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 복도'에서 사드의 돌파구를 찾는다

    '제7 복도'에서 사드의 돌파구를 찾는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막장 드라마 그 자체지요. 그래서 요즘 정부든 기업이든 고민이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드라마를 끝내고, 그리고 다시는 이런 치욕을 당하지 않을 건지를 놓고 말입니다. 답이 잘 안 나오지요. 그럴 땐 뒤집어 봐야 합니다. 역발상을 하자는 거죠. 시장 다변화하자, 중국 믿지 말자, 한미 동맹 강화하자 등등... 효과도 없는 판에 박힌 전략 그만 논하자는 겁니다. 대신 중국 밖이 아닌 중국 내에서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세계 전략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마리가 보입니다. 고대 육·해상 실크로드를 복원해 중화 문명을 수출하고 경제 벨트를 만들어 중화 부흥을 이루겠다는 것인데 거기에 ‘회랑(回廊· 복도· corridor)’이라는 단어가 도드라집니다. 다시는 사드 보복을 당하지 않을 동력이 여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회랑이란 사원이나 궁전 건축에서 주요 부분을 둘러싼 지붕이 있는 긴 복도를 말하는데 천정과 기둥 등에 각종 그림과 글씨 등이 있지요. 단순한 통로 기능을 넘어 중화 문명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소통의 채널이라는 함의를 갖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전략을 주창하면서 6개의 국제 회랑 건설을 제안했습니다. 주변국과 윈윈하자는 전제를 달고요.     1. 중국~몽골~러시아 경제회랑    2. 신유라시아대륙교(TCR) 경제회랑    3.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경제회랑    4. 중국~인도차이나 경제회랑    5.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6.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경제회랑     일대일로의 경제 회랑 전략 [사진 바이두] 이들 회랑을 따라 중화 경제와 문명을 전파하고 심겠다는 게 시진핑의 ‘팍스 차이나’ 병법의 본질입니다. 이미 관련 예산도 수백 조원 쏟아붓고 있습니다. 한데 여기에 중국의 동북 3성과 한반도, 일본을 아우르는 동쪽 회랑이 빠져있습니다. 누구든 생각해낼 수 있는 제7의 경제 문화 벨트, 동북 3성~북한~한국~일본을 잇는 회랑 말입니다. 물론 중국은 폐쇄적인 북한, 라이벌 일본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했겠지요. 동시에 이 회랑을 향후 동북아 정세와 연동해 운용하겠다는 전략적 고려도 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여기서 역발상을 한 번 해보지요. 일대일로가 중국의 전략이라고 그들의 처분(?)만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 회랑을 이용해보자는 겁니다. 먼저 일본과 북한을 설득해 회랑의 동단(東端)을 정리해놓고 중국과의 연계를 제의하면 어떨까요. 제7 회랑이 동북아에 가져올 정치 경제 문화적 과실을 집중 연구해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자는 겁니다. 미국을 따라잡을 때까지 조용한 한반도를 원하는 중국으로선 거부할 명분 찾기 쉽지 않을 겁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포럼 [사진 신화망] 필요하면 중국은 자발적으로 북한의 개방을 위해 발로 뛸 수도 있습니다. 사실 중국도 낙후된 동북 3성 개발에 목을 매는데 한국과 일본 도움 없으면 쉽지 않습니다. 북한을 개방시키지 않고는 제7회랑을 건설할 수 없고 동시에 동북 3성 개발도 어렵다는 것, 중국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7 회랑이 구축되면 한국이 추진하는 북극항로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덤도 가능합니다. 부산에서 출발해 태평양~베링해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는 항로는 1만 5000km.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노선보다 무려 7000km를 줄일 수 있지요. 한중일이 이 항로를 공동 개척해 유럽으로 진출하면 동북아 경제공동체 건설도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주창했다 쪽박 찬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자연스레 환생할 수 있고요.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고 북한에 대한 개방을 유도하겠다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포기할 수 없는 대외 전략입니다. 아마도 차기 정권도 이름을 바꿔 이런 전략 구사할 가능성 매우 큽니다.   북극항로 [사진 두산백과] 삼성전자도 역발상에 답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엊그제 기존 모델보다 메모리 용량을 늘린 중국 전용 '갤럭시S8'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라는 뉴스가 있었지요. 사드 문제로 중국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 중국 전용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니요? 일반적 시각에서 보면 미친 짓(?)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삼성폰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한국의 대중국 카드도 하나 늘어난다는 것, 쉬운듯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사유이고 전략입니다.     안보도 마찬가집니다. 중국 위협론에 한미 동맹으로만 대응하려는 고질적, 고전적, 획일적, 수직적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 현대적, 복합적, 수평적 사유로 전환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며칠 전 한국과 인도가 군사 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대응하려 한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국가 안보와 관련 국민들의 우려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창의적 전략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안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몽골과도 전략적 안보 협력을 넓혀나가야 합니다. 역발상이 창조와 혁신, 그리고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는 것 전문가들도 공감합니다. 전자결제 시스템 회사 페이팔을 창업한 피터 틸(Peter Thiel)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12년 봄 스탠퍼드대에서 ‘스타트업(Startup)’강의를 했지요. 이후 그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 『제로 투 원(zero to one)』인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회장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참모이기도 합니다. 그가 지난해 말 중국 칭화대 첸잉이 경영대학원장과 했던 대담 중 일부입니다.   대담하고 있는 피터 틸(오른쪽) 박사와 첸잉이 원장 [사진 칭화비즈니스리뷰] 혁신과 창조는 역발상에서 시작합니다. 진정한 역발상이란 스스로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죠. 남들이 하는 대로 부화뇌동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역발상은 자신은 흥미를 느끼지만 남들은 그 흥미로운 점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파고드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실례를 묻자 그는 답을 이어갑니다.     몇 년 전 박사과정의 한 친구가 성공하는 학생과 성공하지 못하는 학생의 차이는 연구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에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문제를 제기할 수만 있다면 문제 해결은 단순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 연구 방향이 정해지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지요.   궁즉사변, 궁하면 변화가 필요하다 [사진 바이두] 궁하면 변화가 필요하다(窮則思變)고 했습니다. 사드 보복이 막장 드라마처럼 계속되고 있는 지금, 정부든 국민이든 기존의 중국관을 송두리째 바꿔 향후 중국 경영의 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차이나랩 최형규  

    2017.04.06 07:00

  • 中 충칭 네일아트 열광, 빅데이터로 본 ‘뷰티 지도’

    中 충칭 네일아트 열광, 빅데이터로 본 ‘뷰티 지도’

    최근 바이두 뉴스랩(百度新聞實驗室)은 '2017 중국 뷰티 지도'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바이두 눠미(百度?米, 소셜커머스 서비스)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중국 여성의 뷰티 관련 소비 현황을 분석한 것입니다. 중국 여성들이 뷰티에 있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지 등을 빅데이터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손톱에 중국 국기를 그린 중국 여성 [사진 이매진차이나]  ━ 키워드로 본 2017년 중국 여성 뷰티&여가생활 지도  [자료 바이두눠미·차이나랩] 중국은 남부와 북부의 소비행태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날씨의 영향이 아무래도 컸겠죠. 날씨가 춥고 건조한 북부지방의 경우 목욕, 온천, 헬스를 선호했습니다. 반면 남부지방의 경우 영화, 사진촬영, 커피 마시기 등의 여가활동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시별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쉬저우(徐州)의 경우 다이어트와 관련된 상품을 가장 많이 소비했습니다. 광시성(廣西省)난닝(南寧)에서도 몸매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네일아트에 열광하는 충칭  [자료 바이두눠미·차이나랩] 충칭 여성들은 다른 지역보다 네일아트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예로부터 충칭에 미인이 많다고 하는데 그만큼 미(美)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였을까요? 네일아트 관련 소비 횟수는 베이징보다 무려 5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운동이 최고! 운동 가장 많이 하는 도시는?  [자료 바이두눠미·차이나랩] 운동과 관련된 상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지역은 청두로 나타났습니다. 베이징, 하얼빈, 충칭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안후이(安徽) 허페이(合肥) 여성은 골프 관련 소비가 많았습니다. 상하이 여성의 경우 건강식과 관련된 소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베이징은 온천, 동북지역은 목욕!  [자료 바이두눠미·차이나랩] 춥고 건조한 날씨가 특징인 북부지방에 사는 여성의 경우 온천, 목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이징 여성은 온천을, 선양 여성은 목욕을 선호했습니다. 온천을 선호하는 여성 중 주링허우(九零后,90년대생)의 비율이 53%로 가장 많았습니다. 반면 목욕을 선호하는 여성 중 바링허우(八零后,80년대생)가 42%로 가장 많았습니다. 자료=바이두뉴스랩(百度新聞實驗室)정리=차이나랩

    2017.04.05 18:45

  • 중국을 홀리다...막걸리 마시면 예뻐진다고?

    중국을 홀리다...막걸리 마시면 예뻐진다고?

    중국인들의 '몸 챙기기'는 유명하다. 건강과 미용에 좋다면 뭐든 해본다는 중국인들. 한 때 한국의 막걸리가 유행한 것도 '건강한 먹거리'라는 이유에서였다. 심지어는 막걸리 물을 볼에 발라도 되느냐고 묻던 중국인도 있었다. 그는 "한국이나 일본의 좋은 화장품들은 '쌀뜨물'성분으로 만든 것이니 피부에도 당연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 중에는 한국의 막걸리가 몸에 좋다는 이유로 화장수로 쓰일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믿은 사람도 있었다. [출처: 바이두]  소득이 늘어나면서 건강에 더욱 투자하기 시작한 중국인은 건강 보건식품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건강 증진과 미용을 목적으로 건강식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중국 건강식품의 시조새(?)인 나오바이진. 중독성 있는 CM송이 인기였다. 뇌에 좋다고 해서 중국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 건강식품이다.[출처: 바이두]   중국보건협회에 따르면 중국 건강보조식품시장은 최근 몇 년간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중국 건강보조식품 시장은 2360억 위안(38조2626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정보업체 윈드(Wind)는 이 시장이 2020년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 맞추듯, 보건식품에 대해 줄곧 '등록제'를 실시해왔던 중국이 2016년 7월 1일부터 '등록제'를 '허가·등록 이원제'로 변경했다. 보건식품 허가를 받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도 3년에서 3개월로 대폭 줄어들면서 시장은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미용 목적도 늘어나...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려경제'가 포인트 과거 중국에서 보건식품이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했다면, 최근에는 아름다움을 위해서 보건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름다움의 경제(美麗經濟)’가 보건식품의 새로운 성장 포인트가 된 셈이다.   아름다움을 위해 보건식품을 찾는 중국인이 늘었다 [출처: 바이두]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피부 문제를 해결하는 ‘이너뷰티’ 제품도 '미려경제'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여성들이 이 시장의 주요 소비자라 할 수 있다. 체중 유지, 소화 촉진 등에 도움이 되는 포도씨종자, 크랜베리, 콜라겐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콜라겐은 피부에 좋은 건강식품의 대명사이자, 중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식품 보조제다. 현재 중국에서는 독일, 프랑스, 일본산 콜라겐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분말, 음료, 푸딩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중국서 판매되고 있는 콜라겐 음료 [출처: 바이두]   2015년까지 중국 콜라겐 미용제품으로 사용된 콜라겐의 규모는 200억 위안 어치다. 이 시장은 매년 40%~60%씩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 후 중국이 전 세계에서 콜라겐 매출액 1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두 자녀 정책(全面二孩)’ 시행으로 중국에서는 아이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산모에게도 필수적인 칼슘, 철 등 관련 건강식품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두 자녀 정책 시행으로 산모건강을 위한 건강식품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출처: 픽사베이]  중국 의약·보건품 수출입상회 부주임 장중펑(張中朋)은 "현재 외국 건강식품은 비타민 보충, 광물질 등 원료에 한해 등록이 가능하나, 등록기준이 완화된다면 향후 중국 건강식품 시장의 발전과 더불어,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차이나랩 서유진 

    2017.04.05 07:00

  • 대만에 中 간첩 5000명? 첩보전에 목맨다

    대만에 中 간첩 5000명? 첩보전에 목맨다

    대만이 중국의 첩보활동을 다시 비판했다. BBC는 왕팅유 대만 전 국방위원회(現외교국방위원회) 의원장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대만 첩보 활동 예산이 증가해 수백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대만에서의 첩보 활동 혐의를 공식 부인해왔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의 첩보 활동은 1949년 분단 이후 계속돼왔다. ━ 원래 이 바닥엔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어  왕팅유는 차이잉원 총통 당선 이후 중국의 첩보 활동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마잉저우 전 총통과 달리,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차이잉원의 당선은 중국을 자극했다는 이유다. 방법도 가지가지다. 유학생 신분으로 위장하는가 하면, 결혼을 통해 아예 대만에 뿌리박기도 한단다. 혹은 대만 군인과 공무원들을 꾀어내 중국의 첩보활동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전화 중인 차이잉원 [출처: 중앙포토] 게다가 최근 벌어진 두 첩보 사건은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대만 정부 인사의 정보 유출 혐의와 중국 유학생 체포 사건이다. 올해 초 민주진보당 출신의 뤼슈렌(呂秀蓮) 대만 전 부총통의 보디가드가 대만 관련 정보를 중국 정부에 팔아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대만에서 공직을 사임한 후 중국으로 건너가 일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대만 정부의 고위층 인사의 측근조차도 대만의 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는 현지 신문의 사설이 실리기도 했다. 위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간첩죄 혐의로 체포된 중국 저우훙쉬(周泓旭) 유학생 사건이 대만을 강타했다. 대만 검찰은 그가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중국은 강력히 부인했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세력이 중국의 대만 내 첩보활동을 과장해 이번 일을 조작했을 것이라며, “이는 대만 사회에 혼란을 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왕팅유는 중국의 첩보 활동이 단순 ‘정보 수집’을 넘어 대만 사회에 분란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학생 간첩 사건과 관련해 대만에 5000여 명의 중국인 간첩이 있다는 일부 언론매체들의 보도 이후로 갖가지 유언비어가 떠돌았으나, 대만 정부가 이를 부인하며 일단락되기도 했다. 현재 대만 당국은 은퇴한 고위층 인사들의 중국 출장을 3년간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혀 더 험난해질 양안관계를 예고했다.    ━ 친구를 가까이 둬라, 그러나 적은 더 가까이 둬라  작년 12월 미국은 양안관계에 대해 “미국의 근본적 입장은 평화롭고 안정적인 양안관계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표면적으론 중국과 대만 사이에 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이 중국과 가까워질수록 미국에겐 위협이 된다. 대만의 군사 시스템은 미국과의 공조 하에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을 통해 대(對)미 첩보활동까지 한 셈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마잉주(馬英九, 2012-2016) 전 대만 총통은 친 중국 성향의 인사였다. 마잉주 집권 당시 중국과의 유대 강화가 강조되면서 중국과 대만 사이의 경제 교류는 급격히 증가했다. 당시 윌리엄 스탠튼 ATI 회장은 “대만과 중국 본토 사이에 급증하는 경제 교류가 미국의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대만 통제력이 높아지면서 대만과 긴밀한 안보 협력을 맺고 있는 미국의 군사 시스템까지 위협받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당시에도 미국과 대만은 공식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었다. 대신 ATI(미국·대만 협회)를 설립해 사실상 대사관 역할을 맡겼다.   대만 국방부는 곧바로 대(對)중 방첩 활동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직후 대만의 고위급 군 인사들이 대만의 방공 시스템 정보를 중국에 전달한 혐의로 체포되며 국방부의 반박을 무색하게 했다. 중국이 대만을 통해 대(對)미 첩보활동까지 한 셈이다.  차이나랩 조범선

    2017.04.04 12:00

  • MIT가 인정한 중국 기술! 쌍둥이도 구별하고, 범죄자도 잡는다?

    MIT가 인정한 중국 기술! 쌍둥이도 구별하고, 범죄자도 잡는다?

    # 2015년 3월 15일(현지시각) 독일 전자통신전시회(CeBIT). 기조 연설에 나선 알리바바 마윈(馬雲)이 스마트폰에 자신의 얼굴을 비치더니 독일 우표를 주문했다. 모바일 결제 앱 ‘알리페이’는 사전 등록된 마윈의 얼굴과 카메라에 비친 그의 얼굴을 비교해 결제를 승인했다. 알리바바가 ‘스마일 투페이’라는 안면 인식 시스템을 공개한 순간이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얼굴인식 결제’를 도입했다. 마윈 회장은 2015년 3월 15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전자통신박람회(CeBIT)2015에서 이 서비스를 ‘스마일 투 페이(Smile to Pay)’라고 소개하고 쇼핑 과정을 시연했다. [사진 알리바바] 그로부터 2년 후인 올해 3월 초.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행하는 과학기술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안면인식 결제를 ‘10대 혁신 기술’로 꼽으며 중국의 한 스타트업을 주목한다. 안면인식 소프트웨어인 ‘페이스 플러스플러스’(Face++·이하 페이스++)를 개발한 ‘메그비’(Megvii)가 주인공. 중국 안면인식 기술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안면인식 기술 상용화에서도 단연 ‘중국’이 앞선다. 활용 분야도 결제, 서비스 확인, 범죄자 추적 등 다양하다. 중국에서 1억2000만 명 이상이 쓰는 알리페이가 이 회사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도 메그비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합법적인 운전자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공안은 순찰차에 장착해 반경 60m 내에서 범죄 용의자를 찾는다.   지난해 11월 중국 저장성 우쩐에서 열린 세계인터넷 대회 박람회장에서 관람객들이 얼굴인식 기술 시연을 체험해 보고 있다. 무인카메라에 찍힌 관람객들의 얼굴을 인공지능으로 판독한 나이와 성별, 기분 상태 등의 데이터가 촬영 이력과 함께 화면에 나타난다. 이 기술은 사무자동화나 범죄방지 등 분야에서 활용된다 [사진 중앙포토] 메그비에 투자도 이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이폰 최대 조립업체인 대만 폭스콘과 안면인식 ATM 개발에 관심 있는 중국건설은행이 메그비에 1억 달러(12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은 안면인식 기술을 더 정교화하는 한편 금융 분야와 스마트 시티 그리고 로보틱스 개발에 쓰인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2012년엔 지치앙 허(和志强) 레노버 수석 부사장도 메그비에 자금을 댄 엔젤투자였음을 밝히기도 했다. 안면인식 기술은 글로벌 기업도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구글은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한 쇼핑 결제 서비스 ‘핸즈 프리’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페이스북·바이두 역시 셀카 인증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 출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윈도우10에 탑재된 ‘윈도우스 헬로’(Windows Hello)에 안면 인식 로그인 기능을 넣었다. 삼성전자도 지난 3월 30일 공개한 신제품 갤럭시S8은 기존의 지문인식과 홍채인식에 더해 안면인식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화면 잠금 해제용으로만 쓰였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메그비와 한 번씩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치 [사진 메그비]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손 내민 메그비, 그들은 누구일까. 2011년 인치(印奇), 탕원빈(唐文斌), 양슈(楊沐) 총 3명의 칭화대 공학도가 머리를 맞댔다. 학교 주최 창업 공모전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안면인식 기술을 탑재한 ‘우야라일러’(烏鴉來瞭·까마귀가 왔다)라는 게임을 내놨다. 공모전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애플스토어(중국 지역·2012년 기준) 게임 다운로드 순위 5위에까지 올랐다.   같은 해 6월 인치는 외신 한 토막을 접했다. 미국 페이스북이 이스라엘의 안면인식기술 회사인 ‘페이스닷컴’을 인수했다는 소식이었다. 중고생 때부터 중국 내 각종 프로그래밍 대회 우승을 휩쓸 정도로 천재인 인치와 탕원빈에겐 안면인식 기술의 남다른 사업성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그만큼 3명 모두 기술에 집중했다.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새로운 지식이 필요했다. 칭화대 졸업 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로 유학을 떠났다. 3D 컴퓨터 영상분야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하드웨어에 대한 감각을 익히려 노력했다.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치는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감응 장치 같은 하드웨어와 잘 연결해야 했다”며 “3명 다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했던 터라 미국에서 하드웨어 지식을 쌓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학업으로도 부족했는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컴퓨터 시각 분야 천재로 불리는 순젠(孫劍) 수석연구원도 영입했다.   기술에 집착한 덕분일까. 2014년 기술도 페이스북을 앞섰다. 회사가 생긴 지 3년 만의 일이었다. 이들을 취재했던 신화사에 따르면 당시 ‘페이스++’의 안면 인식률은 97.27%의 정확도를 자랑했다. 이는 97.25%를 기록했던 페이스북보다 근소하지만 앞선 결과였다.시가총액 45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이 1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중국 스타트업에 밀린 순간이었다. 군사 분야에 활용되는 인공지능. 페이스북 얼굴 인식 AI 알고리즘. [사진 중앙일보] 남다른 정확도 뒤에는 그들만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있었다. 메그비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탕원빈은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이라며 “수많은 얼굴의 눈·코·입 등을 빅데이터로 만들고, 분석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인식 결과를 더 정확하게 내놓는 것이 알고리즘의 핵심”이라고 했다. 메그비의 안면인식 기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했고, 얼굴에서 83개의 특징을 0.01초 만에 잡아내 쌍둥이까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다 1년 후인 2015년 메그비는 전환기를 맞는다. 독일에서 마윈 알리바바 CEO가 시연한 ‘스마일 투페이’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이 메그비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인치(印奇·29) 메그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메그비엔 벌써 5000만 달러 (560억원)이상 투자금을 받았고, 회사 가치는 2억 달러(2400억원)을 웃돈다. 물론 아직까지는 적자다. 로봇 시각영역에도 발을 내딛는 등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모바일 전자결제 시장은 지난 6200억 달러에서 2019년에는 1조80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단위 십억 달러, 자료 가트너] 중국 관련 시장도 빠르게 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문인식·안면인식 등 생체 인식을 포함한 세계 모바일 전자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6200억 달러(700조원)에서 2019년에는 1조800억 달러(120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논란의 여지는 있다. 뜻밖에도 보안 문제다. 안면인식은 속도 면에선 음성·홍채인식 다른 생체 인식보다 빠르지만, 사진만으로도 보안이 해제되는 경우도 있다. 안면인식 기술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생활 침해와 감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메그비의 혁신기술이 사회적 통제가 가장 엄격한 곳 중 하나인 중국에서 빠르게 보급되는 점은 아이러니다.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17.04.04 11:51

  • 5년차 월급이 650만원, 그런데도 사람이 없다

    5년차 월급이 650만원, 그런데도 사람이 없다

    디자인, 중국의 최대 약점이다.가격을 경쟁력으로 택한 중국 기업들은 자의반 타의 반으로 디자인을 외면해왔다. 그 결과 중국의 산업 디자인 수준은 독일, 일본, 한국 국가들과 비교해 한참 뒤처졌다. 짝퉁이라는 오명도 뒤따른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낮은 디자인 수준의 대명사가 됐다. [출처: 바이두] 이런 중국 기업들이 얼마 전부터 디자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높은 몸값을 제시하며 세계의 디자인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정부도 다양한 산업 디자인 육성 정책을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술력은 어느 정도 확보했으니, 이제는 디자인에 투자해 진정한 '일류'로 올라서겠다는 심산이다.  ━ 중국은 왜 디자인 후진국이 됐나?  중국 기업들의 디자인 투자 열기를 말하기 앞서, 중국은 왜 디자인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었던지 그 배경을 알아보자.   중국인들은 전기 스쿠터를 구입하는 데 약 1500~3000 위안을 소비한다. 소득 수준 중하층의 사람들의 생계 수단이다.  이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서는 차체와 도색에 질이 낮은 재료를 쓸 수밖에 없다. 물론 저가의 노동력이 투입된다. 또한 타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신제품 출시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야 한다. 자연스레 '디자인'은 논외가 될 수밖에 없다.  가성비의 상징 베이징 중관춘 전자시장, 다양한 짝퉁제품들이 팔려나간다. [출처: 바이두] 중국이 왜 디자인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었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많은 중국 기업들은 낮은 디자인 경쟁력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디자인에 투입될 돈을 아끼면 제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은 디자인은 포기했지만 전 세계 '서민'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었다.   이 같은 인식이 제품 생산과 디자인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했다. 지난 2009년 기준 독일의 전체 GDP에서 산업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0.55%였다. 같은 기간 중국의 GDP에 이 수치를 대입하면, 약 3721억 위안이 된다. 그러나  2011년 중국의 산업 디자인 시장 규모는 46억 위안에 불과했다. 중국 공업보는 현재 중국 기업들의 65%가 산업디자인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디자인 전문 잡지 월페이퍼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100명 중 중국에서 활약하는 사람은 단 2명뿐이다. 중국 제조업이 세계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과 비교해 초라한 숫자다.    이와 관련해 디자인 기업 뤄커커의 창업자이자, 중국의 유명 산업디자이너인 쟈웨이는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게 최고라는 인식 때문에 그동안 중국 제조업계는 '소비자'가 아닌 엔지니어가 주도해 왔다"며 "소비자들은 가격과 물건의 간단한 기능만 보고 물건을 구입하는데 익숙해 있었다"고 지적한다. 2010년을 기점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점도 중국의 디자인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가성비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업체들의 마진율이 떨어지면서 디자인 침해에 대응할 여력이 작아졌고, 이로 인해 상대방의 디자인을 베껴 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하는 게 당연시됐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중국 당국의 열악한 지원, 낮은 수준의 디자인 교육기관, 인재 유출 등이 중국을 디자인 약체국으로 만든 배경으로 꼽힌다.  ━ 선전, 디자인에 주목하다.  이처럼 디자인과는 담을 쌓아온 중국 기업들의 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해외에서 우수 디자이너들을 모셔오는 등 디자인 관련 투자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디자인 퍼스트"를 외치는 기업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선전. 유네스코가 선정한 디자인 창의 도시(서울은 2010년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중 한 곳이다. 최근 중국 산업계에서 불고 있는 디자인 붐의 발원지로 꼽힌다.   중국 기업의 제품들이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출처: 바이두]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꼽히는 2017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선전 소재 기업들이 총 142개의 상을 수상했다. 전체 중국 기업 수상(394)의 40%를 차지하는 숫자다. 전년(63%)과 비교해도 2배로 늘었다.    선전시의 유명 산업디자인 회사인 시가(ciga) 디자인이 영국 유명 디자이너 마이클 영과 협력해 만든 손목시계와, 디자인 회사 오르비보가 만든 스마트 멀티탭 S51이 금상을 수상했다.  이 같은 상승세를 반영하듯, IF 디자인 어워드 측은 최근 중국 선전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 중국 내 정상급 산업디자이너들과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출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남방 도시보에 따르면, 현재 선전에는 6000여 개의 산업 디자인 관련 회사가 있다. 이중 산업디자인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500여 개다. 지난 2016년 선전의 산업디자인 시장 가치는 69억 위안으로 전년대비 15% 늘었다.   첨단 하드웨어 중심지에서 산업 디자인의 수도로 거듭나고 있는 선전 [출처: 바이두] 신문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중국의 첨단 하드웨어 중심지인 선전에서부터 디자인 붐이 일고 있다"며 "이 같은 열기가 중국의 산업 업그레이드 정책 등과 맞물려 전국으로 확산해 나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국도 소매를 걷고 나섰다. 선전시 정부는 지난해 지역 내 디자인 플랫폼 업체 우셔왕과 손잡고 글로벌 디자인 파트너 영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수백만 위안 규모의 펀드를 조성, 해외의 우수 디자이너를 데려온다는 계획이다. 영국의 키치 디자인(Keech Design), 독일의 에버디자인(everdesign) 등 11개 글로벌 선두 디자인 팀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상태다.     ━ 10년 새 3200% 성장, 여전히 블루오션  최근 중국 제조 기업들의 총 투자액 중 외관 디자인에 투입되는 금액의 비중이 1%를 넘어서고 있다(중국 제일재경). 디자인 투자 비중이 5% 많게는 15%에 육박하는 미국, 유럽 기업들과 비교해 미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전과 비교해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주요 기업 간부 60명을 대상으로  중국 공업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지난 2013~2015년 디자인이 매출 증가, 수익률 개선, 시장 지위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94%가 제품의 품질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산업 디자인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덩달아 산업 디자이너들의 몸값도 치솟는다. 중국의 한 취업 정보 사이트를 보면 3~5년 차 경력자 기준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의 UI/UX 디자이너 월급은 각각 2~4만 위안(325만~651만원), 1.8만~3만 위안(293만원~488만원), 1.5만~3만 위안(244만원~488만원)이다.  3~5년 차 경력자 기준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의 디자이너 월급은 각각 2~4만 위안, 1.8만~3만 위안, 1.5만~3만 위안이다.[출처: 라거우왕] 2015년 기준 대졸자 평균 '연봉'이 8만 위안 대(약 1300만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특히 디자이너를 1~2명만 두고 있는 스타트업의 경우 디자이너들의 몸값은 이보다 더욱 높다는 전언이다.   각 지역 지방정부들도 디자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지원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중국 공업보에 따르면 지금까지 13개 성 정부가 산업 디자인 관련 정책을 내왔다. 이들 중 45%가 산업 디자이너들을 관리하는 공공 플랫폼을, 36%가 산업 디자인 우수업체를 지정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산업 밀집지역인 광둥성 둥관시 정부의 경우 ‘’산업디자인 중점 기업 관리 임시법‘’을 지정, 디자인 중점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 최대 10만위안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보조금 혜택 외에도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빅데이터, 전문훈련, 전문가 교류 플랫폼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오는 2018년 중국의 산업디자인 시장규모는 15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중국 선완훙위안 증권은 전망하고 있다. 2011년 46억 위안과 비교해 32배가 넘는 차이다.    ━ 디자인, 중국 경제를 부탁해  중국 기업들이 디자인에 투자하기 시작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열악한 디자인 경쟁력이 국가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중국 제품 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자에서 소비자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제조 2025. 정부 주도의 제조업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다. 부가가치가 낮은 기존의 전통 제조업에서 로봇, 신소재, 3D프린터, 스마트카 등 첨단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마디로 '양'에서 '질'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가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할 만큼 중요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중국제조 2025 [출처: 바이두]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은 산업 디자인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 제조업 업그레이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전통 제조업 시대와 달리, 첨단 제조 시대에서 산업 디자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디자인 플랫폼 기업 유니 오렌지의 쾅훙인 대표는 "중국은 장기간 모방에 디자인 산업을 의존해오면서 선진국과 비교해 혁신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의 제조는 거대한 시장 규모와 달리, 글로벌 제조 밸류체인의 가장 하단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결국 산업 디자인의 부흥이, 중국의 낙후된 제조 산업을 돌파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자오차오민 광저우증권 연구원도 일본 히타치의 분석을 인용 "1000만 엔 씩 매출이 증가할 때 디자인의 공헌이 52%인 반면 기술의 공헌은 21% 다"라며 "앞으로 기술력과 자본만 가지고는 절대 글로벌 제조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한 듯, 중국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하면서, 산업 전반의 디자인 역량을 기르기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개방형 산업디자인 회사를 지원하고, 국가 차원의 디자인 어워드를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큰 인기를 끈 샤오미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믹스 [출처: 샤오미] 일례로 지난해 10월 샤오미가 출시한 프리미엄 베젤리스 스마트폰 미믹스는 3999위안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팔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탓에 프리미엄이 최대 1000위안이 붙었다는 전언이다. 샤오미는 이 제품 디자인을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 인 필립스탁과 협업했으며, 출시까지 2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됐다. 알다시피 샤오미는 중국을 대표하는 가성비 전략 기업이다.   중국 뉴미디어 타이메이티는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성비보다 UX(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자리잡고 있다"며 "이같은 인식이 산업 디자인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며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이나랩 이승환

    2017.04.04 10:28

  • 중국 ‘스모그’도 신(新) 투자 테마다!

    중국 ‘스모그’도 신(新) 투자 테마다!

    스모그로 뒤덮인 서울. 대도시 서울과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시의 미세먼지 연 평균치가 최근 비슷하게 측정될 정도로 중국에서 날아오는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이로 인한 중국발 스모그도 한국에 큰 부담이다. 실제 중국은 어떨까? 2017년 3월 중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베이징의 스모그는 서울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4일간의 베이징 체류 기간 중 이틀은 정상적인 일정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 미세먼지가 눈 앞을 가릴 정도였다. 4차선 대로에서 건너편에 서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가시거리가 불과 몇 미터에 지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호흡조차 부담스러웠고, 당장 호흡기 질환을 걱정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당시 중국 정부도 미세먼지 주의보를 내린 상태였다. 이미 차량 5부제를 시행해 도로를 달리는 차량 수마저 대폭 줄어든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체류했던 마지막 날은 차량 2부제 즉 홀짝제를 시행했다.   재작년 12월 25일 중국 베이징의 대사관 구역 도로에서 공안요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통행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짙은 스모그가 발생한 이날 베이징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기준치보다 20배 이상 치솟았다. 중국 스모그는 한반도 전역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베이징, 4차선 도로 맞은편 사람도 안 보여 ━ 중국의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떠오른 환경오염 도망치듯 비행기에 몸을 실어 빠져나온 베이징. 필자가 10년 전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기대를 품고 당도했던 베이징과는 이미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환경오염이란 해묵은 주제가 중국 정부에겐 새삼 더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까.   베이징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스모그 현상은 상당수 동부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복돼 일어나고 있다. 원인이 뭘까. 우선 자동차 매연이다. 최근 들어 중국 자동차가 급증했다. 더불어 휘발유?경유도 옥탄가가 비교적 낮은 저품질 연료를 쓰고 있다. 다음으로 난방과 발전용으로 석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그만큼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 중국, WHO 기준치 20배 초과 4억6000만 명, 미세먼지 공포 시달려 지난해 11월 스모그로 뒤덮인 중국 베이징. 중국 북경 장안가 인근 도로에 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이날 미세먼지로 인해 인근의 건물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사진 중앙포토]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의 미세먼지 권고치가 25㎍/㎥(마이크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베이징은 기준치의 20배를 웃돈다. 2016년 12월에는 중국 전체 5분 1에 해당하는 지역을 스모그가 뒤덮고, 4억6000만 명이 고통에 시달렸다.   중국 중북부 지역 학교는 1주일간 휴교에 나섰고, 일부 공장은 생산 중단 조치를 통보받았다. 수십 개 도시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고, 노인과 어린이 등 호흡기 환자도 급증했다. 이외에도 대규모 비행기 결항 사태, 고속도로 폐쇄 및 교통사고 등 스모그가 중국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했던 셈이다.   ━ 중국 정부 특단의 조치, 양회 주요 의제로 확정 맑은 날 1년 중 292일 확보하라!중국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국무원(정부)은 제13차 국민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2016~ 2020년)에서 생태 환경보호를 주요 목표로 확정해 공표했다. 이 계획에는 대기·수질·토양 등 총 12항목에 걸쳐 세운 엄격한 오염 규제 기준이 담겨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베이징·상하이 등 전국 주요 도시 338곳은 대기가 맑은 날을 2015년 기준인 280일(76.7%)에서 2020년 292일(80%)로 끌어올려라!중국 당국의 의지도 담겼다. 일종의 ‘강제성’이 드러난 문구도 넣었다.  목표치 달성 결과를 해당 지역 간부 평가에 반영할 것대기오염은 그만큼 심각한 문제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선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였다.   중국 상하이도 베이징만큼이나 대기오염이 심각했다. 사진은 짙게 낀 스모그에 덮인 상하이 푸동 [사진 Sky News] 환경오염은 문제 해결은 자연스레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 환경보호부에 따르면, 13.5규획 기간 내 대기오염 처리 및 방지에 대한 투자 규모는 무려 1조8000억 위안(약 324조원)으로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12.5규획에서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투자했던 3500억 위안(58조9000억원)에 5배에 달한다. 앞으로 중국에서 대기오염 처리, 방지 관련 설비 투자에 엄청난 자금이 몰릴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미세먼지는 우리 대기 상태엔 위기 요인이지만, 중국 친환경 산업에 투자할 기회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 환경 관련 우량주를 찾으려면 산업을 이해해야 한다. 대기오염 처리 시장 구조부터 알아보자. 관련 밸류체인은 제품·설비·공사?운영으로 구분한다. 대표적인 제품은 정화제·여과제·약품·촉매제가 있다. 설비는 뭐가 있을까. 탈황/탈질(탈질소) 설비 등이 있을 것이다.   ━ 환경오염 처리 기업, ‘청신환경’ 뜬다! ‘중국생물제약’, ‘중국복성제약’ 제약사도 관심 둬야공사의 경우 환경오염 처리를 전반적으로 관장할 수 있는 시설을 설계·시공·설치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운영은 공장 내 시설·설비를 설치하고, 유지·관리 보수 등 제반 서비스 업무다. 이렇게 따지다 보니 한 기업이 눈에 확 들어온다. 청신환경(Beijing SPC Environment)이다.   청신환경 회사 홈페이지 [사진 청신환경] 헬스케어 산업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인들 소득이 오르고, 환경문제는 심각해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호흡기 관련 헬스케어 회사들부터 꼼꼼히 찾아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생물제약이나 중국복성제약과 같은 기업이 당분간 집중 조명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약사도 이 분야에서 수혜가 예상될 정도로 중국 시장은 역시 대단히 컸다.   글=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2017.04.03 16:00

  • 중국 문화엔터산업, 한류에 반격이 시작된다

    중국 문화엔터산업, 한류에 반격이 시작된다

    - 중국 영화 시장만 연 400억 위안  - 영화 속 고대도시들 복원해 여행지로 창조  - 음악창작자에 수익 돌아가는 플랫폼 선보여 창조경제. 중국에서는 창의경제라고 하는데요. 24일 보아오 포럼에서 다뤄진 창조경제의 부제를 보면 중국이 생각하는 창조경제의 명확한 컨셉이 잡힙니다. ‘문명고국(古國, 문명이 오래된 국가)에서문창강국(文創强國, 문화창조 강국)으로’창조경제를 문화엔터테인먼트로 선명하게 규정한 것이죠. 안젤라 베이비 등 유명배우들의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의 왕중레이 부총재, 영화배우 장쯔이의 남편인 왕펑 비트뮤직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중국의 창조경제 세션. 가운데가 장쯔이의 남편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가수인 왕펑이다. [출처: 차이나랩]  왕펑(汪峰) 비트뮤직 대표(영화배우 장쯔이의 남편)=저는 대중가수인데 과거와 지금의 음악시장이 너무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제가 1집을 낼 때 녹음비까지 포함해서 10만 위안을 받았다. 지금은 솔직히 누가 돈을 주지 않는다. 음악 창작자 입장에서 보면 음악시장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도태된 것처럼 보인다. 음악을 좋아하는 청년이 음반을 내고 노래를 만들려 해도 일단 금전적인 부분이 걸린다. 영화와 음악을 비교해볼까. 영화 시장이 연간 400억 위안인데 음악은 얼마일 것 같은가? 90억 위안이다. 진짜 그런지 모르겠지만, 랍스터 시장보다 적을지도...(웃음). 그래서 제가 비트 뮤직을 만들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발표하고 팔리면 바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연결 지은 거다. 제가 믿는 구석이 있는데 바로 모바일이다. 여러분들의 휴대폰 안에 음악 한 두 곡쯤은 있을 것이다. 비록 CD를 사서 듣는 시대는 지났지만 이제는 모바일을 통해 음악 소비를 더 넓힐 방법을 찾으려 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예컨대 음악을 추천하고 그 음악추천에 만족하면 추천자에게도 수익이 돌아가는 방식도 생각해볼만 하다. 이 역시 창조경제의 일환이다.   [출처: 셔터스톡]  왕중레이(王中磊) 화이브라더스 부총재=저희는 영화 찍는 회사다. 중국 전역에서 촬영을 하다보면 문화유적지들이 보호가 잘 안 되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다. 과거 전란(戰亂)이후 복원되지 않은 곳도 있고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파괴된 지역도 있다. 저희는 사극을 찍을 때가 많은데 과거의 사료(史料)를 보고 옛 거리들을 다시 복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복원 작업이 끝나고 영화를 찍은 뒤에 그 부지를 다시 돌려줘야 하므로 세트를 허물어버릴 때가 있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우리는 여러 지방정부 중에 협조를 얻는 곳들을 찾았다. 충칭이 그러했는데 1942년 당시의 거리를 복원해냈고 충칭시 정부가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도시가 영화를 통해 다시 재생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지원할 지방정부들을 찾고 있다. 여기 하이커우(보아오 포럼이 열린 지역)도 그렇다. 이걸 해보니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유용하다. 영화는 대중들의 관심이 많은 예술 방식이다. 저희가 거리를 복원한 뒤에 여행객들이 너무나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와, 충칭의 옛 거리가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수백만 명이 와서 여행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하이커우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본다. 영화를 찍다보면 “중국은 정말 깊은 문명을 가진 국가구나”라는 걸 느낀다. 안후이와 후난 등 여러 곳을 돌며 느꼈다. 영화와 건축을 합쳐보자. 많은 중국의 도시에서 이미 없어진 문명들을 다시금 복원시키는 아름다운 작업을 해보자. 창사(長沙)의 옛 도시도 완전히 복원해낼 것이다. 보존 가치가 충분하다. 수천 년 문명을 지닌 중국은 영화라는 훌륭한 방식을 통해 산업과 인재를 키울 수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중국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제 딸만 해도 영화업계에 들어왔다. 창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덧붙이자면 왕펑은 음악 산업이 걱정된다 했는데 저는 별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음악은 수천 년 전부터 존재한 문화방식이다. 영화는 이제 막 태동했다. 음악은 문제없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감정을 갖고 있고 그 감정표현의 정점은 음악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왕중레이 [출처: 중앙포토]  데이비드 추(대만 화교이며 의류브랜드인 ‘노티카’의 창시자)=저는 패션업계에 종사해오면서 창조에 관해 계속 고민해왔다. 제가 보기에 좋은 디자인, 좋은 색감은 유니버설하다. 전 세계에 먹힐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먹고 쓰고 입는 것 자체가 인류 진화의 산물이며 문화이다.   요즘 문화 소비자들은 ‘진정성’을 따진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에는 오리지널함과 디테일함이 필요하다. 또 어떤 새로운 것을 창조하더라도 로컬 문화가 갖고 있는 근원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름다움, 좋은 품질, 합리적인 가격에 디자인이 합쳐지면 그게 곧 문화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문화는 20~50년을 거치며 다시 돌아온다는 점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다시 올 때는 새로운 모습으로 오는 것이다. 선대들에게는 익숙한 것이어도 후대들에게는 처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앞서 패널들이 이야기한 “크리에이터(창작자)에게 인텐시브를 줘야한다”는 말에 동감한다. 그게 있어야 창작자에게 동기가 부여되고 문화 창조가 일어난다. [출처: 셔터스톡]   포럼 말미엔 중국 취재진으로부터 한국의 문화엔터 산업과 연관된 질문도 나왔습니다. “한국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 하에 문화가 융성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는데요. 이 질문을 들은 참석자들은 “기업 한 두 곳이 문화를 진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국도) 정부의 도움이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오락,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키우고 싶다면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중국이 문화산업에서도 반격을 하고 있다. 중국서 인기를 끈 태양의 후예. 출처: KBS 캡처]  몇 년 전이었죠.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등을 예로 들며 “중국도 문화창조 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분발하고 나선 게 말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중국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음악 등 전 분야에 걸쳐서요.   [하이난 보아오에서] 차이나랩 서유진, 정리=차이나랩 조범선

    2017.04.03 12:00

  • 그들은 왜 중국 시장에서 보따리를 싸야 했나?

    그들은 왜 중국 시장에서 보따리를 싸야 했나?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현지 중국 기업에게 밀려 보따리를 싸야 한 사례는 많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들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단지 사드를 말함이 아니다. 중국 기업에 밀려나야 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지적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중국 기업,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를 말이다. 중국 시장이라는 그라운드에서 만날 경쟁 상대(敵手)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전술을 짤 것 아닌가. 오늘 알리바바와 이베이의 얘기를 해보자. 전자상거래의 기준을 제시했던 이베이가 왜 중국에서 알리바바에 밀려 시장에서 퇴출당한 지를 말이다.  [사진 각 사]우선, 시장을 보는 '칸파(看法)'가 달랐다. 중국 현지 기업과 외국 투자기업은 시장 전략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의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김흥수 김앤장 고문은 중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시장을 연구해 온 현장 전문가다. 삼성맨 출신, 2003년 CJ와 상하이미이더그룹(SMG)이 설립한 홈쇼핑 채널인 동방 CJ 총경리(CEO)로 일해왔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서방 기업들은 영업이익(수익률)을 중시하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시장 영향력)을 중시합니다. 먼저 점유율을 높이고 그다음에 수익률을 보지요. 반면 서방 기업들은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시장 점유율은 의미가 없다고 간주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누가 이기겠습니까? 시장 가진 측이 이기는 겁니다.그 과정을 보자.   미국의 C2C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이베이가 중국에 진출한 건 2003년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먹을 것으로 모두 예상했고, 실제로 그리 돌아가는 듯싶었다. 많은 기업이 이베이 플랫폼에 물건을 내놓고,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이베이의 수익(입점 수수료)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베이의 중국어 홈페이지 화면. 한산한 느낌이다. [사진 www.ebay.cn]당시만 해도 알리바바는 B2B에 치중하는 작은 전자상거래 업체였다. 어떻게 이베이 공략을 막아낼까. 알리바바의 마윈이 승부수를 던진다. 같은 해 '타오바오'라는 C2C 플랫폼을 만들고 이베이 영역에 도전한 것이다. 여기서 중국 기업 특유의 '마켓셰어 퍼스트(Market share First)' 전략이 나온 겁니다. 알리바바는 수수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는 공짜로 포스팅하니까 좋은 거죠. 어디로 가겠습니까. 당연히 타오바오로 몰린 거지요. 포스팅하는 물건이 많은 플랫폼이 이기는 법입니다. 피나는 경쟁 4년, 이베이는 결국 짐을 싸야 했지요.그렇게 이베이는 시장점유율을 높였고 적을 몰아냈다. 이베이가 떠난 뒤 전자상거래 시장은 알리바바 차지였다. 알리바바는 천사가 아니다. 마윈은 '타오바오 상품 검색에서 상위 노출되려면 돈을 내시오'라는 비즈모델로 돈을 긁어 모았다.    항상 그런 식이다. 중국 기업들은 적의 핵심을 찌른다. 물량공세를 통해, 아니면 자본력을 동원해 경쟁자의 목을 눌러버려 질식 시킨다. 그렇게 시장을 확보한 뒤 본색을 드러낸다.   마윈 [사진 이매진차이나]이베이가 쓴맛을 봐야 했던 또다른 요인은 문화에 대한 이해다. 김도인 시노스퀘어 대표는 최근 '로컬 차이나'라는 책을 쓴 중국시장 마케팅 기업 시장 분석가. 그는 문화에 대한 이해에서 답을 찾는다. 그가 최근 '네이버 중국'에 쓴 글을 그대로 가져오면 이렇다.   알리바바는 2004년 알리왕왕이라는 이름의 실시간 대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베이(ebay)가 이취왕(易趣網)에서 'Q&A 게시판'을 통해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던 때였다. 알리왕왕은 이취왕과는 달랐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실시간 채팅이나 음성(영상)통화로 대화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했다. 중국인들은 온라인상에서의 거래라 하더라도 '확인'하고 싶어한다는 속성을 놓치지 않았다. 알리왕왕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바로 이 '신뢰의 갭'을 매워준 것이다.중국인들은 서로를 잘 믿지 못한다. 가짜가 많으니, 꼭 확인해보고 싶어한다. 알리바바는 알리왕왕을 통해 그 문제를 해소한 것이다. 알리페이를 통해 제3자 지불보증 시스템을 구현했다. 모든 게 법과 제도가 신뢰를 보증하는 풍토에 익숙한 이베이가 이를 알리 없다.  광고 카피를 한 줄 만들더라도 중국인의 습성을 파악해야 하고, 협상을 할 때에도 그들의 협상술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걸 모른 채 중국 소비시장에 달려들면 망하기 십상이다.또 다른 키워드는 국가와의 관계다.   주지하다시피 알리바바는 민영기업이다. 마윈이 세우고, 소프트뱅크 등이 투자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국가와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과연 그럴까?   알리바바는 IPO(기업공개)를 위한 증시를 상하이나 홍콩이 아닌 뉴욕을 선택했다. 이상하지 않는가? 그렇게 좋은 기업을 서방의 투자가들의 입에 던져놓으니 말이다. 게다가 국내의 재무정보가 모두 뉴욕에 공개되어야 하는데... 김흥수 고문의 얘기를 다시 들어보자.   처음에는 중국 당국도 뉴욕으로 가는 것에 대해 반했습니다. 홍콩을 권했죠. 그러나 마윈이 설득했습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만 달라. 미국에 가서 반드시 적들을 꺾고 오겠다'라고 말이지요. 지금 중국의 최대 관심은 '어떻게 하면 미국의 자존심을 꺾느냐'에 있습니다. 아마존을 무찌르고 오겠다는 말에 허가를 내준 것이지요. 실제로 마윈은 그 어느 미국 IT기업이 하지 못했던 액수로 IPO에 성공합니다.민영기업인 알리바바가 중국 국가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변한 것이다. 렌샹이 IBM PC를 인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마윈 품으로. [사진 이매진차이나]알리바바는 홍콩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대표적인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먹었다. 홍콩 언론사가 사업상 필요했을까? 물론 그랬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홍콩 언론계에서는 '중국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마윈이 홍콩 언론을 장악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지를 간파하고 먼저 움직였거나, 아니면 당국이 알리바바로 하여금 매입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분석입니다. 홍콩 언론계 사정에 밝은 김진호 단국대학 교수의 말이다.   중국에 민영기업은 많다. 그렇다고 이들이 순전히 국가와 따로 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화웨이도, 레노버도, 샤오미...그들은 모두 국가가 쳐 놓은 그물 안에서 놀고 있는 작은 새일뿐이다.   외국 기업이 보기에 중국 기업은 얼핏 허술해 보인다. 그러나 어느 정도 맷집을 키운다 싶으면 이내 경쟁자로 다가오고, 피튀기는 시장 쟁탈전을 각오해야 한다.  중국 기업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이 중국 기업과 싸운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백전백패다.   차이나랩 한우덕

    2017.04.03 07:00

  • 죽느냐, 사느냐...뜨거운 청춘의 강렬한 몸짓

    죽느냐, 사느냐...뜨거운 청춘의 강렬한 몸짓

     ━ 영화 ‘패왕별희’ 전통과 경극, 그리고 스크린의 만남 중국 콘텐츠의 가능성을 증명하다중국적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패왕별희’를 꼽았다. 죽느냐, 사느냐.. 뜨겁게 살다 간 청춘의 강렬한 몸짓이 돋보였기 때문일까? 개봉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국영이 맡았던 디에이(蝶衣)가 짙은 분장을 하는 포스터는 많은 이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나 보다.   ‘패왕별희’는 중원을 평정하겠다는 큰 꿈을 품고 전장을 누볐던 초(楚) 패왕(覇王) 항우(項羽)의 이야기다. 끝내 한(漢) 유방(劉邦)의 계략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항우에게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애마 추(騶)와 애첩 우희(虞姬)가 있었다. 꿈도 사랑도 잃을 처지에 놓인 항우는 “역발산혜여 기개세로다…”는 저 유명한 노래를 부르면서 모든 것을 떠나보낸다. 영화 ‘패왕별희’ [사진 셔터스톡, 네이버영화] 이 흥미진진하고 로맨틱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청대에 이르러 만개한 경극(京劇)이라는 새로운 연극과 만났다. 다시 그리고 숱한 현대사의 곡절을 지나 천카이거의 영화와 만났다. ‘패왕별희’는 관객이 가장 사랑한 중국영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전통문화와 굴곡진 현대를 함께 보여준 영화가 됐다. 천카이거는 자신의 재주를 한껏 드러내면서 ‘황토지’ 같은 진지한 실험영화도 아니고, ‘대열병’처럼 살짝은 위험한 정치적 영화도 아니고, ‘현위의 인생’처럼 구도의 길을 추구하는 인생에 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영화도 아닌, 적당히 상업적이고 적당히 대중적이면서도 적당한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 ‘패왕별희’ 속 장면. 영화 속 경극에서 각각 우희와 패왕역을 맡은 디에이와 샤오러우 [사진 네이버영화] 영화는 1920년대 중엽, 북양군벌이 베이징 일원을 장악하고 있던 시절 이야기다. 베이징의 경극학교에서 길러진 두 소년은 험난한 교육을 마친 뒤 경극 무대에 오르게 된다. 디에이는 우희의 역할을, 샤오러우는 패왕의 역할을 맡아서 열연한 그들의 경극은 금세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샤오러우는 바로 그 때 홍등가의 아가씨 쥐시안과 열애에 빠져들고 있었다. 경극의 연기가 곧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디에이는 샤오러우를 향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으나, 결국 사랑을 잃고 일본 군인들과 돈 많은 영감을 전전하다가 아편쟁이가 되고 만다.  중일전쟁과 국민당의 귀환, 사회주의 혁명, 문화대혁명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치면서 세 사람의 운명은 비극적으로 갈라진다. 영화는 수천 년 전 역사 이야기와 연극 이야기가 현대사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마치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하는 것 같은 형국이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중국의 역사가 이야기가 되고, 다시 연극이 되고, 또 다시 영화가 되어 왔는지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영화 ‘패왕별희’ 속 장면 [사진 네이버영화] 중국 전통 연극의 대명사인 ‘경극’은 ‘베이징 오페라’라는 널리 알려진 영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베이징의 연극이었다. 중국에는 지역마다 이렇게 자신을 대표하는 연극들, 즉 여러 지방극이 있어 왔다. 남부의 곤곡(崑曲)이나 상하이 일대의 월극(越劇), 허난(河南) 일대의 예극(豫劇)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짐작하듯이 이 연극들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청대 중엽 이후에 시작되어 민국(民國) 초기 시절에 성행했다. 그 중에서도 경극이 가장 대표적인 형태로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매란방(梅蘭芳)이라는 출중한 배우와 그의 연극이 1930년대를 전후하여 유럽으로 널리 퍼져나가면서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경극 ‘패왕별희’ [사진 셔터스톡] 경극은 배우 얼굴의 분장 색으로 캐릭터의 특징을 구분할 수 있고, 노래와 대사, 동작이 어우러지는 연기가 있으며, 소품이나 배경을 활용하지 않으면서 손동작 등 최소한의 장치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고, 여자 역할도 남자 배우가 해야 할 뿐 아니라 한 번 맡은 역할은 배우 생활을 그만 둘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또 경극은 매우 실용적인 극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즉 경영과 연기가 분리된 시스템을 활용해 극단 운영의 합리화를 추구했던 것이다.  영화 ‘패왕별희’가 흥미로운 것은 바로 경극을 둘러 싼 이러한 안팎의 이야기가 조밀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육손으로 태어났기에 경극을 위해서 손가락을 자를 수밖에 없었던 디에이는 그렇게 ‘거세’의 상징을 통해 거듭나고, 스스로 우희가 되어 갔다. 몰락한 환관이나 일본군을 위해 봉사하는 일은 극단의 경영을 위한 선택이었다……. 겨우 200년 남짓한 역사를 이어온 경극은 20세기 중반부터 급격히 추락했다. 그러니 오늘날 중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경극을 손꼽는 이들은 무언가 자신이 원하는, 자신이 보고 싶은, 자신이 미리 정해 놓은 중국적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콘텐츠라도 시대의 필요 속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거듭나는 것은 운명이다. 그러니 이제 젊은이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 쇠락한 경극 극장을 대신하는 21세기다운 콘텐츠를 창조해야겠다는 중국의 고민도 함께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글=임대근 한국외대 교수정리=차이나랩 임서영 

    2017.04.02 12:00

  • 조자룡이 아두를 구해 유비가 천하를 놓쳤다?

    조자룡이 아두를 구해 유비가 천하를 놓쳤다?

    슬픈 만가 속에 고향은 멀어지고송곳바람만 우우우 뼈 속을 파고든다십 만 목숨 어지럽게 눈물 흘리는데앞길은 아스라이 보이지 않는구나!전쟁터 아닌 곳은 그 어디인가길섶엔 새로 생긴 무덤길만 빼곡하다주린 배를 움켜쥐고 흙물을 핥노니고향 텃밭 묵은 김을 다시 뽑기 위함이다 서기 208년. 천하통일을 위한 조조의 50만 대군이 남하를 시작한다. 형주는 전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유장의 항복으로 조조군은 형주성에 무혈입성 한다. 유장의 가신들은 제 한 몸 지키기에만 바빴다. 파죽지세(破竹之勢). 조조의 군영은 사기가 충천하였다. 중과부적(衆寡不敵). 유비는 조조의 대군을 상대할 수 없었다. 유비군이 강릉으로 후퇴하니 십 만 명의 백성이 따라나섰다. 갈 길은 멀고 하루해는 짧았다. 조조는 배은망덕한 유비를 반드시 척살하고 싶었다. 정예기병 5천을 이끌고 밤낮으로 추격을 명한다. 사태는 급박해지고 유비의 장수들은 몸이 달았다. 백성을 버리고 몸부터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 진언하자 유비가 울면서 말한다. 조조의 50만 대군 [사진 e301닷컴] 큰일을 할 사람은 항상 백성을 근원으로 삼는다. 이렇게 백성들이 나를 믿고 따르는데 어찌 이들을 버린단 말이냐! 이 자리서 죽더라도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유비의 이 말에 온 백성이 울고 온 산천이 울었다. 유비는 당양(當陽)에서 조조군과 부닥쳤다. 2천의 군사로 어찌 기세등등한 조조군을 막을 수 있겠는가. 장비가 쫓겨 달아나 겨우 몸을 숨겼다. 그 사이 가족과 장수들은 물론 따르던 백성들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유비의 비통함은 통곡으로 이어졌다.   조운은 유비 가솔을 보호하였는데 유비의 두 부인과 아들 아두(阿斗)를 잃은 죄책감에 정신이 혼미하였다. 병사 수 십 명과 함께 다시 적진으로 달려들었다. 간옹과 감부인을 구해내고 포로로 잡힌 미축도 살렸다. 하지만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조운은 혈혈단신이었지만 죽을 각오를 하니 오히려 편안하였다. 마침내 미부인과 아두를 찾아냈으나 미부인은 상처가 깊어 아두를 부탁하고 우물로 뛰어들었다. 조자룡이 아두를 갑옷 속에 품고 말을 달리자 조조의 정예군이 막아섰다. 나는 상산의 조자룡이다. 길을 비키지 않는 자 모두 죽으리라!조자룡의 눈에서 섬광이 일고 창검을 쥔 손은 번개와 같았다. 조조도 감탄하며 조자룡을 사로잡으라 한다. 그러나 상산의 호랑이는 잡히지 않고 조조의 장수 50여명을 말에서 떨어뜨리며 적진을 빠져나갔다. 조자룡이 아두를 구하는 모습 [사진 CCTV] 전포에 핏자죽 넘쳐 갑옷까지 붉게 스며드니 血染征袍透甲紅당양에서 누가 감히 그와 대적하겠는가. 當陽誰敢與爭鋒예로부터 적진 뚫고 주인을 구한 이는 古來衝陳扶危主오직 상산의 조자룡뿐이었네. 只有常山趙子龍 조자룡이 장판파에서 무아지경의 무예솜씨를 보이며 아두를 구해내는 모습에 빠져들지 않을 독자는 없다. 조자룡이 아두를 구한 장판파(長板坡)는 호북성(湖北省) 당양(當陽)에 있다. 옛날 장판파 자리에는 상수리나무가 울창했다고 한다. 그래서 옛 이름도 ‘역림장판(?林長板)’이었다. 하지만 청나라 때까지 계속된 벌목으로 민둥산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장판파공원만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다. 공원 앞 삼거리 한복판에는 아두를 품에 안고 말은 탄 채 긴 창과 청룡검을 들고 있는 조자룡의 동상이 늠름하다. 삼국지 조자룡의 무대인 당양에 온 것이 실감났다.   장판파공원 입구와 조자룡상 [사진 허우범] 10여년 만에 다시 찾아오니 많이 변했다. 새롭게 단장한 공원에 들어서니 3층 누각인 자룡각이 고풍스럽다. 자룡각을 돌아 공원의 중앙 뜰로 나오니 힘찬 필치의 ‘장판웅풍(長板雄風)’ 비석이 우뚝하다. 조자룡의 무용담은 이곳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미 명나라 만력 10년(1582년)에 ‘장판웅풍’ 비석을 세울 정도로 오래되었다. 현재의 비석은 중일전쟁 때 파괴된 것을 1947년에 다시 만든 것이다. 장판파공원은 이 비석을 중심으로 1980년대에 조성한 것이다.   공원 뜰에는 백마를 탄 채 창을 들고 에워싼 조조군을 무찌르는 조자룡의 석상만이 우뚝하다. 예전에 왔을 때는 조자룡의 용감무쌍한 무예에 넋이 빠진 듯 바라보는 조조, 장판교를 막고 호령하는 장비, 아두를 땅바닥에 던지는 유비 등 장판파 전투 현장을 생동감 있게 표현해 놓은 소상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조자룡의 용맹한 모습만 표현해 놓았다. 장판파 전투 장면을 상상하기에는 예전의 모습들이 훨씬 즐거울 듯하다.   공원 주위의 상점이나 가게 그리고 호텔은 ‘장판파’니 ‘자룡’이니 하는 상호를 자랑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가히 조자룡의 고향보다도 더 조자룡을 사랑하는 도시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조자룡의 무용담을 알리는 ‘장판웅풍’ 비석 [사진 허우범] 장판파공원서 북서쪽으로 1㎞ 지점에 낭랑정(娘娘井)이라는 우물이 있었다. 미부인이 조자룡에게 아두를 부탁하고 투신한 곳이다. 후세 사람들이 우물 옆에 미후사(靡后祠)라는 사당을 지어 그녀의 넋을 위로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우물도 사당도 흔적이 없다. 대신 우물이 있었을 곳에는 작은 정자만 덩그렇고, 미부인이 아두를 껴안고 숨어있었다는 태자교(太子橋)는 그 터만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 미부인은 장판파 전투 이전에 죽었으니 조자룡에게 아두를 부탁한 것은 미부인이 아닌 감부인이었을 것이다. 장판파 주위를 동서로 1㎞ 정도 뻗은 낮은 산이 있다. 병풍을 둘러친 것 같다하여 금병산(錦屛山)이라고 하는데 소설에서는 경산(景山)이라 하였다. 조자룡이 아두를 구해낸 태자교터 [사진 허우범] 이곳은 조조가 전투를 지휘한 곳인데 조자룡이 겹겹의 포위망 속에서도 종횡무진 용맹을 떨치는 모습을 보고 생포하라고 한 곳이다. 이 덕분에 조자룡은 화살을 맞지 않고 탈출할 수 있었다. 인재에 욕심 많은 조조의 눈에 들어 화를 면한 셈이니, 인재는 아군이던 적군이던 어느 곳에서도 환영을 받는다.진수는 조자룡이 장판파 전투에서 ‘아두와 감부인을 재난에서 면하게 하여 아문장군으로 승진했다’고 간단하게 기록하였다. 나관중은 이러한 기록과 구전을 바탕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관우 장비와는 또 다른 조운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그리하여 조자룡이 아두를 구해낸 일(單騎救阿斗)을 천고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었다. 이는 잡극과 경극에까지 이어져 오늘날도 ‘상산 조자룡’이란 이름을 흠모하게 하였으니, 나관중이야말로 천부적 재질을 타고난 작가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만약 당시 조자룡이 아두를 구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무능한 아두 대신 다른 이가 촉한의 황통을 이어받았다면, 삼국의 승자는 조조가 아니라 유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념에 젖어본다.   신으로 아두를 구하는 장면을 묘사한 자룡상 [사진 허우범] 소설을 몇 번 읽은 사람들이라면 관우와 장비보다도 조운을 좋아한다. 소설에서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관우와 장비의 활약이 더 용감무쌍하였다. 또한 조운은 마초, 황충, 위연에게도 미치지 못했는데 어째서 그를 더 좋아할까? 그것은 조운이 진솔하기 때문일 터이다.  조운의 자는 자룡(子龍)이다. 상산(常山) 진정현(眞定縣) 출신으로 현재의 하북(河北)성 석가장(石家庄) 근처의 정정(正定)사람이다. 180㎝가 넘는 훤칠한 키에 무인으로서의 웅장함과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생각도 올바르고 행동도 단정했다. 주민들이 원소를 따르고 있던 시기에 조운은 용병을 이끌고 공손찬에게로 갔다. 공손찬이 모두 원소를 따르는데 어찌하여 나를 따르느냐고 떠보았다.천하가 흉흉하여 어느 누가 맞는지 알 수 없기에 백성들은 보이는 것만을 따르는 실정입니다. 우리 고을은 어진 정치를 하는 분을 따르는 것이지, 원공(袁公)을 멀리하매 장군을 따르는 것은 정녕코 아닙니다.조운의 삶의 철학은 어진 정치를 펴는 인물을 주인으로 모시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세에 자신의 주인을 찾기 위해 원소를 생각했었고, 공손찬에게도 갔지만 조운의 철학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반면에 유비야말로 자신의 세계관에 부합되는 주군임을 알고 평생 유비를 위해 헌신한다. 새롭게 단장한 장판파공원 모습 [사진 허우범] 조운은 ‘온몸이 담덩어리’인 ‘범 같은 장군’이다. 그는 소설 전편에 걸쳐 많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장판파에서 유선과 감부인을 구해낸 것 외에는 커다란 전과(戰果)는 없다. 이는 조운이 유비나 제갈량의 신변을 보호하는 일을 수행하느라 독자적인 작전을 맡을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조운이 유비와 제갈량의 신변경호를 전담한 것은 뛰어난 무예를 갖추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조운은 무장들에게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성과는 다르게 대의(大義)를 인식하고 이를 우선시하였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도 겸손하고 신중하며 공정무사 하였다. 또한 항상 충직하였으며 대의에 어긋나는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직간(直諫)할 줄 알았다. 유비가 익주를 차지하고 성도(成都) 주변의 땅을 장수들에게 주려고하자 민심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나, 오를 정벌하려 할 때에도 전략적인 정세를 설명하며 적극 만류한 것도 조운의 충직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북 정정현 고향에 있는 조자룡상 [사진 허우범] 조운의 이러한 특성이 호위업무에 적격이었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유비의 시작은 ‘도원결의’로 대변되듯 유협심으로 뭉친 일군의 불량배집단 수준이었다. 그러다보니 지휘체계나 군신관계의 질서는 유명무실하였다. 삼국정립을 통한 한나라의 부흥을 꾀하는 유비가 조직의 확장에 따른 국가제도의 정비를 앞두고 관우와 장비에게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하여 항상 ‘불효보다 불충이 더 큰 죄’라고 외치며 군신관계로 깍듯이 대하는 조운이 필요했던 것이다. 정의(情義)로움은 꿀이 넘친다. 그래서 꿀맛에 빠져 꽃잎이 시드는 것도 모르다가 함께 떨어진다. 정의(正義)로움은 가시가 많다. 그래서 멀리하다가 일이 다 틀어진 후에야 그 뜻의 진정(眞正)함을 안다. 전자는 달지만 오래가지 않고, 후자는 쓰지만 영원하다.   글=허우범 작가정리=차이나랩 

    2017.04.02 07:00

  • 중국 방산계의 블루오션 무인기

    중국 방산계의 블루오션 무인기

    중국 방산업체의 능력중국 군사전문가들이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이슈다. 방산업체가 연구와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왜일까. 미국 등 서구 방산업체와 비교되는 것을 큰 부담으로 여긴다. 실제 미국 디펜스 뉴스(Defense News)가 매년 공개하는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서도 중국 방산업체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대표 방산업체인 한화·LIG 그리고 한국항공우주(KAI)가 속해있는 데도 말이다. ‘현지조사’도 쉽지 않아 서구 군사전문지와 시사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중국항천·CASC)이 내놓은 ‘차이훙(CH)-4’ 가격은 400만 달러(약 44억원)로 2000만 달러(222억원)인 미국 MQ-1에 비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사진 CNBC] 하지만 최근 중국 방산업체들이 세계 유수 방산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각종 신무기체계와 장비에 대한 제원도 공개해 의구심도 사라지고 있다. 특히 무인기 분야가 그렇다. 영국 제인국방주간(IHS Jane's Defence Weekly)에 따르면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용 무인기(UAV·Unmanned Aerial Vehicle·드론)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곳에서 생산할 모델은 사우디의 아브두라직과학기술회사(KACST)와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이하 중국항천)이 공동으로 개발한 대잠 무인기 ‘차이훙(彩虹·CH)-4’이다. 중국 방산업체가 미국과 동맹인 국가에 공장을 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중국 방산업체 사우디에 무인기 공장 세워 美 동맹국에 방산 공장 세우기는 처음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은 그동안 해외무기생산 기지 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당초 무인기는 정찰·감시 등 군사용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민수용으로 더 주목받았다. 하지만 개발 기술이 정밀해지고 타격 능력까지 갖춰지면서 무인기는 명실상부한 현대전의 주역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항모 이착륙 훈련 중인 미 무인공격기 X-47B [사진: 중앙포토] 물론 비난 여론은 더 거세졌다. 무인기의 ‘원격 살인’은 인간을 얼마나 비윤리적으로 만드는가, 피해 지역 약자의 인권을 얼마나 쉽게 저버릴 수 있는가 등의 윤리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사진 중앙포토] 하지만 현대 전쟁에서 ‘무인기 대세론’은 거스를 수 없다. 특히 미국은 9·11테러 이후부터 대(對)테러작전에 무인기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 중 미국 무인기가 테러집단에 가한 대대적인 정밀타격 능력은 매우 놀라웠다. 대규모 지상작전은 줄이고, 현지 군대와 경찰 등 자체 방어능력을 더 키우겠다는 미국의 정책과도 맞물렸다.   ━ 무인기, 9·11 테러 이후, 대테러 작전에서 능력 발휘 중국도 ‘무인기’ 전력 확보에 주력해미국의 첨단 전력 연구에 열공(熱功) 중인 중국이 이를 놓칠 리 없다. 무인기의 ‘경제성’ 또한 중국군에겐 매력적인 요소였다. 무인기는 소음, 스텔스, 기계식 엔진에 대한 기술적 부담도 적었다. 게다가 중국은 적(敵)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기의 개발과 운용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고 있다.   2013년 7월 10일 항모 이착륙 훈련에 성공한 미 무인공격기 X-47B(위)와 중국이 개발 중인 스텔스 무인기 리젠. [사진 중앙포토] 기계공학에 특히 강(强)한 중국 방산업계 입장에선 무인기 개발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국영 방산기업도 너도나도 산하에 무인기 개발 연구기관을 따로 둘 정도다. 중국항천(CASC),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와 병기공업(NORINCO) 등이 대표적이다.   민간에선 중국 내 무인기 개발은 에어로 스타룹 하이텍, 웨이팡 티안시앙 항공산업, 루오양 옵토 기술센터 등이 주도하고 있다. AVIC 산하 청두비행기공업(CAC)이나 중항공업직승기술연구소(CHRDI)는 무인공격헬기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우주발사체기술연구원(CALT)과 베이징 항공항천대학(BUAA) 등 전문 연구소도 무인기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작년 11월 중국 주하이에어쇼에서 공개된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가 개발 중인 무인공격헬기 ‘AV-500W’ [사진 IHS Jane] 중국 정부도 무인기 개발만을 위한 단지 조성에 나설만큼 적극적이다. 최근 베이징 다싱 구 서부 구역에는 약 134 헥타르(40만 평)에 달하는 산업 단지를 조성 중이다. 완공하면 2025년까지 무인기 개발에만 161억 달러(1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국군이 무인기를 선호한다. 험난한 산악지형이 많고, 작전 반경이 넓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미국이 대(對) 테러 작전에서 보여준 무인기 운용 효과도 중국군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실제 중국군은 미국 무인기 작전수행 능력을 보고 충격은 적지 않았다.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공군 15정찰대의 장교가 이라크에 있는 무인정찰기 프레데터(Predator)를 조종하고 있다. 공격장비를 갖춘 개량형 프레데터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행되는 무인 폭격도 네바다주의 기지에서 원격조종으로 이뤄진다. [사진 중앙포토] 운용상 이점도 있다. 주변국과 해양 갈등을 빚는 해역에 무인기를 투입하면 정치적 부담도 덜 수 있다. 실제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에 해군 함정보다 해경 함정을, 공중은 군용 정찰기보다 무인기를 투입해 외교적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추세다. 중국이 2013년 11월 말 동중국해에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미국 무인기가 들어왔었던 사실도 중국군의 무인기 운용을 부추겼다. ━ 무인기 남중국해 등 갈등 지역 투입 미래전 대비도 무인기 최대 활용 복안중국은 무인기를 통해 미래전도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전의 핵심은 ‘지휘 통제-정찰·감시-정밀타격’이다. 이 중 ‘정찰·감시-정밀타격’ 단계를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전력은 무인기가 유일하다. 시진핑 주도의 중국군 개혁과도 맞물린다. ‘미래전 추세가 무인체계이니, 병력은 줄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중국 군부의 반대를 무마시킬 수도 있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무인기 개발 성공사례도 중국의 무인기 개발에 탄력을 붙게 하고 있다. 2011년 5월 2일의 빈 라덴 사살 작전 성공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군도 2015년부터 무인기를 실제 화력을 동원한 군사훈련에 투입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2007년부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배치한 무인 공격기 ‘MQ-9 리퍼’ [사진 중앙포토] 중국 방산업체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해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수(民輸)용과 군용(軍用)으로 나뉘는 것은 물론 용도별로도 제작돼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민간 수요는 국내 치안(homeland defense)이 대부분이고, 군용의 경우 대(對)테러작전(anti-terrorism)과 특수작전(special operations) 등 각종 작전에 맞춰 새로운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무인기를 이란·이라크·카자흐스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1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고도·고고도 무인기와 회전익 무인기 등 다양한 종류를 국내·외 방산전시회에서 적극 선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비행체 형태인 시안롱 시리즈, 스카이 세이커, 리지안, CH 시리즈, 이룽Ⅰ와 윙룽 Ⅰ·Ⅱ(중고도), 티안이(고고도)와 회전익(헬로콥터) BH-시리즈, QY-시리즈, AV500 시리즈를 내놨다. 최근엔 고정직과 회전익을 혼합한 수직이착륙(VTOL) 무인기도 종류와 가짓수를 늘려가고 있다.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무인정찰기’ 윙룽. 무인정찰 및 공격기. 중고도 무인정찰기로서 공대지 미사일 장착 가능하다. [사진 신화사] 특히 감시·무장 탑재능력 부분에서의 성장이 괄목할만하다. 초기 전자광학(electron-optical) 방식의 감지 능력이 대부분이었지만, 적외선(infrared)·레이저·TV 등의 감지하는 기술 방식도 다양해졌다. 50㎏ 폭탄과 16㎏ 공대지 미사일 등 약 최대 400㎏ 이상의 무장 탑재까지 가능하다. 전술통제 범위도 인공위성통신(SATCOM)을 통해 약 2000㎞로 확대됐다.  중국 무인기의 전술통제 범위도 인공위성통신(SATCOM)을 통해 약 2000㎞로 확대됐다. [사진 Airforce Tech]  ━ 중국산, 정찰·감시 능력 눈부신 성장 서구 제품보다 가격도 저렴해 빠르게 보급중국 방산업체는 서구 방산업체보다 기술이전에 적극적이다. 중국산 무인기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다. 심지어 몇몇 민간업체는 핵심 기술까지 이전하겠다고 주장한다. 기술이나 작전 효율성 차원에서 미국 등 선진국이 한 수 위지만, 무인기 기술을 국가급 비밀로 분류해 기술 이전 논의 자체를 꺼린다.   2013년부터 일본에 배치된 글로벌호크 드론 [사진 중앙포토] 중국 무인기도 상당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주하이 에어쇼에 선보였던 무인기 제원이 인상적이었다. 100m 이내에서도 감지가 어려울 정도(35-40㏈ 수준)로 조용히 날 수 있다. 터보 엔진을 장착해 기동성도 크게 향상됐다. 게다가 동력원인 리튬 이온(lithium-ion) 대용량 배터리도 갖춰 작전운용시간을 대폭 늘렸다. 약 3만 피트 상공에서 회전익 최대 3.5시간, 고정익 최대  60시간 이상 체공이 가능하다. 물론 대부분의 중국산 모델이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을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이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차세대 무인 전투기 ‘암검(暗劍)’ 모형 [사진 중앙포토] 하지만 중국산 무인기는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나가고 있다. 게다가 중국 방산업체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해외 방산업체의 하청업체까지 마구잡이식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무인기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구매자의 입맛에 맞춰 다양한 모델까지 내놓으면서 전 세계 수요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중국 방산업체의 자금력과 비즈니스 마인드는 ‘과거형’이 아니라 ‘미래형’인 셈이다.   글=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 외부 필진 글은 소속기관·차이나랩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17.04.01 15:00

  • 중국의 반성···"만들면 뭐하나, 사는 사람도 없는데"

    중국의 반성···"만들면 뭐하나, 사는 사람도 없는데"

    저는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CEIBS) 교수인 쉬샤오녠입니다.    쉬샤오녠 교수 [출처: 바이두] 저는 중국의 공급과잉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2위이고, 제조업에서는 상당 부분이 세계 1위를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만들면 뭐합니까? 상품을 사겠다는 곳이 없습니다. 생산 능력은 이미 과잉 상태이고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있습니다. 철, 석탄, 시멘트 등 건축 자재 분야가 대표적입니다.   2009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기업 투자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기초 산업(basic industry)에 대한 투자를 늘렸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기초 산업조차 투자 과잉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GDP 대비 투자 비율은 세계 1위입니다. 지금과 같은 투자 과잉 상태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과잉 생산 능력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생산은 국내의 구매력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즉, 국민이 살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만들어서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출처: 픽사베이] 내수가 생산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수입 배분의 불균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과거 10년간 국민소득의 배분은 일반 개인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정부와 기업만이 많은 돈을 갖게 되었습니다. 개인은 소비 여력이 충분하지 않게 된 것이지요. 국가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상태가 된 겁니다.   중국에서 정부 수입이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12%에서 2011년 32%까지 상승했습니다. 기타 예산 외 수입 등 포함되지 않은 것까지 고려하면 비중이 더 크겠죠. 과거 10년간 중국에는 국진민퇴(?進民退, 국유 부문의 비중 확대가 민간 부문의 비중 축소로 이어짐)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정부 관리들은 이러한 현상을 부인해왔지만, 정부 수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이미 1980년대의 계획경제 시대로 돌아온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출처: 셔터스톡]  과거 미국은 어떻게 했나요? 채무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10년 동안 구조조정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아직까지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유연한 시장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찾았습니다. 다음이 그런 사례입니다.   실리콘밸리 등에서 혁신 기업을 키우며 혁신의 기반을 마련했다.   셰일 가스처럼 채굴 비용이 기존 에너지보다 30% 이상 낮은 에너지를 개발했다.미국 내로 제조업을 재유치(리쇼어링, reshoring, 오바마 정부 들어 미국을 다시 제조업 기반으로 만들려는 노력)해서 새로운 투자와 소비의 사이클을 만들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은 정부 계획의 결과가 아니고 정부를 통해 실현되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혁신은 시장 내의 경쟁에 의해 형성됩니다. 중국이 미래의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시장을 더욱 개방하고 시장에 대한 정부 통제를 멈추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그리고 국민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저는 결론적으로 중국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정리해보겠습니다. 그 방법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됩니다.   1. 시장화를 진행하고 산업을 재조직한다. 즉, 기업 간 인수 합병으로 과잉 생산을 없앤다.  2. 산업 집중도와 기업의 수익률을 높인다. 이는 기업 생존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통적인 기업을 새로운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3. 국유 기업의 인수 합병은 장려하지 말라. 국유 기업은 수익과 원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규모의 경제와 일자리 늘리기만을 추구하고 있어 비효율적이다.  4. 통신, 금융, 의료,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산업에 실질적인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라.  5.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 속한 국유 기업을 정리하라 추천 기사 세계 유일 여군 특수부대의 혹독한 훈련 영상 공개 쉬샤오녠=1953년생.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 출신이다.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경제학과 및 금융학과 교수를 지내고 있다. 유럽연합과 중국이 함께 세운 경영대학원인 CEIBS는 1994년 설립된 이래 영국 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 경영대학원 순위에 매년 오르고 있다.    [출처: 바이두] 쉬샤오녠은 1975년 시안(西安) 교통대학을 졸업했고, 전기전자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국 인민대학교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링과 경제학을 연계한 산업공학 분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앰허스트 대학에서 조교수 생활을 했다. 그는 메릴린치 증권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세계은행 고문을 역임한 바 있다. 2009년 미국 는 그를 ‘중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했다. 리커창 총리의 경제좌담회에 참석할 정도로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쉬샤오녠은 “개혁은 인센티브 시스템을 개선해 사회의 총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개혁의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계층을 없앨 수 있을 때 성공한다”고 주장했다.   차이나랩 서유진

    2017.04.01 12:00

  • 위기의 한반도, 파국이냐 평화냐? 다음 주 결판난다

    위기의 한반도, 파국이냐 평화냐? 다음 주 결판난다

    한반도 운명이 풍전등화다. 4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한반도다.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북한 핵·미사일과 사드 배치 등 휘발성 강한 현안들을 다룬다. 이 중에서도 북한 핵 문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등이 핵심 의제다. 경우에 따라선 한반도 전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미·중 정상이 첫 대면부터 한반도를 주요 의제로 다룬다고 예고한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북한 핵을 멈추게 하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지금 통제하지 못하면 한반도에서 두 번째 전쟁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는 강박감도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다음 주 열린다 [사진 중앙포토] 한반도가 벼랑 끝 위기라는 데는 양국 정상 모두 공감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핵탄두를 작고 가볍게 만들어 미사일에 싣는’ 걸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다.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 탑재라는 두 가지 기술을 결합한다는 건 북한이 언제든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매우 빠른 속도로 레드라인에 접근 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최악의 경우 무력 해결 방식을 쓸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다급하다. 북한은 핵 문턱을 막 넘어서려는 중이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한반도 비핵화는 완전 물 건너간다. “어떤 일이 있어도 북한 핵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온 중국이다. 그런 중국에 북한의 핵 보유는 여러 면에서 재앙에 가까운 후과(後果)를 예고하고 있다. “관할 지역도 못 챙기면서 무슨 대국….”이라며 국제사회에서 겪는 수모는 그렇다 치자. 심각한 건 한국과 일본이다. 가만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국의 핵 보유는 시간문제로 바뀌는 것이다.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 중앙포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양국의 북한 핵 접근법은 극과 극이다. 누구 책임 인지에서부터 누가 주체로 나서며,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등에 이르기까지 서로가 상대방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선 “누가 책임지고 푸느냐”는 ‘주체’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어떻게 ”라는 ‘해결 방식’의 문제는 다음이다.   미국은 중국이 보다 주동적이면서 적극적인 방식으로 북한을 압박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올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지만 그 정도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원유 공급 중단과 같은 극단적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유 공급 중단은 북한의 붕괴를 의미한다. 미국은 중국이 동의 않으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에 대한 제재 즉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동하겠다고 으름장이다.   반면 중국은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평화적 해결을 주장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동시에 한국과 미국은 군사훈련을 중단( 雙暫停 ·두 가지 잠정 중단) 한다. 그다음 비핵화와 평화협정체제를 동시에 논의하는 ‘투 트랙 병행’(雙軌幷進) 방식이다. 우선 북한, 미국, 중국 등이 참가하는 3자 회담으로 출발해 6자 회담으로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2005년 9월 19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6자 회담 대표들이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악수를 나누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상 당시 직책) [사진 중앙포토] 요컨대 북핵 문제는 미국이 주동적으로 나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카드로 북한을 유인한 후 북미 간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있다. 몇십 년째 이어져오는 방어훈련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맞바꾸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도 않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반도 위기는 이 지점에서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만일 중국이 주동적으로 나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기 전에 해결하지 못하면 대북 무력 제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시 주석이 이 같은 주장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최대 관심이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은 강경하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대북 정책을 실패로 규정한다. 1조 5천여억 달러를 쏟아부었음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그래서 대화와 제재를 병행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도 폐기했다.   북한과 대화는 비핵화가 전제될 때라야만 재개한다. 북핵을 동결한 다음 폐기를 모색하는 6자 회담은 불참한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리 만무한 현실을 감안하면 대화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대신 북한이 일정 선(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선제타격과 같은 무력 제재도 검토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의 북핵 선제타격 개념도 [사진 중앙포토] 미국이 입장을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94년 북핵 위기 시 북미 제네바 합의를 성사시켰던 로버트 갈루치 대표, 6자 회담 미국 대표를 역임한 크리스토퍼 힐 등 미국 내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북 선제타격에 비판적이다. 2차 한국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갈루치는 특히 “중국 압박을 통한 대북 제재 강화도 효과적이지 않다”면서 “유일한 해법은 협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의 무력 제재 주장을 중국이 묵인할 수도 있다. 미국이 자국 안보 위협을 이유로 북한 핵을 제거하겠다는 데 중국이 반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에 협조해 북한 정권 교체를 통한 비핵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 미국이 일방적으로 선제타격을 강행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렇더라도 중국은 북한 핵 문제 때문에 미국과 무력으로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여러 채널을 통해 보내고 있다.   한반도의 당사자인 남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협상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기막힌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사드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제기하지 않을 경우 중국은 먼저 주동적으로 거론하지는 않겠다는 전략이다. 굳이 사드 문제를 미·중 갈등으로 확대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이문(利文)은 미국이 챙기면서 한국은 왕 서방한테 얻어터지는 형국이다. 미·중 양국을 긴장시키는 또 다른 문제는 북한의 6차 핵 실험이다. 강행 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첫째는 핵실험 후 며칠 동안 당장 난리라도 낼 것처럼 펄펄 뛰다가 흐지부지 지나가는 과거 패턴 답습이다. 아니면 정말로 미·중이 뭔가 중대한 결심을 하는 상황이다.   2017년 3월 28일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 위성 사진(오른쪽). 70~100명이 도열해 있다. 2013년 1월 3차 핵실험 한 달 전 상황(왼쪽)과 비슷하다. [사진 38노스] 6차 핵 실험은 북한 핵 실험의 완결이라는 점에서 기존 핵 실험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핵실험 이후 북한은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등장한다. 미·중은 이런 북한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결심해야 한다. 한반도가 더욱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국면으로 빠져든다는 얘기다. 한반도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내는 탄핵된 전직 대통령의 구속을 둘러싼 논란 속에 선거 바람이 거세다. 국방·외교 최고 결정권자는 부재한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우리의 요구를 미·중 양국에 강하게 제시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  또 사드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인 만큼 미국이 적극 나서 중국의 경제 보복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력히 주문해야 한다.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미국과 중국이 우리 문제를 앞장서 풀어줄리 만무하다. 전쟁이냐 평화냐를 가름하는 절체절명의 시기 다. 대통령권한대행을 비롯한 외교·안보팀의 분골쇄신이 절실하다. 잔인한 4월이다! 글=문일현(文日鉉) 박사편집=차이나랩 

    2017.04.01 07:00

  • 굿바이 애플, 우리는 따로 갈게

    굿바이 애플, 우리는 따로 갈게

    애플 제품을 대신 생산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미국업체? 중국업체? 아닙니다. 언론에서 한 번쯤 들어보셨을 그 이름은 바로 대만 폭스콘입니다. 이 기업은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대만 최대 기업입니다. 세계 최대 EMS(전자제품 위탁생산 서비스) 기업이기도 하지요.  이 회사의 실적은 놀랍습니다. 2015년 매출이 1405억 달러(165조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해 대만 경제총생산(GDP)의 27%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그만큼 폭스콘은 대만에서 위상이 높습니다.   ‘폭스콘’이라는 이름은 대만 ‘훙하이정밀공업’의 중국 자회사 ‘富士康(Foxconn)’에서 따왔습니다. 중국어권에서는 훙하이(Hon Hai, 鴻海)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합니다.  중국 광둥성 선전의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이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출처: 중앙포토]  훙하이는 기러기를 뜻하는 훙(鴻, 기러기 홍)과 바다를 가리키는 하이(海)를 합친 것입니다. ‘홍비천리 해납백천(鴻飛千里 海納百川, 기러기는 천 리를 날고 바다는 백 개의 강에서 물을 받아들인다)’이라는 중국 송나라 사서인 통감절요에서 따왔습니다. 기업 이름에서부터 거대한 야망을 담은 것이지요. 폭스콘은 1974년 설립되어 미국과 중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세계 200곳에 거점을 두고 직원수만 106만 명이 넘습니다. 폭스콘 본사. 1974년 첫 설립됐으며 타이베이시에 위치해 있다. 2014년 기준으로 106만명의 직원을 세계적으로 두고 있다. [출처: 폭스콘 홈페이지]  폭스콘을 설명하자면 이 회사 창업주인 궈타이밍 회장을 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작은 고무공장을 굴지의 제조업체로 키운 기업가이자 카리스마 경영자인 그는 때로는 ‘독재자’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사안을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누구보다 속전속결 스타일이지요. 포브스지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61억 달러(약 7조원)로 대만 4위의 부호입니다.  ━ 해운업에서 IT로...냉정한 경영자, 차가운 승부사 궈타이밍 폭스콘의 역사는 궈 회장의 일생과 마찬가지입니다.   궈타이밍은 1950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대만 사회에서는 ‘산시성에 뿌리를 둔 외성인(外省人)’으로 분류됩니다. 외성인은 원래 대만 출신이 아니고 1949년 국민당에 본토에서 근거지를 대만으로 옮길 때 함께 이주한 본토 출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즉, 실향민인 셈이죠.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궈 회장이 해운업체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대만 타이베이시에 있는 중국해사전과학교(현재는 대만해양기술학원)를 졸업했습니다.   대만에도 병역의 의무가 있는데요, 궈 회장은 병역의 의무를 마친 뒤에 해운회사에 입사해 운송 상품에 적합한 선박을 찾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 뒤 무역회사로 옮겨 일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상품을 주고받는 무역의 기본이 되는 ‘상품’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궈타이밍 [출처: 바이두]   24살 때 궈타이밍은 회사원 생활을 접고 자기가 직접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합니다. 어머니로부터 빌린 10만 대만달러(355만원)를 밑천으로 고무공장을 세웠습니다.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쌀조차 맘 편하게 살 돈이 없어서 처가에 손을 벌리는 시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외곽 도시였던 신베이시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도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었습니다.   직원이 10명밖에 안 되던 이 회사는 폭스콘의 전신인 폭스콘 플라스틱기업유한공사였습니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고 가공하는 업체였지요. 그는 이후 회사명을 폭스콘 정밀공업으로 고친 뒤에 흑백TV와 컴퓨터 부품을 생산하며 회사를 키웠습니다. 이 회사는 40년 뒤 106만명의 직원을 둔 회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1980년, 폭스콘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미국 게임 회사인 아타리로부터 게임용 콘솔에 들어가는 조이스틱과 게임기를 연결하는 부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입니다. 나스닥 상장회사인 아타리는 영화 ‘픽셀’에도 등장하는 전설적인 게임 기업이며 핀볼게임기와 가정용 게임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타리와 손을 잡으면서 폭스콘의 미래도 달라졌습니다. 그는 휴대용 소형 전자게임기 등을 만들면서 수출이 살 길이라는 판단을 내립니다.   궈 회장은 낯선 미국에 무턱대고 찾아가 고객들에게 매달렸습니다. 궈 회장은 싼 모텔에 묵으며 미국 32개주를 직접 발로 뛰었습니다. 덕분에 1985년 미국 컴팩컴퓨터에서 대량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친 끝에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컴팩은 폭스콘에 데스크톱 PC 금속 케이스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궈 회장에게 그 주문은 사실 버거운 것이었습니다.   폭스콘은 금속 케이스 제조에 필요한 기초 지식이 부족했던 겁니다. 금속 케이스를 만들려고 일본에서 비싼 공작기계도 사들였는데 컴팩의 주문량에 비해서는 기계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기까지 했습니다. 많이 만들어서 납품한다 한들,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였던 거죠.   궈 회장은 이 때,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냅니다. 하드 디스크 장치(HDD) 등 고가의 부품을 빼고 메인보드와 케이스 등 기본 부품이 달려 있는 반(半)조립 PC를 생산해 컴팩에 납품해버린 겁니다. 요리로 따지면 데우거나 약간만 조리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컴팩으로서야 반길만한 일이었죠. 폭스콘이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 하나만 사면 되기 때문에 편리해진 겁니다.   PC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컴팩 쇼크’라고까지 일컬었습니다. 폭스콘이 반조립 PC를 만들면서 제품가격은 크게 내려갔습니다. 그 때까지 시장을 독점하던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도 곧 무너져내렸습니다. 사실 이렇게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기까지 폭스콘의 숨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기술력을 위해선 자존심도 굽혔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경쟁사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 기술 전수를 부탁한 적도 있었다고 하네요.   이렇게 실력을 기른 폭스콘은 마침내 애플의 구세주가 됩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인 2002년, 애플은 ‘파워맥 G5’ 합금 케이스를 만들어주는 업체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 때 폭스콘이 등장해 애플이 원하는 대로 부품을 만들어서 납품했습니다. 애플은 폭스콘의 단골 고객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둥근 모서리 아이폰 시리즈 등 애플의 대작도 전부 폭스콘의 작품이었습니다. 애플 CEO 팀 쿡(왼쪽)이 폭스콘에서 애플폰을 보고 있다. [출처: 커지쉰(科技?)]  미국 전자·IT기업인 HP, IBM까지 폭스콘을 전자제품 제조공장으로 지정하기에 이릅니다. 폭스콘은 이제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전자 및 IT업체의 상품을 주문자 제조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킨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원도 폭스콘이 주문을 받아 위탁생산중입니다.   1988년 중국 본토 광둥성 선전에 공장을 지으면서 폭스콘은 본격적으로 성장합니다. 홍콩의 맞은편에 위치한 선전은 중국 경제 발전의 상징적인 곳입니다.   지금이야 대만 기업의 중국 진출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당시로서는 한국 기업이 개성공단에 진출한 것과 비견될 정도로 리스크를 안고 시작한 사업이었습니다. 궈 회장은 중국에 통 큰 투자를 했습니다.   생산시설만 건설한 게 아니라 엄청난 숫자의 종업원이 생활할 수 있도록 기숙사형 생산단지를 지었습니다. 숙소, 식당, 진료소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식탁에 달걀을 공급할 수 있게 양계장까지 함께 지었습니다. 직원용 풀장과 자체 소방대까지 있습니다. 아예 폭스콘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 규모는 크고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시내 중심부에 식품점·은행·서점에 폭스콘 TV라는 이름의 자체 TV방송국도 운영했습니다. 물론 항상 폭스콘이 칭찬만 받았던 건 아닙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끝에 폭스콘에서 직원들이 연이어 자살하면서 문제가 커지자, 궈 회장이 진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 애플에 좌지우지되는 실적에...폭스콘 제2의 도약 준비 사실 폭스콘은 최근 십여 년간은 잘 나가던 회사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연간 매출액에서 애플에 좌우되는 비중이 40%~50%에 이를 정도로 수익원이 편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애플의 실적에 따라 흥망이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지요. 실제로 2016년 대만 폭스콘의 매출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해버리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6년 폭스콘 매출은 1363억8000만 달러(161조원)로 소폭이지만 2015년보다 줄었습니다. 1991년 회사 상장 이후 처음 벌어진 일입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아예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폭스콘의 부진은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이 감소한데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폭스콘이 단순제조 단계를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선 폭스콘은 바이오 분야에 도전했습니다. 2009년 대만의 제대혈 은행 바이오넷(Bionet)과 공동으로 출자해 건강검진센터 헬스콘(Healthconn)을 설립했습니다. 2014년에 대만대학 내 바이오메디컬 공학센터를 개설한데 이어 2018년에는 폭스콘이 주도해 암센터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바이오 분야는 진입 문턱이 높기 때문에 경쟁자도 상대적으로 적고 바이오분야 기계들은 제품의 수익률도 높아 폭스콘에는 유리합니다. 궈 회장은 전기자동차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중국 자동차 업체인 하모니 오토, 중국판 다음카카오에 해당하는 텐센트와 함께 ‘인터넷플러스(+) 스마트카’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힘을 모아 ‘퓨처 모빌리티(Future Mobility)’라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2020년에 첫 제품(스마트카)를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이밖에 폭스콘은 중국 정저우와 항저우에 전기차 렌탈서비스 업체를 설립해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2016년 3월에는 일본 가상현실(VR) 헤드셋 업체인 포브(Fove)사에 투자해서 VR 헤드셋을 수탁 생산하는 형태로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컸던 사건은 2016년 일본 굴지의 업체 샤프와 인수계약을 체결(샤프 지분 66% 취득)한 것입니다. 샤프의 브랜드 파워와 고급 기술(OLED 등)을 동시에 취득하게 된 것이죠. 폭스콘은 로봇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2016년 5월 로봇 분야에 정통한 대만대학 전기·정보공학과 교수를 이사진으로 영입한데 이어 일본에서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대만에 출시하기 위해 로봇사업 계열사(판매·서비스법인)를 설립했습니다. 대만 내 은행, 대형마트, 지자체 청사 등지에서 페퍼가 본격 투입될 예정입니다. 소프트뱅크에서 만든 로봇 페퍼를 대만에 보급하는 일을 폭스콘이 맡았다. [출처: 소프트뱅크]   2016년 5월에는 HMD글로벌(핀란드 기업)과 공동출자해서 노키아 피처폰 사업을 인수했습니다. 폭스콘이 디자인·생산·애프터서비스(A/S)를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폭스콘으로서는 자신들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충돌을 피하고 신흥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지요.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휴대폰 판매량은 19억 대 정도 되는데 아직까지 피처폰은 3억~4억 대가 팔릴 예정입니다. 스마트폰이 대세이긴 하지만 피처폰의 여지도 남아 있다는 얘기지요.  ━ 아내가 죽은 뒤...내 삶이 달라졌다. 일벌레에서 자선사업 나서는 경영자로   발레 무용가 정신잉(왼쪽)과 결혼식을 올린 궈타이밍 [출처: 차이나포스트]  경영자로서의 궈타이밍 회장은 승부사이자 냉철한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그는 폭스콘을 이끌어오면서 ‘냉정한 경영자’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두 번째 부인 정신잉과의 사이에서 얻은 자녀들과 함께 한 궈타이밍 회장. [출처: 빈과일보]  한창 일에 빠져 있을 때 그는 하루 16시간을 일하고 삼시세끼를 책상에서 해결하는 일 중독자였습니다. 지독한 일벌레인 것은 물론이었고요. 간부들을 자정이 넘은 시간에 불러 보고를 하게 한다든지, 회의를 연다는지 하는 일은 밥 먹듯 이뤄졌습니다. ‘거친 경영인’이라는 수식어도 그래서 나왔죠. 여기에 폭스콘의 주요 공장인 선전에서 직원들이 연이어 자살하면서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은 일도 있었지요. 그는 임원 회의에서 “인간도 일종의 동물이고 100만 명이 넘는 동물을 관리하는 일은 머리 아픈 일”이라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도 조금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첫 아내가 암으로 죽고, 동생이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에 궈 회장은 보다 인간적인 삶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첫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24세 연하의 발레 무용가인 정신잉과 재혼해 세 자녀를 얻으면서 그도 자상한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조금씩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에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도 직접 참가했습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얼음물을 맞고 돈도 기부를 하는 이벤트입니다. 궈 회장은 교육자선단체를 설립했으며 최종적으로 자신의 재산의 3분의 1을 여기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차이나랩 서유진

    2017.03.31 18:00

  • 싱가포르 비자를 스마트폰으로 5분만에?

    싱가포르 비자를 스마트폰으로 5분만에?

    권위의 상징 중국 정부가 스마트해졌다. 중국의 정부 기관과 관공서들이 경쟁적으로 모바일 서비스 도입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니다. 알리페이, 위챗 등 앱 서비스들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 스마트폰으로 비자 발급받는다 싱가포르 여행을 앞둔 중국인 왕씨. 스마트폰을 통해 간단하게 비자를 신청했다. 여권 정보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고 결제만 하면 끝이다. 채 5분이 안 걸린다. 더 이상 비자 신청을 위해 관공서에 길게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알리페이 비자 신청 서비스 화면 [출처: 바이두] 스마트폰 앱으로 공공서비스 처리가 가능해진 덕이다. 2017년 3월 현재 알리페이, 위챗 페이 등 스마트폰 결제 앱은 56개 이상의 공공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비자 신청, 공립병원 접수, 전입 신고 등이 대표적이다. 과정도 단순해서 몇 번의 터치만으로 처리가 이뤄진다. 일부 스마트한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371개 도시, 2억 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모바일로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성 전 지역에 통일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저장성의 경우, 지금까지 모바일로 납부된 공과금이 27억 위안(약 4400억원)에 달한다.     과거 불통과 답답함의 대명사였던 중국 행정서비스들이 알리페이와 위챗 등 IT 기업들의 모바일 인증 및 결제 인프라를 만나 업무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출시된 베이징 차오양구의 공안 앱 차오양췬중 [출처: 바이두] 아예 자체적인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공공기관도 늘고 있다.   지난 2월 베이징 차오양구 공안(경찰)이 치안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차오양췬중(朝陽群?)'을 출시했다. 범죄 신고는 물론 미아 찾기, 실종 신고, 차량 조회 등 서비스들을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앱이다. 촬영 영상과 위치 정보가 즉각 공안에 전달되는 '신고' 기능이 화제가 됐다. 출시 이틀 만에 다운로드 수가 200만 회를 넘어섰다.     중산대학 공공관리 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6월 현재, 이 같은 공공 서비스 관련 앱의 숫자가 312 개에 달한다. 70개 주요 도시 중 약 69곳이 앱을 출시했다.   다양한 중국의 행정서비스 앱 [출처: 바이두] 단순한 교통정보 제공 앱부터, 사회보장제도 안내 서비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 중 약 80%에 달하는 261개 앱이 실질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앱들의 누적 다운로드 숫자는 3000만 회에 육박한다.   이를 두고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적지 않은 시민들이 이전에는 장시간 줄을 서서 처리해야 했던 행정 업무들을 이제는 차안이나, 침대에 누워 간편하게 해결하고 있다"며 "동시에 행정 효율도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공산당, SNS를 시작하다 모바일은 단순히 업무 방식만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SNS를 활용하는 행정기관들이 늘면서 대중과의 소통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지방정부와 각급 행정 기관들이 개설한 웨이보(중국판 페이스북) 계정수가 24만 개가 넘는다. 같은 기간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공식 계정(카카오톡의 플러스 친구와 같은 기능)을 만든 행정기관의 수도 10만 개 육박한다. 반년 만에 4만 3000개나 늘었다. 산시성 정부가 발표한 각 지역 웨이보 계정 영향력 평가 [출처: 바이두] 단순히 숫자만 증가한 게 아니다. 만들어 놓고 방치되는 우리나라 관공서들의 SNS 계정과 달리, 이들 계정의 평균 구독 횟수는 10만 회를 넘는다. 가장 팔로워가 많은 계정 '공산당원'의 경우 약 2144 건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데, 누적 클릭수가 13억 7000만 건이다. '좋아요'도 177만 개가 달렸다.   이와 관련해 선양 칭화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는 "중앙 정부가 인터넷과 대중 소통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지방정부와 각급 행정 기관들이 SNS 계정 설립 및 관련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SNS라는 플랫폼 환경에 맞게 행정 기관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격식도 소프트하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기관들이 이미지나 동영상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앞장서고 있다 [출처: 바이두] 실제로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지방 정부의 위챗 공식 계정에 접속하면 새로운 정책을 보기 쉽게 정리한 이미지, 동영상 자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기존의 딱딱한 문장과 전문용어로 가득했던 관공서 홈페이지 게시판 자료들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일례로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얼마 전 모바일 뉴스앱 진르터우티아오(今日??, 투데이 헤드라인)에 계정을 만들었다. 최고 인민법원은 현재 이 계정을 통해 6억 명에 달하는 앱 이용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새로운 법률 소식을 전하고 있다. 또한 주요 재판이 있을 때마다 모바일 현장 생중계도 내보낸다. 개설 몇 주 만에 팔로워가 20만 명까지 늘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정기적으로 위챗, 웨이보, 진르터터우티아오 등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공공기관 계정의 영향력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공격적으로 SNS 계정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상시에 사용되는 민원 '핫라인'도 sns를 만나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와 공상총국은 지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기간 핫라인 번호를 계정으로 한 위챗 공식 계정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로써 중국인들은 해외에서 긴급한 일이 생겼거나, 소비자 권익이 침해당했을 때, 마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쉽게 민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실시간으로 민원 처리 과정 모니터링도 가능해졌다.   이외에도 중국 사법 당국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손을 잡고 인터넷을 통해 압류품 경매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에는 문화 콘텐츠 당국이 텐센트 등 게임 서비스 업체들과 함께 청소년들의 건강한 게임 습관을 위한 온라인 관리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 인터넷을 통한 공공부문 개혁  중국 정부가 행정 서비스 전반에 인터넷을 접목하는 '인터넷 + 정무(政?) 프로젝트'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인터넷 + 정무서비스 발전 촉진을 위한 지도 의견'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17년까지 각 성의 인민정부와 국무원 유관 기관을 연결하는 하나의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각 공공서비스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모든 서비스를 대중에 개방키로 했다.   나아가 2020년까지는 전국의 모든 지역이 연동된 하나의 공공서비스 플랫폼을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2016년 양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인터넷 + 공공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위해 각 부처가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며 "공공 부문이 국민과 기업들에 장애물이 되거나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양회 정부업무보고 문서 상단에 QR코드가 삽입됐다. 중국 정부의 행정 서비스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출처: 바이두]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중국 공산당이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간정방권(簡政放權)'과 맞닿아있다고 분석한다. 간정방권이란 국가 주요 기관의 행정체계를 간소화하고 중앙 권력을 하급 기관들에 이양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3년 추진되기 시작한 이후, 시진핑 정권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국무원 상무회의는 간정방권 작업의 일환으로, 현행 법률에 맞지 않거나 창업,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정책성 문건 506건을 모두 폐지하기도 했다.  리 총리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에서 간정방권을 재차 강조하며 "행정 간소화와 권력 이양 통한 창조적인 감독관리방식이 부패가 서식할 수 있는 토양을 제거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차이나랩 이승환

    2017.03.31 12:00

  • [팩트체크] 중국이 사드 출구 찾는다고?

    [팩트체크] 중국이 사드 출구 찾는다고?

    요즘 일각에서 한국과 중국이 '사드' 출구 전략을 마련 중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사드 보복이 겉으로는 시원해 보이나 중국도 손해가 만만치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럴싸합니다. 그래서 차이나랩이 확인을 해봤습니다.   ━ 왜 출구 전략 얘기가 나오나. # 지난 3월 21일 왕잉판(王英凡)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 일행이 한국을 방문했지요. 중국 외교부 정책 자문위원회 위원 자격이었습니다.  이들은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을 예방했습니다. 또 한국외교협회와 간담회, 아산정책연구원에서의 비공개 라운드테이블 간담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외교자문단 일원인 석동연 전 외교부 재외 동포영사대사와 북핵 6자 회담 수석대표를 했던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등 전직 고위 외교관과도 면담 행보를 이어갔지요.     왕잉판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 [사진 신화망]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창인지라 이들의 방문은 당연히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한중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와 해결 방안을 모색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도  “임 차관과의 면담에서는 최근 한중관계 등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왕 전 부부장은 석동연 전 대사와의 면담에서 "한중관계가 등관작루(登觀雀樓:관작루에 올라)처럼 되길 바란다"는 한국 측의 덕담에 놀라며 '사드 문제로 한중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데 공감을 했다고 합니다. 누가 봐도 사드 출구전략의 전조로 보입니다. '등관작루'는 당나라 시인 왕지환이 쓴 한시로, '천 리를 더 널리 보고 싶어 관작루를 더 오른다'는 내용. 이 시는 관작루를 소재로 한 시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중국에서는 2012년 중학생들이 이 시를 최고의 '당나라 시'로 선정하기도 했지요.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사진 중앙포토] # 중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자칭궈(賈慶國) 원장은 3월 13일 공공외교 학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많은 국가와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를 이유로 한국 및 롯데 등에 경제제재를 가하면 중국 경제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또 “경제제재는 자칫 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방휼지쟁(蚌鷸之爭·조개와 도요새가 싸우다 어부에게 둘 다 잡혀가는 상황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싸움)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을 중단하라는 얘기지요. 그의 발언을 개인의 소신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가 베이징 대 교수 이전에 정치 협상 회의(중국 정치 자문기구) 상무위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뭔가 중국 정부가 한국에 보내는 신호라는 생각도 듭니다. 빨리 사드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적인 한중 관계로 되돌아가자는 시사로 볼 수도 있지요.   # 이 밖에도 사드 출구 전략 혹은 사드 탈출 전략을 의심할 만한 예는 많습니다. 사드 보복을 계속할 경우 다음 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 한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어떤 형태든 사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 사드 보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해외 언론, 가시화되는 중국 경제 피해 등등.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성균 중국연구소장은 "최근 들어 한중 (학술) 교류 측면에서 조금씩 여유가 생기는 것 같은데 이는 사드 보복으로 인한 국제 여론 악화 등 중국에 돌아오는 부메랑에 부담을 느낀 측면이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든 출구 전략을 모색할 수는 있겠지만 사드 이전의 한중 관계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한산한 인천공항 [사진 중앙포토]  ━ 정부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 익명을 전제로 한 외교부 고위 관리가 밝힌 '불편한 진실'입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출구 전략? 아직 없습니다. 교수 몇 명이 보복의 부당성을 알린다고 중국이 당장 보복을 그만둔다거나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해 보복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중국이 취하고 있는 그 많은 보복 조치 중 취소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왕잉판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 일행이 얼마 전 왔는데 (중국의)출구 전략과는 거리가 멀어요. 오히려 사드가 배치되고 나면 더 큰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엄포를 하고 갔지요. 준단교 이상의 보복이 있을 수 있다고 했어요. 물론 한중 관계가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립 서비스에 불과했습니다.지금의 보복보다 더 강한 보복 조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드 [사진 중앙포토] # 역시 익명을 전제로 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리의 말입니다.  중국도 부담을 느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미권 언론이 중국의 사드 보복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 보내고 있는데 최근엔 남미와 유럽 언론까지 중국의 보복 조치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겉으로는 한국과 교류를 계속하는 것처럼 위장전술을 쓰고 있어요. 최근 양국 학자들 간 교류가 하나둘씩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해외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전술로 보입니다. 실제 보복 내용에서는 이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 해결 방법은 없나  ━  # 청와대와 외교부 관리들을 상대로 취재를 해 봤습니다. 그들이 내놓은 해법은 이겁니다.  우선 다음 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 기대를 합니다. 사드는 근본적으로 미중 문제이기 때문에 양국 정상이 만났을 때 풀도록 하겠다는 얘기죠. 다행히 미국 내 분위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3월 23일(현지시간)이죠. 미국 하원이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발의했지요. 결의안 발의에는 마이크 로저스(공화당) 하원 군사위 전략군소위원장, 마이크 켈리(공화당), 제리 코널리(민주당), 피터 로스캠(공화당), 에이미 베라(민주당), 톰 마리노(공화당) 등 여야가 초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코널리·켈리 의원 등은 의회 내 지한파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소속입니다. 미 의회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드 문제 해결을 촉구한 거지요.   황교안 총리가 미 하원 대표단을 만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 국제 여론 전술도 쓰겠다고 합니다. 성공한 예가 있다고 하네요. 2014년 9월 중국과 베트남이 남중국해 시사군도에서 영유권 분쟁이 있었습니다. 중국 해군이 베트남 어부를 구타하는 등 분위기가 살벌했지요. 이때 베트남 국민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반중 시위를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양국 갈등이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당시 국제 사회는 베트남 내 반중 여론이나 시위 때문에 중국이 양보를 한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한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베트남의 국제 여론전에 중국이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갈등을 봉합했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 있는 베트남 외교관들이 적극적으로 현지 언론을 접촉해 중국의 폭력성, 비합리성, 비 이성적 행태를 고발했기 때문이죠. 국제 여론이 너무 불리하게 돌아가자 중국 당국이 서둘러 갈등 봉합에 나섰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 외교부도 베트남을 따라 하겠다...뭐 이거네요. 베트남 반중 시위 [사진 JTBC] # 중국과 경쟁하는 인도와 협력한다는 구상도 있다고 합니다. 혼자 힘으로 안 되니 합종연횡을 하겠다는 거지요. 국방부가 올해 초 작성된 내부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인도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략적 연대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구상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정부 당국자는 “여기에 일본까지도 합류해 ‘한ㆍ미ㆍ일ㆍ인’ 협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지요. 특히 한국과 인도는 단순한 외교 협력을 넘어 국방분야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베트남과의 전방위 협력도 고려 대상 중 하나입니다. 허나 이 전략은 아직 초보 단계라 아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의 반발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커 역효과도 고려하며 추진해야 합니다. 인도의 첫 국산 항모 진수식 [사진 중앙포토] # 가장 강력(?)한 방안은 차기 정부로 해결을 미루는 것입니다. 여러 명의 관리들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아무리 현 정부에서 중국 측 관계자를 만나려 해도 상대를 안 해준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사실 국가 리더십이 실종된 현 상황에서는 중국과 책임 있는 대화나 협상이 쉽지 않겠지요. 하여 정부는 대미 외교와 국제 여론 전술을 병행하되 대선이 끝나고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답니다. '복지부동'이 최고의 비밀(?)전략이라는 뜻 아닌가요? ━ 향후 한·중 관계는 사드 문제가 부분적으로 해결된다 해도 사드 이전의 한중 관계, 즉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사드 보복으로 한국은 더 이상 중국을 미래 동반자 관계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국에 대한 위협, 한반도 통일의 장애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굳어졌지요. 특히 경제 문제에서 대중 의존도를 갈수록 줄이려고 할 게 뻔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을 동반자라기보다는 미국의 맹방,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동맹으로 여길 것입니다. 양국 간 신뢰는 이미 금이 갔고 시간이 흘러도 그 금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이희옥 성균 중국연구소장은 이렇게 전망합니다.사드 배치 후 중국은 한국을 더 이상 양자 관계로 보려 하지 않고 대미 관계 속 변수의 일부로 볼 게 뻔하다. 그래서 사드 이전으로 회복은 어렵다고 본다. 차기 정부는 우선 북핵 민감도를 낮춰 사드 해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북핵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북핵이 해결되면 사드가 불필요하다는 점도 명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미 안보 협력이 한국의 MD(미사일 방어 체계) 편입이 아니라는 걸 중국이 믿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오는 9월 6~7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3차 동방 경제 포럼’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양국 지도자가 진솔하게 대화를 하면서 북핵과 사드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고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열강들이 주도하는 한반도 문제 [사진 중앙포토]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관리는 이런 말을 합니다. 얼마 전 세종 연구소가 중국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사드 관련 세미나를 했지요. 이후 리포트를 만들어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여러 가지 전략과 전술, 아이디어가 많은데 차기 정부가 참고하면 좋을 겁니다.이 역시 차기 정부에서 알아서 하라는 얘기네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중국은 현재 사드 출구 전략을 고려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보복을 더 강화할 것입니다. 그래서 대선도 중요하지만 사드 문제를 차기 정부까지 손 놓고 있으면 안 됩니다. 정신 차려야 합니다. 정부든 국민이든 말입니다.   차이나랩 최형규  

    2017.03.31 06:00

  • 중국도 ‘바이오 퍼스트’, 한국 추월한지 오래

    중국도 ‘바이오 퍼스트’, 한국 추월한지 오래

    바이오 의약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논문을 보면 연구 수준이 질·양적 모든 면에서 놀라울 정도죠. 논문 주제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게 많아 지적재산권 문제부터 바로 알아볼 정도입니다. 그만큼 중국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장신재(54) 셀트리온 생명공학연구소장의 말이다. 장 부사장은 지난 3월 이메일에서 “중국이 지적재산권 문제가 많을 것이란 우려가 크지만, 최근 많이 개선되고 있다”며 “바이오 클러스터도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 조성해 벌써 입주한 기업만 2000개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 [사진 JP모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주소를 알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셀트리온·한미약품·녹십자 등 7개사가 초청받았지만, 중국은 14개사나 됐죠. 글로벌 투자자들이 그만큼 중국 바이오기업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익명을 요한 국내 바이오기업 한 간부도 전화통화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그는 “중국 바이오 기업의 성장세가 확연하게 느껴졌다”며 “화이자·로슈 등 다국적 제약업체 관계자가 중국 기업이냐는 물음도 수차례 받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가장 많은 19개의 미팅룸을 쓴 곳도 중국 제약사인 리스(Lee’s)제약이었다.   지난해 11월 14일 바이오포럼이 열렸다. 국내외 바이오 정책을 공유하고 바이오 기술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마련한 행사로 2회째였다. 미 국립보건원, 중국과학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산·학·연·병원 전문가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구 동향 브리프' '바이오 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사진 중앙포토] 그동안 한국은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의 한 수 위라고 자부했다. 셀트리온만 하더라도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작년 4월 미국 식품의약처(FDA)가 판매를 승인하면서 FDA가 허가한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가 됐다. 이보다 앞서 2013년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은 램시마는 유럽에서 누적 처방 환자만 14만 명, 시장점유율만 40%에 육박한다.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항체 의약품으로 꼽히는 셀트리온의 램시마 [사진 중앙포토]  ━ 중국보다 한 수 위 자부하던 한국  미국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뒤바뀐 위상 실감, 중국은 이미 부스도 두 배 차지한국 바이오 업계는 황금알을 낳는 분야로 인식돼 왔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놓칠 수 없는 분야였다. 그러나 중국 바이오업계가 글로벌 시장을 소리소문없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2017년만 해도 각종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중국 기업과 개발 제휴를 맺자는 미국 기업의 요청이 쏟아졌다. 한국은 셀트리온·한미약품 말고는 글로벌 기업의 강한 러브콜을 받는 기업도 딱히 없다. 그나마 완전한 신약개발도 아니고 ‘제네릭(복제약)’이어서 신약 공동개발 후보군에서는 중국 업체가 더 우선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바이오 분야를 밀어주고 있다. 2016년 12월 19일 발표한 13차 5개년 ‘전략성 신흥산업’에도 바이오가 포함돼 있다. 2020년까지 10조 위안(1700조원)이 투입하는 거대 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셈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중국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바이오경제권’의 주축이 이룬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 중국 정부, 2020년까지 1700조원 투자 글로벌 ‘바이오경제권’ 주축되겠다!구체적으로 지원 분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신약 개발 분야다. 항체약, 신형백신, 희귀병 치료 신약 개발 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의료설비도 새로 개발하고, 병충해에 강한 농약과 종자 등 바이오산업의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두 번째는 바이오산업의 플랫폼 건설이다. 유전자를 비롯해 줄기세포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와 바이오 기술을 통해 환경보호나 농산물 검사 등 활용분야를 넓히는 전략이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중국은 2012년부터 첨단장비 제조, 차세대 IT, 신에너지, 신에너지자동차, 신소재, 바이오 등 7개 산업을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지정해 육성해왔다”며 “2016년 전략산업에도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독일 등 거의 모든 선진국이 밀고 있는 바이오는 분명히 명기돼 있다”고 했다.   [사진 LG경제연구원] 중국 바이오·제약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퀸타일즈IMS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제약시장 규모는 2016년 1167억 달러(130조원)에서 2021년 1700억 달러(190조원)로 50% 가까이 성장한다. 헬스케어와 정밀의학 등 차세대 의료서비스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미국, 에이메드라는 정부 차원의 콘트롤타워까지 가동한 일본. 그래도 미국·일본·한국이 중국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중국 바이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가 중국에 몰려들고 있다. 특히 전 세계는 ‘바이오 클러스터’ 확보 전쟁 중으로 규모로 보면 미국·독일·중국 순이다. [단위 개, 사진 중앙포토]  ━ 190조원대 시장 규모로 성장 전망 미국·유럽에 판매승인 앞 둔 신약도 2개중국 민간기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바이오·제약기업 차이메디가 자체 개발한 의약품 2개도 곧 서구 제약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2017년 3월 16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프루퀸티닙(fruquintinib)과 사보리티닙(savolitinib)이 미국과 유럽 당국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프루퀸티닙은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릴리와 공동 개발한 직장암·폐암 치료제이고, 사보리티닙은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손잡고 개발한 신장암·위암 치료제다. 승인절차가 끝나면 이 두 약이 70년대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 이후 중국 기업이 서구 제약시장에 내놓는 첫 처방약이 될 전망이다. 리카싱이 설립한 허치슨왐포아 그룹의 자회사인 차이메디는 암과 염증성 질병 등 7개의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진(BeiGene) 같은 경우 종양 연구에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며 2016년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했다. 당시 모인 자금은 1억5800만 달러(1760억원), 이 자금으로 4차 임상을 통과한 항암제를 비롯해 다양한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한미약품과 2015년 파트너십을 체결한 자이랩(Zai Lab)도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적극적이다.   미국 글로벌기업 GE는 올해 중국 바이오제약기업인 베이진에 생물약제 공장 모델을 전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베이진 홈페이지 [사진 베이진] 자이랩처럼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한국 기업을 사들인 첫 사례도 나왔다. 2016년 중국 칭화홀딩스는 바이오 계열사인 퉁팡캉타이산업그룹는 한국 바이오기업인 바이넥스를 인수했다. 바이넥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및 의약품 제조를 전문 기업이다.   ━ 한국 기업에도 투자 활발  인수합병, 기술제휴 등 기술제휴도 활발하다. 중국 아펠로아제약은 한국 바이오 벤처기업인 지엔티파마와 뇌졸증 치료제의 임상으로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왔다. 2016년 9월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도 임상 3상 통과를 승인했다. 성장호르몬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 벤처 제넥신도 중국 제약회사들과 손잡았다.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국적도 불문한 셈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뜻으로 중국 당국도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기술뿐만 아니라 중국 바이오·제약 산업이 미국과 유럽에 위협적인 이유를 하나 더 꼽았다. 바로 ‘가격’이다. 그리고 이렇게 밝혔다.항암제 등 약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미국이 있는 한 중국 제약사가 신약이나 제네릭을 계속해서 개발할 유인은 충분하다.차이나랩 김영문  

    2017.03.30 18:00

  • 한국은 4년 전부터 ‘꽃’에 취했다!

    한국은 4년 전부터 ‘꽃’에 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꽃'을 들었습니다. 예쁘게 보이려고? 한국에 화해 제스처? 모두 아닙니다. 그만의 통치 화법이자 전술입니다. 그래서 그의 꽃을 꽃으로 보면 안 됩니다. 꽃잎만큼이나 많은 그의 전략과 모략을 봐야 합니다.   우선 지난 양회(국회 격인 전인대와 정치자문 기구인 정협) 기간 중 그의 발언을 쫓아가 볼까요.   #3월 10일 시 주석이 양회에 참석한 신장 대표단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합니다.  "한 가족 같은 민족 단결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일상생활이든 학교·가정·사회 교육이든 민족 단결의 '꽃'이 항상 만개하도록 해야 한다."   양회 기간 중 신장 대표단을 만나는 시진핑 주석 [사진 신화망] 신장 지역에 거주한 위구르족들에게 분열보다는 한족에 동화해 꽃처럼 활짝 피어나고 행복해지라는 주문이지요. 중국 언론은 그의 말을 이렇게 풀어냅니다. 석류알처럼 (56개) 민족이 꼭 붙잡고 단결해 민족의 미래를 개척하자는 의미라고요. 그는 '꽃의 화법'으로  소수 민족의 분열을 막고자 하는 겁니다. 독립하지 않으면 향기가 가득하다는 꽃의 유혹(?)인 셈이지요. #이틀 전, 3월 8일에는 꽃이 자수로 바뀌었습니다. 양회 기간 중 쓰촨성 대표들을 만나서 한 말입니다.  빈곤 퇴치는 뒤를 돌아다보면 더 어려워진다. 책임감과 정치(精緻)한 시책, 꼼꼼한 시행이 절대 필요하다. 모든 과정이 꽃을 수놓듯 해야 한다.3월 5일, 상하이 대표단을 만나서도 같은 말을 합니다. "시정 관리는 꽃을 수놓듯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행정의 '자수론(刺繡論)'입니다. 행정은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정성을 다하고 꼼꼼해야 효과를 거둔다는 뜻이겠지요. 중국은 크게 보면서 정밀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듣지요. 체면만 중시하고 내실을 기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같은 맥락입니다. 오죽하면 그들의 대강대강 문화를 비꼬는 '차부둬(差不多·뭐든 대강한다는 의미) 선생전'이 나왔겠습니까. 시 주석은 꽃을 빌어 공직자들에게 정밀함과 정치함을 주문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의 자수 작품 [사진 니픽닷컴] # 물론 그의 '꽃 화법'은 국내 정치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외 전략에서 그 위력을 더 발합니다.지난해 9월 항저우에서 있었던 G20 회의 개막식 치사에서도 그랬습니다.  중국의 대외 개방은 우리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며 모두의 동참을 환영한다. (중국은) 세력을 추구하지 않으며 각국의 공동 발전을 지지한다. 중국 혼자의 꽃밭이 아닌 세계가 공동으로 즐기는 화원을 건설하는 것이다.말인즉 지구촌이 협력해 서로 윈윈하는 국제 평화 체제와 경제공동체를 만들자는 뜻이지요. 그래서 시 주석은 글로벌 경제 시대 모든 나라는 '운명 공동체'라는 단어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의 이 말속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 '중국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는 전제 하에서'라는 전제가 숨어있지요. 남중국해 영토 갈등,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달라이 라마를 둘러싼 세계 각국에 대한 보복 외교 등등...그 예는 차고도 넘칩니다.  # 사실 그는 주석이 된 직후부터 '꽃'을 들고 있었습니다. 주석 취임 한 달 후 열렸던 보아오 포럼(2013년 4월 7일) 강연에서 처음으로 꽃을 내밀었지요.   항저우 G20 정상회의에서 발언하는 시진핑 주석 [사진 중앙포토] 꽃 한 송이 피었다고 봄은 아니다. 모든 꽃이 피어야 봄이 동산에 가득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긴밀하게 협력해 이익의 교차점을 찾아야 한다. 자국의 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공동 발전을 촉진시켜야 하며 공동 번영의 교차점을 부단히 키워나가야 한다.세계는 그의 꽃에 취했고 그래서 중국의 부상은 위협이 아닌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던 겁니다. 꽃이 가진 아름답고 긍정적 이미지, 그리고 향기까지 더해 이면에 숨은 중국의 결기나 모략, 비수 등을 무마시켜왔지요. 돌이켜보면 한국도 4년 전부터 시 주석의 '꽃향기'에 속았던 것 같습니다. 그가 각국 협력과 공동 번영, 그리고 이익의 교차점을 찾자고 저리 큰소리 치고 다니는데 설마 사드 문제로 이렇게 거칠게 보복할 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가 내밀었던 꽃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봤다면, 그리고 미리 대비했다면 사드 하나로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시진핑의 꽃, 중국의 꽃을 다시 한번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시 주석이 말했지요. "행정은 '꽃에 수를 놓듯' 정밀하고 꼼꼼하게 하라"고 말입니다. 거기서 얻어내면 됩니다. 앞으로 한국의 대중 전략도 '꽃에 수를 놓듯' 정밀하고 꼼꼼해야 한다 것 말입니다. 두려운 것은 이렇게 얻어 맞고도 시간 지나면 또 잊어버릴 것 같은 우리의 '냄비 근성'입니다. 특히 우리의 정부 말입니다.   차이나랩 최형규  

    2017.03.30 14:00

  • 삼성, 큰절하고도 뺨맞은 이유는?

    삼성, 큰절하고도 뺨맞은 이유는?

    # 중국 사드 보복 심리를 이해하려면 지난해 10월 30일에 있었던 삼성전자의 중국 이벤트 행사부터 시작하는 게 낫겠다. 당시 삼성은 갤럭시 노트7 폭발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삼성은 전기를 마련하고자 대대적으로 ‘갤럭시 C9 프로’ 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중국 내 소매점과 유통업자에 삼성 제품의 지속적인 판매를 부탁하고 동시에 고마움을 표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한데 고맙다는 표현이 문제였다. 한국식으로 고객들을 향해 큰절한 것이다. 큰절 사진이 나가자 중국 인터넷에는 난리가 났다. 어떻게 남자들이 무릎을 꿇을 수 있느냐는 거였다. ‘남자는 쉽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는 속담, 즉 ‘남아슬하유황금(男兒膝下有黃金)’을 깜박한 것이다. 중국인 마음 깊숙이 숨어있는 ‘꽌시’와 ‘체면’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큰 실수’라는 얘기다.보도된 것보다 현지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꽌시(關係)’로 맺어진 인간관계가 더 중요한 중국에서 비난이 빗발쳤죠. 삼성 직원이 두 명의 머리를 강제로 누르는 듯한 모습까지 인터넷에 돌았어요. 체면을 서로 중시하는 중국인들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중국 지인들도 저에게 ‘왜’라는 물음을 수없이 던졌습니다. 지난해 10월 30일 중국 디이차이징(第一財經) 등은 최근 삼성전자가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에서 열린 행사에서 관리자급 직원들이 유통거래 업자들에게 단체로 큰절을 올렸다고 전했다. 행사장에서 큰절을 올리는 관계자들의 모습이 담긴 논란의 사진. [사진 웨이보] 20여 년 동안 삼성그룹 대(對) 중국 협상 전문가로 활약해 온 류재윤 박사(베이징대 사회학·55)의 말이다.  류 박사는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입사했다. 1992년 대만에서 삼성의 지역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 삼성그룹 베이징 주재원으로 일하며 삼성전자가 톈진(天津)에 휴대전화 공장을 설립 때부터 20년가량을 삼성그룹 계열사들과 중국 정부 사이에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류재윤 박사 [사진 차이나랩] 꽌시(關係)=Guan xi삼성전자 행사 사진을 보던 류 박사가 말을 이었다. “중국이라는 국가나 개인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복잡한 ‘꽌시’의 심리적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꽌시를 영어로 ‘휴먼 릴레이션십(Human Relationship)’이라고 번역한다. 그러나 꽌시는 그 이상이다. 단순한 인간관계나 사업적 관계가 휴먼 릴레이션십이라면 꽌시는 일단 친구가 되고, 의리를 지키며, 관계를 유지한다는 개념이 포함된다.” 사업차 중국인을 만난 한국인들은 막판에 태도를 달리하거나 약속을 어긴다며 ‘꽌시’ 맺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류 박사는 ‘꽌시’를 간단하게 생각하는 데서 오는 문화적 충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꽌시는 권력이나 재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통로”라며 “이를 얻기 위해서는 지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중국인과의 교류를 ‘꽌시’를 맺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는 거다.   ━ 꽌시, 권력·재화를 확대재생산하는 통로 이를 얻기 위해선 지대한 노력과 시간 필요중국인들의 대인관계는 먼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구분한다. 서양에선 금전 계약서나 실질적인 서류로 처음 보는 사람과의 계약관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중국인의 꽌시 속에서 계약서란 개념 자체가 없다. 류 박사는 “중국인들이 용인하는 관계 즉, ‘꽌시’ 속으로 들어가면 마음을 무한정 열어젖힌다”며 “중국인에게 재산 가치나 시스템의 흐름보다 도덕과 신분의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꽌시’는 확장성이 대단히 넓다. 한국 사람들은 실제 안면 있는 사람에게 ‘친하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그는 “중국인에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도 아는 사람”이라며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도 친구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미엔쯔(面子·체면)’ 역시 ‘꽌시’만큼이나 중국인 고유의 정서다. 중국인이 서로의 체면을 훼손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중요시하는 사고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류 박사는 “중국인들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고, 상대가 한 말을 대놓고 부정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상대의 체면을 깎지 않기 위해서다. 서방인이나 한국인들이 자신의 자존감을 먼저 내세우는 것과는 정반대다.   ━ ‘미엔쯔(面子)’, 뜻은 체면 ‘꽌시’만큼이나 중요한 중국인 고유의 정서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3국 순방길에 나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지난 3월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는 북핵 위협과 사드 배치 등 현안이 주로 논의됐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인들이 서로 헤어질 때 끝없이 인사를 반복하는 것이나 선물을 받을 때 수십 번 사양하는 것 역시 모두 그들만의 ‘체면의 심리학’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뿐인가. 상대방의 체면을 고려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당사자의 체면에 관련된 부분이 애초부터 누락 경우도 빈번하다.  류 박사는 “중국인들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고, 상대가 한 말을 대놓고 부정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상대의 체면을 깎지 않기 위해서다. 서방인이나 한국인들이 자신의 자존감을 먼저 내세우는 것과는 정반대다. [사진 셔터스톡] 유 박사는 “죄를 덮어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리 자유토론을 해도 상대방의 ‘체면’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발언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번 상한 체면은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다. ‘사드’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해 항저우에서 있었던 G20 한·중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시진핑 주석은 분명한 어조로 '사드 반대'를 외쳤다. 그러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요청도, 협의도, 결정된 것도 없다’는 ‘3No’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얼마 후 박 전 대통령은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작년 9월 5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시후(西湖) 국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 등을 논의한 이날 회담은 당초 예상 시간이었던 30분을 넘겨 46분간 진행됐다. 오른쪽부터 박 대통령, 윤병세 외교부 장관, 시 주석, 유일호 경제부총리. [사진 중앙포토] 상한 ‘꽌시’와 ‘미엔쯔’는 다시 ‘꽌시’와 ‘미엔쯔’로 풀어야 해!류 박사는 “중국 리더들은 오랜 친구(老朋友)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뜻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특히 자국의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의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사드 보복의 ‘심리적 도화선’이라는 거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에 대한 WTO 제소하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류 박사는 ‘합정 합리 합법(合情合理合法·정에 맞게, 이치에 맞게, 법에 맞게 처리하자)’이라는 중국식 가치관을 소개했다. 그는 “중국은 철저히 정이 우선이며 그다음이 이치, 마지막에 호소하는 것이 법”이라며 “문제가 생겨 규제나 법부터 찾아 해결하려 하면 중국인은 ‘꽌시’를 아예 끊으려는 의지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끝내며 류 박사는 한자어 두 마디를 적었다.   ━ ‘불가불가(不可不可)’, ‘필승한국(必勝韓國)’ 한국에서 ‘불가불가’는 부정의 강조이지만 중국인들은 이를 부정의 부정이라고 생각해 강한 긍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한중 스포츠 경기에서 한국 응원단이 ‘필승한국’이라는 깃발을 흔들었다고 치자. 이때 중국인들은 손뼉을 친다. 중국어로 필승 한국은 한국을 반드시 이긴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표현은 ‘한국 필승’이 맞다는 게 중국인들의 말이다.이렇게 같은 말을 놓고도 한중 간에 해석이 다릅니다. 하물며 문화나 가치관은 말도 못하지요. 그래서 서로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사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한중 모두 상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해’에서 찾자는 얘기다. 차이나랩 김영문

    2017.03.30 06:00

  • 중국의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중국의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중국이 인공지능(AI) 굴기에 시동을 걸었다. 당국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과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이미 미국과 양강 구도를 그리고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온다 [사진 바이두] 중국 경제, 인공지능이 견인한다리커창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격) 정부 업무보고에서 인공지능을 차세대 신흥 산업 발전 계획에 포함시켰다. 정부 업무보고에 인공지능이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바이오, 5G 등 보다도 우선 순위에 놓였다.   이에 호응하듯, 실무부처인 과학기술부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국회에 상당)기간 구체적인 인공지능 로드맵(인공지능 혁신 발전 계획) 초안이 작성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산업, 사회, 민생, 공공,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실질적인 재정 지원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이를 두고 중국 소후IT는 "인공지능이 중국 경제성장의 최우선 과제로 채택된 것"이라며 "중국 고위 지도층이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4년이다. 당시 시진핑 국가 주석은 중국과학원 제7차 전국대표대회 개회사에서 "인공지능 산업 전반의 혁신과 도약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 후 '13차5개년 계획(2016~2020년)', 중국제조2025, 로봇산업발전계획, 인터넷 플러스 인공지능 프로젝트,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 잇따라 포함됐다.   중국의 인공지능 산업의 분야별 성장속도, 위에서부터 로봇, 컴퓨터 비젼,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사진 우전즈쿠] 올초에는 인공지능을 담당하는 국가급 연구소도 출범했다.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 주도로 만들어진 딥러닝 센터로, 바이두를 비롯한 민간 기업과 주요대학 연구소, 국책 연구기관 등이 참여했다.   NDRC는 오는 2018년까지 중국 인공지능 시장의 규모를 152억 달러(약 17조원)까지 키운다는 단기 목표를 내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황췬제 중국 중터우증권 연구원은 "빠른 시일내에 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올 것"이라며 "이에 따라 향후 2~3년 내로 각 산업분야의 실질적인 인공지능 도입과 기술 방면의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중국인 삶 파고드는 인공지능 이 같은 정부의 지원 속에서 중국 IT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인공지능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IT 업계를 대표하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물론 디디추싱(차량 호출 서비스)과 같은 스타트업까지 나서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는 리옌훙 바이두 회장 [사진 바이두] 중국 AI 선두주자인 바이두의 경우, 지난 2년간 이분야에만 200억 위안(약 3조 20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분야 역시 자율주행, 지도, 음식배달, 검색, 생체 인식 등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하고 있다. 관련 인력도 1300여 명에 달한다. 부족한 기술력을 인해전술로 극복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의 우수 AI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미국 기업보다 15% 높은 연봉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 역시 왓랩(What Lab, 위챗-홍콩과기대 연합 연구소)을 포함해 다양한 인공지능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디프봇(Diffbot, 트래픽 분석 전문), 아이카본엑스 등 실리콘 밸리 업체들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바둑 인공지능 줴이(?藝)가 얼마전 세계 인공지능 바둑대회(알파고 불참)에서 무패 우승을 거두며 텐센트의 AI 기술력도 증명됐다.   전세계 인공지능 기업 분포도, 중국에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사진 우전즈쿠] 중국의 인터넷 도시 저장성 우전시가 지난해 발간한 ‘세계 AI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인공지능 관련 기업은 709 곳으로 미국(2905 곳)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투자 유치(14 6건)나 관련 특허(1만 5745 건)도 미국에 이은 2위다. 투자 집행 기관도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정치 경제만이 아닌 AI도 G2 시대가 된 것이다.   전세계 인공지능 투자 분포도 [사진 우전즈쿠] 산업 각계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의 타이캉보험(泰康保險)은 최근 온라인에서 고객에 응대하는 보험 로봇 타이캉을 선보였다. 타이캉은 안면인식, 챗봇 기능을 통해 직접 고객과 대화하고 보험계약 업무를 처리한다. 하루 이용자가 약 5500만 명에 달하는 뉴스 앱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오늘의 헤드라인) 역시 인공지능을 통해 고객들에게 알맞는 뉴스를 찾아주고 있다. 중국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추싱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인 배차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4년 조사 결과 한국의 AI 기술은 중국에 0.3년 앞서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중국 기업들의 'AI 굴기'를 볼 때, 규모는 물론 기술 방면에서도 중국에 추월당했을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인공지능시대, 한국의 현주소는'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중국에 10% 포인트 이상 뒤쳐졌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두가 AI 연구소 설립에만 약 3600억원을 쏟아부은 반면 네이버의 AI 투자는 천억원대, 삼성전자는 수 백억원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중국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중국의 인공지능 굴기가 매서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력 수준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인공지능 시장의 몸집만 커졌지, 실질적인 기술력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중국 인공지능 거품론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약속된 가운데, 인공지능 관련 업체들이 투기자본의 타깃이 되면서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루바이 칭화대교수(왼쪽 세번째), 왕샤오촨 소고우 CEO(왼쪽 네번째)등이 참여한 AI세션. [사진 차이나랩] 차이나랩은 지난 3월 23~26일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국의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이날 발표에는 장야친(張亞琴) 바이두 총재를 비록한 7명의 AI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참석했다.왕샤오촨(王小川) 소우고우(搜狗) CEO=중국의 인공지능 수준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AI를 주도하는 건 미국이지만, 이를 구성하고 있는 전문가나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보면 중국계 화인(華人)들이 많다. 중국은 유독 인터넷이나 신기술의 발전이 빠르고 동시에 시장성도 갖추고 있다. 신랑망(SIna.com), 왕이(163.com) 등 인터넷 매체가 인공지능과 함께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반면 미국 매체들은 아직도 전통적인 부분을 고수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알리바바, 징둥 등의 기술력은 미국 업체들보다 더 강하다. 인터넷 금융 역시 미국보다 낫다고 할 수 도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은 향후 미국보다 더 많은 부분에 AI를 도입하고 실질적인 수익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돈도 많다. 누군가는 중국 AI시장에 거품이 껴있다고 하지만, 이같은 거품이 오히려 AI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망하는 회사도 많지만 거기서 살아남는 기업도 많을 것이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아직까지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 이미지 처리보다 언어를 학습하는 게 훨씬 어렵다. 인간은 간단히 해내는 호텔 예약이나 식당 찾기 등에도 인공지능은 의외로 어려움을 겪는다. 한번은 AI가 “주차장을 찾아드릴까요”라고 물어봐서 “나는 차가 없는데?”라고 말했더니 AI는 그 다음으로 넘어가기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아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AI의 번역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재밌는 사실은 AI는 유창하게 발음은 할 수 있어도 자기가 뭐라고 했는지 진정한 의미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인간의 영역이 남아 있는 것이다.   알파고가 능력이 뛰어나지만 한번씩 어처구니 없이 인간에게 경기를 패배한 것을 기억하는가? 그 때 진 이유는 앞에서 말한 번역 실수 상황과 유사하다. 자기가 뭐하는지 모르고 둬서 그렇다.   장야친(張亞琴) 바이두 총재=10년이 지나면 AI가 포커와 같은 게임은 물론, 무언가를 묘사하고 답을 내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이길 것으로 보인다. 의학에서도 마찬가지로, IBM의 AI 왓슨은 측정하고 진단을 하는 측면에서 이미 대부분의 의사를 넘어버렸다. 더 잘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조지아텍에서 만든 AI를 실험해봤는데 대학생을 가르치는 진짜 인간 선생님과 기계 선생님 중에서도 기계 선생님의 성과가 우수했다. 교통 역시도 AI가 발전할 분야다. 자율주행이 그 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두 방향으로 갈 거다. 한 쪽에서는 기술방면으로 더욱 깊어지겠지만 또 다른 방향에서는 “그렇게까지 발달할 필요없다”면서 가볍게 가자는 분야도 있을 것이다. 기술력 못지 않게 AI의 실용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AI는 중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우월하고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기사에 나오는 “중국인이 글로벌 인공지능 연구의의 50%를 차지한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아직 그 정도 아닌 듯 하다.   벤 고얼젤 한슨 로보틱스(홍콩 로봇 기업) 수석 연구원=AI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사람들보다 더 잘 하는 분야에서는 당연히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AI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AI 기업들이 있고 비용을 많이 줄여주는 효과도 가져다준다.   AI의 경우는 인간이 하기 고된 일들을 해낼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이 로봇이 사람을 관찰하고 노인들, 특히 치매 걸린 노인들의 메디컬 데이터를 분석한다. 뇌 정보 등을 분석하고 사람들을 병세가 호전되게 돕거나 미리 도움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주는 ‘AI 닥터’가 될 것이다. 인간을 위해 기여한다는 점에서 AI는 여러분이 두려워하는 ‘터미네이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과 홍콩 쪽 모두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중국의 경우 대학 학부들도 좋고, AI 제품들도 품질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자본을 끌어모으는 측면에서는 미국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첨단기술일수록 기업과 투자기관이 지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더 많은 벤처캐피탈들이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미국에서의 투자를 선호한다.   루바이(魯白) 칭화대 교수, 중국 인공지능 석학=인류의 뇌는 5가지 능력을 가진다. 일단 감각, 운동, 기억이다. 나머지 두 가지가 인공지능과 연관돼 있다. 바로 정서와 인지다. 여기서 정서는 감정을 말하는 것이다.   인지란 분석을 하고 결정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또 인간에게는 ‘고등 인지’라는 게 있는데 이건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 의미를 알아채는 능력, 상상력, 창조력 등이다. 제가 보기에 이런 고등인지는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다.   저는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은 딱 하나라고 생각한다. 동물은 2가지만 하면서 산다. 바로 생존과 번식이다. 반면 인류는 적어도 500년 전부터는 자신의 발전방향을 고민해왔다. 그만큼 생존과 번식 외에 또 다른 ‘유산’이 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인간의 사유와 사상이다. 예컨대 아인슈타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사유와 사상은 인류에게 ‘유산’으로 남아 있다. 그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생존과 번식 외에 또 하나의 목적을 갖는다. 바로 ‘자기를 희생하고 남을 돕는다’는 것이다.   그게 인간이 스스로 정한 ‘인류의 목적’이다. 생각해보자. 자기 나라만을 위해서는 자동차를 만들고 매연을 내뿜고 하지만 인류는 미래를 위해, 다른 인류를 위해 생각하고 일부를 희생한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돌보고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는 것. 이것이 AI에게는 아직 없다. 즉, AI가 잘 하는 계산이나 뛰어난 정보처리 등은 인간이 가진 뇌 기능 일부를 ‘외면’한 것으로 보면 된다. 반면 AI는 아직까지 ‘인류의 목적’을 달성하는 측면에서는 인간을 도운 적이 없다. 이것이 AI의 마지막 과제라고 생각한다.   장서우청(張首晟) 스탠포드대학 물리학과 교수=AI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만일 넷플릭스(미국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에서 당신이 특정 장르의 영화를 즐겨봤다고 치자. 그러면 넷플릭스는 당신 취향에 잘 맞는 영화를 추천하기 시작할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AI가 쓰일 수 있다. 가령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데 AI는 학생들 하나하나를 잘 관찰하고 이들의 취향을 데이터로 남겨 분석한다. 어떤 학생이 이과 부분을 싫어한다거나 부족하다면 AI는 그 학생이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할지 유효한 학습방법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이끌어 줄 것이다. 가장 낙관적인 방식의 AI 사용법이다.   보아오=차이나랩 서유진, 서울=이승환   

    2017.03.28 18:00

  • 한국 비상실탄 64조원, 그의 입에 달렸다

    한국 비상실탄 64조원, 그의 입에 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 경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환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저평가된 위안화로 미국을 공략해 천문학적 무역 흑자를 내고 미국의 일자리를 뺏어갔다고 생각해서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4월 말까지 한국은 물론 중국까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언론은 최근 "그럴 염려 없다"는 확신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사람의 말 한마디 때문입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69) 행장입니다.2002년부터 무려 15년간 중앙은행 총수를 맡고 있지요. 그래서 그는 'Mr. 런민비 人民幣)', 'Mr. 금융 대통령'이라고 통합니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사진 중앙포토] 그는 지난 3월 10일 저우 행장은 "올해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격) 기자회견에서지요. 그는 이어 "금리 격차가 계속적 투기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며 금리는 대체적으로 국내 경제에 기반할 것"이라고 말했지요. 직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향후 5년간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를 6.5%이상으로 제시하자 이에 따른 환율 정책을 밝힌 겁니다. 동시에 미국의 일방적 환율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중국 언론이야 그의 환율 리더십에 박수를 보냈지만 국제 경제는 미·중 환율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한국도 긴장합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오는 10월 종료를 앞두고 있는 3600억 위안(약 64조원) 규모의 한중 통화스왑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한국 경제의 비상 실탄, 64조원이 그의 입에 달렸다는 얘깁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왼쪽)가 지난해 7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만났다 [사진 중앙포토] 저우샤오촨은 1948년 1월 장쑤(江蘇) 이싱(宜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저우졘난(周建南, 1917-1995)은 제1기계공업부 부장을 역임했지요. 아버지가 장관을 했으니 그는 중국판 금수저, 즉 태자당(혁명 원로나 고위 간부 자녀들의 정치세력)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 저우졘난은 상하이 교통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대학 10년 선배지요. 한데 그가 제1기계공업부 부장 시절 장쩌민이 그의 부하직원이었습니다. 저우졘난은 선배로서 직장상사로서 장쩌민을 끔찍하게 아끼고 지원했다고 합니다.  1995년 암으로 투병중인 저우졘난을 장쩌민이 찾자 “자네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 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장 전 주석이 그만큼 실력이 있고 대인관계가 좋았다는 얘기이기도 하지요   부장(장관)을 지낸 아버지덕에 저우샤오촨은 베이징 8중을 1966년 졸업합니다. 문화대혁명의 폭풍에 휘말려 그는 농촌으로 하방됐으며 1972년 공농병 대학생의 신분으로 베이징 화공학원에서 공부를 했지요.     저우졘난 부장 [사진 바이두] 대학을 졸업한 이후 저우샤오촨은 베이징시 자동화기술연구시스템연구실에 배치받았고 이후 칭화(靑華)대 기계연구원 시스템공정응용공작연구생에 합격합니다. 1982년 칭화대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당시 그와 함께 박사과정에 입학한 사람으로는 쉬상둥(徐向東) 칭화대학 열에너지 공학 교수가 꼽힙니다.     그는 공학을 전공했지만 1979년부터 경제체제개혁정책 및 경제과제를 집중 연구하면서 경제학을 섭렵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1985년 박사학위 취득 후 저우샤오촨은 칭화 경영대학원에서 초빙 겸직교수로 석사 및 박사 연구생들을 가르쳤습니다. 1984년부터 칭화대 경영대학원 원장 및 교수를 역임하고 있던 주룽지 전 총리와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저우샤오촨은 주룽지를 중심으로 하는 칭화방의 주역으로 승승장구합니다. 시진핑 주석의 권력 파트너로 불리는 왕치산 당 기율위 서기 역시 주룽지 계열의 인물입니다. 또한 저우샤오촨이 칭화대 겸임교수로 활동할 무렵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칭화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시 주석은 법학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저우샤오촨이 시의 박사학위 취득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주룽지 전 총리의 강연 · 인터뷰 내용을 실은 책 ` 주룽지 기자 질문에 답하다 ` 의 표지 [사진 중앙포토] 칭화대 교수직과 함께 1986년에는 국무원 체제개혁방안 영도소조의 멤버로 활약하면서 중국경제체제개혁연구소 부소장까지 올라갑니다.   당시 저우샤오촨은 급진적인 대외무역 체제개혁을 건의하기도 했으며 이중가격제(雙軌制度, 동일 제품에 대해 계획범위 내에서는 국가고시가격을, 계획범위 밖의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가격을 적용)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1991년 상하이시 서기에서 국무원 부총리로 베이징에 입성한 주룽지는 연구원 부소장이던 저우샤오촨을 중국은행 상무이사로 발탁합니다. 1995년에는 외환관리국 국장을 맡으면서 적극적으로 런민비의 자율태환을 추진했지요. 이듬해에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부행장으로 임명되는 등 쾌속승진을 이어갑니다.   1998년에는 건설은행장에 취임했으며 2000년에는 중국증권관리감독위원회 주석으로 영전합니다. 그리고 2002년 12월에는 인민은행장으로 취임하지요. 그가 꿈에 그리던 중국의 금융 대통령에 오른 겁니다.   이후 중국은 WTO가입에 따른 금융시장 개방, 중국은행 공상은행 등 국유상업은행의 증시상장, 2005년 7월 위안화 고정환율제 탈피를 선언하는데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온 정책들입니다.   저우샤오촨이 단행한 일련의 금융개혁 정책의 기조는 시장화입니다.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줄이고 시장에 맡기자는 정책이지요.   저우샤오촨 행장 [사진 바이두] 2008년에는 부총리로의 승진이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그의 급진적인 개방정책은 지방지도자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고, 그는 인민은행장 유임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지요. 저우샤오촨이 지방근무 경력이 없었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달러화 위주의 경제체제에 우려가 일었고,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달러화 최대 보유국인 중국에게는 뼈아픈 환차손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2009년 저우샤오촨은 인민은행 웹사이트에 올린 기고를 통해 “현재 국제 통화 시스템 본연의 취약성과 시스템 상의 결함이 우려스럽다”며 “개별국가와 무관하며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세계 금융시장에 기축통화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올해 말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그의 거취에 대한 논란이 분분합니다. 현재 중앙위원인 그가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원에 오를 수 있느냐는 거지요. 그의 올해 나이는 69세입니다. 중국 정계에서는 칠상팔하(七上八下) 원칙이 있지요. 국가 최고 지도부 선임 당시 나이가 67세면 가능하고 68세면 퇴직해야 한다는 관례입니다. 이 관례에 비추면 그의 퇴직이 유력합니다. 그러나 금융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이나 트럼프 시대 미중 환율 전쟁 등 향후 험난한 중국 경제를 고려하면 그의 금융권력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차이나랩 최형규

    2017.03.28 17:00

  • 美 국방부 비상 “중국으로 기술 유출 못 막겠다!”

    美 국방부 비상 “중국으로 기술 유출 못 막겠다!”

    # 보스턴에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신생기업)인 누렐라(Neurala)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사실 미국 공군이 작년 6월 투자를 포기한 기업이다. 하지만 중국 국영기업의 한 자회사는 주저 없이 투자를 결정했다. 누렐라는 자사의 ‘터틀봇 로봇(TurtleBot robot)’을 만드는 회사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독자 개발했다. 누렐라의 ‘터틀봇 로봇(TurtleBot robot)’,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사진 누렐라] # 지난해 중국 국제금융공사(GP캐피털)는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있는 콰너지시스템(Quanergy)을 인수했다. 자율주행차의 빛 감지 센서를 만드는 회사로 자금이 넉넉해지면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사드 레이더 제작사 ‘레이시온(Raytheon)’이 만든 ‘대인 추적 소프트웨어(people-tracking software)’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표면상 상업용 기술이지만, 얼마든지 군사용 무인 차량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콰너지시스템이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에 부착해 시연한 자율주행 감지 시스템 [사진 미국 포브스] # 팀 번스(Tim Byrnes) 뉴욕대 교수는 재작년 1월 미국 뉴욕에서 중국 상하이로 학교를 옮겼다. 중국 화둥사범대가 뉴욕대와 공동으로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를 세우면서 스카우트된 것이다. 그는 양자컴퓨터 연구로 인정받아 AI·로보틱스·빅데이터 등 다양한 미래 기술 분야에서 그에게 손짓하고 있다. 조건도 좋다. 100만 위안(1억6000만원)이 넘는 연봉과 자녀를 위한 국제학교 학비에, 연구 성과를 특허로 내면 42.5%만큼 소유권도 주장할 수 있다.   팀 번스 뉴욕대 상하이캠퍼스 교수 [사진 NYU Shanghai] 중국 지도부는 인공지능(AI)와 로봇 등 핵심 기술을 가진 미국 스타트업을 사들이는 데 적극 지원하고 있다. 美 국방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능력 향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이하 NYT)가 공개한 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올린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보고서는 누렐라를 비롯해 로봇 생산기업인 ‘지메틱’, ’크라우스마페어’ 등에 중국이 집중 투자해 기술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 美 국방부, “첨단 기술 중국 유출 우려돼” 더 나아가 미 국방부는 “현재 미국에 군사 기술에 활용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수 있는 감시장치가 없는 상태”라며 “중국 인민해방군의 각종 무기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회사 ‘하이인캐피털’은 NASA와 함께 일하고 있는 항공우주 및 상업용 우주여행 회사인 XCOR 에어로스페이스에 투자했다. [사진 XCOR 에어로스페이스] 실제 누렐라에 120만 달러(13억원)를 투자한 중국 회사 ‘하이인캐피털’은 중국 공산당 핵심 간부 출신이 회장으로 있는 그룹의 자회사다. 모회사인 에버브라이트그룹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이하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왕광잉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곳이다.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의 아들 원윈쑹이 소유한 레드뷰캐피털도 작년 플렉시블 액정 제조 프린터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카티바(kateeva)에 8800만 달러(980억원)를 투자했다. 중국 공산당 유력인사의 가족 기업, 지방정부, 국유기업은 물론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 중국의 덩치 큰 민간 IT 기업도 앞다퉈 실리콘밸리 투자에 뛰어들었다.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의 아들 원윈쑹이 소유한 레드뷰캐피털도 지난해 플렉시블 액정 제조 프린터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카티바에 8800만 달러(980억원)를 투자했다. [출처 카티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 나선 크리스 니콜슨 스타이마인드 CEO는 “스타트업이 샌드힐로드(벤처캐피털이 모여 있는 캘리포니아 한 거리 이름)에서 거절당해도 중국 투자자는 유치할 수 있다”며 “(중국 자본이) 미국 스타트업 업계에 미친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스타이마인드 또한 누렐라처럼 AI를 개발하는 회사다.   ━ 스타트업 인수뿐만 아니라 천재급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 중국은 인재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번스 교수의 사례를 들며 “중국이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로보틱스, 전기차, 바이오 의약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인재 1만 명 유치 계획을 세웠다”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배경에 깔려있다”고 보도했다.   인수합병(M&A), 투자, 인재 유치 등을 포함한 투자 규모도 갈수록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2013년 3220만 달러(340억원)에 불과했던 중국 기업 투자 규모는 작년 기준으로 148억5100만 달러(16조5000억원)으로 460배나 늘었다. 3년 만의 일이다. 영역도 크게 확장됐다. 인공지능·전자·정보통신기술·산업장비 등 미국 글로벌 기업과 첨단 스타트업 전반에 걸쳐 있다.   ━ 美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中 투자 움직임에 제동 걸지 주목불똥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이하 CFIUS)로 튀었다. 최근 일련의 중국발(發) 미국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미 국방부가 CFIUS의 적극적인 감시·감독 활동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CFIUS가 중국의 필립스 미국 조명사업부(루미레즈) 인수, 미국에 자회사가 있는 독일 반도체 회사 아익스트론 인수 등에 제동을 걸었다. NYT도 “중국 기업은 자신이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의 컴퓨터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기술개발 과정 전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이나랩 김영문

    2017.03.28 15:00

  • “중국 성장보다 안정 꾀하며 증시 오를 것”

    “중국 성장보다 안정 꾀하며 증시 오를 것”

    지난 3월 15일, 중국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 제5차 전체회의가 폐막했다. 전년의 6.5~7%보다 6.5% 정도로 경제성장률 목표를 낮췄다.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 그리고 안정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다.   중국에서 양회(兩會)라고 하면 전국인민대회대회(全國人民代表大會·人大)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中國人民政治協商會議·政協)를 통칭하는 말이다. [출처: 베이징 관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당 총서기(이하 시 주석)의 1인 체제를 공고히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2721명이 압도적으로 정부공작 보고를 찬성하면서 시 주석의 독보적인 위상이 재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리커창 총리(이하 리 총리)의 말도, 전인대 회의 기간 중 각 성-시-자치구와 인민해방군 등 분과회의에서도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발언이 잇따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왼쪽)이 3월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났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서로의 관심사를 존중한 협력만이 미·중 양국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사진 중앙포토] 상황이 공교롭다.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중국과 본격적인 통상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소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칼끝이 중국을 향해 있고, 환율조작국 이슈도 살아있다. 앞으로 미국과 빚어질 수 마찰에 중국은 내부 결속을 통해 경제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다. 정치적인 의미는 생략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번 전인대의 주요 내용을 더 살펴보자. ━ 전인대, 시진핑 국가 주석 체제 공고화 미국과의 통살 마찰 우려는 여전해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각종 경제지표의 목표치를 작년보다 낮게 잡았다. 경제성장률도 6.5%로 낮춰 잡은 것은 물론 소매판매 증가율, 고정자산투자, 통화량 등 거시경제지표 전망치도 낮췄다. 성장보다는 안정으로 초점을 두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3월 15일 전인대를 폐막하며, 경제지표의 목표치를 낮춘다고 공표했다. 경제성장률도 6.5%로 낮춰 잡은 것은 물론 소매판매 증가율, 고정자산투자, 통화량 등 거시경제지표 전망치도 낮췄다. 성장보다는 안정으로 초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사진 CNN Money] 두 번째는 ‘감축형’ 구조조정 일명 ‘공급 측 개혁’ 강화에 나선다. 중국 정부가 공급과잉산업에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댄 지 3년째다. ‘시진핑 2기 지도부 교체기’인 올해 구조조정 개혁에 더 박차를 기할 예정이다. 감축 대상산업도 늘어났다. 기존 석탄·철강·비철금속·시멘트 등 4개에서 조선·화학·건자재 등을 추가했다.   ━ ‘공급 개혁’ 강화 천명 지방정부, 구조조정 목표치 2배 이상 늘려지방 정부의 의지는 더 강하다. 중국 중앙 정부에서 생산 감축 목표가 1억5000만 톤이지만, 지방정부는 3억3000만 톤으로 높게 잡는 식이다. 무려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석탄·철강·석유화학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각 지방정부의 당서기도 함께 교체되는 시기라 지방 관료들의 과잉 충성 덕분에 감축 움직임 더 거세질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 불균형, 제조업 구조조정 [사진 중앙포토] 세 번째로 한층 더 강화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이다. 중국은 5월에 20여 개국 정상을 초대하는 일대일로 정상 회의를 연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정책의 실행에 적극적이라는 뜻이다. 실제 올해 중서부의 요충지인 티베트 지역에서 고정투자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50%나 증가했다. ━ ‘일대일로’ 적극 실행에 나설 듯  리커창 총리, ‘인공지능’과 ‘5G’를 직접 언급마지막으로 ‘신성장 신산업’의 부각이다. 중국도 4차 산업 얘기를 본격적으로 꺼낸 셈이다. 올해 업무보고에서 리 총리가 처음으로 직접 ‘인공지능’과 ‘5G’를 언급했다. 이르면 4월 초 ‘인공지능 발전규획안’이라는 정부 지원책까지 나올 전망이다. 중국이 체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얘기다. 한·중 관련 산업과 기업 모두에 호재다. 빅데이터 산업의 요람 구이저우. 2016년 선전에서 개최된 중국전자정보박람회에 참가한 알리바바의 인공지능 부문 아리윈 부스 [사진 중앙포토] 4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면,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리스크’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어떻게 될까. 시장의 우려와 달리 중국 자본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의 이익은 더 늘어났고, 경기도 점차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동안 구조조정 정책이 착실하게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인대에서 나온 장기 육성 산업도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올해 중국 구조조정 노력과 신성장 정책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한국에는 썩 좋은 소식은 아니다. 중국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해가는 철강·석유화학·조선·기계, 각종 유틸리티 등 대형 제조업이 한국의 핵심 산업과 겹친다. 게다가 우리도 ‘4차 산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아가는 추세로 다시 한 번 중국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글=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2017.03.27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