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최고위원, "동교동계는 하나회"

중앙일보

입력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은 11일 오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교동계를 해체하라" 고 거듭 주장했다. 김위원은 "동교동계가 당을 전유물로 생각해 당과 대통령에게 큰 누를 끼치고 있고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면서 동교동계를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의 군부인맥 '하나회' 에 비유해 강력히 비판했다.

김위원은 동교동계가 해체되지 않을 경우엔 "투쟁하겠다" 고 말했다. 또 "동교동계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정치적 야합" 이라고 노무현 고문 등 당내 대선 예비주자들을 비판했다.

다음은 김위원의 발언과 일문일답 내용.

어제 당무회의가 끝난 뒤 호흡을 고르려고 했는데 가슴이 활활 타올라서 토해내야만 안정이 되겠다. 나는 그동안 특정계보를 해체하라고 했는데, 이제 다시 말한다. 동교동 계보는 해체돼야 한다. 권노갑 전최고위원이 "당이 동교동계" 라고 했는데 그 발언과 인식이 두렵다.

오늘의 상황, 당이 얼마나 심각한지 철저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 집권당이 현실인식을 제대로 못하면 사회와 나라가 어려워진다.

'동교동 해체가 당 해체' 가 무슨 말인가. 이는 동교동이 당을 좌지우지함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당 위에 군림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동교동계가 당을 전유물로 생각함으로써 당과 대통령에게 큰 누를 끼치고 있고,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동교동계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 기반위에 화합하라" 는 발언이 무섭다. 당내에 소외감이 팽배한데 이러면 난관극복이 안된다. 이 소외감 때문에 당이 어렵다.

묻고싶다. 당을 어렵게 만들기까지 누가 잘못했나. 당을 장악해왔고 지금도 장악하고 있는 동교동계가 책임지지 않으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이는 책임전가다. 책임질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당이 어려운데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전혀 양보하지 않고 자신들만 살려는 것이다.

동교동계의 또다른 실력자 (김옥두 전총장을 의미) 는 "당에는 계보가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권노갑 전최고위원은 "당의 실체가 동교동" 이라고 했다. 따라서 두 사람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동교동계 의원 (이훈평 의원을 의미) 은 " (옛날의 민주화 동지들이) 모여서 차한잔 마실 뿐" 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호소한다. 집권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면 나라가 어려워진다. 김근태를 성원해달라. 당원들이 민주당이 어렵다고 하면서도 앞장서 얘기하지 못한다. 동교동계의 위세 때문이다. 국민과 당원들에게 진실을 얘기한다.

과거 민주화운동 할 때가 생각난다. 국민과 당원이 성원하면 당 내부의 민주화를 이루고 난국을 극복할수 있다. 성원해 달라.

(일문일답)

-동교동계를 어떻게 해체하란 말인가.

"그들이 어떻게 당과 국가의 일을 결정해왔는지 그분들이 알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결정해 당과 청와대와 정부에 전달하면 안된다 "

-권노갑 전최고위원의 2선후퇴를 요구하는 것인가

"동교동계가 계보로 작동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날 권위주의 정권때의 하나회를 기억하는가. 민주당의 하나회가 되면 안된다. 특정 개인에 대한 진퇴문제가 아니다. 비공식적으로 모여 비공식적으로 결정하고 추후 공식라인으로 사후 추인해서는 당원과 국민 통합이 안된다"

-이번 인사에서 동교동계가 막후에서 사실상 인사를 했다는 뜻인가.

"명백한 증거가 없으니 그렇게 주장할 순 없다. 그러나 시간차를 갖고 나중에 동교동계가 논의했던 얘기를 듣게 되고 그 논의가 진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표 인선과정에서 동교동 내부의 동향을 사후에 귀동냥 했는데, 그들끼리 토론하고 나머지는 광범위하게 소외를 당하면 당이 무력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 "

-김대중 대통령이 동교동계를 정리하란 말인가.

"대통령이 직접 연관되면 일이 해결되지 않고 상황이 복잡해진다. "

-앞으로 당내 공식모임에 불참할 것인가.

"아니다. 한광옥 대표를 인준한 당무회의 결정에 동의한다. 사보타지 하자는 게 아니다"

-만일 동교동계가 해체하지 않으면

"활동하고 투쟁하겠다"

-동교동계 해체주장을 다른 의원들과 함께 해야 하는것 아닌가.

"블록이나 계보를 만들지 않겠다고 누차 말했지만 이번 대표를 인준하는 당무회의 때 반대발언을 한 뒤 많은 성원을 받았다. 그들이 실질적인 다수다"

-노무현 고문과는 이번 일로 연대하지 않나.

"2-3일전 내 생각을 통보했다. 노고문이 자신의 후원회에 참석해 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해줘서 서로 얘기를 나눴다. 그때 '나는 노고문과는 판단이 다르다. 나는 내 갈길을 간다' 는 말을 했다. "

-당내 분란이나 권력투쟁으로 취급될 가능성도 있다.

"김근태의 대선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대선경선에 나갈려고 하면서 동교동계를 해체하라는 주장은 비효과적이고 잃는게 너무 많지 않은가. 하지만 그래서 동교동계에 대해 비판하지 않으면 정치적 야합이다"

-노무현 고문에게도 그러면 정치적 야합이란 말을 했는가.

"동교동계의 잘못에 대한 이번의 침묵은 앞으로도 영원한 것이고, 그것은 정치적 야합이 아니냐고 묻고싶다. 정치적 리더십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질문한다"

김종혁 기자 <kimch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