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D, 중국의 테슬라가 될 수 있을까?

    BYD, 중국의 테슬라가 될 수 있을까?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의 BYD, 세계의 1∙2위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업체다. 확실히 두 회사 주가가 눈에 띈다. 지난달 말 테슬라가 전기차 ‘모델 3’을 출시하자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불어 테슬라 시가총액(이하 시총)은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GM(제너럴 모터스)의 시총도 넘어섰다. 반면 중국의 대표 전기차 업체인 BYD는 판매 부진과 함께 주가도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의 심각한 대기오염이나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전기차는 확실한 대안인데도 말이다. 왜일까.   테슬라 주가와 주요 사업.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시가총액. [사진 중앙포토] BYD는 대략 10년 전쯤 처음 접했다. 사실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 덕분이었다. 그가 2008년 한 중국 회사 지분을 10% 인수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사진이 주요 외신을 장식했다. 그 회사가 바로 BYD였다. 지금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거목으로 성장했다. 실제 BYD는 2015년부터 2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한 회사다.   테슬라가 국내 출시 예정인 2000만원대 준중형 전기차 ‘모델3’. 예치금이 1000달러다. [사진 테슬라]  ━ 지난해 삼성전자, BYD 손잡아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함께 기술개발도 나서 이후 한국에서도 BYD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전자가 BYD와 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약 30억 위안(5100억원)에 5226만 주(전체 지분의 1.92%)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7월 22일 BYD가 중국 선전거래소에 주당 57.4위안(1만원), 총 2억5200만 주를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새로 발행한 때였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중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고, BYD는 삼성전자와 함께 기술개발에 나설 것을 밝혔다.   BYD 대표적인 ‘윈윈(win-win) 전략’이었다. 삼성전자의 선진 기술과 BYD가 보여준 미래산업의 가능성이 만난 것이다. 전기차 산업에서 BYD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BYD 주가다. 올해 4월 13일 기준으로 BYD 주가는 52.45 위안, 삼성전자가 사들인 때보다 10% 이상 떨어졌다. 따지고 보면 기술합작사인 합작사인 삼성전자보다 우량주를 싸게 살 기회일 수 있다.   ━ 전기차 세계 판매 1위  BYD중국 정부 보조금 줄여, 원가 상승 그렇다면 BYD 주가는 올해 들어 왜 이렇게 부진할까. 일차적으로 중국 정책의 변화 탓이다. 중국정부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원 규모를 차츰 줄이고, 2021년에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보조금이 줄면 곧바로 전기차 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어 당분간 판매증가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선전 택시정류장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BYD의 전기 택시 [사진 중앙포토] 중국 정부는 왜 갑자기 보조금을 없애려고 할까. 이유는 이렇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에 보조금을 노린 업체가 난무하고, 구조조정과 통폐합 전략으로 산업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히 세웠다.물론 BYD에는 단기적으로 악재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BYD는 중국 전기차 산업을 이끌 수 있는 ‘리딩컴퍼니(선두기업)’가 되는 계기일 수 있다. 중국 정부도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판단하면 보조금 지급을 재개할 수도 있다.   출고를 기다리는 BYD 전기차 [사진 신화망] BYD 주가, 올해는 부진하겠지만, ━ 삼성전자보다 싸게 살 기회 올해로 돌아가 보자. 일단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겠다고 했기에 올해 1분기 BYD 실적도 좋지는 않을 것 같다. BYD에 따르면 올 1분기 순익이 전년보다 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BYD는 10만 대 넘게 전기차를 팔았다. 2015년 6만1722대를 판지 불과 1년 만에 무려 70%나 성장한 셈이다.     그래도 단기적으로 BYD 주가는 주춤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나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1위를 달리고 있는 BYD, 지금 싸게 살 기회는 아닐까.    글=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2017.04.17 16:00

  • “돈도, 힘으로도 안된다. 그럼 뭘로 중국과 싸워야하나?”

    “돈도, 힘으로도 안된다. 그럼 뭘로 중국과 싸워야하나?”

    현대·기아차가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3월 중국 판매량이 7만2032대로 작년 3월 대비 52.2% 줄었다. 사실상 반 토막인 셈이다. 중국 시장 판매량이 줄면서 현대차, 기아차 중국 현지 공장도 일부 조업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말부터 베이징 공장 야간 조업을, 기아차의 경우 허베이성 창저우 공장 전체 라인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 현기차 ‘사드 충격’ 中 판매량 반토막삼성SDI·LG화학·롯데도 고전 면치 못해   중국 시장 비중이 전체 글로벌 시장의 20%나 됐던 현대·기아차는 비상이 걸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필두로 연일 임원 회의를 소집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18일 중국 창저우 공장 준공식 행사장에서 현지 생산 모델인 위에나(신형 베르나) 보닛에 기념 사인을 하고 있다. 창저우 공장 가동으로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연간 240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당시만 해도 전 세계 현대·기아차의 생산량 878만 대 중 약 27%를 중국에서 만드들 정도로 기대가 컸다. [사진 현대자동차] 삼성SDI, LG화학 등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던 한국 업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마련한 배터리 생산 인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가전업체, 롯데를 비롯한 유통·관광 등 산업 전 분야에도 중국 시장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가 되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는 그만큼 거셌고, 쉽사리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어떤 경제 전략을 마련해야 할까?  사드 문제는 하나의 신호탄이라고 봐야죠. 사드만 없어지면 앞으로 중국과의 마찰은 피할 수 있을까요? 순진한 발상입니다. 이미 반도체·배터리·조선·스마트폰 등 전 세계 무대에서 중국산과 마주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습니다. 산업이 겹치고, 경쟁에 놓일수록 소재만 달라질 뿐 계속 부딪힐 겁니다. 감정적으로 중국을 배척해서도 안 됩니다. 중국이 필요한 부분을 긁어주고, 우리도 중국 경제 성장의 몫을 가져가면 됩니다. 안현호(60)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13억 중국을 힘으로 싸워 이길 수도 없고, 돈으로 싸울 수도 없다”며 “오히려 지금이 10년간 거의 제자리걸음 하듯 2만 달러에 갇혀 있는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현호(60)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사진 중앙포토] 안 전 차관은 제25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지경부 산업경제실장과 제1차관을 거치며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에 오랫동안 몸담은 ‘산업통’으로 평가받는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단국대 석좌교수 그리고 삼정KPMG 고문으로 일하고 중국·통상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그간에 쌓은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2013년 『한·중·일 경제 삼국지』를, 지난달 10일에는 『한·중·일 경제 삼국지 2』도 내놨다.   ━ 한국 산업계, ‘닥터둠’韓·中·日 경제·산업 구조 빠르게 변해“‘패스트 팔로워’ 아닌 ‘퍼스트 무버’ 돼야” 두 책 모두 중국·일본 경제·산업 구조 변화를 보여주면서 한국이 처한 위기를 짚고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사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처럼 지난 10년간 한국 산업계에 ‘위기론’을 던져왔다.한국 산업, 어디부터 문제일까. 연구개발(이하 R&D) 얘기부터 꺼낸 안 전 차관은 “한국 산업 R&D는 소수 기업, 특정 분야 위주로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며 “사실상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경쟁을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R&D 투자를 하는 기업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27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유럽연합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 2016’에 따르면 2015년(회계연도) 세계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 중 한국은 75개 기업이 포함됐다. 이 중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2위)뿐이었다.   ━ 전 세계 R&D 투자 상위 10위권삼성전자만 2위에 올라나머지 한국 기업 74개는 40위권 바깥 LG전자(48위), 현대차(83위), SK하이닉스(85위) 등 4개 기업은 40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국가별로 보면 어떨까. 미국이 837개로 1위를 지켰고, 일본 356개, 중국 327개 그리고 한국은 75개로 대만(111개)보다 밀려나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레 중국 기업의 R&D 투자로 넘어갔다. 그는 “LG전자와 현대차는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도 뒤처지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스마트폰과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커다란 기술혁신 물결에 올라타고자 R&D 투자를 급격하게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에 특허 소송 낸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 [사진 중앙포토] 최근 현대차 중국 내 판매 급감 사태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봤다. 안 전 차관은 “현대자동차는 2010년부터 화웨이보다 R&D 투자가 적어지더니 2012년부터는 3배 이상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며 “최근엔 중국 자동차 회사들도 현대차보다 R&D 더 늘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 조선·전자·자동차 분야중국 기업보다 연구개발 투자 안 해 결국 조선·전자·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이 보여준 ‘20년 제조업 신화’가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원천기술의 알맹이가 빠진 양산 기술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지탱하기 어렵다”며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수십 년간 열세였던 중국이 한국 뒤를 바짝 쫓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스마트공장·자동화 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제품 불량률을 줄이는 산업 로봇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OECD 자료에 따르면 세계 시장의 수출 1위로 꼽은 5000여 개의 품목 중 중국이 1610개로 1위, 한국은 64개로 순위권에서조차 찾기 힘들 실정이다. 그만큼 소수 대기업 주도의 수직계열화로는 기술 기반으로 부품·장비 산업을 이끄는 중소기업 생태를 살릴 수 없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자료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산업연구원] 중국 관련 대책을 논의(특히 대통령 주재회의)할 때면 난리가 난다. 국가 출연연구소, 전문가 집단에 의견을 묻고 난 후 급조하듯 만든 전시성 보고서를 내놓는 게 전부다여기에 그는 한 가지 더 얹었다. 바로 ‘중국 바로 알기’다. 자신의 경험을 되짚던 안 전 차관은 “중국 관련 대책을 논의(특히 대통령 주재회의)할 때면 난리가 난다”며 “국가 출연연구소, 전문가 집단에 의견을 묻고 난 후 급조하듯 만든 전시성 보고서를 내놓는다. 중국에 대한 전문지식과 연구가 쌓이지 못한 상태에서 나오는 전문가의 조언이 도움되면 얼마나 되겠냐"고 꼬집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한국 산업계가 ‘중국’에 대해 좀 더 정교한 대응에 나설 것을 재차 당부했다.  중국은 제조업 강국으로 30년 이상 번영할 겁니다. 그만큼 한국엔 기회와 함께 위협을 동시에 제공하는 곳이죠. 사드 문제로 한국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이면 가는 나라를 더 멀리 떼어 놓을 수는 있답니까?더 거대해질 중국 경제와 산업에 한국은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흡수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문제도 상시로 중국과 함께하는, 늘 극복해야 하는 단계일지도 모릅니다. 위기의 본질은 극복의 대상이죠. 그 과정에서 한국은 발전해왔습니다.  차이나랩 김영문

    2017.04.17 12:00

  • “이 전쟁에서 지면 후손에게 물려줄 일자리는 없다!”

    “이 전쟁에서 지면 후손에게 물려줄 일자리는 없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공격’에 국내 기업들이 바짝 움츠리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현대기아차마저 중국 서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판매량이 거의 반 토막 났단다. 중국은 그렇게 한국 기업을 시장에서 밀어낼 기세다.   그 결과는 단지 중국 시장을 잃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장의 흐름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분업구조의 변화에 우리가 잘 적응하지 못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드 차원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인 문제 제기다. 2016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 자료 중 국가별 산업 클러스터 비교 [자료 딜로이트] 위 그래픽을 보자.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가 최근 펴낸 ‘2016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2016 Global Manufacturing Competitiveness Index)’에 나오는 걸 뽑았다. 딜로이트는 ‘글로벌 제조업이 점점 더 클러스터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역별로 국가 클러스터 군(群)이 형성되고 있고, 나라 안에서도 업종별 또는 제품별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보고서는 위 제목을 구글 검색창에 치면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다). 크게 3대 권역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북미 클러스터, 중국·일본·한국이 이끄는 아시아 클러스터, 독일이 앞서고 있는 유럽클러스터 등이다. 역시 가장 큰 제조 클러스터는 아시아다. 이 지역에 있는 기술력과 자본, 그리고 풍부한 노동력이 결합하면서 다른 권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건 글로벌 얘기고, 그렇다면 중국에는 또 어떤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을까? 중국 내 산업별 클러스터 [자료 Li&Feng 리서치 센터] 이 도표는 중국의 어느 곳에 어떤 산업이 발달하고 있는지를 대략 보여준다. 중국의 산업별 클러스터를 정리해 놓은 산업 지형도다(핸드폰으로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PC로 보길 권한다). Li&Feng 리서치 센터가 만들었다. 역시 구글 검색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그래픽이다. 중국에 ‘일촌일품(一村一品)’이라는 말이 있다. ‘각 마을마다 고유 상품이 있다’라는 뜻이다. 이게 산업화 시대에 들면서 도시 별로 고유의 상품을 특화 발전시킨다는 것으로 발전했다.   필자는 베이징, 상하이 특파원 시절 그런 도시를 여럿 취재했다. 쩌장성 성저우(嵊州)라는 곳은 넥타이를 만드는 도시다. 전 세계 넥타이의 약 60%(한 해 약 1억6000만 장)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하이닝(海寧)이라는 도시는 가죽(피혁) 제품 도시다. 가죽 관련 공장이 빼곡하다. 불산(佛山)이라는 광저우 옆 도시를 가면 잠실운동장 서 너 개쯤 될법한 도자기 시장이 펼쳐져 있다. 장쑤성 쑤저우-쿤산에서는 세계 노트북PC의 70%이상이 생산된다. 그런가 하면 상하이 해안가에는 조선(造船)클러스터가 둥지를 틀고 있다. 성저우의 한 넥타이 도매상 [사진 이매진차이나] 중국 제조 클러스터에 질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원래 이들 제조 단지는 독자적으로 운영될 수 없었다. 완제품 생산은 그곳에서 하지만, 그 완제품 생산을 위해 필요한 중간재(부품이나 반제품)를 일본·한국·대만 등에서 가져왔다. 그런데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중간재를 일본이나 한국에서 수입하지 않고도, 국내(중국)에서 조달한다. 자기완결형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쑤저우의 노트북PC공장은 더 이상 한국에서 LCD패널을 수입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폴리에틸렌을 들여가던 후베이(湖北) 이창(宜昌)의 페트병 공장은 주문을 끊은 지 오래다. 대만의 학자들은 이를 두고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이라고 했다. 모든 제조공정이 중국에서 완성되는 '자기 완결형(full-set)'공급구조다. 중국의 홍색공급망이 탄탄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 당신이 노트북PC 용 가방을 생산하는 가방공장 사장이라고 하자. 마케팅을 위해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구매담당자를 접촉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노트북PC를 만드는 회사는 거기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삼성전자에 가서 “노트북PC용 가방을 공급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구매담당자는 아마 이렇게 답할 것이다. 쑤저우로 가서 알아보세요. 우리 노트북PC는 모두 거기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삼성전자 쑤저우 공장 [사진 중앙포토]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노트북PC를 만드는 공장이 없다. 삼성도, LG도 모두 브랜드만 붙어있을 뿐 제조 지는 쑤저우 노트북PC 클러스터에서 만든다. 이젠 노트북PC관련 업체라면 당연히 쑤저우로 가야 한다. 가방공장 역시 다르지 않다. 클러스터가 강력해지면 그렇게 주변의 관련 기업과 산업을 빨아들인다. 블랙홀처럼 말이다. 변두리에 어정쩡하게 있다가는 ‘폭망’하기 십상이다. PC관련 업체라면 쑤저우로 가고, 에틸렌을 만드는 화공관련 업체라면 이창 곁으로 가야 한다. 글로벌 주문이 점점 그 클러스터로 몰려드는데 어찌 견디겠는가? 클러스터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지면 산업 전체가 ‘폭망’할 수도 있다. 중국도, 한국도, 일본도 클러스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설마 '폭망'까지야… 그렇게 생각했다면, 너무 안일하다. 우리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아래 사진 말이다. [사진 중앙일보 캡쳐] 결국은 클러스터 전쟁입니다. 그 전쟁에서 지면 기업을 빼앗기고, 또 일자리를 빼앗기고 맙니다. 방법, 있지요. 중국의 클러스터를 이길 수 있는 우리 클러스터를 조성하던가, 중국 클러스터를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우리 아들 딸들에게 물려줄 일자리는 없습니다.-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차관 차이나랩 한우덕

    2017.04.17 07:00

  • 한반도 전쟁, 중국군은 자동 개입하나?

    한반도 전쟁, 중국군은 자동 개입하나?

    한반도의 4월 위기설이 좀처럼 죽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를 해도 심리적으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하겠다”며 금방이라도 사달이 날 듯한 말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의 세치 혀에 한반도가 떨고 있다.   더욱더 고조되는 한반도 정세, 시진핑 중국 주석은 과연 지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중국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사진 중앙포토]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중국은 과연 군사 개입을 할 것인가?전쟁 발발하게 되면 시선은 중국으로 향하게 되어있다. 중국의 참전 여부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1961년 7월 ‘북·중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중국과 체결하면서 제2조에 자동개입 조항을 넣었다. 북한이 무력 침공을 받음으로써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면 중국이 모든 힘을 다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이 조항을 지킬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 덩샤오핑은 1983년 6월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에게 그 문제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김정일: 북한이 한국에서 지하역량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한국 정부의 탄압으로 곤란에 처해 있으며 들고 일어나는 것은 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지원해 줄 수 있나?   덩샤오핑: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다. 덩샤오핑과 김정일 [사진=김명호]당시 김정일의 최대 관심은 전쟁을 일으켰을 때 과연 중국이 지원해 줄 것인가였다. 덩샤오핑의 답변은 그가 기대한 것과 정반대였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의 기치를 한창 올리고 있는 시점에 느닷없는 김정일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김정일은 평양에 돌아오자마자 곧 바로 열린 노동당 제6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중국을 비난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이제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자취를 감췄다. 존재하는 것은 수정주의뿐이다. 중국이 4대 현대화(농업, 공업, 국방, 과학기술)도 수정주의 이외에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덩샤오핑은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로 인해 장래 중국의 운명이 위협받는 사태가 일어나지 말아야 할 텐데…”라며 개탄했다. 당시 김정일의 나이는 41살이었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지금 시진핑이 철부지 김정은 때문에 덩샤오핑의 고민을 되풀이하고 있다. ‘꼬리가 개를 흔드는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관변학자들은 한반도 전쟁에 중국의 참전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교수는 “한반도 전쟁에 중국의 참전은 명백한 착오다. 6.25 전쟁에 참전함으써 대만 통일 기회를 상실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한반도 전쟁이 발생하더라도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대학 판중잉 교수도 “북한 핵문제가 중·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해 조약을 사실상 무효화했다”면서 “조약은 단지 ‘의미’로만 존재할 뿐 충돌이나 전쟁 발생 시 중국이 군사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자료 중앙포토]선지루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에 의해 촉발된 분쟁인데 조약에 얽매여 중국이 북한에 군사원조를 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중국의 여론이 이런 만큼 시진핑도 고민에 더 빠질 수 밖에 없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안전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중국은 설혹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 하더라도 과거 6.25 전쟁처럼 북한에 군사 지원을 하는 등 무조건 100% 개입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이 붕괴할 경우 동북 3성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면밀히 판단한 뒤 개입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에 사전 통보 없이 북한을 선제타격한다면 중국은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중국 전문가들도 북한의 태도가 중국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이 한성렬 부상의 말대로 미국의 선제타격에 전쟁으로 맞대응해 전쟁이 확산되면 군인의 참전보다 먼저 미사일만으로 주한 미군 기지를 공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가운데 사드 배치 장소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 한반도는 미·중의 전면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북한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중국도 피해가 만만치 않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한반도 전쟁에 개입해 낭패를 본 적이 많았다. 수나라, 당나라 등 나라가 휘청하기도 했다. 시진핑이 두려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글=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정리=차이나랩

    2017.04.16 13:58

  • 제갈량, 세치 혀 하나로 조국을 구했다?

    제갈량, 세치 혀 하나로 조국을 구했다?

    호북성(湖北省) 형주(荊州)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무한(武漢)으로 향한다. 무한은 장강대교가 지나는 곳에 중국 3대 명루의 하나인 황학루(黃鶴樓)가 있다. 무한을 방문하면 황학루도 둘러보아야 하지만 황학루 옆에 있는 삼국공원도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오나라 최고의 참모인 노숙의 의관묘도 있으니 필히 둘러보아야 한다. 황학루 [사진 허우범] 황학루를 찾았다. 이슬비가 내리는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내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황학루 앞 삼국공원은 수많은 장수와 참모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는지 위, 촉, 오 세 나라의 주인공들만 세워져 있다. 촉은 유관장 삼형제, 오는 손권과 주유가 함께 있다. 그런데 위나라는 조조뿐이다. 미운 조조이기에 혼자만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인재대국 위나라는 참모가 너무 많아 생략한 것인가. 왠지 생각이 전자에 더 끌리는 것은 오랜 세월 ‘조조=악인’으로 굳어진 그들만의 선입견 때문인가.   유비는 당양에서 파죽지세의 조조군에 패배하고 장강으로 쫒기는 신세가 된다. 시세는 급박하게 흐르고 유비는 갈 곳이 없었다. 유비는 유표가 죽기 전에 형주를 받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오나라의 손권과 동맹을 맺어 조조에 대항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러한 때 노숙이 유비진영에 나타난다. 그야말로 유비에게는 구세주와 다름없는 노숙의 등장이다. 하지만 노숙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다. 그 생각은 일찍이 손권에게 설파했던 형주에 관한 것이다. 황학루에서 본 장강대교 형주는 우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강물은 북쪽으로 흘러 장강과 한수를 에두르고, 안으로는 높은 산과 언덕이 있어 성은 튼튼하며, 기름진 땅이 만 리에 펼쳐 있어 관리와 백성 모두가 후덕합니다. 그러하매 이곳을 차지하면 제왕의 근거지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전략적 요충지인 형주는 제갈량이 유비에게 설명한 천하삼분계책 이전에 노숙과 손권사이에서도 충분히 논의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형주의 사태가 급변하자, 노숙은 손권에게 설파한 ‘노숙판 융중대’의 현장을 찾은 것이다. 노숙과 제갈량의 형주에 대한 속셈은 서로 달랐다. 하지만 조조의 침략을 막아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의견의 일치를 본다. 그리고 촉오동맹의 확정을 위해 손권에게로 간다.     삼국 공원에 있는 유비 관우 장비상 [사진 허우범] 유비집단의 생사존망이 걸린 동맹의 결정권은 손권에게 달려 있었다. 손권은 조조와 유비를 놓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참모들도 주화파와 주전파로 나뉘었는데, 주화파 쪽이 강했다. 주화파의 요지는 대세로도 조조를 대적할 수 없고, 조조에게 항복하면 전쟁 없이 강남을 보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때 제갈량이 등장하여 동오 참모들과의 설전에서 보기 좋게 승리함으로써 주전파에게 힘을 실어 주고, 손권은 유비와 동맹을 맺어 조조에 대항하기로 결심한다. 제갈량이 동오의 참모들과 벌인 ‘설전군유(舌戰群儒)’는 외교적 능력이 뛰어난 제갈량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설전군유하는 제갈량 [사진 바이두] 제갈량이 강동에 가서 촉오동맹을 맺고 조조에게 대항하자고 설득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손권의 모사들과 현안에 대해 논쟁을 펼쳤다는 기록은 없다. 더구나 제갈량과 논쟁을 폈던 동오의 사람들은 모두 적벽대전 이후에 임용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제갈량의 ‘설전군유’는 지어낸 이야기이다. 설전군유 이야기는 원나라 때 나온 『삼국지평화』에서 이미 허구화되었다. 이곳에 보이는 제갈량의 성격은 강경하고 조급하여 몹시 서두르는 경솔한 인물로 그려졌다. 이를 나관중이 온화하고 점잖은 풍격과 높은 학식을 겸비한 명사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침착한 태도와 뛰어난 언변까지 보태놓았다. 우리가 중국 최고의 재상이라고 믿는 제갈량은 이렇듯 나관중이 만든 제갈량의 인상(印象)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다.     손권과 주유상 [사진 허우범] 나관중은 제갈량을 신기묘산(神機妙算)의 인물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제갈량만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능력을 보여준다. 전략적 안목인 ‘융중대책’, 군사적 능력을 보여주는 ‘박망파 전투’에서의 승리, 뛰어난 외교술을 보여준 ‘설전군유’가 바로 그것이다. 적벽대전을 앞두고 십만 개의 화살을 구하는 ‘초선차전(草船借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나관중은 이러한 것들을 모두 신묘한 제갈량을 만드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융중대책은 동오의 노숙이나 참모들이 먼저 주장한 것이고, 박망파 전투의 승리는 유비의 것이며, 초선차전은 손권의 것이다. 설전군유도 제갈량과 거리가 멀다. 조조와의 일전을 앞둔 손권의 마음은 참모인 노숙의 진언에 이미 결정되었다. 하지만 유비진영을 대표한 제갈량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나라 안(海內)이 크게 어지러워 장군께서는 강동에서 군사를 일으키셨고, 우리의 유장군께서는 한남에서 힘을 모으셨으니, 조조와 함께 천하를 다툴 것입니다.”  제갈량의 이 간단한 말에는 융중대에서 설파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즉, 유비와 손권을 동일한 위치에 놓으면서 한 편이 되게 하고, 조조와는 적대적인 자리에 배치하되 천하삼분을 이야기하는 고도의 화술이다. 실로 제갈량다운 기재(奇才)가 아닐 수 없다. 이를 간파한 손권이 반문한다. 유장군은 왜 투항하지 않는가?옛날 제나라 장사 전횡은 일개 필부임에도 끝까지 투항하지 않았는데, 어찌 유장군이 투항하겠습니까? 우리 장군께서는 한황실의 자손으로 재모와 지혜가 이미 세상에 알려진지라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따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결단코 저항할 것입니다. 만약 실패한다면 그것은 하늘의 뜻이지 투항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사실 손권은 조조와 사돈지간이었기에 조조가 유비보다도 가까웠다. 동생 손광은 조조의 조카딸과 혼인하였고, 손권의 조카딸은 조조의 아들인 조창의 아내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권은 유비를 택하였다. 동등한 사돈지간은 가능할지언정 조조에게 항복하여 복종하기엔 손권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조조를 도와 유비를 없애는 것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경우처럼 다음 상대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으리라. 그러하니 유비와 연대하여 조조에게 대항하는 것은 손권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러한 때, 손권의 생각을 확고하게 하는 결정적 사건이 발생한다. 조조가 손권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그 내용이 자못 불쾌하고 걱정스러운 것이었다.요사이 황제의 명을 받들어 유종의 죄를 추궁하고자 정모(旌旄, 천자의 깃발과 장식)를 앞서게 하고 남으로 내려오니 그는 꼼짝도 못하였다. 내 이제 수군 80만 명을 이끌고 장군과 더불어 강동서 사냥을 할까 한다. 조조상 [사진 허우범] 항복하라. 그렇지 않으면 80만 수군을 이끌고 가서 오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니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말이다. 사실 손권은 조조와 유비의 싸움을 관망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전달된 조조의 편지가 손권의 마음을 바꾸게 한 것이다. 조조는 어째서 유비를 치다가 손권에게 편지를 보냈을까? 당양의 전투에서 유비를 무찌른 조조는 너무나 득의양양하였다. 게다가 천하의 요충지라는 형주에 무혈입성을 하였으니 말이다. 이에 조조는 더욱 욕심이 생겼다. 이번 원정에서 아예 손권이 차지하고 있는 장강 이남지역까지 무릎을 꿇게 하고 싶었다. 형주의 수군까지 있으니 못할 것도 없다는 판단이었다. 군사의 사기도 매우 높아 천지를 진동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러하매 가후가 회유정책을 쓰라고 진언하였지만 조조는 듣지 않았다.     소설에서는 유비와 손권의 동맹이 제갈량의 화려한 활약에 힘입어 결정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설전군유는 물론 교묘한 말로 손권을 설득하는 ‘교설손권(巧說孫權)’, 주유의 심기를 격화시키는 ‘지격주유(智激周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촉오동맹은 제갈량의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손권이 동맹을 결정하기까지는 노숙과 주유의 행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노숙은 제갈량과 마찬가지로 두 나라의 동맹을 견고히 함으로써 위나라에 대항할 수 있음을 공유하고 이를 손권에게 주지시켰으며, 주유 또한 강동의 군대를 통솔하는 뛰어난 장수로써 조조와의 일전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국공원을 둘러보고 노숙 의관묘를 찾는데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풀밭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다가 비탈길에 있는 노숙묘를 찾았다. 무덤의 무성한 풀들만이 이슬비에 한들거리고 있다. 노숙묘는 호남성 악양루 근방에 있다. 허름한 민가들이 늘어선 마을의 좁은 길목에 노숙묘라고 쓴 안내판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 묘의 주인에 대해 물어보니 잘 모른다. 제갈량과 주유만 알고 있다. 노숙에 대해 설명해주자, 황학루 옆에 있는 노숙의 관묘 [사진 허우범] 그렇게 유명한 분의 묘인가요?그래. 너의 동네에 이런 훌륭한 분을 모셨으니,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해라. 아저씨는 이곳을 보려고 한국에서 왔단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환한 웃음으로 뛰어간다.   소설에서의 노숙은 성실하고 온순하다. 무골호인(無骨好人)같기도 하다. 노숙이 손권을 만나 주창한 ‘천하양분지계(天下兩分之計)’도 제갈량의 융중대책에 가려 빛을 잃는다. 하지만 노숙의 진면목은 그렇지 않다. 호탕하고 의협심이 강한 성격이며, 사람들에게도 두루 신망을 얻었다. 유복한 지주출신이어서 베풀기도 잘하였다.  그러나 소설 삼국지에서는 언제나 제갈량의 뒷전에 있다. 오직 제갈량의 영원한 우군이자 그의 추종자로만 존재한다. 나관중이 소설에 부여한 ‘촉한정통론’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조연에 불과하다. ‘소설은 소설로 읽어라’고 하지만 사실을 알고 읽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런 까닭에 역사공부는 언제나 필수사항이며, 이는 비단 소설 삼국지를 잘 읽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이다. 글=허우범 작가  정리=차이나랩

    2017.04.16 13:58

  • 북한 선제타격은 6개 철벽을 뚫어야 가능하다

    북한 선제타격은 6개 철벽을 뚫어야 가능하다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一觸卽發)이고 천균일발(千鈞一發·3만 근의 무게가 머리카락 하나에 매달려 있다)이다. 뇌관은 미국의 '북폭'이다. '소문'이 '설마'로 변하더니 이젠 '가능성' 비율을 따지는 지경이 됐다. 한반도 4월 위기설의 민낯이다. 이달 말 한반도 해역에 전개될 미국의 칼빈슨 항모 전단 갑판에는 함재기 못지않게 '전운'도 가득하다. 그럼 북폭이 정말 일어나는 걸까. 아무리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미군이라지만 최소 6개 철벽을 뚫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 1. 한국의 반발 북핵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 타격. 말만 들어도 속이 시원하다. 거의 미쳤다고밖에 할 수없는 김정은에게 KO 펀치를 날리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시원한 건 시원한 거고 북폭 후를 생각해보자. 북한의 반격으로 수도권 아니, 한국 땅 어디든 미사일 혹은 장사정포탄이 떨어진다는 가정 말이다. 우리라고 가만있겠는가. 바로 전면전이다. 그럼 한국은 다시 6.25 이전으로 돌아간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엊그제 "미국은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와 협의 없이는 어떤 정책이나 조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한 이유다.  워싱턴 포스트의 11일 보도 역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북한이 반격하게 되면 그 사정권 안에 있는 2000만 명의 서울 시민은 즉각 위험에 빠진다. 이 같은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선제 타격을 허용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발발 그 자체가 서로의 파멸을 부른다는 뜻이다.    대북 선제 타격 개념도 [사진 중앙포토] ━ 2. 미국의 안전 한국에는 미군을 포함 약 15만 명의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북폭의 전제 조건은 15만 명의 자국인 대피 문제 해결이다. 단기간 내에 이들을 모두 본국 혹은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럭비볼 통치'를 해도 자국인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긴 어렵다. 그는 임기 4년 후 선거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북한 미사일의 최우선 타격 목표는 미군이라는 것도 부담이다. 북한이 전쟁에서 미국이나 한국을 이길 확률은 0%에 가깝다 해도 그 과정에서 한국이나 미국이 피해를 입는다면 북폭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  그래선가,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한반도 주변 항공모함 배치는 (북폭이 아닌)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그렇다. 다니엘 케이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 안보학 연구센터의 밴 잭슨 교수는 지난 6일 "미국은 매우 신속하고 조용히, 허세 없이 시리아를 공격했다. 그러나 북한에는 정확히 그 반대로 행하고 있다. 거대한 전략 무기인 칼빈슨호를 동원해 압박에 나선 건 실제 타격을 하려는 목적이 아닌 것이 99% 확실하다" 고 말했다.    주한미군 오산 공군 기지 [사진 중앙포토] ━ 3. 표적 불명 최악의 경우 선제타격을 한다해도 표적이 불분명하다. 북한은 북폭에 대비 모든 핵시설을 지하화 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북한의 핵실험 시설은 지하에 구축되어 있으며 핵분열 물질 비축도 다양한 곳에 있다. 미사일을 격납고나 터널에 숨겨뒀다가 끌어내 공격하는 패턴도 잦다"고 전했다. 미국의 인공위성이 아무리 가공할 탐지능력을 자랑한다 해도 지하에서 지하로 이동하는 핵시설을 정확해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이동식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만천하에 공개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북핵 시설 상당수가 중국과의 접경 지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폭 과정에서 오폭으로 중국이 피해를 본다면 미중이 서로 바라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북한의 주요 핵시설 [사진 중앙포토] ━ 4. 중국 변수 한반도 전쟁은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거다. 북한과 전략적 이해가 얽혀있어 어떤 식이든 개입할 가능성이 커서다. 개입은 곧 미중 전쟁이고 잘못하면 3차 세계대전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북핵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북폭 전 얘기다. 막상 폭격이 일어나면 중국이 끼어들 이유는 넘친다. 우선 한국과 미국 주도의 통일이라도 된다면 중국으로선 재앙이다. 바로 코밑에 미군이 주둔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전략적 완충지대인 북한 카드의 소실은 중국의 대미 협상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그뿐인가. 한국에는 101만 명의 중국인이 살고 있다. 전쟁 발발 시 이들을 단시간 내에 대피시킬 물리적 방안이 없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밀려올 수백 만의 북한 난민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북폭은 미중 전쟁 가능성과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이미 두만강변을 따라 15만 병력을 배치해놓고 있다. 중국이 북중 접경을 관할하는 북부 전구 모든 부대에 '4급 전시대비령'을 발령했다는 홍콩 언론의 보도도 있다.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열병식 [사진 중앙포토] ━ 5. 일본의 재무장 북폭설의 진원지는 주로 일본이다. 북폭으로 가장 많은 득을 볼 것이라고 확신해서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11일 "미국이 일본에 중국의 대응에 따라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12일 "미국이 북핵·미사일 문제가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도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언론만이 아니다. 정부도 한통속이다. 일본 외무성은 11일 자체 운영하는 '해외안전 홈페이지'에 "북한이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으므로 한반도 정세에 관한 정보에 계속 주의해 달라. 한국에 머물고 있거나 한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최신 정보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민당 내 차기 총리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지난 9일 계파 모임에서 "서울은 불 바다가 될지도 모른다. 몇만 명의 동포를 어떻게 구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움직임은 결국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향하는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 추진에 발맞춰 일본의 무장 강화의 명분을 쌓는 것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아예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할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현행 일본 헌법은 전수방위(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 차원의 공격)만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이마즈 히로시(今津寬) 자민당 안보조사 회장이 지난달 30일 아베 총리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전달했다. 한반도 전쟁을 이용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이루겠다는 꼼수다.   그뿐인가. 군수품 공급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도 챙길 수 있다. 이미 6.25 당시 군수품 보급으로 경제부흥의 발판을 마련한 일본이 아니던가. 일본 정부가 최근 자위대와 다른 나라 군대가 물품 및 서비스를 지원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국 확대 방침을 확정한 이유다. 북폭 후 일본의 꼼수가 뻔히 보이는데 한국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본의 이지스함 [사진 서부민속풍정망] ━ 6. 북한 혼란 북폭 후 김정은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정권 유지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나 미국은 속이 시원할 수 있다. 그러나 연이은 북한 정정 혼란을 어떻게 할 것인가. 대규모 탈북은 물론 쿠데타 같은 극단적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을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확실하지 않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 일본은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파이를 뜯어내려고 덤빌 게 뻔하다. 해방 직후 한반도를 상상하면 된다. 북핵 해결하려다 나라 털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의 북폭은 최소 위에서 말한 6개 철벽을 뚫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철벽들은 서로 얽히고설켜서  6차 방정식처럼 풀어내야 하는 난제다. 이런 논리를 떠나 한국 입장에서 북폭은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전쟁은 민족의 재앙이다. 그럼 방법이 없나. 방법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게 있다. 우리는 북핵 운운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잘못하면 머리에 핵을 맞게 생겼는데 나라는 온통 진보와 보수, 세대, 계층, 빈부, 지역 등 온갖 이유와 구실로 찢겨있다. 나라가 너덜너덜하다. 누가 봐도 거의 미쳤다. 이 조그만 나라가 콘크리트처럼 똘똘 뭉쳐도 살까 말까인데 말이다.    김정은과 핵 불장난 [사진 중앙포토]5년마다 냉탕 온탕 뛰어다니는 '널뛰기 대북 정책'은 어떤가. 그러고도 우리가 북핵을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차기 정부가 어떤 일이 있어도 여야, 진보와 보수, 세대를 뛰어넘는 대북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이유다. 물론 국민 합의라는 바탕 위에 서다. 그 후에 대화든, 제재든, 위협이든, 비선이든, 정상회담이든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결기를 다져야 한다. 필요하면 미국과 중국에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게 안 되면 북핵 해결은 '도루묵'이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구한말' 일 것이다.   차이나랩 최형규

    2017.04.15 11:27

  • 말 잘 들으면 친구, 안들으면 윽박에 보복

    말 잘 들으면 친구, 안들으면 윽박에 보복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외교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밀월을 즐기던 한중 관계가 하룻밤 새 급격히 냉각되면서, 중국 외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주변국가 [출처: 구글지도]  20개국. 중국과 육해상으로 맞닿아 있는 국가들의 숫자다. 땅덩이가 큰 만큼 인접한 국가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지난 2013년 중국은 공식적인 주변국 외교 원칙으로 '친성혜용(親誠惠容)'을 내세웠다. 이웃 국가와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는 것이다. 국내 상황이 나아졌으니 본격적으로 주변국들을 챙기겠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주변국 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 그리고 이를 둘러싼 국가들의 급박한 정세를 차이나랩이 짚어봤다. 지난 몇 년 새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던 10개국(북한, 일본, 한국 제외)을 꼽았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했다.    ━ 인도  인도와 중국은 앙숙이다. 전쟁도 두차례나 치렀다. 2000년대 들어 민간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긴 했지만, 해묵은 감정으로 인한 정치적 갈등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인도 [출처: 네이버]  중국 외교부는 지난 4월 5일 비자이 고칼레 중국 주재 인도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했다. 티베트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아루나찰프라데시 주 방문을 항의하기 위해서다. 인도대사가 중국 외교부에 초치된 건 지난 2008년 4월 뉴델리 주재 중국 대사관에 티베트인이 담장을 넘어간 일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아루나찰프라데시 주는 중국이 짱난이라 부르며 자국 영토로 주장, 영유권 분쟁이 격렬한 곳이다. 중국과 인도는 세계적에서 가장 긴 미획정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다. 분쟁이 끝날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이 파키스탄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도 인도의 북상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와 인도는 국제무대에서도 사사건건 부딪친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인도가 원자력공급국그룹(NSG)에 가입하려 하자 핵무기비확산조약(NT)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NSG에 가입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또한 파키스탄 무장 조직 자이시-에-무함마드(JeM)의 지도자 마수드 아즈하르를 국제테러리스트로 지정하자는 인도의 제안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 몽골  몽골은 얼마 전 중국에 호되게 당했다. 이유는 달라이 라마의 몽골 방문. 오로지 종교적인 목적이라고 적극 해명했지만 중국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몽골 [출처: 네이버]  달라이 라마가 몽골을 방문한 것은 2016년 11월.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그동안 진행되온 42억 달러(약 5조원)의 차관 협상을 중단했다. 동시에 중·몽(中蒙)국경 통행 차량에 높은 통행세를 징수하는 등 철저한 보복에 나섰다. 중국-몽골간 국경선은 4700km에 달한다.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결국 몽골은 제재 한 달 만에 중국에 사과하고 백기 투항했다. 뭉흐어르길 몽골 외무장관은 "달라이 라마가 종교적 경로로 몽골을 '몰래 방문'(竄訪)했다"며 "몽골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티베트가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한 부분이며 티베트 문제는 중국 내부의 일이라는 것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 싱가포르  싱가포르(직접적인 인접국은 아니다)는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제적으로는 이상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대만'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국 관계에 냉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23일 홍콩 세관은 싱가포르로 항하던 화물선에서 테렉스 공수 장갑차 9대를 압류했다. 이에 싱가포르가 항의하고 나서자, 중국은 "상업용 선박에 무기를 적재한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출처: 네이버]  이번 억류 조치를 대만과 군사훈련을 해온 싱가포르에 대한 중국의 경고 조치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억류된 장갑차들은 대만에서 합동훈련을 마치고 싱가포르로 운송되는 과정이었다.  중국은 지난 1990년 싱가포르와 수교한 이후 대만과의 군사훈련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동시에 싱가포르가 중국의 역내 안보 문제를 놓고 미국과 협력한 데 대한 보복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01년 미국 항공모함 2대를 수용할 수 있도록 창이 해군기지를 증축하는 등 미국의 주요 군사 작전을 지원해 오고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해 8월 미국 백악관을 방문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에서 내린 (남중국해) 판결이 누구 총이 더 센지 지켜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 싱가포르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필리핀(미국, 일본) 편에 섰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 베트남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파라셀 제도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이 농산물 수입 제재를 가하는 등 충돌이 끊이질 않는다. 역사 역시 반목의 반복이다. 최근에는 인도와 함께 군사 공조를 강화하는 등 중국의 남하 정책을 견제하고 있다.   베트남 [출처: 네이버]  그러나 이 같은 분쟁에도 불구, 중국과 베트남은 대체로 양호한 사이를 유지하기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1월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푸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또한 공동성명을 통해 영토 분쟁과 관련해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로 하는 등 해빙 무드 조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등거리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베트남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동시에 베트남에는 '보복이 안 통한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분쟁 수역에 중국 석유시설이 설치되자, 베트남 내에서 대규모 반중 폭력 시위가 발생, 중국인 사망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대 중국 교역 비중이 높지만, 유독 경제제재 카드를 한국에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 라오스   라오스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창 줄타기를 하는 중이다. 지난 몇 년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2000년대 초반 이후 지나치게 중국 쪽으로 쏠렸던 균형을 바로잡겠다는 심산이다.   라오스 [출처: 네이버]  중국은 지난 2001부터 현재까지 라오스에 약 53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했다. 이는 2위 베트남보다 60% 큰 액수다. 라오스는 이를 기반으로 장거리 철도를 구축하고 인공위성도 만들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는 미국보다 중국이 편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이 라오스에 투하한 폭탄의 불발탄 문제가 미국과 라오스의 관계를 가로막아 왔다.   지난 2016년 10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라오스를 방문했다. 불발탄을 제거하는 작업에 약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교역, 지적재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 협력도 체결됐다. 라오스는 중국의 남쪽 통로라 불릴 만큼 중국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국가다. 미국이 피봇 투 아시아(아시아로의 회귀)의 타깃 중 하나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 스리랑카 (친밀도 ★★★)  스리랑카는 중국의 직접적인 인접국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전략적 협력국으로 부상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리랑카는 중동과 유럽, 아시아를 잇는 해상 교통로의 요충지로,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해상 실크로드(진주목걸이 전략으로도 불림)의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중국은 현재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에 14억 달러(약 1조 6000억원)를 투입,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투자의 대가로 이 항만에 대한 99년 장기 운영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함반토타 항은 대형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남아시아 최대 항구가 될 예정이다. 또한 스리랑카 콜롬보 항 인근 지역에 새로운 항구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은 태평양 사령부 사령관을 파견하는 등 중국이 함반토타항을 구축함과 잠수함 등 자국 함정의 기항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가 함반토타 항을 절대로 군사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한 중국이 항구 건설 작업에 현지 주민들 대신 자국을 투입, 항구 부근 수천 명의 주민이 강제 이주되면서 대규모 반중 항의 시위가 잇따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 서방파로 알려진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중국의 항구 도시 조성 프로젝트의 백지화를 시도하는 등 향후 양국 관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 필리핀  또 다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인 필리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급격하게 좋아졌다. 신밀월 관계라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 남중국해 해역의 섬을 중국에 팔수도 있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에 앞서 중국과 원유 등 남중국해 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리핀 [출처: 네이버]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10월 중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받은 데 이어 오는 5월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 양국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 같은 친중 행보에 많은 필리핀 국민들이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해 왔다. 지난 2012년에는 중국이 필리핀산 바나나와 파인애플, 파파야 등의 검열을 대폭 강화하며 통관을 거부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국제 법정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 러시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관계가 점점 더 돈독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결정을 계기로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판단, 공조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러시아 [출처: 네이버]  중국과 러시아가 본격 밀월관계에 돌입한 것은 지난 2012년 푸틴의 재집권, 2013년 시진핑 체제 등장 이후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첫 해외 순방지로 러시아를 택했다. 러시아는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 조치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 국제적인 고립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 2014년에는 400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관계를 과시했다.   또한 양국은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실크로드 경제권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EU) 간의 사실상 연계를 선언했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중부도시 카잔을 잇는 770Km 연장의 고속철도 건설에 1조 600억 루블(약 21조원)을 공동 투자키로 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 이후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부쩍 가까워진 점이 중러관계에 변수가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 중국이 구상하는 육상 실크로드의 관문이자 가장 중요한 요충지(서아시아와 러시아로 갈리는 1,2 노선의 교차로 지점)로 꼽힌다.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이 처음 언급된 것도 바로 지난 2013년 카자흐스탄에서였다.   카자흐스탄 [출처: 네이버 지도]  카자흐스탄은 지난 2014년, 2015~2019년 시행되는 경제 위기 극복 프로젝트 '누를리 졸'을 발표했다. 그런데 누를리 졸의 도로, 철도, 인프라 구축에 대한 부분이 중국의 일대일로의 유라시아 각종 인프라 구축 목표와 일치한다. 누를리 졸이 사실상 일대일로의 일부분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이를 위해 카자흐스탄과 236억 달러(약 27조원) 규모의 산업 협력을 체결한 상태다.   카자흐스탄 최대 광업기업 유라시안 네츄럴 리소스의 베네딕트 소보트카 CEO는 지난 3월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카자흐스탄의 경제를 살렸다"며 "중국의 투자를 통해 국가 전체가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CNBC 보도).  ━ 파키스탄   중국은 파키스탄과 최고의 양자 관계로 볼 수 있는 '전천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3월 23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파키스탄에서 열린 군사퍼레이드에 사상 처음 참가, 양국의 강한 동맹 관계를 과시했다. 파키스탄과 중국은 군사, 경제 다 방면으로 협력하며 긴밀한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파키스탄 [출처: 네이버 지도]  중국은 2015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파키스탄을 방문해 460억 달러(51조 6천억원)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건설에 합의했다. CPEC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이웃 국가와 교역 관계를 강화, 역내 경제·군사적 맹주 역할을 차지하겠다는 심산이다. 향후 중국은 이 같은 파키스탄 경제 회랑 모델을 점차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밀월이 인도양, 아프리카로 영향력을 넓히려는 중국과, 중국을 지렛대로 인도를 견제하려는 파키스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차이나랩 이승환

    2017.04.14 14:24

  • 말레이시아 화교 “정치는 그들이 해도, 경제는 우리가 주무른다!”

    말레이시아 화교 “정치는 그들이 해도, 경제는 우리가 주무른다!”

     ━ 최근 국제 이슈로 떠오른 말레이시아. 김정남 피살 사건 때문이었다. 이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언론은 난감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은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화교들이 만든 중국어 신문이 많아 중국 현지 특파원을 급파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재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 전경 [사진 셔터스톡]  실제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에서 화교가 운영하는 언론·매체가 가장 많은 나라다. 화교가 운영하는 신문사만 20여 곳, 중국어로 발행되는 간행물만 63여 종에 이른다. 발행 부수도 말레이어나 영어로 된 신문보다 훨씬 많다. 그만큼 동남아 지역에서 화교 영향력이 상당한 나라 중 하나가 말레이시아다.   신문 가판대에 놓인 말레이시아 현지 발행 신문들 [사진 셔터스톡]  ━ 말레이시아 화교, 그들은 누구인가 15세기부터 말레이시아에 유입된 화교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부(富)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화교의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를 꼽으면 단연 말레이시아다. 인구 면에서 말레이계에 밀려 정치는 좀 밀렸지만, 말레이시아 상권의 대부분을 휘어잡고 있다. 화교 네트워크인 ‘죽망’도 잘 갖춰진 나라다. 말레이시아 건국 초기에도 화교의 파워는 막강했다. 1957년 8월 31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말레이시아는 라만이 정권을 잡으면서 독립국의 형태를 띠게 됐다. 말레이시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라만이 민족 융합 정책을 꺼냈다. ‘정치는 말레이인이, 경제는 화교들이’라는 원칙도 이때 나왔다. 하지만 화교에 쏠린 돈줄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민족 간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민족 융합’ 정책은 무색해졌다. 쿠알라룸푸르의 차이나타운 [사진 셔터스톡]   ━ 반(反)화교 정책에도 경제적 입지·지위 구축 대규모 민족 충돌이 잦아졌다. 결국 돈 때문이었다. 말레이시아는 민족과 종교 구성이 대단히 복잡한 나라다. 여기에 돈줄을 쥐고 있는 화교에게 쌓인 불만과 감정은 터지고야 말았다. 이른바 5·13 폭동이다. 1969년 5월 13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계와 중국계 사이에 일어난 이 폭동은 말레이시아 역사상 가장 큰 민족 충돌 유혈사태로 기록됐다.   이 폭동은 화교들의 말레이계에 대한 경제 우대 정책과 공용어 문제가 발단이 됐다. 그만큼 말레이시아 화교의 중국어 사랑은 대단했다. 지금도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초등학교만 1300여 곳, 중국어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중학교도 60여 곳이나 된다. 폭동은 딱 하루였지만 사망자만 200여 명, 부상자도 450명에 달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충돌은 계속 일어났다.   1970년대에 이르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막강한 화교 경제력을 견제하기 위해 ‘화교 차별정책’을 꺼내 든다. 1980년대 경제규제를 완화하면서 민영화된 공기업을 말레이계에 몰아줬다. 1990년대 중반까지 말레이계 품에 안긴 국영기업만 수백 개에 달했다. 게다가 화교는 공산당 세력을 지원한다는 의혹까지 받으며 억압을 받았다. 샤먼 대학 캠퍼스 안에 있는 천자겅 선생의 동상 [사진 이매진차이나]  그러다 1980년대 중반부터 말레이시아에서 화교 입지가 크게 달라질 계기가 마련된다. 1985년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고, 1988년엔 말레이시아인의 중국 여행 규제가 풀렸다. 양국 간 외교관계가 좋아지면서 말레이시아 화교의 입지도 탄탄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화교와 중국 본토의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네트워크는 끈끈하고, 동남아 어느 지역의 화교보다 중국과 동화(同化)된 특성을 띠기도 한다. 고무 사업으로 큰돈을 번 화교 사업가 천자겅(陳嘉庚)이 자신의 고향인 푸젠(福建)성에 세운 샤먼(廈門)대학의 캠퍼스도 말레이시아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중국 국립대학이 세운 최초 해외 캠퍼스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 화교들이 구사하는 중국어 실력만 봐도 이웃나라인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화교보다 훨씬 유창한 실력을 자랑한다. [사진 셔터스톡] 말레이시아 정부가 발표한 2016년 기준 총 인구 3170만 명(2016년 기준) 중 화교 인구는 약 742만 명, 전체 인구의 약 23.4%를 차지하는 숫자다. 이들이 말레이시아 자본 시장에서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만 60%가 넘는다. 말레이시아 행정·경영 부문에도 화교가 60% 가까이 포진해있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말레이시아 경제는 지금의 모습을 이룰 수 있었을까?   차이나랩 선우경선 

    2017.04.13 17:00

  • 전력 산업, 중국은 청년인데 한국 이제 갓 3살?

    전력 산업, 중국은 청년인데 한국 이제 갓 3살?

    ‘에디슨(직류) VS 테슬라(교류)’, 우리는 테슬라가 이긴 줄 알았다.100년 전 미국에선 전기 공급을 두고 전쟁이 일어났다. 이른바 ‘전류전쟁(Battle of Current)’이다. 1880년대 대대적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세계적인 발명가 에디슨과 시대를 앞서간 테슬라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시장은 에디슨이 세운 GE의 직류시스템을 버리고, 테슬라와 계약 맺은 웨스팅하우스의 교류시스템을 택했다. 이후 1890년대 초부터 100년 넘게 미국 전력 공급시스템은 물론 전 세계 전류공급 시스템을 지배해왔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전류공급 시스템을 두고 전쟁이 벌어졌다. 직류 편에선 에디슨과 교류 방식을 주장하던 테슬라가 맞붙었다. 시장은 테슬라 편을 들었다. [사진 중앙포토] 하지만 에디슨이 다시금 목에 힘을 주게 생겼다. 중국 덕분이다. 전기를 중국 전역으로 보내는데 ‘초고압직류전송(High Voltage Direct Current·이하 HVDC)’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실제 2071㎞ 거리에 달하는 중국 샹자(向家)에서 상하이(上海)까지 설치된 송전선로가 이 방식을 택했다.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구간이기도 하다.  ━ 19세기 말 전류전쟁의 승자 ‘테슬라’중국 덕에 ‘에디슨’의 ‘직류’ 재평가  중국 추저우 시에 있는 HVDC 송전탑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들 [사진 파이낸셜타임스] HVDC가 뭘까. 간단히 말해 발전소에서 만든 교류전력을 직류로 변환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보통 교류전력시스템은 송전 손실률이 높고, 가정이나 기업에 공급할 때 두 번의 변환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HVDC 즉 직류로 송전하면 거리에 상관없이 똑같은 양을 보낼 수 있어 생산한 전기를 더 멀리, 더 많이, 더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HDVC 변환기를 점검 중인 스위스 ABB사 직원들 [사진 Kristopher Grunert] 기술과 자본이 걸림돌일 뿐이었다. HVDC를 상용화하려면 막대한 자본과 수년간의 운영 경험이 필요하다. 설사 기술이 있어도 수천 ㎞ 이상 전기를 보낼 필요가 있는 나라가 미국 말고는 딱히 없었다. 하지만 중국 동·서부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장거리 송전이 절실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설치 개발에 바로 나설만큼 자금력이 충분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렀다.   ━ 중국 전력 생산지와 수요지,거리가 3000㎞ 이상 떨어져 전 세계 HVDC 시장의 80%는 중국이 차지하는 엄청난 시장이 됐습니다. 선진 기술도 대부분 가지고 있죠. 슈퍼그리드 연구하기 위해 시설을 구축할 때도 중국 시스템을 사 오고, 변압기도 중국 기술을 사서 배우고 있습니다. 독일 지멘스가 만든 초고압직류송선(HVDC) 시스템 [사진 지멘스] 설승기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한 말이다. 2017년 4월 이메일을 통해 그는 “앞서 언급한 중전기 분야의 핵심인 HVDC에서 상당히 뒤처져 있다”며 “독일 지멘스, 스위스 ABB, 프랑스 알스톰, 미국 GE 등 세계적인 회사들과 협조해 중국 기업의 기술 수준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유럽의 선진 회사가 마흔 살이라면 중국은 스무 살, 한국은 갓 시작한 세 살 정도”라며 “요즘엔 대학 연구소 중국 기술을 사다 쓴다”고 덧붙였다.   ━ 독일 지멘스, 스위스 ABB, 프랑스 알스톰, 미국 GE글로벌 회사, 중국 시장 노리고 기술 넘겨 기술 수준? 선진국 40살, 중국 20살 그리고 한국 이제 갓 3살정말 중국 기술을 사다 쓰냐고 재차 물었다. 설 교수는 “중국 기술을 사온다고 하면 이상하게 깔보는 시선이 있다”며 “그나마 노력하는 한국 굴지의 회사 모두가 중국으로부터 배우고 있을만큼 기술의 세계는 냉정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 전력사업 구조 [자료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실제 중국은 HVDC 기술 개발과 보급에 적극적이다. 넓은 국토 면적 탓이다. 중국 북부지역과 남부지역에 있는 발전 단지를 보자. 현재 중국 전력계통의 운영·관리는 중국국가대전력망회사(이하 SGCC)와 중국남방전력망회사(이하 CSG)가 맡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남부지역 12%를 빼고는 SGCC가 전력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게다가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서부, 전력 수요가 많은 동부 모두 전력 생산지와 3000~4000㎞ 족히 떨어져 있다.   중국 연도별 HVDC 설치거리 증가 전망 추이 [자료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중국 전역을 놓고 보면 전력 불균형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2010년부터 중국 정부가 HVDC 송전사업을 본격적으로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 중국 초고압직류전송에 전력투구설치·시공, 기자재 국산화에도 총력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은 2010년 7월, 중국은 세계 최초로 2071km에 이르는 ‘샹자-상하이’ 구간에 HVDC 방식을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수력발전소가 있는 샹자에서 상하이로 송전하는 이 구간은 당시 중국의 기술력 부족으로 스위스 ABB가 전체 시스템 설계를 맡았다.   중국국가대전력망회사(SGCC) 산하 스마트 그리도 연구소인 SGRI가 세계 최초로 시험 운전에 성공한 200kW급 직류 차단기 [사진 CEPRI] 하지만 설 교수는 “1990년대 이미 지멘스·ABB의 고급 기술이 상당수 넘어갔다”며 “기술을 안 주면 중국 시장에 진입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으니 두 기업 입장에서 특허를 침해 당해도 묵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 사업으로 중국은 초장거리 송전의 핵심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자료 각 사 및 기관] 이후 중국의 HVDC 기술개발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 SGCC 산하 중국전력연구소(CEPRI)가 앞장섰다. HVDC를 주로 연구하는 큰 연구소로 연구원만 3300명이 넘을 정도로 세계 최대 규모다. 그만큼 연구의 폭도 넓다. 이동일 한국전력(이하 한전) 전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송전 선로가 지나가는 토양까지 연구한다”며 “해발 4000m 티베트에 HVDC 송전 선로 시험장을 둬 고도에 따른 송전환경 변화까지 연구한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준동 석탄화력발전소와 쓰촨성 지역을 HVDC로 연결하는 사업도 시험 운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송전용량도 영광 원자력발전소 발전용량의 2.5배 수준인 1만 MW(메가와트)에 이른다. 선로 길이도 2700㎞가 넘어 운영이 본격화되면 세계 최장 HVDC 기록도 갈아치울 참이다.   중국 내 HVDC 송전로 설치 현황 [자료 영국 이코노미스트]  ━ 세계 최장선 HDVC 송전로 구간 2700㎞, 곧 중국 차지한국, 이제 북당진~고덕 35㎞ 건설 중 한국은 어떨까. HVDC를 설치한 곳이 있긴 하다.1998년 한전은 제주~해남 구간을 시작으로 2013년 제주~진도 구간에 HVDC 송전로를 깔았다. 수도권에는 2018년 6월까지  북당진~고덕 35㎞ 구간에 300kW 용량의 HVDC 송전로를 땅속에 매립하는 형태로 설치할 예정이다. LS산전이 개발한 HVDC 변환용 변압기가 2011년 말 제주 금악변환소에 설치되고 있다. [사진 LS산전] 설계는 한전·알스톰·LS산전의 합작사인 ‘KAPES’가 맡았고, 기자재 대부분은 알스톰과 LS산전이 공급한다. 기술 자립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한전은 2021년까지 HVDC 설계와 기자재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간기업으로는 LS산전 한 곳만 HVDC 변압기를 비롯한 관련 기술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S산전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HVDC 시스템의 핵심기기 중 하나인 HVDC 변환용 사이리스터 밸브 [사진 LS산전] 하지만 중국은 한국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중국은 HDVC 송전로로 ‘로컬 에너지 연계(Global Energy Interconnection·GEI)’라는 어젠다를 천명하고, 해외 프로젝트까지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술과 시공 능력도 인정받아 각종 수주도 줄줄이 따내고 있다. ━ 한국 기술, 프랑스 알스톰 의존 중국, HDVC로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상 내비쳐장이정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15년 9월 UN 개발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로컬 에너지’ 연계를 언급한 후부터 본격화됐다”며 “일종의 전력판 ‘일대일로(一帶一路)’로 2015년엔 브라질 벨로 몬테 댐 건설 프로젝트의 HVDC 송전선로 사업을, 2016년은 카자흐스탄·러시아·몽골·파키스탄을 HVDC로 잇는 프로젝트까지 발벗고 나섰다”고 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동북아 슈퍼그리드’까지 주도하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러시아·몽골·중국·한국·일본 5개국 등 동북아 국가 간 전력계통에 중국 내 과잉 생산된 전력을 내다팔겠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설승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말했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애초에 해외시장을 노리고 개발에 임했습니다. 반면 한국 전력산업은 국내에만 안주했죠. 얼마 전 중국 대학의 전력공학 분야 실험실에 가봐도 값비싼 첨단 장비가 가득했습니다. 중국 하얼빈대학에는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의 교수 숫자만해도 서울대학교에 있는 이 분야 대학원생수보다 많더군요.차이나랩 김영문 

    2017.04.13 12:00

  • 한류, ‘색계’에 스러지나?

    한류, ‘색계’에 스러지나?

    한류가 쫓겨난 중국에서 요즘 드라마 한 편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제목은 '인민의 이름으로(人民的名義).' 대륙 사상 최대 반부패 드라마라고 합니다. 지난 3월 28일부터 후난(湖南) 위성 TV를 통해 방영을 시작했는데 아이치이(愛奇藝·iQIYI)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지요.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 드라마를 보지 않고는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라고 하네요.   '인민의 이름으로' 홍보 포스터 [사진 홍콩성도일보] 중국 정치소설가 저우메이선(周梅森)이 대본을 썼는데 한 검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부총리급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파헤쳐 처벌한다는 내용입니다. 정경유착, 권력과 여색(女色), 폭력배를 동원한 철거, 노동자들의 항거 등 말초적이고 피비린내 나는 권력 부패의 이면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권력 막후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기심에 말초 신경까지 자극하고 있으니 인기를 안 끄는 게 더 이상할 것 같습니다. 컨셉은 좀 다르지만 거의 '색계(色戒)급' 전율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의문이 듭니다. 부패와 권색(權色·권력과 여색)은 중국 권력의 아킬레스건인데 시진핑 주석은 왜 이 시점에 스스로의 치부를 까발리도록 놔두는 걸까요? 중국 광전총국(영화 드라마 등을 총괄하는 부서)은 2004년 "부패나 공안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는 황금시간대에 방송할 수 없다"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후 지난 10여 년간 부패 드라마는 자취를 감췄지요.   영화 색계의 한 장면 [사진 네이버 영화] 한데 지난 2012년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 대회(18대)를 통해 권력을 잡은 시진핑 주석이 사상 최대 반부패 사정 작업에 나서면서 사정이 좀 달라졌습니다.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직접 나서 광전총국에 "문예작품은 민심을 수렴해야 하며 반부패 투쟁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을 한 겁니다. '인민의 이름으로'가  중국 검찰의 드라마 제작 기관인 최고 인민검찰원 드라마센터가  주도한 이유입니다. 중앙 군사 위 진둔(金盾) 드라마센터까지 후원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시 주석의 반부패 투쟁으로 지금까지 수백 명의 호랑이(고위직 관료)들이 쇠고랑을 찼는데 이들의 부패 행각을 인민들에게 알려 민심과 부패 척결의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시진핑 권력에 콘크리트를 치는 덤(?)도 염두에 뒀겠지요.   또다시 드는 의문 하나. 부패는 그렇다 치고 어떻게 도색 잡지를 방불케하는 권력과 여색의 잔혹사(?)까지 드라마 소재로 활용할 생각을 했을까요? 여기에도 심산이 있어 보입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돈 있고 백 있는 인사들의 여자관계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가진 자의 '바오양(包養·첩을 두는 일)'문화가 적대보다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지요. 중국인 특유의 실용적인 가치관에 간통법이 없는 법적 시스템까지 어우러져 만들어진 사회 현상이지요.   바오양 관계를 맺는 합의서. 1주일에 최소 한 번은 서로 만난다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사진 바이두] 그러나 이런 남녀불륜지사(男女不倫之事)도 시 주석이 주도한 공무원 윤리 규정인 '8항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권력의 바람기(?)를 정색하고 처벌할 순 없지만 윤리 규정으로 묶어 철퇴를 가한 거죠. 물론 이런 문화가 규정 하나로 없어지진 않지요. 실제로 지난 4년간 8항 규정 위반으로 처벌된 공무원이 무려 10만여 명에 달합니다.   '바오양' 문화에 대한 실례는 차고 넘치지요. 2014년 부패 혐의로 실각한 저우융캉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예를볼까요. 그는 재임 기간 중 최소 29명의 여성을 첩으로 뒀고 400여 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고 합니다(조사로 밝혀진 것만 그렇습니다). 대부분 유명 연예인과 방송 아나운서, 모델들이었습니다. 미녀 아나운서와 결혼을 위해 조강지처를 살해했다는 의혹까지 받았지요.  시진핑 주석의 가장 강력한 권력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 전 충칭(重慶) 시 서기는 법정에서 부인 몰래 애인이 있었다고 자백할 정도였습니다. 그 역시 수십 명의 애첩을 뒀지요. 시 주석 취임 이후 비리로 낙마한 공직자 90% 이상이 여자관계가 있었다고 하니 그들의 여성 편력은 가히 기네스 기록입니다.   부패 등 혐의로 재판 받은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사진 CCTV] 여하튼 시진핑 주석은 부패 척결에 관한 한 '돌격 앞으로'입니다. 그게 뇌물이든, 여자 문제든 가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권력에 대못을 박으려면 민초들의 말초 신경까지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거지요. 정경유착, 권력과 여색의 동맹은 국가를 무너뜨릴 수도 있지만 여기에 민초들의 분노를 섞으면 권력의 자양분과 동력, 그리고 정당성이 길러지는 법입니다.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이공대 교수의 말이 함축적입니다.부패 드라마 제작은 이번 정부가 인민들에게 반부패 의식을 심어주고 현대 반부패 제도 건립의 기대감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하나 더 있습니다. 한류(韓流)가 쫓겨난 대륙에 한류(漢流)가 부흥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이런 걸 두고 일거양득이라고 하지요. 권력도 다지고 한류도 쫓아내고...그래서 '색계'는 무섭습니다.   차이나랩 최형규 

    2017.04.13 10:37

  • 중국의 ‘일당 독재 체제’가 건재한 이유

    중국의 ‘일당 독재 체제’가 건재한 이유

    글=조호길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정리=차이나랩 조범선

    2017.04.12 13:00

  • 대륙에선 콜택시 부른듯 의사가 온다고?

    대륙에선 콜택시 부른듯 의사가 온다고?

    중국 의료 서비스가 스마트해지고 있다. 이같은 스마트 의료서비스는 모바일 산업의 발전 덕이 크다.  그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웠던 중국의 상황이 개선되어가고 있다는 점은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환자가 앱으로 연락을 하면 의료진이 출동하는 디디 닥터. 디디 택시의 개념과 의료를 접목했다고 보면 된다. [출처: 바이두] 가장 먼저 의료 혁신에 나선 도시는 베이징이다. 베이징은 시민들의 병력기록을 전자 신분증으로 관리하고 있다. 베이징의 전자신분증 대상자는 80세 이상은 50만명, 65~79세는 135만명에 달한다. 베이징 민정국이 노후연금카드와 의료병력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전자신분증 발급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중국이 의료 부문에서 어르신들을 먼저 챙기는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이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30년에는 중국의 노인인구가 청소년 인구를 넘어설 전망인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시의 한 노인이 QR코드와 신용카드가 결합된 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편리하게 결제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정보도 연동되어 있다. [출처: 바이두] 베이징시에서 관리하는 전자 카드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지하철, 버스를 무료로 탑승할 수 있게 하는 전자전표와 함께 정부에서 주는 양로금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계좌도 탑재되어 있다.   모바일 활용한 의료서비스 본격화원래 중국에선 의료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불편한 서비스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비싼 의료비를 내야함에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악명이 높았던 것이다. "3시간 기다려서 3분 진료 받는다"는 환자들의 불만은 불만대로 거셌지만 중국 의료진 역시 불만은 많았다. 의료 서비스를 수행하는데 중국 의료진들 역시 어려움이 많았던 것. 성난 환자들에게 욕을 먹고 구타까지 당하는 등 환자와 의료진 간의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이 뉴스에 종종 등장해왔다. 이같은 상황은 결국 의료 서비스에 있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때문에 발생된 일이었다.   이제 중국은 모바일 강국으로 탈바꿈하면서 O2O와 의료를 접목해 획기적인 서비스 개선을 시작했다. 진료예약, 수납부터 원격진료, 정기검진까지 전 의료 과정을 보다 편리하게 스마트하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2015년부터 중국 정부는 O2O를 활용한 의료서비스 개선책을 포함한 '노인건강관리기술규범(老人健康管理技術規範)'을 발표했다. 대형 공립병원의 진료서비스를 효율화하고 대형병원과 주변 병원들의 네트워크 구축, 의료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을 위한 원격진료 등을 통해 의료서비스 개선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모바일 기업들의 혁신이 한 몫했다.   디디 닥터 [출처: 바이두] 대표적인 시도는 디디닥터(중국어명은 디디이셩)다. 택시 서비스앱인 디디다처와 의료서비스를 결합한 개념이다. 가령 소비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거리가 가장 가까운 병원을 앱을 통해 알 수 있고 그 곳까지 가는 택시도 부를 수 있는 서비스다. 디디 닥터는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난징 4곳에서 서비스가 이뤄졌는데 서비스 첫날과 둘째날 2000회 이상의 호출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3000만명 이상 가입한 병원 접수 서비스 꽈하오왕복잡한 병원 접수 과정을 개선하고자 만들어진 꽈하오왕(掛號網, 꽈하오는 병원에서의 접수를 의미)은 환자가 긴 대기줄에서 기다리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모든 예약과정을 마칠 수 있게 도와준다. 중국 23개 성(省)과 시(市)의 900개 병원과 연동돼 있으며, 가입자 수는 3000만 명에 이른다. 의료진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도 풍부하다. 환자 스스로 전문가를 찾아 병원을 예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스마트 병원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쓰촨성의 한 병원은 텐센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와 빅데이터를 이용해 환자 정보를 일원화하고 이동진료 및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했다.   사회보장카드가 휴대폰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 [출처: www.xxcb.cn]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과 중국 사회 보장카드를 연동해서 터치 한 번으로 의료보험료와 병원비용 결제를 가능하게 한 서비스도 있다.   [출처: 바이두]  쿤밍시와 충칭시는 ‘패밀리 닥터’ 의료 홈서비스를 도입했다. 패밀리 닥터 팀은 최소 1명의 일반의, 간호사, 공공보건의로 구성된다.   중증질환이 아닌 경증인 환자를 진료하며, 중증환자의 경우 내부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통해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한다. 충칭시의 일반 가정방문 서비스는 15위안(2400원)정도이며 의료상담, 기본 신체검사와 같은 간단한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한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이를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시킬 계획이다. 차이나랩 서유진

    2017.04.12 12:00

  • 美 항모 보니, 中 랴오닝함은 항모도 아니네?

    美 항모 보니, 中 랴오닝함은 항모도 아니네?

     ━ 72.58%美 칼빈슨함 대비 中 랴오닝함의 배수량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이하 칼빈슨함)과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이하 랴오닝함)의 배수량은 각각 9만3000t, 6만7500t다. 배수량(Displacement)이란 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밀어내는 물의 중량으로 일종의 ‘적재량’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미 해군은 칼빈슨함의 공식 만재 배수량(Full Load Displacement·승조원, 탄약, 연료 등 모든 운항준비를 갖춘 상태)을 9만7000t으로 표기하지만, 다수의 군사전문가들은 10만3000t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E)과 키리졸브(KR) 훈련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인 지난달 14일 한반도 동남쪽 공해상에 도착한 미국 제3함대 소속의 핵항공모함인 칼빈슨함 비행갑판에 F/A-18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9만7000t급 핵추진 항모인 칼빈슨함은 길이 333m, 넓이 40.8m, 비행갑판 76.4m로 F/A-18 전폭기 수십여 대, 급유기, 대잠수함기, SH-3H 대잠수함작전 헬기, E-2 공중 조기경보기 등을 탑재했다. 또 미측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B도 이번 독수리훈련에 투입돼 F-15K 등 우리 군 전투기들과 함께 북한 핵심시설 정밀타격 훈련에도 나섰다. [사진 중앙포토] 반면 중국 랴오닝 항공모함은 6만7500t급으로 칼빈슨호의 72.58%에 불과하다. 미국은 랴오닝함의 능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 지난해 3월 6일(현지시간) 빈센트 스튜어트 미 국방정부국(DIA) 국장은 하원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 랴오닝함은 ‘슈퍼항모(배수량 7만t급)’ 급에 미치지 못해 대양 작전 수행 능력이 없다”며 “중국 현재 건조 중인 항모는 배수량이 적어 항모를 발진기지로 쓰는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만큼 배수량은 항공모함의 작전 수행 능력에 필요한 군사 자원을 얼마나 싣고 운행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인 셈이다.  ━ 美 국방정보국, 랴오닝함 평가절하실제 랴오닝함의 배수량, 5만5000t급에 머물 수도  ━ “‘슈퍼 항모급’아냐, 대양 작전 수행 어려울 듯”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 항모 전대 [사진 중앙포토] 최근 이 두 항모가 주목받고 있다. 칼빈슨함이 한반도로 재출동했기 때문이다. 랴오닝함이 같은 해역에 머무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관영 중국천년망은 10일 랴오닝함 전단이 서해와 보하이(渤海) 일대에서 해상 전체 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칼빈슨함가 서해로 다시 돌아온 까닭이 뭘까. 미 태평양사령부는 지난 9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한반도를 떠난 지 15일 만의 회항이다. 칼빈슨 항모 전단은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E) 일환으로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한반도 해상에서 훈련했다. 이후 남중국해를 지나 싱가포르에 정박해 있었다. 본래 목적지는 호주였다.  지난 4월 10일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칼빈슨함 이동과 관련해 “4월 8일 미 태평양사령부가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칼빈슨 항모 강습단을 서해에 재전개하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 항모전단은 니미츠급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 유도미사일 순양함 1척으로 구성된다. 칼빈슨함은 항공기 90대, 병력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 美 칼빈슨 항공모함, 서해 재전개“북한 도발로 한반도 상황 엄중해”중국 국방부, 관영매체 민감하게 반응  랴오닝함, 미 해군 주도의 서태평양 진출 가능한 일인가? [자료 중앙포토]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도 일제히 경계했다. 중국 국방부는 “칼빈슨함 전단의 움직임을 계속 파악 중”이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도 “유관 당사국들이 서로 자제하고 자극을 피해야 한다”며 칼빈슨함의 한반도 재전개에 우려를 표했다.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0일 사설에서 “미국이 평양에도 시리아와 비슷한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놓고, 동북아의 긴장감이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영 CCTV도 지난달 칼빈슨함이 참가했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장면을 내보내며 동북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도했다.   지난 1월 2일 남중국해에서 해상 군사훈련 중인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함재기인 '젠(殲)-15' 전투기가 훈련하고 있다. 중국의 이번 훈련 의도는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사진 중앙포토] 미 태평양사령부가 칼빈슨함의 서해 재전개 목적을 북한 도발 대비라고 밝혔지만, 중국은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내에서는 랴오닝함의 작전 수행 능력에 대한 논란까지 일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랴오닝함이 한반도 유사시 공중 대항전, 전면 타격 등 해양 작전 임무와 헬기 야간 착륙 훈련을 통해 수색 구조, 경계 임무 등도 수행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 해군 소장 출신의 군사평론가 인줘(尹卓)는 지난해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랴오닝함이 아직 완전한 작전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지만, 초보적 작전 능력과 함께 최소한의 유지 보장 체계는 확보했다”며 “전쟁이 발생하면 최소 응전할 수 있는 능력은 된다”고 평가했다.   차이나랩 김영문

    2017.04.12 12:00

  • 중국에도 8학군이 있다?!

    중국에도 8학군이 있다?!

    2005년 늦가을. 베이징은 쌀쌀했다. 베이징 교외 딩푸난좡(定福南庄)에 위치한 알와이(二外-第二外國語學院) 기숙사에 짐을 풀었다. 중앙일보 기자였던 나는 중앙일보와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新華社) 간 업무협약으로 교환기자로 선발돼 교육생 신분으로 알와이에 입학했다. 수학 기간은 1년.   짐을 풀자마자 한국인들이 몰려 사는 왕징(望京)으로 달려가 가족들이 머물 집을 물색했다. 몇 번의 발걸음 끝에 눈이 번쩍 뜨이는 집을 만났다. 위치는 중심가인 후광중제(湖光中街). 사거리 건너 대각선 방향으로 초등학교가, 한 블록만 가면 대형 할인매장 징커룽(京客隆)이, 몇 블록 너머엔 재래시장 핑자스창(平價市場)이, 시장 옆으론 맥도날드와 미스터 피자가 있다. 교육과 생활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다. 더욱 환상적인 건 집 자체다. 우선 넓다. 족히 50평은 돼 보였다. 바닥은 대리석. 방 4개에 화장실 3개. 통유리로 창을 낸 거실. 창문 밖으로 후광중제 거리와 징커룽, 멀리 ‘쇼우두징마오(首都經貿)대학’까지 보인다. 아이들은 환호했다. 이제야 비로소 아빠 잘 뒀다는 것을 알았다는 표정이다. 왕징에서 구한 집은 바닥은 대리석. 방 4개에 화장실 3개. 통유리로 창을 낸 거실이 있는 곳이었다. [사진 셔터스톡] 그러나 진짜 놀랄 일은 다음에 나왔다. 방세다. 이런 환상적인 주변 환경에다 ‘럭셔리’한 구조까지 갖췄는데 월세는 3000 위안. 당시 환율로 5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이다. 보증금은 두 달치 월세. 두 말 없이 계약했다. 소아비만인 초등학교 아들 하나를 둔 주인집 부부는 금슬이 좋았다. 안주인은 친절했다. 한 달에 두 번쯤 집에 들려 불편한 게 없는지 물었다. 몇 달이 지났다. 안주인이 전화했다. 의논할 일이 있다고 했다. 주말에만 집에 온다고 했더니 토요일에 들리겠단다. 토요일 거실에 마주 앉은 안주인은 어렵게 입을 뗐다.  사실 내 남편 사업이 좀 어렵다. 당장 자금이 필요하다. 이 집을 사 줄 수 있느냐  난처했다. 분명 큰 돈일 텐데 월급쟁이 기자에게 그런 돈이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난감해하는 표정을 보자 안주인은 바짝 다가섰다.10만 위안 깎아 주겠다. 70만 위안 어떤가?안주인의 절실함에 밀려 얼떨결에 “생각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안주인은 만족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결국 그 집은 사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후회한다. 당시 베이징에 진출해 있는 우리은행에서 대출받으면 살 수도 있었다. 그 집은 1년 뒤 150만 위안, 2년 뒤 400만 위안으로 뛰더니 지금은 1000만 위안을 오르내린다. 손 안에 들어온 로또를 바람에 실어 날려보낸 셈이다.           2007년 8월, 한국인이 많이 몰려 사는 베이징 왕징의 아파트 단지. 당시 왕성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부동산 건설이 한창인 중국 대도시에는 한국 투자자들이 많이 몰려 들었다. [사진 중앙포토] 베이징의 집값은 이처럼 살인적이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지난해 6월22일자 신징바오(新京報)를 보자.‘3불(三個一律不)’ 조치가 예상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쇼우두징마오 대학 토지학과의 자오슈츠(趙秀池) 교수는 어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골목 방(過道學區房) 문제에 대한 단기적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의무교육자원의 균형적 배치로만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얘기를 풀자면 이렇다. 좋은 학군에 있는 학교에 보내기 위한 학부모들의 극성이 원인이다. 결국 막다른 골목길이 방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일이 생겼다.   2015년의 일이다. 베이징 서쪽 다얼(大耳) 후퉁(胡同-골목길) 29호의 막다른 골목길이 150만 위안(약2억7천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이 땅은 매물로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골목길이 이처럼 비싼 이유는 간단하다. 이 땅을 사면 그 동네에 거주등록을 할 수 있고, 결국 그 지역 내 좋은 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는 학군 내의 거주지 등록자만 그 학군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킬 수 있다. 좋은 학군의 경우 거주권 자체가 ‘현금’이 된 셈이다. 뿐만 아니다. 비싼 값으로 되팔 수도 있다. 실수요자 아닌 투기꾼들이 몰려든 탓에 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었다. 지난해 베이징 원창후퉁(文昌胡同)은 낡은 집이 밀집한 골목이지만 명문 초등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부유층의 수요로 집값이 껑충 뛰었다. [사진 중앙포토] 사기가 판치니, 자살하는 시민도 생겼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지난해 6월21일 베이징 시 정부는 ‘골목 방 퇴치안’을 발표했다. 골목 방, 차고 방, 방 하나를 여럿으로 나눈 쪼갬 방 등 ‘3종 기형 방’이 대상이다. 국토부는 부동산 등기를 불허하고, 공안부는 거주등기를 불허하며, 교육부는 입학자격 부여를 불허키로 했다. 바로 ‘3불(三個一律不)’이다. 곧이어 베이징 시 교육위원회는 시 주택건축과, 공안, 각 지역 주민센터와 손 잡고 현장조사를 통해 골목 방 색출 작업에 나섰다. ‘3종 기형 방’을 중개해온 베이징 내 10개 주요 부동산 체인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실사도 이뤄졌다.이 때부터 나오기 시작한 말이 바로 ‘자궁 로또(子宮彩票)’다. 반대말은 ‘차이얼다이(拆二代-철거 대물림 2세대)다.사정은 이렇다. 대다수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주택 시장은 대단히 적대적이다. 다른 수요자들뿐 아니라 투기 세력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학군으로 이사하는 것을 ‘투자이민’이라고 베이징 시민들은 부른다. 좋은 지역 내 가정에서 태어나면 ‘이민’ 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런 복을 받고 태어난 사람을 ‘자궁로또’에 당첨됐다고 말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차이얼다이’ 즉 부모세대에 이어 자식 세대까지 이리저리 이사 다녀야 하는 ‘철거 대물림 세대’로 불린다. 이 고통스런 대물림의 고리를 끊기 위한 몸부림이 바로 ‘골목 방’ 현상으로 비어져 나온 셈이다. 문제는 투기바람을 타고 집 매매 기간이 단기에 이뤄지기 때문에 전체 주택 물량의 5%에 해당하는 거래가격이 나머지 95%의 주택 가격까지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2017년 3월 현재 총 매매 건수는 40만 건도 못 미친다. 베이징 전체 가옥 수가 800만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5%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게다가 골목 방 같은 것은 한 줌도 안 되는 규모다. 그러나 이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   부모세대에 이어 자식 세대까지 이리저리 이사 다녀야 하는 ‘철거 대물림 세대’, ‘차이얼다이’ [사진 셔터스톡] 문제는 또 있다. 노른자위 땅의 계층 편중화 현상이다. 예를 보자. 양질의 교육기관이 몰려 있는 베이징 시 중심지역의 경우 주변 주택 단지는 대부분이 정부 기구나 군부대에 소속된 집단 거주지다. 금융가로 자리 잡은 펑화이위안(豊匯 園)과 펑룽위안(豊融園) 단지는 상당 부분이 건설(建設)은행, 화하(華夏)은행, 공상(工商)은행의 직원 주택단지다. 신화사와 길 하나 사이에 위치한 명문 ’제2 실험초교(實驗二小)도 사실상 신화사 직원의 자녀들이 다니는 ‘자녀 학교’다. 따라서 이들 지역의 주택은 빈집도 드물고, 있다 한들 부르는 게 값이다. 베이징의 중점 학군인 시청(西城)을 보자.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 사이 베이징 시 평균 집값은 평당 1만9636 위안(약 360만 원) 상승했다. 그러나 시청의 경우 평당 상승폭은 2만4600 위안(약 450만 원)으로 나타났다. 중점 학군이 상승폭 상위 10위를 휩쓸었다. 이 가운데 훙먀오(宏廟) 초교, 황청건(皇城根) 초교 부근의 경우 평당 20만 위안(약 3200만원)을 호가했다. 집값 폭등의 기폭제는 2014년 9월 발표된 ‘주택구입제한 해제조치’와 금리 인하다. 주택거래에 불이 붙자 재고는 금세 바닥났다. 주택 급등세는 베이징을 출발해 상하이(上海)를 거쳐 남부 선전(深)까지 삽시간에 옮겨 붙었다. 2016년에는 허페이(合肥), 샤먼(厦門), 난징(南京), 우한(武漢), 쑤저우(蘇州) 등지로 퍼졌다. 집값 광풍 속에서 봉급생활자들이 자기 능력으로 자기 집을 장만할 길은 사라졌다.  골목 방은 이 와중에 등장한 과도기적 산물인 셈이다. 이른바 ‘가짜 중산층(僞中産)’ 현상이다. 정식으로 자기 집을 장만할 수 없게 된 봉급생활자들이 골목 방이라도 구입해 그 꿈의 한 자락이라도 이뤄보려 했던 셈이다. 2015년 이전이 ‘팡누(房奴, 집 노예)’의 시대였다면 2015년 이후는 ‘팡누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房奴不得)’ 시대가 된 것이다. 베이징의 집값은 살인적이다. [사진 셔터스톡] 왜 팡누가 되기 어려운지(不得) 살펴보자.베이징 교외 창핑(昌平) 난샤오전(南昭鎭)의 사례다. 전철 창핑선(線) 난샤오 정거장 부근에 새 주택 단지가 들어섰다. 28평의 경우 ‘집값 460만 위안(약 7억5천만 원), 계약금 140만 위안(2억3000만 원), 30년 분할 상환, 월 상환액 1만7천 위안(약 280만 원)’이다. 뿐만 아니다. 인테리어와 가구 등 구입에 15만 위안(약 2400만 원)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난샤오에서 가장 가까운 취업단지는 상디(上地)다. 중국 IT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다. 난사오까지 거리는 약 25㎞. 지하철을 타면 약 1시간15분, 택시 타면 90 위안(약 1만천 원)의 차비가 필요하다. 만일 자금성을 보고 싶으면 50㎞의 먼 길을 여행해야 한다. 다른 사례를 보자. 만일 시하이둥차오(西海東朝)의 4대 핵심 지역에 들어가고 싶다면, 그리고 그곳 내 좋은 학군을 고르고 싶다면 정상적인 가옥은 포기하는 게 좋다. 하이뎬(海澱)구 4환(環) 부근의, 2004년 건립된 별장을 고르면 된다. 그럼 수도사대 부속 초등학교 진학이 가능하다. 가격을 보자. 34평형이 1200만 위안(약 20억 원), 계약금 360만 위안(약 6억 원), 월 상환액 5만 위안(약 800만 원)이다. 중요한 건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합법적인 수입 증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월 상환액이 월 수입액의 50%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매월 10만 위안(1600만 원)이 넘는 합법적인 수입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당신이라면 과연 할 수 있겠나? 이런 것들이 팡누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문지방’이다. 중국인들은 이제 노예가 되고 싶어도 ‘노예 자격증’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장원(莊園) 밖을 떠도는 유랑객이 돼 가고 있다. 글=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 교수정리=차이나랩 임서영

    2017.04.12 11:55

  • 中인공지능(AI)공장, 독일을 겨냥하다

    中인공지능(AI)공장, 독일을 겨냥하다

    # 2016년 독일 아디다스가 중국·동남아 공장을 닫고, 독일로 돌아왔다. 독일에 세운 ‘스피드 팩토리’라는 스마트팩토리(자동화 공장) 덕분이다. 아디다스 대다수 제품이 ‘Made in Germany’ 마크를 달게 된 셈이다. 로봇이 원단을 오리고, 3D프린터로 꿰매고 이어 붙인다. 아디다스는 독일 정부와 아헨 공대와 손잡고 3년간 소프트웨어, 센서, 등 20곳 이상의 기업과 공장 시스템 구축에 매달렸다. 신발은 ‘완전 맞춤형’ 제작이 가능해졌고, 24시간 안에 제작이 완료되는 것은 물론 연간 50만 켤레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 배치 인력은 단 10명에 불과하다.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삼았던 중국도 최근 이런 움직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중국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곧바로 ‘독일 따라 하기’에 나서며 중국 제조업에 스마트팩토리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중국의 스마트팩토리 시장 규모는 올해 혹은 내년 유럽 시장을 추월하고 2019년에는 미국 시장보다 앞서갈 것으로 전망된다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의 말이다. 그는 "중국은 정부 주도의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수립하고, 강력한 내수 시장 등을 바탕으로 공장 기계 등 생산설비를 교체하면서 스마트팩토리 구현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국가"라고 덧붙였다. ━ 탈중국 나선 독일 아디다스,중국 제조업계도 ‘스마트팩토리’ 나선다! 스마트팩토리가 뭘까. 스마트팩토리는 기획부터 제조·유통·판매·시설 유지까지 전 과정을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의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한 공장이다. 시장 수요를 바로 반영할 수 있고, 재고 없는 생산 체계를 갖출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공장이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가 되는 셈이다. PC·스마트폰 등 각종 IT 기기를 한데 엮을 수 있는 산업 인터넷 플랫폼 구축이 핵심이다.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에 따르면 2014년 약 208조원이던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2018년 285조원 규모로 37%나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이 선임연구원의 말대로 산업 자동화로 기존 생산시설을 대대적으로 교체 중인 중국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중국 기업 절반 이상인 약 56%의 기업이 매출의 10% 이상을 스마트팩토리 분야에 투자했을 정도다. 최대  매출 5분의 1 이상을 지출한 곳도 10%나 됐다. 중국 톈진에 있는 한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 내부 [사진 www.limitstogrowth.org]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 조립회사로 유명한 중국 홍하이그룹 폭스콘이 대표적이다. 폭스콘 충칭 공장은 스마트팩토리로 변신하기 위해 상당한 자금을 투자했다. 한국에선 SK C&C가 출시한 스마트팩토리 종합 솔루션 '스칼라'가 활용된 사례로 화제 된 바 있다. 팍스콘 중국 충칭 공장 생산 라인 모습 [사진 SK C&C]  ━ 폭스콘, 중국 내 공장 스마트팩토리화 ‘선언’솔루션 가진 한국 SK C&C와 손잡아 SK C&C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스마트팩토리 작업을 의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단순히 플랫폼만 판매하는 것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폭스콘은 현재 중국 내 10개의 완전 자동화한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는 청두·충칭을 비롯 중국 서부에 있는 올인원 PC 및 LCD 모니터 생산라인, 정저우에 있는 컴퓨터수치제어(CNC) 생산라인 등도 스마트팩토리 형태다. 스마트팩토리 개념도 [사진 SK C&C] 폭스콘은 자사 스마트팩토리에 사용할 산업용 로봇인 ‘폭스 봇’ (Foxbots) 자체 개발했다. 2018년까지 4만 대 이상의 중국 전역에 있는 생산라인에 투입할 계획이다.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만 없다 뿐이지 1년에 약 1만 대의 폭스 봇을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중국 전역에 부는 스마트팩토리 열풍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과 하이센스도 합류시설뿐만 아니라 플랫폼 개발도 한창 세계적인 가전업체로 발돋움한 하이얼과 하이센스(海信)도 스마트팩토리 대열에 합류했다. 하이얼은 2016년 3월 열린 '2017 산업의 인터넷 서밋'에서 중국판 산업용 인터넷 플랫폼 ‘코스모(COSMO)’를 선보였다. 이는 중국 최초이자 최대의 자체 개발 산업용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주문자가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하이얼이 상품화에 나선 스마트팩토리 ‘후롄(互聯)’ 공장을 중국 자동화 공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이센스도 TV 사업부문 공정을 자동화 방향으로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 이로써 매년 15%씩 생산 기술을 첨단화해 효율적인 인력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2015년 5월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은 전 세계 최초로 세탁기를 주문하면 전자동으로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를 선보였다. [사진 하이얼] 물론 중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16년 세계 스마트 제조업 발전지수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독일·일본이 멀찌감치 앞서 있다. 하지만 값싼 임금을 무기로 삼았던 중국 제조업에 부는 스마트팩토리 바람은 예사롭지 않다.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업계 선두주자인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의 지멘스 등에 끊임없이 러브콜도 보내고 있다.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GE와 지멘스 입장에서도 선뜻 거절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중국이 대단히 큰 시장임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 ‘스마트팩토리’로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또 다른 시장을 만들고 있다.   [자료 차이나랩] 차이나랩 김영문 

    2017.04.11 17:00

  • 중국이 ‘중동의 경찰’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국이 ‘중동의 경찰’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

     ━ 64.4%중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제2위 석유 소비국이자, 세계에서 가장 석유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그런가 하면 산유국이기도 하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산둥(山東)성 등에 유전이 있다. 멀리 티베트 지역에도 상당량 매장되어 있다. 그렇다고 자족 수준은 아니다. 중국 국유 석유회사인 CNPC의 경제기술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은 석유 수요량의 약 64.4%를 해외에서 들여왔다. 이 연구소는 2020년까지 석유 수입의존도가 7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전체 석유 소비량은 약 5억5600만t에 이르렀다.  다칭의 한 아파트에 들어선 산유 시설. 다칭은 도시 자체가 유전이다. [사진 차이나랩]국제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국내 생산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가장 큰 산유 지역인 다칭(大慶)유전의 경우 작년 생산량은 3656만t으로 전년보다 183만t 줄었고, 산둥성의 성리(勝利)유전은 2390만t으로 320만t 감축했다. 국제 유가가 낮은데 굳이 높은 생산비 들여 국내 석유 파낼 이유가 없다는 게 중국 생각이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 순수입국이 된 건 지난 2012년이다. 그 후 해마다 늘어났다. 중국해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석유 수입량은 3억8100만t에 달해 전년보다 13.6% 늘었다. 2010년이후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주로 중동에서 들여오고, 아프리카와 남미에서도 일부 수입한다.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등으로 도입선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중동산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중국의 석유 수입 노선 [자료 브루킹스 연구소]중국의 석유 수입 증가는 글로벌 정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셰일가스 개발로 중동 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인 미국은 중동 개입을 줄여나가는 반면 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중국에 영향력을 높여가야 할 처지다. 중국이 '중동의 경찰' 역할을 맡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중국은 미국산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월 미국 원유 808만 배럴을 수입했다. 이는 지난 1월 수입량 200만 배럴의 4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그동안 미국 원유 최대 수입국이었던 캐나다 수입량을 앞지른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감산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중국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의 석유 역학이 글로벌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동인이 될 수도 있다. 차이나랩 한우덕

    2017.04.11 07:00

  • 님따라 태산에 올랐다 최고 권력에 오른 워커홀릭!

    님따라 태산에 올랐다 최고 권력에 오른 워커홀릭!

    무표정, 무덤덤... 그를 보면 그냥 알 수 있습니다. 행동도 비슷하지요. 일만 생각하고 일만 합니다. 당연히 별명은 일벌레, 워크홀릭(workaholic), 행정의 신(神). 실제로 업무능력은 그를 따라갈 자가 없다고 합니다. 우직함과 성실함, 그리고 행정능력이 그를 중국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렸습니다. 중국 공직자 중 가장 일을 열심히 한다는 장가오리(張高麗·71) 상무 부총리 겸 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얘기입니다. 경제와 금융 환경 등 정책을 총괄하고 있지요.    보아오 포럼에서 연설하는 장가오리 [사진 신화통신]중국은 앞으로 자유무역을 대폭 확대할 거다. 향후 5년간 중국의 수입 규모가 8조 달러(약 8970조 원) 달러에 달할 것이고 같은 기간 동안 6000억 달러(약 673조 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또 해외투자는 7500억 달러(약 841조 5000억 원)를 할 예정이다.장 부총리가 지난달 25일 하이난(海南) 성에서 열리고 있는 보아오포럼 개막사에서 한 말이죠. 보통 때 같으면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 입을 통해 이런 대외 경제 정책 방향이 나와야 정상인데 이날은 장 부총리 입에서 나왔습니다.  보아오 포럼의 기조 연설자가 2015년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2016년 리커창(李克强) 총리에서 올해는 장 부총리로 그 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재 중국의 경제 정책이 시진핑-리커창 라인이 아닌 시진핑-장가오리 라인에서 결정되고 집행된다는 분석도 나왔지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장가오리(좌) [사진 신화망]실제로 요즘 리커창 총리는 경제에 과한 한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가 강화되면서 리 총리의 권력 파벌인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고위직 출신의 정치세력)의 퇴조가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올 11월에 열리는 제19차 당대회에서 리커창 총리의 퇴임 소문까지 돌 정도입니다. 시 주석의 위임을 받은 장 부총리가 중국 경제의 실질적인 '실세'라는 의미겠지요.   그는 말수가 적고 본인 홍보도 할 줄 몰라 어디서나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여된 임무만큼은 항상 초과 달성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때문에 주요 직 인사 공백이 생기면 빠짐없이 하마평에 오르내렸습니다.   지난 2007년 중국 최고의 정치적 이벤트였던 상하이시 서기 선임 때에도 장가오리는 후보군에 올랐습니다. 당시 류옌둥(劉延東)과 시진핑(習近平), 리위안차오(李源朝) 등과 경합을 벌였는데 결국 그는 시진핑의 벽을 넘지 못했지요. 시진핑은 당시 상하이(上海) 시 서기에 올라서면서 차기 지도자로 자리매김했지요. 장가오리는 대신 그해 10월 있었던 17차 1기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선임되면서 국가 지도자 자리를 꿰찹니다.    현장을 시찰하는 장가오리 [사진 바이두]푸젠(福建) 성 연해에서 태어나 선전, 광둥(廣東)과 산둥(山東)에서 요직을 맡아온 장가오리는 남에서 북으로 바다를 따라 움직이며 그의 경력을 넓혀갑니다. 그는 2007년 톈진시 서기로 부임한 후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지역 내의 부패 청산이라는 두 가지 난제에 직면합니다. 둘은 중국공산당의 골칫덩어리이기도 했지요. 톈진에서 근무한 4년여 동안 그는 이 두 마리 토키를 잡기 위해 휴가 한 번 안 갔다고 합니다. 결과는 대성공. 그의 당 서기 시절 톈진은 전국 최고 수준의 경제 성장률과 함께 가장 청렴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2012년 만인지상 최고 권력이라는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르지요.   중국 권력에는 석유방(石油幇)이라는 파벌이 있습니다. 석유방은 석유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정가에서 맹활약하면서 구성됐으며 과거 대형 국영석유기업들의 이권에 관여하면서 형성된 자금력을 토대로 강한 정치력을 발휘했습니다.  2014년 낙마한 저어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가 그 정점이 있는데 시진핑 주석 취임 후 수백 명의 권력들이 숙청됐습니다. 최근에는 장쩌민 주석 시절 최고의 권력을 휘 둘었던 석유방의 원로 격인,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까지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창장 경제 벨트에서 토론하는 장가오리 [사진 신화망]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이후 제1대 석유방은 이 추리(余秋里)와 캉스엔(康世恩)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나란히 부총리까지 올라갔지요. 쩡칭훙은 이들을 선배로 지극히 모셨다고 합니다. 제2대는 천진화(陳錦華) 전 정협 부주석과 성화론(盛華仁) 전 전인대 부위원장입니다. 제3세대로는 중국 해양석유의 총재를 역임한 웨이류청(衛留成) 전 하이난(海南) 성 서기와 시노 펙의 총재였으며 공업정보화부 부장을 지낸 리이중(李毅中)을 들 수 있다. 장가오리도 3세대에 속합니다.   장은 1970년 샤먼(廈門) 대 경제계획 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곧바로 광둥 마오밍(茂名) 석유공사에 취업을 합니다. 그리고 1985년 이 회사 사장에 오르기가지 15년간 근무하지요. 그래서 그 역시 석유방의 핵심 중 핵심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도 그는 어떻게 시진핑의 석유방 사냥에서 살아남았을까요.   단 한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가 석유 업계에서 근무하면서도 일에 매진하고 파벌에 전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는 마오밍에서 근무하면서 일에 충실했지 중앙정치 진출을 위해 파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사실 장가오리는 장쩌민 전 국가 주석과의 신뢰감이 매우 깊습니다. 장가오리가 선전시 서기(1998~2001년)로 재직할 때부터 그를 눈여겨봤다고 합니다. 그의 뛰어난 업무처리 능력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쩌민은 2000년도에 두 차례나 선전을 방문했습니다. 그때마다 장 전 주석은 “선전이 돈을 벌 때는 그 근원이 어디 있는지를 생각하고, 부자가 된 후에는 어떻게 나아갈지를 생각하라"라며 “새로운 우세를 더 만들어 한층 더 높이 올라가고, 앞장서서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라"라고 격려했습니다.   장가오리가 장쩌민과 함께 태산을 함께 오른 일화는 유명합니다. 미신을 신봉하는 장쩌민은 1989년 톈안먼사태가 나기 전날 산둥성 타이안(泰安) 시의 서기인 쑹파탕(宋法堂) 과 함께 태산에 올랐습니다. 태산에 있는 사찰인 비 새 사(碧霞寺)에는 굉덕택민(宏德澤民,덕이 흥해 인민생활이 윤택해진다)이라는 현판이 있었지요. 이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 장쩌민의 덕이 천하에 미친다는 식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장쩌민은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산당 총서기에 올랐는데 이후 장쩌민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태산을 자주 찾았습니다.    태산에 오른 장쩌민 전 국가주석 [사진 정스얼]장쩌민이 퇴임한 2003년 이후 태산을 다시 찾았을 때는 당시 산둥성 서기였던 장가오리가 친히 영접을 나왔습니다. 당시는 5월 1일 노동절로 태산을 찾으려는 관광객들이 무척 많았지요. 장가오리는 태산의 출입을 막고 타이안시의 공무원들은 물론 지난(濟南)의 청 금 간부를 모두 소집해 장 전수석의 환영행사를 열었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그들은 “장쩌민은 전당, 전군, 전 인민의 가장 경애하는 위대한 영수”라고 다같이 외쳤습니다. 장쩌민을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듯한 구호였지요. 장가오리의 장쩌민에 대한 충성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재 장가오리가 건재한 것은 그의 성실함과 업무처리능력 외에도 장쩌민의 든든한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그가 장 전 주석을 따라 태산에 올랐을 때 받은 태산의 기운이 그를 국가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올렸다는 거지요."황제를 꿈꾸는 자 태산에 오르라"는 중국의 옛말을 장가오리도 믿었던 모양입니다. 그는 올 말 당대회에서 은퇴가 확실시됩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중국 경제 정책과 집행에 대한 업무능력만큼은 '전설'로 남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차이나랩 최형규

    2017.04.11 07:00

  • 미·중, 한반도 충돌 임박했다?

    미·중, 한반도 충돌 임박했다?

    지난주 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세기의 회담’은 소득 없이 끝났다. 북한 핵·미사일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북핵 문제가 더 꼬인 모양새다. 회담 도중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허를 찔렀다. 중국과 북한에 대한 경고로 해석되면서 “다음 차례는 북한?”이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두 대국 간 합의 도출 실패가 한반도 전쟁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에 대한 아무런 진전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했다고 발표했다. 외교적 수단을 통해 평화적으로 수습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소진됐다는 상황인식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회적 화법으로 밀고 당기는 기존 방식을 팽개치고 단도직입적으로 시 주석의 의중을 타진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은 시 주석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패를 보여주면서 양자택일을 요구했다는 관측이다. 시 주석도 강경했다. 미국 요구에 선뜻 응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핵 개발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강하다. 중국의 대북제재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호소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두 지도자는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중앙포토] 유의해야 할 점은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서두르면서 북핵 해결에 중국이 참여할지 말지를 선택하도록 강요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중국에 제시한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중국이 주도하면서 미국이 적극 협력하거나 아니면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두 가지 방안 모두 단 기간 내 북핵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다만 누가,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이른바 해결의 주체와 방식에 차이가 있다.   ━ #제1방식: 중국 운전석 + 미국 조수석   중국이 주도적으로 나서 북한이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주문이다. 중국이 핸들을 잡되 미국은 조수석에 앉아 네비를 들고 돕는 방식이다.  요컨대 중국 금융기관들이 거래를 중단해 돈줄을 끊는 것이다. 중국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북한이 달러 등 외화를 만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아니면 원유 공급 중단과 같은 극단적 조치다.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로 연결되는 송유관을 잠그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북한 경제는 마비되고 체제 붕괴 위기에 직면한다. 한마디로 ‘돈줄’과 ‘기름줄’을 잠그라는 요구다.   북한은 석유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사진 바이두]  ━ #제2방식: 미국 운전석 + 중국 하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미국 독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할 테니 중국더러 조수석에서 내리라는 것이다.   미국이 제시한 방안은 크게 세 가지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거래 중국 금융기관·기업에 대한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전술핵 한국 재배치, 마지막으로 대북 선제타격 등이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의 발언은 직설적이다. “미 상무부가 최근 (북한 등과 거래한) 중국의 2번째 큰 통신장비 기업 ZTE(中興통신)에 11억 7천만 달러(약 1조 3천291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라는 점을 중국은 잘 인식하고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한 제재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ZTE [사진 ZTE] 지난 91년 한국에서 철수했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은 북한은 물론 중국도 직접 압박한다. 동북아 핵 지형이 크게 요동치면서 중국은 남북한과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 사방에서 핵에 포위당하게 된다. 중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상적 판단 능력이 의심되는 북한이 핵을 가지면 그 반작용으로 한국, 일본도 핵을 갖게 될 텐데 안심할 수 있느냐는 걱정이다. 대북 선제타격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 렉스 틸러슨 국무, 제임스 매티스 국방 등 미국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공공연히 거론하는 옵션이다. 미국은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기 전 무력공격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은 핵무기를 소형화·경량화·다종화해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술핵무기 포스터 [사진 바이두]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거의 완성단계라고 판단하고 있다. 남은 건 미사일이다.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해 격발, 대기권 재진입, 종말 단계에서 목표물 유도 기술 등 3가지 기술이 관건이다. 이 세 가지 기술을 확보하면 명실 공히 핵보유국이다. 어떤 압박도 무용지물이다.   현 상황을 방치하면 내년 말 이전 북한이 이런 기술을 확보할 것이란 게 미국의 우려다. 1년 남짓한 시간이다. 만일 미국의 대북 무력공격을 결심하면 1년 내 이뤄진다는 얘기다. 미중 정상이 북한 핵의 심각성과 위중함에 공감했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은 딜레마에 처했다. 그동안 유지해왔던 대북 정책 모호성은 더 이상 유지가 어려워진다. 곧 핵보유국이 되는 걸 뻔히 알면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독자 해결 방식에도 동의하기 힘들다. 한국에 전술핵이 재배치되는 건 사드와는 비교가 안 되는 안보적 위협이다. 또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편입돼 북한을 빌미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도 용인할 수 없다. 미국의 독자적 북핵 문제 해결을 용인할 경우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은 급격히 쇠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저렇게 서두르는데 언제까지 질질 끌 수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미국이 예전과는 전혀 다른 강경한 태도로 북핵 문제의 주도적 해결에 나섬으로써 한국의 입장은 훨씬 편해졌다. 사실 북핵 해결의 열쇠는 미중 두 나라에 있다. 북한이 얻고자 하는 모든 건 미국이 쥐고 있다. 대미 수교 및 평화협정을 통한 체제·정권 유지를 비롯 경제발전, 외교 고립 탈피,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은 모두 미국이 결심해야 하는 사안들이다.   북핵 딜레마에 빠진 중국 [사진 시루망] 반면 북한에 대한 실효적 제재 여부는 중국에 달려있다. 금융거래나 원유 공급 중단과 같은 극단적 조치는 차치하고 북한의 대외무역 90% 이상이 중국과 거래다. 핵심은 북한 정권을 버리느냐 여부다. 더 깊게는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볼지, 전략적 부채로 간주할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중국이 결심을 해야 할 시간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한반도 운명은 물론 동북아 나아가 글로벌 권력 판도를 재편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 운명이 벼랑 끝에 몰려있다. 차기 정권은 작금의 위기를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하느냐가 최대 과제일 게 틀림없다. 괴멸적 재앙을 불러올 전쟁을 막으면서 북한 핵 위기를 풀어나가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미중 양국이 각자가 쥐고 있는 정책적 수단을 십분 활용해 평화적 해결로 나아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보다 우선하는 국가의 임무는 없기 때문이다. 글=문일현(文日鉉) 박사  정리=차이나랩

    2017.04.10 11:20

  • ‘신(新) 신탁통치 구도’, 다시 짜여지는 것인가?

    ‘신(新) 신탁통치 구도’, 다시 짜여지는 것인가?

    김흥규 아주대 교수, “사드 보복 조치를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대단히 화가 나 있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군부 권력투쟁의 소산이다’, ‘선전부의 과도한 입장이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 탓이다’ 등 시진핑 주석의 부담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출구 전략에 명분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 VS 주장환 한신대 교수,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에 명분을 줘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출발부터 잘못됐죠. 사드 배치는 엄연히 핵 개발에 나선 대북 전략용입니다. 사드 배치로 대중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것은 마치 ‘달이 있는데 달을 가리키는 손에 집중하는 꼴’이죠. 이게 단지 사드 때문이겠습니까? 명목만 바뀔 뿐 앞으로 중국의 패권주의는 더 거세질 겁니다.” [사진 중앙포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이하 사드) 배치 논란은 여전하다. 찬반 논란에선 한 발 나아갔지만,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에는 이견이 있었다. 지난 4일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사드(THAAD) 문제와 한중 외교 및 경제관계’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역임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은 이번 토론은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한중 외교·경제적 갈등 상황을 제대로 보고, 풀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자리였다.   발제자로 나선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중국이 보내는 여러 가지 신호에 주목했다. 실제 사드 문제에 대해서 ‘절대 불가론’을 외치던 중국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에 가한 보복 조치가 보도된 가운데 지난 3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에 발표된 문제 기업에 한국 기업은 빠졌다.   북한이 3월 6일 오전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주한미군이 C-17 수송기에 싣고 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인터셉터 미사일 발사대 2대 등을 오산 공군기지에 내리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  ━ 김흥규 교수, “중국 출구전략 신호 내고 있어”주장환 교수, “더 이상 중국에 끌려다닐 수 없어”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한도 예정돼 있다. 4월 10일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한국에서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만남도 가질 예정이다. 외교부는 “우다웨이 대표의 방한 취지를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중국 대북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한·중 간의 공조방안에 대해서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중국 관영지인 인민일보가 중국과 한국의 준(準) 단교 가능성을 거론했던 때와 크게 달라진 셈이다. 김 교수는 “중국 측에서 시진핑이 주도하는 사드 보복이 아니라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며 “통제 사회인 중국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했다.   [사진 중앙포토] 하지만 주장환 한신대 교수 입장은 달랐다. 그는 “중국이 출구전략을 고민한다면 한국 정부가 굳이 명분을 줄 필요가 없다”며 “중국은 이미 동북아 패권 국가로 올라섰고, 한국 정부의 외교적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은 앞으로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사드 배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축은 ‘한미 동맹’이 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 중국의 사드 보복,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 단계 강화, 장기화되면 2·3차 손실 입어중국과 꼬인 관계를 풀어가기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였다. 물론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한국이 입을 경제적 타격도 주요 이슈였다. 만약 한국에 일본 센카쿠 갈등 시와 유사한 4단계 제재가 수 개월간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전자·자동차·화학·관광·항공·해운·호텔 등 관련 산업의 생산이 크게 줄 겁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도 불가피하죠. 중소 협력업체와 소상공인 등 2차 3차 피해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사드(THAAD) 문제와 한중 외교 및 경제관계’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차이나랩] 실제 지난해 대중 수출은 1453억 달러로 2015년보다 116억 달러, 약 8%가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도 10% 줄면서 이들이 한국에서 지출했던 1조5700억원 정도의 관광 수입도 사라졌다. 경제제재, 이보다 심해질까. 김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 경제 보복 조치는 총 7단계 중 3단계 수준”이라며 “중국이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제적인 평판에도 상당히 신경 쓰고 있어 보복조치가 4단계 이상으로 급진전될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했다.   ━ 국제적 평판에 신경 쓰는 중국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 때도특정 국가 명시 안 해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센카쿠 사례를 들며 거들었다. “2010년 9월 중국은 일본과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본 순시선과 중국 어선의 충돌이 있었다”며 “당시 중국이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이 수출 금지 조치 발표에 때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당시에도 중국은 국제적인 평판에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센카쿠 열도 [사진 중앙포토]  ━ 한국이 부딪힌 냉혹한 외교 현실사드發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토론은 미·중간 패권 경쟁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다. 이정남 고려대 교수는 “미·중 정상이 사드 문제를 깊게 논의한 것으로 안다”며 “더는 남북 간의 안보 이슈의 핵이 아닌 미·중간 동북아 패권 전략의 상징적인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사회를 맡은 이 교수도 이 점에 공감했다.  그는 “‘위대한 중화민국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이루려는 시진핑과 ‘위대한 미국의 재건’하려는 트럼프가 정치·외교·경제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다”며 “문제는 이 소용돌이 한가운데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가 걸려 있다는 사실”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토론 막바지,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이번 사드 사태를 한발 뒤로 물러나서 볼 것을 조언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 [사진 차이나랩] 미국의 사드 한 대는 이미 한반도에 던져졌습니다. 한국은 대선 정국에 휩싸여 분명한 입장도 없죠. 미국과 중국은 우리를 기다려줄 리 없습니다. 여차하면 미국과 중국 둘이서 한국 문제를 결정해버리는 ‘신(新) 신탁통치’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일명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한국 건너뛰기)을 걱정할 때란 얘기죠. 차이나랩 김영문 

    2017.04.10 07:00

  • 장비와 조조가 인척(姻戚)관계 였다고?

    장비와 조조가 인척(姻戚)관계 였다고?

    내가 연인(燕人) 장익덕이다. 누구부터 목숨을 바치겠느냐! 조운이 장판파 전투에서 빛나는 수훈(首勳)을 올렸다면, 이를 마무리해 준 것은 장판교에서의 장비다. 조운이 조조군의 진영을 헤집고 단신으로 아두를 구해 나올 때 몸은 이미 기진맥진했다. 뒤쫓는 조조군을 피해 장판교에 이르렀을 때 이곳을 지키고 섰던 장비가 조운을 피신시키고 조조군을 맞이한다. 또 한 명의 장판파의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장비 [사진 바이두] 장비의 호쾌한 무용담이 서린 장판교는 당양(當陽)에서 북동쪽으로 4㎞ 지점인 패릉촌에 있다. 장판교는 원래 패릉교(覇陵橋)라고 불렀다. 당양의 관리들을 이곳에서 영접하거나 배웅했기 때문에 관교(官橋)라고 하였는데, 장판파와 가깝기에 장판교라고도 부른 것이다. 패릉촌은 산을 등지고 넓은 평지와 논들이 펼쳐진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그런데 십 년 만에 다시 찾아오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장비가 호쾌하게 조조군을 물리쳤다는 ‘장익덕횡모처(張翼德橫矛處)’ 비석이 있는 정자만 빼고는 모든 곳이 옛날 패릉촌이 아니다.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얼마나 빠르게 정착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비각은 삼거리에 세워졌다. 이곳이 장비가 조조군을 무찌르며 영웅의 기개를 드높였던 장판교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장판교 자리에 서니 그 옛날 장비가 말을 타고 벽력같은 고함에 조조군이 물러나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장비가 단신으로 조조군을 무찌렀다는 장비횡모처 [사진 허우범] 장판교 어귀에 살기가 등등하니 長坂橋頭殺氣生창 비껴들고 말 세운 채 고리눈 부릅뜬다. 橫槍立馬眼圓?한 마디 호통소리 천둥처럼 진동하니 一聲好似轟雷震조조의 백만 대군 혼자 물리치도다. 獨退曹家百萬兵 유비는 조조의 추격에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달아나야만 하였다. 관우와 제갈량이 도움을 청하러 갔지만 소식은 없이 애간장만 타는데, 추격군은 거리를 더욱 좁혀오고 구원병이 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였다. 이제 믿을 사람은 장비뿐이다. 장비는 20여기의 기병을 이끌고 추격해오는 조조군을 저지해야만 하였다. 장비가 꾀를 내었다. 말꼬리에 나뭇가지를 묶고 숲속에서 먼지를 일으키게 하였다. 적을 속이지 않고는 천하의 장비라 하더라도 시간을 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조군이 물러나자 장비는 다리를 끊었다. 조조의 추격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략적이지 못한 장비의 생각은 순진하였다. 조조군은 복병이 없음을 알고 다시 추격을 시작한다. 하지만 유비는 장비의 분전으로 시간을 벌어 한수(漢水) 방면으로 달아날 수 있었고, 관우가 이끌고 온 수군과 합류하여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악주(鄂州) 서북쪽인 번구(樊口)로 피할 수 있었다.     장비가 장판교에서 조조군을 무찌르는 장면 [사진 바이두] 장판파 전투에서의 패배는 유비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용맹과 지략을 갖추고 장판교에서 조조군을 무찌른 장비야말로 소설이 만들어낸 문제아(問題兒)적 인물이란 전형을 단숨에 깨뜨리고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장비가 조조군을 무찔렀다는 장판교는 없어진 지 오래다. 물길도 사라졌다. 장판교 밑을 흐르던 저하(沮河)의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오직 ‘장익덕횡모처’라는 비석 하나만이 당시의 치열했던 현장을 알려주고 있다. 이제는 지나가는 나그네의 휴식처이거나 바쁜 일손들이 비를 피해 잠시 숨을 돌리는 장소로 존재할 뿐이다. 당양 8경 중 하나가 ‘패릉연우(覇陵煙雨)’인데 이제는 안개비 내리는 농촌풍경도 볼 수 없는 게 섭섭하다. 현재의 당양교 모습 [사진 허우범] 지금의 저하는 당양 시내 북쪽으로 흐른다. 이곳에는 약 오백 미터의 현대식 당양교가 있는데 양쪽 난간에는 장판파 전투에서 용맹을 떨친 조운과 장비의 이야기가 조각되어 있다.     조조군이 당양교에서 물러난 것은 장비의 대갈일성(大喝一聲)과 매복의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5천의 정예기병이 어찌 장비의 목소리에 하나같이 주눅들 수 있겠는가. 무리한 추격에 따른 피로감과 적진 깊숙이 침투한 선발대의 위험성, 점령지 양양에 대한 대책마련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두를 고려한다고 해도 추격군이 도망자와 마주치고도 싸움 한 번 없이 물러난다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석연찮다. 정녕 이유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조조가 장판교 전투를 지켜보았다는 경산 [사진 허우범] 장판교는 조조군이 도착하기 전에 장비가 미리 끊어놓았다. 다리가 끊어졌으니 진격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장비의 처는 하후패의 사촌여동생이었다. 건안 5년(200년)에 땔나무를 구하던 열 서너 살의 처녀를 장비가 욕보였는데 양가집 규수임을 알고는 처로 삼았다. 장비답게 결혼식을 올린 셈이다. 하후패는 조조의 친척이자 심복인 하후연의 차남이다. 어찌되었거나 장비는 하후연의 당질녀와 결혼하였으니 그 또한 5촌인 셈이다.   조조의 부친인 조숭은 대환관인 조등의 양자인데 본가가 하후씨였다. 그런 까닭에 조조는 하후돈과 사촌형제 사이이고, 하후연과도 가까운 사이인 셈이다. 아무리 전쟁터라 하여도 가까운 친인척이 사생결단으로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왕래가 가능하던 삼국시대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장판교까지 추적해온 조조군의 장수는 하후돈, 하후연, 조인 등이었다. 따지고 보면 장비와는 인척인 장수들이다. 장비의 무예가 출중한 점도 있지만 이러한 인척사이의 정의(情義)가 작용했기 때문에 장판교에서의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전투가 일어났다면 장비는 현장에서 전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장비와 조조 그리고 하후씨 집안과의 관계가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나관중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간략한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도 한 편의 장황한 이야기를 만들던 그가 어찌하여 침묵하였을까. 그 이유는 바로 ‘촉한정통론(蜀漢正統論)’에 있다. 유비집단이 주인공이고 조조집단은 쳐부수어야 할 적인데, 유비의 심복인 장비가 이러한 악인집단과 가까운 인척관계라는 것을 작품 속에 표현한다면 어찌되겠는가. 그야말로 일취월장하는 소설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발생할 것은 뻔한 이치다.     장비는 술과 고기를 파는 푸줏간 주인이었다. 신분적으로 하층민인 셈이다. 힘은 천하장사이고 성격은 불같이 사나워서 망나니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난세인지라 망나니 장비의 힘도 써먹을 때가 있었다. 그리하여 유비 관우와 함께 삼국시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장비는 자가 익덕(益德)이고 하북성 탁주 사람이다. 탁군이 연(燕)나라 지역이었기에 ‘연인 장비’라 하였다.     장비고향인 탁주에 있는 장비상 [사진 허우범] 팔척 신장에 표범 같은 머리, 고리눈에 호랑이 수염을 한 장비는 험상궂은 외모와 함께 목소리 또한 우렁차서 마치 뇌성벽력이 치는 듯하였다. 한 마디로 무식하고 거칠며 잔인해보이기까지 하는 장비의 성격은 교양과 도덕적 품성을 중시하는 귀족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장비는 일반 서민층에서 인기가 높았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단순 쾌활하며 솔직담백한 성격에 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작가에 의해 가공된 점이 없지 않다. 소설의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는 각각 최상위 계층과 중간계층 그리고 하위계층을 형상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비도 무식하지만은 않았다. 당양교에서 20여기의 기병에게 매복 전략을 꾸미게 하여 5천의 조조군을 물리친 것이나, 파군태수 엄안을 진심으로 굴복시킨 일 등은 장비의 지혜로운 모습의 일면이다.     원나라 때에는 소설의 전 단계 작품인 『전상삼국지평화(全相三國志平話)』가 유행하였다. 이 작품은 장비의 무용담과 제갈량의 지략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적(傳奇的)인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불한당 장비의 모습이 곳곳에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서민들이 장비를 좋아하였던 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영웅호걸의 모습이 바로 장비와 같은 이미지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장비의 이미지는 본격적인 소설로 변모되면서 전기적 색체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이야기의 중심에서 한 발짝 옆으로 비켜났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서민층으로부터 장비는 여전히 사랑을 받는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 지위고하가 아닌 시비와 선악으로 대하고, 정치적인 이합집산이나 가식적인 행동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은 그것이 최고의 권력자라 해도 변하는 법이 없다. 장비가 항상 서민층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그들이 바라는 인물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비는 두주불사 영웅이었다 [사진 바이두] 한편, 장비는 ‘두주불사(斗酒不辭)’의 술꾼이다. 술로 인해 여포에게 서주성을 빼앗기기도 했지만 술로 인해 장합을 무찌르기도 하였다. 또한 장비는 윗사람에게는 유순했지만 부하들에게는 매우 엄하였다. 장비의 행동거지를 걱정하던 유비가 “매일 병사들에게 채찍질을 하면서 그들을 측근에 임용하는 것은 화를 초래하는 일”이라고 타일렀다. 그러나 장비는 깨우치지 못했고, 급기야는 유비와 함께 오나라 공격을 준비할 때 부하 장수들에게 살해된다. 술과 채찍질이 장비의 죽음을 재촉한 것이니, 폭주를 좋아하며 덕을 베풀지 않는 사람이 그 화를 면하지 못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 하겠다.글=허우범 작가정리=차이나랩 

    2017.04.09 12:00

  • 북한에 준 선물, ‘시진핑의 골칫거리’가 될 줄이야...

    북한에 준 선물, ‘시진핑의 골칫거리’가 될 줄이야...

    북한의 공세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선제 타격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젠 중국도 무서울 게 없다는 태도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스스로 핵 보유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북한은 중국에게도 불편한 존재다. 한반도 정세는 지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장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도대체 이 구도는 어떻게 형성된 것인가? 과거에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가...? 6.25전쟁 이후 북한은 남침을 계획한 적이 있었다. 1975년이 바로 그 해다. 강대국의 국제정세와 인도차이나 반도 상황의 급반전이 잠자고 있던 김일성의 마음에 불을 당겼다. 그는 중국을 믿었다. "다시 한 번 밀어달라, 이번에는 반드시 남한 정부를 밀어내겠다"며 호기를 부렸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의 위기는 그렇게 지나갔다. 그 과정을 살펴 오늘을 이해해보자. 1950년 남침하는 북한군 [사진 중앙포토]  당시 강대국의 국제정세는 ‘닉슨 쇼크’로 데탕트 무드가 잠시 확산되다가 다시 냉전적 분위기로 복원될 때였다. 미국과 중국은 국내정치적 문제로 ‘닉슨 쇼크’를 이어가지 못했다. 미국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소련 관계도 제2차 전략무기감축협정(SALTⅡ) 협상이 꼬였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4인방을 중심으로 한 좌파 지도자들이 비록 마오쩌둥의 작품이었지만 미국에 대한 비판을 중단하지 않았다.   김일성은 이런 강대국의 냉전적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보태진 것이 캄보디아의 공산화였다. 중국이 지원하던 반군 크메르 루주의 지도자 폴 포트(1925~1998)가 1975년 4월 17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을 함락시켰다. 김일성은 ‘이때다’ 싶었다. 바로 다음날 공개리에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김일성은 중국이 폴 포트에게 하듯이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김일성의 오산이었다. 이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던 마오쩌둥(毛澤東)과 저우언라이(周恩來)는 25년 전으로 돌아가기는  너무 늙어 버렸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했다. 한·미 동맹 체제가 여전히 공고히 존속했고 중·소는 앙숙이 돼 버린 상황에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중국이 폴 포트를 대폭 지원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중국은 1973~1975년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을 치르는 등 사이가 나빴다. 그래서 베트남과 반목하고 있던 폴 포트를 돕고 싶었던 것이다. 아울러 소련과 ‘눈이 맞은’ 베트남이 미웠다.   캄보디아 전쟁 당시 낚시바늘 지역에 공수된 美 25보병사단 소속병사가 M16소총을든채 공산군의 저격을 피해 논두렁에 몸을 감추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은 ‘김의 전쟁’을 도울 이유도 없었고 돕고 싶지도 않았다. 또 다시 미국과 맞짱을 뜬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마오와 저우는 김일성을 만나기는 했지만 그 문제를 덩샤오핑(鄧小平)에게 맡겼다. 덩샤오핑은 당 부주석, 국무원 부총리, 당군사위 부주석을 맡고 있었다. 마오와 저우가 김일성을 만날 때 덩샤오핑이 배석했다.   덩샤오핑은 김일성과 이틀 간 회담을 했다. 두 사람은 1950년대부터 인연이 있었다. 김일성이 베이징을 뻔질나게 드나들때 접촉은 있었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처음이었다. 김일성: 인도차이나 반도를 봐라. 베트남, 캄보디아가 혁명에 성공했다. 지금이 호기다.덩샤오핑: 중국은 문화대혁명으로 인한 경제재건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므로 김 주석이 계획하는 ‘혁명적 전쟁’에 관여할 입장이 아니다. 베트남의 경우는 해방전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한반도는 이미 정전이 된 지 20여 년이 경과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1975년 4월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왼쪽)이 문병차 저우언라이(가운데)를 찾아 담소하고 있다. 오른쪽은 덩샤오핑. [사진 김명호]  덩샤오핑은 김일성의 제안을 거절했다. 마오·저우도 마찬가지였다. 대신에 중국은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76년 1월에는 ‘조·중 석유공급 협정’을 체결해 양국 합작으로 다칭(大慶)에서 신의주를 거쳐 평안북도 피현군 봉화화학공장에 이르는 총 1000km의 송유관 건설을 시작했다.   마오는 평소에 “석유와 원자탄이 제일 중요하다. 그것 두 개만 있으면 어디 가도 큰소리칠 수 있다. 그게 없으면 아무리 잘난 척해도 국제사회에서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1973년까지 대북 석유공급을 거의 독점했던 소련은 ‘오일쇼크’ 이유 석유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그래서 중국의 송유관 건설은 북한에게 큰 선물이었다. 김일성은 당시 방중으로 크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방중 직후 그것을 후계자 김정일의 입을 빌어 말했다. 김정일은 노동당 비서·부장·부부장 협의회에서 “우리는 자체의 힘으로 적과 싸워 이길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조국해방전쟁(6.25전쟁) 때 우리가 후퇴한 것은 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아울러 김정일은 “더욱이 미제침략자들은 우리와 대결에서 물질 기술적 우세를 믿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물질적 준비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1975년 이후 중국에 대한 동맹 의존성을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대안이 필요했다. 김일성·김정일이 생각한 물질 기술적 우세가 바로 원자탄(핵무기)이었던 것이다.   김씨 부자는 마오의 말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석유와 원자탄. 석유는 중국이 주니 원자탄을 가지면 마오의 말대로 어디 가도 큰소리를 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김씨 부자가 오매불망 바라던 원자탄을 김정은이 보유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오가 북한에 준 ‘선물’이 지금 시진핑에게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글=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정리=차이나랩 

    2017.04.09 07:00

  • 삼성·애플 뛰어넘기 위한 그들의 전략

    삼성·애플 뛰어넘기 위한 그들의 전략

     ━ 숫자로 본 중국...2만8800 위안.중국 럭셔리 스마트폰 업체인 ‘8848폰’이 내놓은 휴대전화 가격 2일 텅쉰(騰迅·텐센트) 보도에 따르면 이 휴대폰은 최근 스위스의 '바젤 국제 시계 보석 전시회'에서 공개됐다. 다이아몬드 등 최고급 보석으로 외장을 장식했다. 한화 가격은 무려 469만원.   8848폰 [사진 텅쉰망] 이 휴대전화는 스위스의 유명한 시계 제작자인 카리 보틸라이닌과 함께 제작한 것으로 99개만 한정 판매된다. 남성용은 이름이 '포세이돈'으로 초소형 다이아몬드 225개가 박혀있다. 여성용 '아테나'에는 루비가 225개 장식돼 있다. 이 정도면 휴대전화를 사칭(?)한 보석이라 할 수 있겠다. 보석으로 명품 이미지를 강화해 부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니치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8848폰 측은 "보석의 아름다움과 스위스의 시계 제작 기술이 조화를 이룬 휴대전화"라고 소개했다.   8848폰은 중국산 전화가 중저가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진리(金力)는 모델명 M2017 폰을 출시했다. 소가죽 모델의 최저가는 6999위안, 악어가죽은 1만 6999위안이었다. 중국 휴대전화 업계 기린아 OPPO 역시 2016년 주력 상품인 OPPO R9의 가격을 3499위안(약 56만7000원)으로 정했는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2%나 증가했다.   휴대전화 업체별 평균 가격 [사진 코트라] 중국 휴대전화 고급화 전략에 따라 2015년 1500~2000위안이던 평균 가격은 2016년 하반기 3000위안까지 올랐다.   중국의 이 같은 고급화 전략은 갈수록 자신이 붙은 기술력과 무관하지 않다. 기술은 삼성이나 애플과 별 차이가 없는데 제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은 현실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갈수록 고급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휴대전화 [사진 바이두] 실제로 중국 국가지식산권국이 발표한 '2015년 중국 지식산권발전상황'에 따르면 ZTE, 오포(OPPO), 화웨이가 신청한 특허 건수는 최근 수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화웨이의 치린(麒麟) 마이크로칩, 오포의 VOOC 스마트충전기술, 비보(VIVO)의 하이파이(HIFI)음질 등은 혁신기술로 스마트폰 산업 발전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의 아이폰에 식상한 부유층 고객을 잡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부유층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제품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애플의 아이폰 보급률이 높아져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제품을 찾는 고객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중국 휴대전화가 품질이나 디자인을 떠나 가격 면에서도 삼성과 애플을 뛰어넘겠다고 벼르고 있는  셈이다. 차이나랩 최형규

    2017.04.08 12:00

  • 10분의1 토막난 유커, 그러나 제주는 울지 않는다!

    10분의1 토막난 유커, 그러나 제주는 울지 않는다!

    지난 6일 제주 가는 길, 비가 왔다. '유커(중국 관광객) 실종의 시대를 맞은 제주, 과연 그곳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를 취재하기 위한 발걸음이다. 비 오는 목요일 오후, 비행기는 통통 비고 공항은 썰렁하겠지. 상가는 반쯤 문을 닫았을 테고, 상인들은 울상이겠지... 현지 공무원들은 취재 차 온 기자에게 '사드는 언제 끝나는 건가요?'라고 절박하게 물을 것이고...취재 가방을 꾸리면서 든 생각이었다. 제주공항의 모습. 국내 관광객들로 로비가 거의 찼다. [사진 차이나랩] 엇! 그런데 첫 예상은 빗나갔다. 비행장에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러나 적지도 않았다. '김포공항은 이 정도 사람이 적당한 수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용하고, 쾌적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비행기도 꽉찼다. 승무원에게 물으니 '거의 만석'이란다. 아니, 중국 관광객이 없는데 어떻게?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도청을 방문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김남진 제주도 관광마케팅 담당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공항에 예상보다 여행객이 많던데요?국내 관광객이 늘어났어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9% 늘어났습니다. 서울서 오는 비행기는 거의 차이 없을 겁니다. 참고로 작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모두 1580만 명 됩니다. 이 중 1220만 명이 국내 관광객이었고, 해외에서 온 사람은 360만 명이었지요. 중국인은 306만 명이었고요.중국 관광객 없어도 문제없다는 건가요?그렇지 않습니다. 중국인들에 비해 국내 관광객들은 지출이 적어요. 소비를 많이 하는 관광객이 하루 9만여 명이 감소했는데, 충격이 없을 수 없지요.그렇다면, 중국 관광객이 몰리는 곳을 볼 필요가 있다. 제주에서 유커가 찾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바오젠(寶建) 거리다. 2011년 바오젠이라는 회사가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단을 몰고 와서 붙여진 이름이다. 역시 한산했다. 비가 온 탓도 있었지만, 24시간 북적이던 그곳에는 지나는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바오젠 거리 입구에서 화장품 점을 하는 가게를 찾았다. 젊은 여성 점원은 흘깃 기자를 돌아볼 뿐 다가오지 않는다. 한눈에 봐도 물건을 살 것 같지 않은 손님이었나 보다.  서울에서 온 기잔데, 요즘 손님들 많이 끊어졌죠?다 아시잖아요. 오늘 선물세트 딱 2개 팔았어요. 텅 빈 바오젠 거리. 단체 관광객이 끊기면서 적막감마저 감돈다. [사진 차이나랩] 요즘 제주도를 찾는 중국 관광객은 몇 명이나 될까? 다시 김남진 담당관 얘기를 들어보자.어제(2017년 4월 5일) 제주도에 온 중국 관광객은 1057명이었습니다. 이 중에 절반 정도는 중국에서 직접 제주도로 온 무비자 방문객이고, 나머지 절반은 국내 다른 도시에서 온 관광객입니다.그렇다면 이게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작년 같은 날(2016년 4월 5일)에 들어온 중국인이 1만 명을 조금 넘었습니다. 그날 크르즈가 들어왔었을 겁니다. 어쨌든 요즘 중국 관광객은 작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면 됩니다.이대범 하나투어 제주사무소 소장은 오랫동안 제주에서 일해온 업계 관찰자다. 그에게도 '중국 관광객 실종 사건'은 고난의 길이었다. 그에게 업계 상황을 물었다.제주도 관광업계에서 비명 소리 들리지요?교포(조선족)여행사들은 대부분 문 닫았고,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 흩어졌습니다. 한국인 여행사들도 직원 3분의 2정도는 무급휴가 보냈고요. 중국인 단체 관광객으로 먹고살던 식당, 면세점, 호텔 등은 지금 파리 날리고 있습니다. 사무실, 심지어 건물이 매물로 나오고 있습니다. 교포들은 이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청산하려는 것 같아요.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분야가 어디죠?아마 관광버스 기사일겁니다. 그분들은 대부분 고정급이 나오지 않고, 일거리 있을 때만 받아 가요. 지금 수입이 제로(0)인 거죠. 통역가이드나 식당 등이야 어떻게 다른 살길을 찾는다고 하지만, 기사님들은 방법이 없는 겁니다.관광버스 기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제주 여행이 단체관광객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06만 명의 중국 관광객 중 약 60%(약 180명)가 단체관광객이었다. 그들은 20~30명 단위  버스로 움직인다. 운전기사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버스 운전기사들이 사드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다시 이대범 소장과의 대화.  제주도의 현지 상인들이나, 도민들이 느끼는 타격은 어느 정도입니까?아직은 크지 않아요. 이것 역시 단체관광객 중심의 업계 관행과 관계있습니다. 그들은 교포들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 오고, 교포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자고, 그들과 관계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습니다. 면세점도 자기들 거에 점에만 가고...그러니 현지인이 운영하는 일반 상점이나 호텔은 별 영향이 없는 거지요. 제주도가 '중국 관광객 실종 사건'에도 불구하고 잠잠한 이유입니다. 단체 관광객 위주의 관광 문화는 그동안 제주도 관광 시장 왜곡의 가장 큰 이유였다. 덤핑 관광으로 온 관광객들은 하루에도 4~5차례 간이 면세점을 들려야 했고, 고깃덩이 없는 갈비탕을 먹어야 했다. 용두암 등 입장료가 없는 관광지만 돈다. 사드 시대, 단체관광객 위주의 관광 관행이 제주도 상인의 피해를 줄이는 건 아이러니다. 관광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끝없이 밀려오는 중국 관광객으로 인해 품질을 높일 수가 없었다. 여기에 업계가 덤핑 경쟁에 뛰어들면서 한국 관광은 왜곡돼 왔다. 제주에서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형술 사장. 상하이에서 오랫동안 투자 사업을 해왔던 그는 제주에서 '투자+관광'이라는 비즈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   관광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지 않은 건, 역설적으로 장사가 너무 잘 됐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중국 관광객이 몰려오니까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말도 오래전부터 나왔습니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밀려오는데, 어떻게 다각화를 해요. 동남아 관광객? 그들이 와도 받아줄 여지가 없는 거죠. 사드 사태를 계기로 우리 관광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인천을 방문한 중국 한 회사의 인센티브 투어단. [사진 중앙포토]  ━ '중국 관광객 실종 시대'자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제주 관광을, 아니 한국 관광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게 김형술 사장의 얘기다.  유커가 빠져나갔잖아요. 이제 청소할 시기가 된 겁니다. 경쟁력 없는 덤핑 업체가 다시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짜야 합니다. 여행객을 다각화할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합니다. 중국 관광객이 비운 자리를 동남아나 대만 등의 관광객으로 채워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관광 품질을 높여야지요. 우리 관광산업 경쟁력은 유럽이 미국은 더 말할 것 없고, 일본이나 태국보다 뒤진 게 현실 아닌가요?사드 사태는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유커들은 다시 올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업계 관행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이 돌아온다면, 시장은 또다시 왜곡될 뿐이다. 돌아오는 길, 허기를 달래려 제주 공항에서 육개장을 시켰다. 8000원 짜리. 아무리 저어도 육개장에는 소고기도, 닭고기도 걸리지 않았다. 고기 없는 육개장, 우리 제주 관광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사드를 계기로 우리 관광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말이 더욱 설득력있게 들린다.  차이나랩 한우덕

    2017.04.08 07:00

  • 광고로 1조 7000억원을 버는 중국 뉴스 앱

    광고로 1조 7000억원을 버는 중국 뉴스 앱

    중국의 한 뉴스 어플리케이션. 검색창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를 검색해 봤다. 시간 단위로 생산된 사드 관련 뉴스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환구시보나 인민일보처럼 익숙한 중국 매체뿐만 아니라 1인 미디어들의 글과 동영상도 눈에 띈다.    사드 관련 뉴스들이 눈에 띈다. 댓글 하나에 좋아요가 2만 4000개가 달려있다 [출처: 진르터우탸오]  대부분 글에 적게는 몇백 개, 많게는 수만 개의 댓글들이 달려있다. 조금만 자극적인 제목이면 어김없이 사드에 대한 난상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사드가 촉발한 반한감정의 출발점이 바로 이곳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애플리케이션의 지난 2016년 말 기준 이용자 수가 6억 명을 넘어섰다. 매일 7800만 명이 이곳에 들어와 기사를 보고 댓글을 단다.   생산되는 글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30만 개가 넘는 미디어, 기업, 기관, 1인 미디어와 파워블로거들이 매일 수십만 개의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중국인들 여론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닌 듯하다.   진르터우탸오 [출처: 바이두] 지난 2012년 출시된 모바일 뉴스 애플리케이션 진르터우탸오(오늘의 헤드라인,今日頭條, 이하 터우탸오)에 대한 얘기다. BAT시대의 종결자BAT. 중국 IT 기업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중국 인터넷 시장을 삼분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그런데 최근 이 3강 구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바이두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4월 3일 종가 기준 알리바바(뉴욕 증시)와 텐센트(홍콩 증시)의 시가총액은 각각 약 301조원, 약 306조원이다. 반면 바이두(뉴욕 증시)는 67조원 대에 머물고 있다. 4배가 넘는 큰 격차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연이은 실적 호조로 웃음짓고 있는 반면, 바이두의 매출은 2분기 연속 감소세다. 많은 전문가들은 바이두가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특히 바이두의 주 수입원인 검색 광고가 모바일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수익이 크게 줄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4분기에만 검색 광고주가 16% 넘게 감소했다. 이 여파로 당기순이익도 83% 급감했다. PC 시대 98%에 육박하던 바이두의 검색 시장 점유율이 모바일에서는 26%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바이두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기업이 바로 터우탸오다.   터우탸오는 지난 2016년 모바일 앱 광고로만 100억 위안 가까이 벌어들였다. 중국 인터넷 기업 상위 5개 기업 안에 드는 성적이다. 창업 4년 만에 거둬들인 성과라 더 눈에 띈다. 1년 새 10배 이상 성장하며, 기업가치도 최대 110억 달러(약 12조원)까지 평가받는다. BAT에 바이두 대신 터우탸오를 넣어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쉬이룽 진르터우탸오 부편집장이 보아오포럼 미디어 세션에서 진르터우탸오의 최근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 차이나랩] 터우탸오가 차세대 BAT로 꼽히는 또 다른 배경은 '76분'이라는 숫자에 있다. 바로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체류 시간이다. 7800만 명에 달하는 유저들이 하루 평균 한 시간 넘게 터우탸오에서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터우탸오보다 체류시간이 긴 플랫폼은 중화 메신저 위챗뿐이다.   인터넷 서비스에서 이용자들의 체류시간은 곧 돈이다. 아무리 접속자들이 많아도 10~20초 만에 나가버린다면, 광고 효과는 제로가 된다. 반면 이용자들이 오래 머물러 있으면 이들을 대상으로 광고는 물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마음껏 구축해나갈 수 있다. 사실상 모바일 앱의 성패는 누가 더 오래 유저를 머물게 하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두 VS 터우탸오 무엇이 다른가?터우탸오와 바이두 모두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분류 및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차이점은 터우탸오는 이용자들의 성향과 습관을 분석, 개인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만을 선별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반면 바이두는 검색어와 카테고리에 따라 동일한 콘텐츠들을 이용자들에게 보여준다(네이버를 떠올리시라).   한마디로 바이두가 공급자 중심의 큐레이션이라면, 터우탸오는 전적으로 이용자 개인을 위한 서비스다. 이를 두고 중국 유명 IT 칼럼니스트 양류마오(?柳茂)는 "바이두에서는 사람이 정보를 찾았지만 터우탸오에서는 정보가 사람이 찾아간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내가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가 '환율'이라면 경제, 무역, 금융에 관련된 콘텐츠들이 우선적으로 노출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환율과 직접 관련된 뉴스들이 최상단에 배치되는 식이다. 실제로 평소 IT에 정보에 관심이 많은 기자가 터우탸오에 접속하자, '중국+IT' 관련 정보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2016년 말 기준 터우탸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미디어와 기업, 기관은 10만 개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30만 개가 넘는 1인 미디어와 파워블로거들이 매일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터우탸오는 매일 수십만 개씩 만들어지는 콘텐츠를 어떻게 선별하고, 다시 개인 개인에 맞게 제공하는 것일까?   답은 인공지능에 있다. 터우탸오의 겉모습은 미디어 플랫폼이지만 사실상 인공지능 기술업체다. 실제로 1300여 명의 직원 중 약 800명이 엔지니어다. 사람이 콘텐츠의 경중을 판단하는 미디어나 포털사이트와 달리 터우탸오는 대부분의 큐레이션을 인공지능에 의존한다. 터우탸오가 독자 개발한 큐레이션 알고리즘은 먼저 유저들을 위챗, 웨이보 등 SNS 이용 습관, 관심사, 직업, 성별, 지역 등으로 분류한다. 그다음 터우탸오에서 어떤 콘텐츠를 클릭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큐레이션의 정확도를 높여나간다.   터우탸오 측에 따르면 알고리즘이 하나의 이용자 모델을 갱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0초다. 실제로 터우탸오에서 특정 콘텐츠를 클릭할 때마다 바로 바로 큐레이션 내용이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이 읽으면 많이 읽을수록 취향 분석이 더욱 정교해지는 구조다. 진르터우탸오의 콘텐츠 선별 알고리즘 [출처: 터우탸오, 편집: 원아시아]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양질의 정보를 선별하는 역할도 인공지능이 수행한다. 인공지능은 1차적으로 민감한 내용, 저품질 콘텐츠, 광고성 정보를 걸러 낸다. 그리고 이용자들의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또 한번 선별 작업을 진행한다. 약 20분이 소요된다.터우탸오, 전통 매체의 권위를 무너뜨리다사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는 예전부터 존재했다. 페이스북은 오래전부터 이용자의 성향에 맞춰 콘텐츠들을 배치해 왔다. 네이버 뉴스 역시 얼마 전부터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중국도 마찬가지다.   크게 새로울 것 없는 터우탸오라는 앱이 단 4년 만에 중국 온라인 뉴스 시장을 뒤흔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터우탸오가 콘텐츠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터우탸오의 가장 큰 특징은 뉴스 기사, 1인 미디어, 파워 블로거, 동영상, Q&A 등 다양한 성격의 콘텐츠를 가리지 않고 큐레이션 한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인민일보와 같은 대형 전통 매체의 기사인지 1인 미디어의 단편 영상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은 정도다. 반면 바이두는 뉴스면 뉴스, 블로그면 블로그, 정해진 카테고리의 콘텐츠만을 보여준다.     또한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기존 콘텐츠들이 가지고 있는 '서열'을 역행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전통 언론들의 기사를 가장 무게감 있는 콘텐츠로, 1인 미디어나 블로거의 글은 그 밑으로 친다. 그러나 터우탸오에서는 인기가 많은 뉴미디어와 파워 블로거들의 콘텐츠가 상단에 배치된다. 오히려 전통 미디어 기사들이 중간 중간 구색을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아시아 크로스보더 마케팅 그룹 원아시아는 "터우탸오는 (콘텐츠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분석해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들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다양한 수요의 이용자들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터우탸오의 방점은 얼마나 "공신력 있는 미디어를 끌어들이냐"가 아닌 "얼마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찍혀 있다는 분석이다.  1인 미디어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장이밍 진르터우탸오 창업자. 연간 최소 10억위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출처: 바이두]  터우탸오는 현재 '천인만원(千人萬元)'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1인 제작자들을 적극 지원한다. 콘텐츠의 질과 반응만 좋다면 매달 1만 위안 이상(약 170만원)의 광고 수입을 보장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위안촹(原創,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들의 저작권을 보장하고 추가적인 수익을 제공한다. 1인 미디어나 블로거 입장에서 돈도 벌 수 있고, 전통 매체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터우탸오는 최근 동영상 콘텐츠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모바일 영상 제작업체 플리파그램을 인수하기도 했다. 또한 유명인사, 정부기관, 기업 계정(터우탸오하오)을 적극 유치하면서 뉴스-정보-광고 콘텐츠 간의 경계를 허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터우탸오에 따르면 중국인민최고법원, 지방정부, 공안국 등이 계정을 등록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장이밍(張壹鳴)진르터우탸오 창업자는 "터우탸오는 전통적인 '에디터' 의 개입을 부정한다"며 "콘텐츠 시대에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누군가의 가치관이 선행되는 것으로, 간섭하지 않고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콘텐츠 큐레이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진르터우탸오는 동영상 콘텐츠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유명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플리파그램을 인수했다 [출처: 바이두] 터우탸오의 이 같은 전략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공지능의 틈새를 파고든 가짜 뉴스, 광고성 정보들을 일일이 다 솎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용자들이 취향에 맞는 콘텐츠에 갇혀버리는 '반향실' 효과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벌써 중국 인터넷에는 터우탸오 인공지능을 속이는 법 등의 자료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인터넷 업계에서는 터우탸오의 이 같은 전략이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바이두가 1인 미디어와 파워 블로거들의 활동 공간인 바이두바이자(百度百家)를 내놨고, 텐센트 역시 1인 콘텐츠 제작자들을 발굴하는 망종계획(芒種計劃)을 얼마전 발표했다. 중국의 동영상, VR 업체 바오펑(暴風)은 아예 터우탸오와 똑같은 인공지능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를 출시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서후(搜狐)IT는 터우탸오에 대해 "이용자의 수요와 개성을 가장 잘 만족시키는 뉴스 앱"이라며 "중국 콘텐츠 시장의 주축이 전통 미디어에서 왕훙으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와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로 이동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차이나랩 이승환 

    2017.04.07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