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리샘] 또 맥못춘 일본 애니

중앙일보

입력

부분 개방이 허용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국 흥행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수입사들은 잔뜩 몸을 사리고 있는 눈치다. 내년말까지 더이상은 개봉작이 없으리라는 섣부른 예보마저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지난해의 실패는 그렇다 치더라도 대중성을 자신하고 잔뜩 기대를 걸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 가 서울 관객 13만7천명(전국 27만명) 에 그쳤기 때문이다.

'토토로' 의 수입사인 일신픽처스 측은 "크게 손해를 본 건 아니지만 어쨌든 기대치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 라고 인정한다. 일신픽처스도 '붉은 돼지' '원령공주' 등 판권을 갖고 있는 작품은 많지만 흥행 판도가 이렇게 되고 보니 다음 개봉작을 무엇으로 정해야 할 지 고민이다.

가와지리 요시야키 감독의 '뱀파이어 헌터D' 를 수입한 튜브 엔터테인먼트는 당초 개봉을 여름방학으로 잡았지만 9월로 미뤘다.

그러다 '토토로' 가 잠잠하자 아예 하반기 개봉예정작 목록에서 제외했다. 겨울방학 개봉을 고려하던 '퍼펙트 블루' 도 마찬가지다.

일신픽처스의 한 관계자는 " '블러드-더 라스트 뱀파이어' '메트로폴리스' 등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작품을 수입하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와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고 아쉬워했다.

취약한 애니메이션 시장, 그리고 불법 복제물의 횡행이 낳은 '예상된 결과' 이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실패가 국적을 막론하고 결국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관객층을 창출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까 하는 점이 실은 더 걱정스럽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