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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산다]헌법재판소 초대 재판관 김양균변호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무등산으로 오르는 길목 한켠에 자리한 광주지방변호사회관 4층. 지난 94년12월 헌법재판소 초대 재판관 임기를 마친 김양균 (金亮均.60) 변호사가 곧바로 낙향해 설립한 이 지역 최초의 법무법인 (21세기 종합법률사무소) 이 자리잡은 곳이다.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로서 그의 일과는 공증업무와 무료 법률상담에 국한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1백여m 떨어진 검찰청이나 법원에는 출입하지 않고 있다.

광주 토박이인 그는 실상 광주에서 평검사부터 부장.차장.검사장.고등검사장에 이르기까지 검찰직급을 두루 거치며 다섯차례나 근무했다.

검사로서 자칫 인심을 잃기 쉬웠던 시절에도 그는 원칙과 정도를 지켜 고향에 다시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그를 찾는 사람은 다양하다.

법률상담을 위해 하루 4~6명이 오기도 하고 각종 사회단체.학교의 관계자들도 줄을 잇는다.

원고청탁.강연요청이 대부분이지만 그가 직접 모임을 꾸리는 것도 적지 않다.

지난해에는 한국범죄방지재단 광주.전남 창립준비위원장으로 각급 기관장.학자.종교인.언론인등을 쉴새없이 만났다.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지역화합과 청소년 선도를 위해 그가 주도적으로 창립한 '한가람회' 지역 활동도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회원들은 영.호남지역으로 객지 혼사를 했던 집안 사람들로 남북 통일 이전에 동서화합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지역 화합을 위해 지난 85년 부산검사장 재직시 부산.전남 테니스동호인들의 친선교환경기를 주선하면서부터 시작된 팔산 테니스클럽 활동도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 선도활동은 그의 평생사업이라 할만하다.

그는 지난 78년 전국검찰에 시행된 소년선도보호제도를 창안한 주인공. 서울지검 소년담당검사로 재직하며 대학원에서 청소년 범죄를 전공한 이래 줄곧 관심을 두고 있다.

청소년 문화재단인 광주 누리문화재단 이사, 각종 강연회 강사로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직자가 은퇴하면 고향에 내려가 여생을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그에게 또다른 일터가 있었다.

동신대 석좌 (碩座) 교수. 지난 3년간 일주일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나갔다.

학교측이 휴강을 통보해도 한명의 학생이라도 수업을 받기 위해 기다린다면 "강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며 학교로 향하고 있다.

전남대 총동창회장으로도 3년째 일하며 용봉인 영예대상을 만들어 시상한 것도 지역사회에 화제를 낳았다.

평일 일과가 끝나는 오후6시30분쯤이면 일주일에 3~4일은 테니스장으로 향해 10~20세 손아래 동호인들과 2시간이상 어울리고 비오는 날이면 혼자서 영화관을 찾기도 한다.

주말에 행사가 없으면 어김없이 낚시가방을 매고 나선다.

그는 낚시 잡지등에 7년째 낚시 칼럼을 쓰고 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서로 돕고 길러주는 기풍을 기르자고 늘상 얘기하지요. " 퇴임후에도 분주한 일상을 꾸리고 있는 그는 "눈앞의 이익에 매여 서로 상처받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고 말했다.

광주 =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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