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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업화한 한국대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학교를 하면 일확천금을 할 수 있단다.』 …우리 나라에는 어느 때부터인가 이런 소문이 입지전의 좌우명처럼 되어왔다. 해방 전 또는 해방 후 조그마한 학원 또는 사설강습소에 불과했던 것이 오늘날 대 종합대학을 이룩하고, 창설자는 원장에서 일약 총장이 되었으며 일개 초라한 「바라크」였던 교사가 대 「캠퍼스」가 된 것을 바라본 사람들의 입에서 이런 소문이 퍼져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게다.
또 설상가상으로 6·25후 징집제도의 실시 때 대학생에게는 재학기간 중 징집이 보류되는 특전을 부여하여 대학은 징집기피소라는 명예스럽지 못한 멍에를 뒤집어쓰고, 사랑하는 아들을 잠시라도 군대에 늦게 보내려는 무분별한 부모들은 사회적·경제적 실정에 맞지 않는 것도 불구하고 소를 팔고 논까지 팔아가며 앞을 다투다시피 아들을 대학에 보냈었다.
때를 만난 학원기업주들은 너도나도 대학을 세웠으며 더 많은 학생을 수용키 위해서는 대학에서 다시 종합대학교를 세웠었다.
이러한 기 현상적인 대학팽창은 물론 36년간 일제의 억압으로 위축되었던 향학열이 해방 후 고조된 것에도 원인은 있다.
그러나 대학이 정원제를 유명무실화하고 기업으로서 만의 대학을 이룩하기에 혈안이 되어 학원은 통틀어 모리장 화하는 듯한 시기도 있었다. 196l년 5·16 군사혁명은 혁명적 국가시책을 표방함에 있어 문교정책 중의 일대 중추로서 세계사상의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대학정비」를 단행했다. 국·공·사립대학 중 6백86개학과를 5백48개 학과로 줄이고 정원도 9만l천5백40명을 6만6천4백10명으로 줄였다. 또 시설이 미비한 대학을 초급대학으로 격하시키고 몇 사립대학교 총장을 학원 모리로 지적, 총장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러나 이미 강대한 사회세력화 한 학원의 경영자나 이해 관계자들은 민정이양을 앞둔 정치활동재개에 힘입어 강력히 작용함으로써 서슬이 시퍼렇던 「대학정비」도 혁명정부의 저돌적인 불합리한 정책이라 지적되어 재조정되고 말았다.
64년도 12월 현재 학교 수를 보면 대학(대학교)이 66개, 초급대학 (교육대 포함)이 47개소로 총1백 13교인데 이 숫자는 5·16당시 60개였던 것에 비해 2배가되는 것이다. 정부는 대학을 정비하려고 손을 댔다가 실패로 돌아갔을 뿐 아니라, 오히려 초급 대학만을 더 늘려준 셈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63년6윌26일 사립학교 법이 제정 공포되어 과거 재단법인으로 운영되어오던 학원재단은 전부 학교법인으로 변경. 등록되었으며 학교재산의 횡류 및 창설자의 전단을 최대한 막게 되었다.
그러나 64년 문교부가 조사한 고대·연세대·이대·한양대·중앙대·동국대·경희대·숙명대 등 서울시내 8개 사립대학 운영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평균 66.8%를 학교법인 예산중 학생들의 공납금에서 충당하고있다.
그 충당 율은 전통 있는 학교일수록 더욱 심한 예를 빚어대고 있는데 학교별·의존비율은 ▲고대=81.3% ▲연세대=44.5% ▲이대=81.3% ▲한양대=74% ▲중앙대=54% ▲동국대=74.5%▲경희대=46.6% ▲숙명대=82.2%이다.
또 국립대학은 각도마다 하나씩 분배형식을 취해 11개 대학을 두고 운영에 골치를 앓고있는데 64년도 국립대학 예산상황을 보면 고등교육기관에 나가는 것이 총11억1천4백87만6천5백원인데 이것을 가지고 그 많은 대학에 쪼개니 서울대와 같은 큰 규모의 경우라도 겨우 2억8천6백52만5천7백원밖에 안되고, 그 밖의 명색이 종합대학이라면서 6천만 원을 전후하는 숫자에 불과하고 특수 단과대학은 해양대를 빼놓고 모두 2천만 원도 못되는 실정이다.
문교부는 대학교육 10개년 계획을 마련, 사학재단의 수익기본재산을 초연도인 65년도에는 20%로 보고 매년10%씩 증자하여 최종목표인 74년도에는 1백%로 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대학 설치 기준령을 뒷받침하기 위해 학교법인 재산 기준령을 성안, 법제처에 회부했다.
이제는 대학의 기업도 일확천금 하는 시기가 아니다. 국립대학은 예산부족으로 허덕이고 일관성 없는 문교행정이 빚어낸 사학의 난립도 사립학교 법으로 말미암아 학원 모리로서의 성공은 시들고 말았다. 국립대학 그리고 사립대학이 모두 학생의 공납금에만 의존하는 실정을 벗어나려면 장구한 문교부의 사학육성책과 국립대학 정비문제만이 화급하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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