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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 기관 발뺀 증시 개미들만 북적

중앙일보

입력

최근 침체장세가 계속되면서 시장을 이끌던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점차 발을 빼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데이트레이딩(초단기 주식매매)에 주력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비중은 9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80%를 넘어섰다.

지난 7월말 이후 증시의 주도세력이 사라지면서 종합지수는 올 최고치와 최저치의 중간수준인 540~580선에서 게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 외국인은 불안한 관망세=세계적인 경기 위축 우려가 제기되면서 외국인들의 매매가 크게 위축됐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한 외국인 매매 비중은 지난 6월 14.59%에서 이달 들어 8.87%로 급감했다.

외국인들은 그러나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1만선과 1, 700선 아래로 떨어지고 일본증시도 1만선을 위협받던 지난주 1백58억원의 예상밖으로 적은 순매도를 보였다.

대외여건 악화에도 외국인이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은 국내증시를 떠나 마땅히 들어갈 투자처가 없고 국내 핵심기술주의 바닥이 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달러 약세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으로 외국인들의 투자 위험(리스크)가 줄어든데다, 올들어 보유를 늘렸던 금융주가 저금리 등 국내 요인 호전으로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지난 3월말과 7월말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매도로 500선 안팎까지 지수가 밀렸지만 곧바로 580~620선까지 반등했던 경험도 외국인들의 매도를 억제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 기관도 몸사리기=몸을 사리기는 기관도 마찬가지다. 기관 매매 비중은 지난 7월 17.75%에서 이달 들어 8.83%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기관들의 역할이 크게 줄어든 것은 은행과 보험의 순매도 전환과 투신권의 프로그램 매매 위축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가 본격화된 지난 7월말 증시 투자비중을 늘렸던 은행과 보험은 역마진에 따른 경영압박과 지수 하락에 따른 평가손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말부터 꾸준히 보유 물량을 줄이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에 치중하던 투신권도 최근 삼성전자 등 '빅5' 종목의 주가 엇갈림 현상이 심해지고, 매기가 저가 대중주에 쏠리면서 시장 참여를 꺼리고 있다.

◇ 방어적 대응=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주변 여건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중소형 내수관련주와 건설.은행주가 불규칙하게 오르는 단발성 순환매 장세가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개인의 응집력과 장세 주도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세계 경제와 기업 실적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의 반응이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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