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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실정’ vs ‘이명박근혜’ … 박·문, 프레임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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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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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 노무현’인가 ‘이명박 대 노무현’인가. 대선 선거전 초반부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대결 구도(프레임)를 놓고 대치하고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대한 공격 구도(프레임)를 ‘박정희’와의 대결에서 ‘이명박’으로 급변경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타격 부위를 ‘먼 과거(박정희 정권의 독재)’에서 ‘현재(이명박 정부의 실정)’로 이동시키려는 전술이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 책임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친노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인 28일.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브리핑 첫 문장은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보이지 않는다(박광온 대변인)”였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박근혜 후보가 절반의 책임이 있다”면서다. 민주당은 “지금은 2012년이지 2007년이 아니다”며 “새누리당의 노무현 정부 실패론은 이명박 정부 실패론을 감추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공격 타깃을 옮긴 것은 선거운동 첫날 유신체제에 대한 강한 비판이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로 이어지면서 문 후보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는 평가에 따라서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첫날 메시지 전달이 선거 구도를 정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최근(노무현)과 먼 옛날(박정희)의 싸움에선, 부정적인 기억이 상대적으로 더 남아 있는 최근이 더 불리하고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가 정치 불신을 가속화시켜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17대 대선에서 500만 표 차 패배의 원인이 된 노무현 정부의 문제점을 문재인 후보가 다 짊어지고 가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근혜’라는 명쾌한 프레임이 있는데, 추상적인 말로 너무 돌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 책임’을 계속 파고들고 있다. 새누리당이 애초부터 안철수씨보다 문 후보를 단일 후보로 상대하길 바랐던 이유도 문 후보에겐 ‘친노’라는 공격 표적이 뚜렷이 돌출돼 있기 때문이다. 안형환 캠프 대변인은 28일 “노무현 정권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화됐고 중산층이 급감했으며 국가 채무와 대학 등록금이 폭등했다”며 “그 정권의 핵심에 있던 분들이 어느 순간 슬금슬금 정치권에 복귀해 야당을 점령하고 안철수 후보를 울리고 나라까지 다시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대변인은 “우리는 친노 세력이 자기 잘못을 반성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국가의 미래를 위해 당연히 했어야 할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가 과거 야당 대표 시절부터 4·11총선에 이르기까지 친노에 강세를 보인 것도 감안하고 있다.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가 회자되는 것도 불리할 게 없다고 본다. 박 후보의 핵심 측근은 “국민들에게 박정희와 노무현 중 누가 더 훌륭한 지도자였느냐고 물어보면 답이 뻔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김근식 부대변인은 “문 후보가 유세 첫날 노무현이란 단어를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제 와서 문 후보가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건 자기 부정이자 국민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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