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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실용위성 발사 노림수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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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실용위성’ 발사체로 밝힌 은하 3호. 지난 4월 외신기자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당시 북한은 은하 3호와 똑같은 발사체를 하나 더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박근혜·문재인 후보 캠프의 안보 정책 책임자들은 1일 모두 북한의 ‘실용 위성 발사’ 발표에 대해 치밀한 계산이 반영된 다목적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때 국방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김장수 안보추진단장은 “시기적으론 김정일 사망 1주기인 12월 17일을 기념하는 것이지만 정치적으론 김정일의 강성대국 유업을 계승하겠다는 선언, 내부 단결 과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는 포석, 남한의 대북 전략 변화 유도 등 다목적 용도”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안보특위 백군기 위원장은 “김정일 사후 1주기와 군부 인사 교체의 시점을 맞아 주민과 군에 첨단 미사일 기술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초에는 나로호 발사 시점을 의식했지만 발사가 무기 연기되자 이를 강행했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나로호 발사 시점 의식, 연기하자 강행”
먼저 북한 내부의 사정이다. 북한은 지난 4월 강성대국 위업 달성을 내걸고 미사일을 발사했다가 실패했다. 이런 오점을 12월 17일 이전에 지워야 한다는 조바심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군 내부도 복잡하다. 김정일의 군부 인맥 가운데 구파를 쫓아낸 군부 신파가 주도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사망 뒤 영구차를 붙잡고 운구한 8명 중 4명이 사라질 만큼 북한 군부는 요즘 세대교체의 격동기를 겪고 있다. 대전대 군사학과 이상호 교수는 “김격식을 인민무력부장으로 끌어올리고 군부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생긴 긴장과 불만을 전환하고 김정일의 유훈으로 강조돼온 ‘인공위성 발사’ 이벤트를 통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적으론 한국·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위성 발사라는 강수에 ‘차기 정권은 대북 정책을 바꾸고 잘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김장수 단장의 의견이다. 민주당의 백 위원장은 “발사가 군사적 목적이라면 우리에겐 위험하다. 대선 이후 어떤 정부가 들어오든 남북관계를 개선하려 할 텐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통해 군비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도 군사적 긴장을 유연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양비론을 펼쳤다.

미국을 향해선 내년 1월 집권 2기를 시작하는 버락 오바마 정부를 협상에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단장은 “위성 발사에 성공하면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다 갖고 있다는 의미인데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로켓을 이용한 위성 발사이며 평화적 우주 이용권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사용되는 기술은 탄도미사일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로켓을 탄도미사일로 바꾸려면 추가적으로 탄두 설계 및 장착 기술, 탄두를 목표지점에 투하하는 항법유도장치 기술, 탄두 재진입 시 마찰열 감소를 위한 재료 및 삭마 기술만 추가하면 된다. 로켓에 탄두를 올리면 미사일, 위성을 올리면 로켓이다.

따라서 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이 사거리 최대 6000㎞인 ‘은하-3’ 로켓 발사에 성공하면 이는 알래스카를 사정거리에 두게 돼 미국을 현실적으로 위협할 능력을 확보한 것이 된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제2차 핵실험(2009년 5월) 이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조치 1874 결의안을 정면 위반한 것으로 보고 유엔 안보리를 통한 국제적 압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1874 결의안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실질 위성이건 무엇이건’ 로켓 발사는 북한의 유엔 결의안을 깔아뭉개는 조치다. 이럴 경우 한반도 정세는 긴장과 대립의 구도에 휩싸일 수 있다.

시진핑 체제가 맞닥뜨린 첫 대북 시련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의 역할이다. 김 단장은 “중국도 말렸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주 과학위성을 쏜다는데 할 말을 못한 채 속으로만 괘씸해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중국에 기대되는 역할은 ‘발사 저지’다. 중국의 리젠궈(李建國) 전인대(의회 격)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중국공산당 대표단은 지난달 29일부터 평양을 방문 중이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에 막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주장해 왔지만 대북 영향력이 취약함을 드러내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서다.

기술적인 측면의 관전 포인트는 지난번 4월 발사와 비슷하다. 한국항공대 장영근(항공우주학부) 교수는 “이번 발사체는 지난번 발사에 실패한 은하 3호 발사체와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시 3호기를 두 개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도 “이번에 쏘아 올리는 ‘광명성-3호’ 2호기 위성은 전번(지난번) 위성과 같이 극궤도를 따라 도는 지구관측위성으로서 운반 로켓은 ‘은하-3’”이라고 했다. 당시 은하 3호는 은하 2호 때의 1, 2단을 쓴 것처럼 보인다는 게 장 교수의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지난번과 거의 같은 방식의 발사 형식을 갖출 것으로 예측된다. 서해상의 발사장은 ‘평안북도 동창리’일 것이며 발사 뒤 연평도 상공을 지나 태양 동기궤도(위성이 적도궤도가 아니라 남에서 북으로 극점을 도는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근거로는 지난번 발사 때 북한이 국제사회에 ‘1, 2단 로켓의 낙하지점’ ‘로켓이 500㎞ 상공에서 태양동기궤도로 들어갈 것’이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하-3호가 지난번과 비슷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다. 당시 로켓은 발사 135초 만에 폭발했다. 북한은 원인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7~8개월이면 원인을 대부분 파악한다. 만의 하나 이번에도 실패 상황이 재연된다면 연평도·백령도 인근에 오염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미사일 파편, 남은 독성 연료 같은 것들이 이 지역을 강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성규 기자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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