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는 먼 길이다. 여수에서도 배를 타고 2시간 20분을 더 가야 닿는다. 배도 하루에 2편(7시 40분, 13시 40분) 뿐이지만 소설가 한창훈의 말처럼 멀리 간 만큼 맛 난 것이 기다리고 있으니 보람은 충분히 있다.
삼치는 초가을부터 음력 3월까지가 제철이다. 양력으로 치면 4월까지인데, 수온이 따뜻해지면 삼치 맛이 덜하다. 여수 삼치는 불과 십여 년 전까지 잡자마자 어판장에서 곧바로 일본으로 팔려나갈 만큼 외화벌이 효자였다. 현지에서는 어린 삼치를 고시, 중삼치를 야나기라고 부르는데 이 또한 일본에서의의 인기를 받영한 것이다.
삼치는 보통 2㎏ 이상 되는 것을 횟감으로 친다. 등 푸른 생선이라 육질이 물러서 하룻밤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는 게 좋다. 살얼음이 살짝 끼기 직전이 회를 치기에 적당한 상태다.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손질하기 쉽지 않다. 작은놈은 대부분 구이용이다.
삼치 철이 지나면 주꾸미·도다리·군평선이가 등장한다. 주꾸미와 도다리는 두말할 필요 없는 봄 생선이다. 이름도 생소한 군평선이는 여수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구이용 생선으로 싹돔·딱돔·금풍쉥이 등으로도 불린다.
눈이 툭 불거져 나오고 뼈가 억세며 등지느러미가 톱날처럼 날카로운 것이 생김새만 봐선 비호감인데, 맛은 정반대다. 여수시인 김진수씨는 “미운 남편에게는 안 주고 샛서방(몰래 만나는 애인)한테만 몰래 구워준다고 해서 ‘샛서방 고기’로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맛도 좋지만 황금빛이 도는 빛깔 때문에 복을 불러오는 생선으로도 통한다.
김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