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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14만원이 빚은 참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일가족 6명을 몰살 기도코 심야 가족이 잠든 방안에 휘발유를 뿌려 1명이 죽고 5명에게 중화상을 입힌 후 자신도 자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노병직(48·부국무역회사사장·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구기동 101)은 동업 계약금 조로 이규근(57·경남 제빙주식회사 사장)씨 에게 투자했던 투자금 1백 14만원을 안 돌려주는 앙갚음에서 면밀한 사전계획 아래 방화했다는 사실이 28일 하오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방화 살인범 노씨는 지난 62년4월 중순께 이규근씨와 함께 경남 제빙회사 설립을 결심, 이씨는 그가 소유하고 있는 집과 공장(건평 200평)을 제공키로 노는 투자금조로 4백 만원을 투자하기로 계약을 체결, 그 중 일부인 1백 14만원을 투자했다.
노가 1백44만원을 투자한 돈 중에는 그의 친구 김윤석(43)씨 돈 97만원을 그들(노·김) 간의 동업조건으로 끌어 들였다. 이규근·이기열(이규근의 친구)·노 등 3자 합자 형식으로 경남 제빙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뒤에 알고 보니 이규근씨가 투자금조(계약상)로 제공키로 되어있는 이씨의 부동산 (집과 공장=건평 200평)은 이미 성업공사에서 1천3백 만원으로 저당권 설정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사실을 알게된 노는 이씨에게 투자금 반환을 독촉했으나 전후 4회에 걸쳐 겨우 3만여 원 만이 회수됐다.
이씨 소유 부동산은 성업공사의 신청에 의해 지난 4월2일자 부산지법에서 1천1백 만원에 공매처분 됨으로써 노는 투자금 중 나머지 1백14만원을 받아낼 길이 없게되자 이씨 일가족을 몰살하기로 결심했다.
노는 지난 27일 하오 5시쯤 휘발유 1갤런을 짜리 2통을 구해 이웃 박정숙(41) 여인에게 맡겨두었다가 그날 밤 11시쯤 그 휘발유를 찾아 거사(?)에 나섰다. 이씨 일가족 6명이 한 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곤히 잠든 틈을 타서 방문을 연 후 준비해 갔던 휘발유 2갤런을 몽땅 방안에 뿌리면서 불을 지르고 자신이 「불이야!」하고 외치면서 지붕 위를 타고 해변 쪽으로 달려가 영도다리 밑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을 기도했다. 때마침 길 가던 구두닦이소년 김상수(18·대교동 3가 27)군 등 3명에게 발견, 구출된 노는 그 길로 약 5백 미터 떨어진 김윤석씨 집으로 달려가 김씨를 만났다.
김씨에게 거사(?)를 치른 이야기를 남긴 노는 또다시 자신의 하숙집으로 뛰어가 그곳에서 미리 준비했던 농약 「파타리온」을 마시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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