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SW 외국서 콧대 더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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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PC용 패키지 소프트웨어들은 외국에서 더욱 콧대가 높다.

과거 국산 자동차, 가전제품 등이 외국에 수출될 때 지나치게 가격을 낮게 책정,싸구려 제품이라는 낙인이 찍혔던 것과는 달리 국내 소프트웨어들은 외국에서 오히려 고가정책을 펴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9일 국내 홈페이지 저작 프로그램 업체인 나모 인터랙티브(이하 나모)에 따르면이 회사의 나모 웹에디터 5 영어판 제품이 파트너사인 자스크를 통해 오는 10월부터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149달러(한화 19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이러한 가격은 한글판 제품의 국내 판매가(8만8천원)에 비해 곱절이상 비싼 것이며 이전 버전인 웹에디터 4 영어판(99달러)에 비해서도 50%나 인상된 것. 나모가 이처럼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 내놓은 신제품인 `프론트 페이지 2002'이 현지에서 169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와 관련 나모의 박흥호 이사는 "세계 1위 제품과 거의 대등한 가격에서 품질로 당당히 승부를 버리겠다는 전략"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철수연구소의 안티바이러스 백신인 `V3 프로'는 일본시장에서 오히려 경쟁 제품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V3 프로 일본어판의 가격은 7천200엔으로 트랜드마이크로 제품이 8천200엔으로유일하게 더 비싸고 멕아피와 시만텍은 각각 5천900엔과 5천200엔으로 V3 보다 훨씬싸다.

이들 외국 제품은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유명 제품이며 특히 일본 시장의경우 안철수연구소보다 앞서 수년전에 진출해 자신들의 텃밭인 셈이다.

V3 프로 일본판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한글판(5만5천원)에 비해 역시 비싸다.

리눅스 오피스 프로그램 업체인 한컴리눅스도 오는 11월 미국에 출시하는 `한컴오피스 2.0' 제품부터 고가 정책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한컴오피스 1.5버전의 경우 국내 제품은 5만5천원, 미국 제품은 45달러로 서로 비슷하지만, 2.0 제품의 경우 국내 시가는 1.5 수준으로 동결하는 반면 미국 제품의 경우 99달러 정도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시장인 미국이나 일본에서 더욱 비싼 값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국내 시장이 불법복제로 인해 가격구조가 왜곡돼 있는 반면 선진국의 경우 전반적으로 소프웨어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품질에 대해서는 손색이 없기 때문에 굳이 저가 정책으로 틈세시장을 노리기 보다는 세계적인 제품과 정면승부를 걸겠다는 자신감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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