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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침 책편지] '장밋빛 도살장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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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체념적으로나마 나의 자리를 정리해보면 설 자리가 없는 그 자리가 나의 자리다. 한마디로 나는 바깥이다. 경계에 서 있다는 말은 일종의 감언이설이고 실제로는 바깥에 있는 것이다. 나는 자본주의적인 재생산구조에 기생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그 안에 들어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장밋빛 도살장 풍경' 성기완 지음, 문학동네

문화예술의 언저리에서 참 여러 가지 하며 막연하게 사는 사람들, 거대 자본으로 움직이는 주류문화권의 눈으로 보자면 '떨거지'에 해당하는 존재들이 있지요. '문지'의 시인, 대중음악평론가,인디록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리더…. 성기완이 그런 전형이지요. 일부러 빗겨 사는 이런 부류의 예술행위가 바로 '잠수함의 토끼'에 해당된다고 말하면 과장일까요. 한데 책 내용에 약간의 불만은 생기는군요. 첫째, 왜 그리 유식? 둘째, 왜 그리 민족주의적?

김갑수(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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