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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시 통금 「코리아」, 내가 설 땅은 과연 어디일까?|내일을 위한「시정 카르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3백50만 대 서울이라 했다. 서울의 땅은 넓어지고 식구도 늘어났다. 그러나 살림은 나아질 줄 몰랐다. 거인은 기형적으로 자라났다. 그 틈새에 끼여 서울엔 3백50만의 「시민의 사정」이 보다 잘 살 수 있는 내일을 향해 발돋움한다. 내가 딛고 있는 땅은 어딘가, 이름하여 『내일을 위한 시정 「카르테」서울25시』라 했다.

<묘한 생리>
한국의 서울은 통행「금지」로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야릇한 생리를 가졌다. 서울의 자정은 시작이자 정지해야하는 시각, 통금을 알리는 「차임 벨」이 울리면 서울은 싫어도 잠을 자야 한다.
그러나 이 때쯤부터 북새를 떨며 밤을 새는 곳이 각 경찰서 보호실과 파출소. 서울 시경에 의하면 통금위반자는 하룻밤 평균 2백 명을 헤아린다.
붙잡혀 온 위반자들은 그 수만큼이나 가지각색의 반응을 일으켜 보호실 안은 야반 성시. 술에 만취되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모주파」, 얼근한 김에「내가 아무개인데 두고보자」는 「협박파」, 앞뒤 가리지 않고 경찰관도 때려 누이는 「완력파」, 자기 집 안방으로 착각했는지 옷을 훌훌 벗는「노출파」며 밀어를 속삭이다 끌려와 몸둘 곳을 모르는 「아베크파」, 급한 사정으로 늦었으니 보내달라는 「통사정파」가 있고 통금 직전 아예 경찰서에서 하룻밤 자고 가자는 「호텔파」도 있다.
이중에 딱한 것이 「호텔파」. 엄격하게 말하여 이들은 통금 위반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집에까지 보내줄 방법은 없고 재울 곳은 없어 골칫거리다. 그보다도 딱한 것이 어떤 사건의 선의의 피해자일 경우, 경찰에 증언하러 나왔다가 통금대상자가 되어 본의 아니게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되는 것이다.

<10 분의 아량을>
통금 직전의 서울거리는 무법의 「스피드」경기장-. 자동차의 홍수가 「살인적으로」내닫는다. 이들 달리는 흉기엔 신호등도, 행인도, 좌우도 아랑곳없다.
지난 20일 밤만도 시내 중심부에서 3건의 「히트 앤드 런」사고가 났다. 11시 반께 안국동「로터리」에서 검정 「지프」가, 그 직후 필동에선 새나라「택시」가 행인을 치고 달아났고 또 1건이 l5분 후에 일어났다.
어둠을 타고 달아나는 「흉기」는 거의 잡히지 않는다. 이런 사고는 통금 직전에 더 많이 일어난다. 통금이 임박하니 달려야겠고, 달리니 사고가 난다는 셈이다. 서울 영 4279호 새나라 「택시」]운전사 송칠만(30)씨는 「돈은 벌어야겠고 통금에 걸리겠고 하니 달리게 됩니다. 빈차로 돌아가는 영업 차에 15분. 안되면 단 10분의 유예라도 주면 사고는 줄고 손님과 옥신각신도 줄 것입니다」라고 했다. 통금 분차제를 일반시민도 환영했다.
당국이 「히트 앤드 런」이 있을 수 없도록 사고 차를 꼭 잡든지 통금을 조금 늦춰 사고를 줄이든지 해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고를 피하려는 자위 수단」이라 했다.

<편견 심는 통금>
통금시비는 대체적으로 찬반으로 갈라진다. 찬성 경향은 주부와 당국. 반대는 「매스콤」과 남성 쪽이다. 폐지파의 주장은 대내외적으로 주는 심리적 불안감과 불편. 한 외국인 관광객은「실제 불편은 모르겠으나 심리적으로 불안하다」고 했다. 이에 반대, 찬성파는 실속파다. 주부는 늦어도 자정이면 남편이 돌아와 구미가 당긴다는 것. 한편 서울 시경 경비통신과장 이봉길 총경은 「없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렇게 되면 경찰 업무량이 배 가까이 늘어나 지금 일손으로는 도저히 감당 못한다」는 것이다. 통금 위반자에겐 경범적발 보고서와 자인서가 따른다. 그 때문에 경찰관이 바쁘고 경비도 든다. 그러나 그나마 없어지면 일거리가 배가한다는 것이었다. 『여론조사에서도 60퍼센트가 존치지시 였다』고 우 총경은 덧붙이기를 잊지 않았다.
해방 동이가 그렇듯 우리의 통금제도도 성년이 됐다. 통금은 해방직후 미군경의 유산. 그사이 길어지고 짧아지고 제주도나 충청도에선 없어지기도 했지만 서울의 통금은 경축일을 빼고 풀린 적이 없다.
해방 동이 김성자(20·숙대 2년)양은 「중학 3년까지 통금은 어느 나라나, 또 당연히 있는 것으로 알았다. 3학년 때 우연히 선생님께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신기해했다」는 것. 통금은 자라는 2세들에게 편견을 심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구> (차 회는 철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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