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산업체의 능력
중국 군사전문가들이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이슈다. 방산업체가 연구와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왜일까. 미국 등 서구 방산업체와 비교되는 것을 큰 부담으로 여긴다. 실제 미국 디펜스 뉴스(Defense News)가 매년 공개하는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서도 중국 방산업체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대표 방산업체인 한화·LIG 그리고 한국항공우주(KAI)가 속해있는 데도 말이다. ‘현지조사’도 쉽지 않아 서구 군사전문지와 시사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곳에서 생산할 모델은 사우디의 아브두라직과학기술회사(KACST)와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이하 중국항천)이 공동으로 개발한 대잠 무인기 ‘차이훙(彩虹·CH)-4’이다. 중국 방산업체가 미국과 동맹인 국가에 공장을 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방산업체 사우디에 무인기 공장 세워
美 동맹국에 방산 공장 세우기는 처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은 그동안 해외무기생산 기지 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당초 무인기는 정찰·감시 등 군사용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민수용으로 더 주목받았다. 하지만 개발 기술이 정밀해지고 타격 능력까지 갖춰지면서 무인기는 명실상부한 현대전의 주역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무인기, 9·11 테러 이후, 대테러 작전에서 능력 발휘
중국도 ‘무인기’ 전력 확보에 주력해
미국의 첨단 전력 연구에 열공(熱功) 중인 중국이 이를 놓칠 리 없다. 무인기의 ‘경제성’ 또한 중국군에겐 매력적인 요소였다. 무인기는 소음, 스텔스, 기계식 엔진에 대한 기술적 부담도 적었다. 게다가 중국은 적(敵)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기의 개발과 운용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고 있다.
중국 방산업계 ‘무인기’로 기회 맞아 #中 군용 무인기, 사우디에도 공장 세워 # 9·11 테러 이후, 美 무인기 대세 #中도 무인기 전력 확보, ‘모방전략’ #중국산, 정찰 ·감시 능력 눈부신 성장 #서구 제품보다 가격도 저렴해 빠르게 시장 잠식
민간에선 중국 내 무인기 개발은 에어로 스타룹 하이텍, 웨이팡 티안시앙 항공산업, 루오양 옵토 기술센터 등이 주도하고 있다. AVIC 산하 청두비행기공업(CAC)이나 중항공업직승기술연구소(CHRDI)는 무인공격헬기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우주발사체기술연구원(CALT)과 베이징 항공항천대학(BUAA) 등 전문 연구소도 무인기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국군이 무인기를 선호한다. 험난한 산악지형이 많고, 작전 반경이 넓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미국이 대(對) 테러 작전에서 보여준 무인기 운용 효과도 중국군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실제 중국군은 미국 무인기 작전수행 능력을 보고 충격은 적지 않았다.
무인기 남중국해 등 갈등 지역 투입
미래전 대비도 무인기 최대 활용 복안
중국은 무인기를 통해 미래전도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전의 핵심은 ‘지휘 통제-정찰·감시-정밀타격’이다. 이 중 ‘정찰·감시-정밀타격’ 단계를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전력은 무인기가 유일하다. 시진핑 주도의 중국군 개혁과도 맞물린다. ‘미래전 추세가 무인체계이니, 병력은 줄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중국 군부의 반대를 무마시킬 수도 있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무인기 개발 성공사례도 중국의 무인기 개발에 탄력을 붙게 하고 있다. 2011년 5월 2일의 빈 라덴 사살 작전 성공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군도 2015년부터 무인기를 실제 화력을 동원한 군사훈련에 투입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무인기를 이란·이라크·카자흐스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1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고도·고고도 무인기와 회전익 무인기 등 다양한 종류를 국내·외 방산전시회에서 적극 선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비행체 형태인 시안롱 시리즈, 스카이 세이커, 리지안, CH 시리즈, 이룽Ⅰ와 윙룽 Ⅰ·Ⅱ(중고도), 티안이(고고도)와 회전익(헬로콥터) BH-시리즈, QY-시리즈, AV500 시리즈를 내놨다. 최근엔 고정직과 회전익을 혼합한 수직이착륙(VTOL) 무인기도 종류와 가짓수를 늘려가고 있다.
서구 제품보다 가격도 저렴해 빠르게 보급
중국 방산업체는 서구 방산업체보다 기술이전에 적극적이다. 중국산 무인기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다. 심지어 몇몇 민간업체는 핵심 기술까지 이전하겠다고 주장한다. 기술이나 작전 효율성 차원에서 미국 등 선진국이 한 수 위지만, 무인기 기술을 국가급 비밀로 분류해 기술 이전 논의 자체를 꺼린다.
하지만 중국산 무인기는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나가고 있다. 게다가 중국 방산업체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해외 방산업체의 하청업체까지 마구잡이식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무인기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구매자의 입맛에 맞춰 다양한 모델까지 내놓으면서 전 세계 수요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중국 방산업체의 자금력과 비즈니스 마인드는 ‘과거형’이 아니라 ‘미래형’인 셈이다.
글=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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