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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의 길은 통일의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남·북한을 하나의 통합된 국민경제의 영역으로 상정하고 그 경제구조상의 특성을 말한다면 파행적 구조라는데 그칠 것이다. 물리적인 자원의 분포에 있어서 그렇고, 자원과 인구와의 상대적인 관계에 있어서 그러하며, 산업구조에 있어서 또한 그렇다. 이와 같은 지역적인 경제구조상의 파행성과 아울러 전혀 이질적인 사회제도와 문화 가치의 서열로써, 서로 대립되고 있는 것이 남·북한 문제의 현상이며 이 모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이른바 통일의 문제인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남·북한 지역간의 절름발이 경제구조는 우선은 일본 식민정책에 유래된 것이고, 보다 근원적으로는 자원의 부존상태와 산업입지 조건에 연유된 것이다.
일본 식민자본에 의한 북한의 광·공업개발은 일본국내 시설과의 연환관계, 또는 대륙 침략의 병참의 필요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국민 경제로서의 자족적 체계나 산업간의 서열화 같은 것은 전혀 고려밖의 것이었다. 그나마 지하 자원과「에너지」자원의 북한편재라는 여건 때문에 주요시설의 태반은 북쪽에만 집중되었었다.
그러므로 파행적인 남·북한간의 경제구조는 해방후에 비롯된 것이 아니다. 해방후의 북한경제는 강권에 의한 전면 계획으로 그것에 당연히 수반하는 무리와 자원의 낭비를 누적 시켜왔으며, 남한경제 역시 성장력을 경제적으로 동원시킬 수 있는 기반을 이룩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실체적인 지반이 없는 제도로서의 서구식 민주주의의 표방은 사회의 내부 붕괴를 염려할 정도로 불안을 심화시켰던 것이다.
그 위에 남·북한 모두 이례적으로 높은 군사비 때문에 제 자원의 경제적 동원이 억제되고 있다. 국토분단으로 말미암은 가용 제자원의 낭비와 구조상의 불균형에 상도한다면 통일에의 비원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가를 직시할 수가 있다.
분단의 여건이 통일의 터전으로 바뀌었을 경우 어떤 문제가 일어날까. 남한만의 경제 단위, 북한만의 경제체계를 전제로 하여 모든 계획과 정책이 성안되어 온 터이므로 통일의 경우를 상정한다면 일체의 전제 조건과 가정 조건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남·북한을 포괄하는 통합된 국민경제의 형성을 모든 계획의 전제로 해야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체계와 구조도 기본적으로 개편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분단으로 인한 중복투자는 통일만 되면 자동적으로 정비가 되어야 할 것이며, 남·북간의 자유로운 요소 이동은 이 나라 경제의 해외 의존도를 격감시킬 것이고, 인구의 지역별 분포와 자원의 이용도를 합리화시키고 고도화 시킴으로써 국민 생활수준을 급격히 높이게 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 통일을 전제로 한 국민경제의 개발모형은 그 기운의 성숙여하를 불구하고 꾸준히 성안되어 가야 마땅할 것 같다.
이와 같은 순수한 경제계량상의 준비와 아울러 정치적인 작업과의 협동을 필요로 하는 정책적인 접근의 영역이 남겨져 있다. 고전적인 의미의「이데올로기」나 이것과 결부된 거의 화석적인 사회형태에 관한 여러 논의는 이미 현실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하여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의나 형태를 고정적인 관념에서가 아니라 그 기능과 발전의 방향에서 파악 할 수가 있다면 이것을 정책적인 접근이라고 불러 무방할 것이다. 이념상의 대립과 정책상의 접근과를 문자 그대로 종합적으로 양기할 수 있는 방도가 그대로 통일에의 노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향후 20년간은 자본제와 공산제를 포함한 모든 근대적 요소가 어떤 새로운 계기에 의해서 지양되어 가는 이행기의 구실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찬란한 기술 혁신의「템포」는 미처 이념의 개주도 되기전에 역사의 진전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러한 예상에 선다면 우리의 민족 통일도 그 기운이 익어갈지언정 쇠퇴되어 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므로 모든 대립적인 요소를 능히 포섭할 수 있는 새로운 이념의 체계야말로 경제발전이나 통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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