의 말은 부딪쳤다.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이배용 중앙선대위 의장은 백제를 건국한 소서노와 신라 선덕여왕을 언급하며 “한국 역사를 봐도 부드러운 물결이 강한 돌을 연마할 수 있지 않았나”라고 말한다. 반면 2006년 ‘보랏빛 정치’로 여성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새누리당이 표를 위해 여성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심상정 전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는 “사회약자와 소통하는 수평적 리더십이 여성대통령론의 핵심이니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진보 정당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에서 여성들이 부각되는 데 대한 시각도 복잡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박 후보는 불통 논란이 있었는데 여성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약점을 보완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과거사 논란에 함몰돼 있던 박 후보 관련 이슈를 여성으로 옮긴 건 지지율 하락 요인을 제거하는 방어벽이 되긴 했다”면서도 “한때 여성 지지율이 2~3포인트 올라 변수가 되는가 했지만 며칠 지나니 바로 희석이 됐다”며 유보적인 평가를 했다. 일각에선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보수적인 남성 유권자의 심리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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