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팩트체크] 반도체 전 세계 1위, 한국 “장비도 1등일까”

    [팩트체크] 반도체 전 세계 1위, 한국 “장비도 1등일까”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9조9000억원, 전년 동기 대비 48.2%나 증가했다. 1등 공신은 역시 ‘반도체’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영업이익을 6조원이나 거뒀다.   10년 만에 도래한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일까.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 했다. 올해 한국의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가 146억 달러(16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년보다 75%나 뛴 수치다. 내년에도 151억 달러(16조9000억원)를 넘어 세계 1위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한국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올해 설비투자액은 68억 달러(7조7000억원)지만, 내년부터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15억 달러(13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대만을 제치고 2위로 등극하는 셈이다. 미국과 일본도 올해 설비투자에 각각 52억 달러(5조8000억원)와 51억 달러(5조7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자료 중앙포토] 전방업체가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자 장비업계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7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 출하액은 130억9000만 달러(14조7000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58%나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2000년 이후 17년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 반도체 장비산업도 급성장했다. 세메스·원익IPS·주성엔지니어링·한미반도체·케이씨텍 등 반도체 장비 관련 중견 기업도 여럿 나왔다.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도 중국 현지 반도체 공장 신설에 700억 달러(78조6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히자 한국 장비업계는 더 고무됐다. 앞으로 10년간은 중국을 앞선다는 자신감도 충만하다. 과연 그럴까. 산업 전문 매체인 키포스트(www.kipost.net)와 함께 장비업계를 팩트체크해봤다. ━ FACT 1.한국 반도체 장비가 세계 최고다? △  반도체 핵심 공정에는 한국산 장비가 적은 편이다.공정을 살펴보자. 가장 중요한 과정이 ‘포토 공정’이다. 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를 만들기 위해 기본 패턴을 사진 찍듯 인화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한국 업체 중 회로 패턴을 인화하는 ‘스캐너’ 장비 개발사는 없다. ASML(네덜란드)이 미세공정용 포토 스캐너 장비는 거의 독점하고 있고, 나머지도 일본 업체가 차지다.   다음 과정은 패턴에 따라 화학물질을 바르는 증착, 다시 깎는 식각(Etching·에칭) 공정이다. *3D낸드플래시를 생산하면서 화학 물질을 여러 겹으로 쌓아야 하고, 패턴은 훨씬 복잡해졌다. 그만큼 안정성·정확성이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한국 내 3D낸드플래시 생산라인에 필요한 증착 장비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미국)·도쿄일렉트론(일본)에서, 식각 장비는 램리서치(미국)·ASML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업체도 뛰어들었지만, 시장점유율 30%를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자료 중앙포토] * 3D낸드플래시? 3D는 회로를 빌딩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메모리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늘린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3년 사이에 24단에 이어 48단, 64단까지 쌓아 올린 낸드 플래시 양산에 연달아 성공했다. 계측·검사 장비 또한 히타치(일본), KLA텐코(미국)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한국 업체 대부분은 기술 장벽이 비교적 낮은 증착·세정 장비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후공정 분야에서는 한미반도체(절단 장비), 이오테크닉스(레이저 마킹 장비) 등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 후공정? 완성된 웨이퍼를 자르고 보호막을 씌워 최종 제품으로 완성하는 공정 ━ FACT 2.중국 반도체 장비업체는 독자 개발 능력이 없다? △  중국은 올해, 최초로 반도체 장비 양산에 돌입했다.  지난 4월 중국 업체인 파이오테크(Piotech·沈阳拓荆科技有限公司)가 선양시 훈난(浑南)구에 1억5000만 위안(250억원)을 투자해 중국 최초 반도체 박막필름 장비 양산을 시작했다. 5만2000㎡에 달하는 면적에 최신 장비와 클린 룸을 갖춘 중국 최초의 반도체 박막필름 생산 기지다. 현재 한 개 라인만 가동해 100대 생산이 가능하지만, 올해 말까지 생산라인 2곳이 완공되면 최대 350대를 생산할 수 있다.   파이오테크의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PECVD) 장비 [사진 키포스트] 파이오테크는 어떤 회사일까. 플라즈마화학증착기(PECVD)와 반도체 공정용 원자층증착(ALD) 장비를 생산한다. 앞서 본 ‘포토 공정’에 필수 장비다. 삼성전자가 1개 라인에서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을 위해 연 10만 장의 *웨이퍼를 만든다면 많게는 박막필름 장비 수백 대가 필요하다.   * 웨이퍼? 반도체의 기본 소재로 박막 원형 디스크 모양으로 지름 1~12인치로 다양하게 제작된다. 대부분 반도체 기기나 칩 제작의 기판 재료로 사용된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이 장비를 줄곧 수입에 의존해왔다. 한국·대만·일본·미국 반도체 업체도 반드시 필요한 장비이기에 중국 내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파이오테크의 양산 성공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언론도 흥분했다.   랴오닝일보는 “중국의 ‘장비 공백’을 보완하고, 중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한층 더 높여줄 것”이라며 “파이오테크 장비 성능도 세계적인 수준인데다 수입 장비보다 30%나 저렴하다”고 보도했다. 키포스트도 “최근까지 파이오테크가 신청한 특허 수는 316개에 달한다”며 “생산량만 보면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넥스칩 본사 전경 [사진 키포스트] 중국 반도체 생산공정에 장비를 납품한 중국 업체도 이미 여럿이다. 올해 10월부터 중국 반도체 기업 넥스칩이 허페이 신잔종합보세구역에 세운 공장에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파운드리 양산에 돌입한다. 이곳에 중국 업체 장비가 들어갔다. 지난 4월 베이징 징이자동화장비유한공사가 세정(클리닝) 장비를 납품했고, C선테크는 열처리 장비 10여 대를 공급했다. 얼마 전까지 한국 업체가 중국에서 독점 납품하던 장비였다.   * 파운드리? 팹리스로 불리는 설계 전문 업체가 상품을 주문하면서 넘겨준 설계 도면대로 웨이퍼를 가공해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사업. 설계 기술 없이 가공기술만 확보하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 노라는 14~28나노 장비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진 노라]  ━ FACT 3.한국 업체보다 기술이 뛰어난 중국 업체도 있다? △   한국 업체가 개발하지 못한 장비가 중국에서 나왔다.  바로 식각 장비다. 식각 장비란 웨이퍼 위에 도포된 화학물질 중 특정 부분을 제거하는 장비다. 증착·식각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반도체 회로를 그려진다고 보면 된다.   지난 5월 중국 업체 노라(NAURA·北方华创)는 9년간의 연구 끝에 식각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주로 쓰는 28나노 공정용 장비는 양산이 코앞이다. 삼성전자가 주로 적용하는 미세공정용 14나노 장비는 최종 시험 테스트 중이다. 특히 14나노 장비의 경우 한국 업체도 개발이 쉽지 않은 장비다. 노라의 14나노 공정 장비 [사진 노라]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이미 노라의 장비를 애용하고 있다. SMIC가 28나노 공정을 갖추면서 맞춤형 장비를 찾다가 노라와 인연을 맺었다. 덕분에 노라는 장비 운용 노하우를 익혔고, 14나노 장비를 개발하는데  탄력을 받았다. 중국 정부도 노라의 14나노 장비 개발에 총 2억 위안(325억원)을 투자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섰다. 매출액도 매년 40%씩 성장하고 있다. ━ FACT 4.중국산 장비를 쓰는 한국 업체가 있다? O  지난해 7월 중국 장비 업체 AMEC는 SK하이닉스 3D 낸드플래시 양산 라인에 식각 장비를 공급했다.  SK하이닉스 평면형 낸드플래시 라인에 주로 투입됐다. AMEC는 어플라이드에서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가 차린 회사로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식각 장비업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SK하이닉스는 AMEC로부터 장비를 더는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SK하이닉스 측은 “고난도 공정에서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술 유출 우려가 더 크다고 봤다. 장비를 납품받아 중국 엔지니어들과 접촉하다 보면 공정상 기밀 정보 유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서버용 D램, 고성능 낸드플래시 솔루션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 경쟁력을 높여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 직원이 반도체 생산 장비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 FACT 5.반도체 산업 밀어주기 펀드, 중국 중앙정부만 주도한다? X  지방 정부도 적극적이다.물론 반도체 산업 밀어주기의 첫 발은 중앙 정부가 내디뎠다. 지난 2014년 6월 중국 국무원은 ‘국가집적회로(반도체)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면서 총 1200억 위안(21조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올해까지 투자하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베이징·상하이 등 지방자치단체도 수조원 규모의 펀드 마련에 뛰어들었다. 특히 상하이시는 반도체 업계 해외 인수합병(M&A)와 장비·재료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안도 공개했다.   상하이시는 린강(臨港) 지역개발 건설관리위원회부터 구성했다.  ‘상하이 반도체 장비·재료 펀드’라는 이름으로 100억 위안(1조6000억원)을 모았다. 올해 말까지 반도체 산업 투자용으로 총 400억 위안(6조6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 1분기 한국은 대만을 제치고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출하액 1위에 올랐다. 한국은 36억 달러(4조원) 규모의 장비를 쏟아냈고, 장비산업까지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물론 대만(35억 달러)·중국(19억 달러)에서도 총 44억 달러(4조9000억원) 어치의 장비가 쏟아졌다. 팩트체크 결과 한국 반도체 장비업계 실상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중국 업체는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으로 한국 업체를 턱밑까지 쫓거나 앞서기도 했다. 한국 반도체 장비 분야에까지 ‘중국 굴기’의 그늘이 드리워진 셈이다. 한국 업계가 빠른 시일 내에 선두 자리를 꿰차지 못하면 지금의 호황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글=차이나랩 김영문  자료=키포스트 유효정 연구원

    2017.06.09 18:13

  • BMW는 알고 있다! 중국에서 잘 나가는 법을...

    BMW는 알고 있다! 중국에서 잘 나가는 법을...

    BMW ‘1시리즈’ 세단, 중국에서만 팔겠다.BMW가 밝힌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 ‘1시리즈’에 대한 입장이다. 오직 중국에서만 팔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1시리즈’ 세단을 처음 공개했다. 개발 초기부터 ‘중국 전용’이라고 밝혔지만, 영국 내 자동차 전문지를 중심으로 영국∙독일 등 글로벌 시장에도 내놓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BMW 본사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낸 중국 전용 ‘1시리즈’ 세단 [사진 BMW] BMW 측은 “‘1시리즈’ 세단의 경우 중국 제휴업체인 브릴리언스 차이나 오토모티브(이하 브릴리언스)와 합작 투자해 개발한 세단”이라며 “중국 시장은 유럽보다 세단을 더 선호하고, 중국 시장에만 집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맞춤형 전략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 BMW 공장에서 생산하는 ‘1시리즈’부터 ‘5시리즈’ 세단도  ‘중국 맞춤형’이라는 명목으로 기능을 보강했다. 미세먼지 이슈를 고려한 더 두꺼워진 필터하며, 험난한 도로 사정을 고려해 시트 쿠션 높이를 20㎜ 이상 높이고, 서스펜션 스프링까지 보강했다. BMW가 중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BMW는 독일 자동차 3사(BMW∙벤츠∙아우디) 중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236만760대를 판 BMW는 이 중 22%인 51만6785대를 중국에서 팔았다. 유럽 전체 판매량(109만2155대)의 절반 수준이지만, 미국(46만398대)보다 많이 팔렸고, 한국(4만8459대)보다는 10배 이상 많았다. 중국은 단일 국가 시장으로 단연 최대 시장이다.   지난 4월 BMW 글로벌 판매 현황 [자료 BMW] 판매량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 4월에만 미니∙롤스로이스를 포함해 4만8869대가 팔려 전달 판매량보다 39.2%나 뛰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4만7627대로 1위 자리를 뺏겼고, 아우디는 4만6166대를 팔아 3위로 밀려났다. 누적 판매량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19만169대, 지난해에는 51만6785대가 팔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 11.4% 늘었다.   상황이 이렇자 BMW는 중국 공장에 추가로 투자하며,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5월 3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국 선양에 있는 다둥(大东)과 티에시(铁西) 두 공장에 10억 유로(1조3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 규모를 45만 대로 늘렸다. 독일 매체 한델스블랏도 BMW가 중국 생산량을 2020년까지 지금보다 30% 이상 늘린 6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했다.신형 모델도 중국에서 생산된다. 다둥 공장에서는 ‘5시리즈’ 세단의 롱휠베이스 버전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3’ 모델을 생산한다. 공장 내부 설비 대부분이 바뀐 티에시 공장에서는 중국 전용 모델인 SUV ‘X1’ 롱휠베이스 모델과 ‘1∙2∙3’ 세 가지 시리즈 세단을 모두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신형 모델에 적용된 기술 유출에 민감한 BMW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다. 중국 선양 BMW 공장 내부 [사진 브릴리언스] 하지만 4년 전인 2013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 정부가 BMW 자동차 공장 확장 계획을 환경문제로 불허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환경보호부는 BMW 합작사인 브릴리언스가 제출한 공장 확장 신청을 반려해 버렸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가 연일 외국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과도한 이익을 취한다는 비판적인 보도가 연일 이어지던 때였다. 중국 내 ‘수입차 때리기’ 여론을 고려한 일종의 패널티였다.   BMW는 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중국의 경제 상황과 정책에 주목했다. 현재 BMW 공장이 있는 랴오닝성은 중국 철강 부문 과잉생산의 중심지로 수천만 t에 달하는 철강이 지금까지 쏟아지는 곳이다. 랴오닝성 당국도 매년 당 중앙에 철강과 석탄 생산능력을 줄여나가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과잉생산 문제는 아직도 심각하다. 게다가 첨단 산업까지 제대로 유치하지 못해 매년 마이너스 성장만 이어간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중국 선양 BMW 공장 내부 [사진 브릴리언스] 그러던 2015년 5월 8일 중국 국무원이 산업고도화를 위한 ‘중국제조 2025’를 발표했다. 질적인 면에서 제조 강대국이 되겠다는 ‘첨단 산업화’ 전략이었다. BMW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BMW만의 스마트 생산공장은 ‘중국제조 2025’의 총아(寵兒)였다. 선양 공장에서는 매일 로봇이 1만4000만 개 스크루를 조이면서 차량이 최적의 성능을 끌어낼 수 있는 수많은 데이터를 쌓는다. 전체 공장 시설의 95%는 자동화 설비로 교체했고, ‘5시리즈’ 세단의 경우 선양 공장에 설치된 첨단 프레스 공정을 통해 무게를 130㎏나 줄일 수 있었다. BMW 공장이 ‘효자’인 셈이다.   랴오닝성은 올해도 1000만t이상 철강 생산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선양 BMW 공장에서 쓰인 랴오닝산 철강만 수백 만t에 달한다. BMW가 아니었다면 올해 줄여야 할 철강이 더 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1만6000여 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일하고 있고, 선양 지역 근로자 전체 평균 소득도 올랐다. 동시에 랴오닝성 지역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법인체 중 하나가 됐다. 지난해 6월 선양 BMW 공장을 시찰한 독일 메르켈 총리 [사진 독일연방정부] 독일 정부도 중국과 신성장 경제협력 모델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6월엔 독일 메르켈 총리가 선양 공장을 찾아 생산설비를 시찰하며 회사 관계자를 격려하기도 했다.   랴오닝성 측은 더 적극적이다. 신(新) 동북진흥 전략에 따라 선양에 건설을 추진 중인 48㎢ 면적의 중국-독일 첨단장비제조산업단지에 독일 기업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메르켈 총리에 지원을 당부했다. 또 독일이 과거 석탄·철강산업 중심지였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를 정보기술(IT)·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 기지로 변화시킨 경험을 중국 동북지역 구조개혁 추진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물론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BMW는 첨단 기술이 접목된 자동차 공장을 중국에 세우며 중국 정부에 크게 어필했지만, 막상 유럽에선 기술 유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이 외자 업체에 중국 내 생산을 강요하고 있어 중국 생산기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기술 유출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유출된 기술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현지 업체로 흘러 들어갈 수도 있는 문제다. BMW 입장은 어떨까. 중국에서 ‘3시리즈’ 세단과 ‘X1’ SUV를 생산하는 라인 [사진 BMW] BMW는 자신만만하다. 각종 우려에도 현재 BMW는 첨단 기술로 중국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니콜라스 피터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언제든 경쟁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첨단 고급 브랜드 차량 이미지를 굳히는 동시에 신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미국보다 매년 1000만 대 자동차가 더 팔리는 나라, 중국. BMW는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실리적 접근이 필요하단 것을 말이다. BMW는 중국에서 외자 업체가 살아남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차이나랩 김영문

    2017.06.09 15:32

  • 포로가 된 조선 국왕,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포로가 된 조선 국왕,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1894년 7월 23일 새벽. 총칼로 무장한 일본 군경이 경복궁을 에워쌌다. 광화문은 잠겨있었다. 군인들이 담을 뛰어넘고, 안에서 몇 발의 총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광화문이 스르르 열렸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본군들이 궁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고종은 잠들어 있었다. 군화로 침실로 뛰어든 일본 대장이 말한다.밖에서 일본군과 조선군 사이의 소란이 있었습니다. 조선군은 모든 무기를 우리 일본군에 넘겼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일본군이 전하를 보호할 것입니다.조선 역사 초유의 '경복궁 점령' 사건은 그렇게 끝났다. 궁궐을 지켜야 할 조선군은 제대로 반격 한 번 해보지 못했다. 고종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한 나라의 왕이 자신의 궁에서 포로가 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류공다오에 전시된 아시아 전쟁의 원흉들. 이토 히로부미 사진(오른쪽 위)가 눈에 보인다. [사진 차이나랩] 사건 발생 이튿날이었던 7월 25일 오전. 영국 국적의 상선 코우싱호는 청(淸)군 1000여 명을 태우고 아산만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조선에 파병할 군사를 수송 중이었다. 코우싱호 앞에 일본 순양함 나니와(浪速)호가 나타났다. 선전포고도 없었다. 그냥 다가오더니 포탄을 쏟아부었다. 백인 승무원 80여 명을 제외한 1000명 이상의 청나라 군인들은 그대로 수장됐다. 며칠 후 일본은 성환 전투에서 손쉽게 승리하며 승기를 잡았다.   청일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 땅 조선을 누가 지배할 것이냐를 놓고 벌어진 전쟁, 두 외세가 남의 나라에서 벌인 전쟁, 조선이라는 나라가 전쟁 전리품으로 전락한 전쟁, 그리고 수천 년 지속한 아시아의 판도를 바꾼 전쟁... 그렇기에 청일전쟁은 우리가 결코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역사다.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취재 길, 시간을 쪼개 청일전쟁 박물관이 있는 류공다오(劉公島)를 방문한 이유다. 류공다오의 청일전쟁 기념관 입구. 중국은 청일전쟁을 '갑오(甲午)전쟁'이라 부른다. 전쟁이 발발한 1894년이 갑오년이었기에 붙혀진 이름이다. 남의 나라들 사이의 전쟁이니 우리는 그냥 '청일전쟁'이라고 했고, 중국은 자기 나라 일이니 '갑오전쟁'이라 했을 터다. [사진 차이나랩] 갑오전쟁 기념관이 있는 류공다오는 웨이하이에서 배로 약 15분 거리에 있다. 갑오전쟁의 주역들이 입구에서 관광객들을 맞는다. 서태후, 이홍장, 그리고 정여창... 서태후 얘기를 아니할 수 없다. 정원함은 원래 독일에서 만든 3000t급 정예 함선이었다. 아시아 최대였다. 일본의 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런데도 일본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포탄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당시 배에는 포탄 2발 밖에 없었단다. 아무리 큰 군함이라도 포탄이 없다면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서태후의 탐욕 때문이다. 그는 함대 운영을 위해 이홍장이 숨겨둔 예산까지 찾아내 모두 자신의 정원인 '이화원'을 짓는데 사용한다. 군 자금을 빼돌려 사욕을 채운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들의 탐욕과 부패는 나라를 망국에 이르게 한다. 전시관의 서태후 사진. 왼쪽 큰 사진이 이화원이다. [사진 차이나랩] 전쟁은 청나라와 제국주의 일본이 했는데, 주 무대는 한반도였다. 1894년 7월 아산만에서 터진 후 평양, 압록강을 거쳐 대련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듬해 1월 북양함대의 본산인 웨이하이에 정박해있던 주력함대가 궤멸되면서 전쟁은 끝났다. 전시관 바닥에 설치된 전쟁 흐름도 [사진 차이나랩] 전쟁은 많은 비극을 낳는다. 일본군이 대련을 침략했을 때 얘기다. 이웃 작은 마을 진저우(金州)에 살고 있던 취(曲)씨 가족은 들려오는 일제의 만행에 몸을 떨었다. '닥치는 대로 죽인다더라', '여자는 모두 끌고 가 겁탈한다더라'... 10명 가족 중 여성들은 일제 능욕을 피하기 위해 우물에 몸을 던진다. 그 장면이 밀랍으로 만들어져 전시되고 있었다. 취씨 가족의 비극 [사진 차이나랩] 전쟁의 막바지 포성이 일던 1895년 1월 12일 류공다오의 북양함대 본부. 정여창(丁汝昌) 제독은 푸른 눈의 영국인 군사 고문과 함께 있었다. 영국 고문이 말한다. 끝입니다. 승패는 결정 났습니다. 우리가 졌습니다. 더 저항해봐야 죽음만 늘어날 뿐입니다. 항복해야 합니다.정 제독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내가 죽은 후 항복 문서에 이 관인을 찍어 적장에게 넘겨주시오.그게 마지막이었다. 정 제독은 호주머니에서 약 몇 알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독약이었다. 정여창 제독 전시관 [사진 차이나랩] 그렇게 전쟁은 끝났다. 이홍장은 시노모세키(下關)으로 가 항목 문서에 서명해야 했다. 시노모세키 조약. 그 조약의 제1조가 바로 '조선의 독립국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청나라는 이제 조선에서 손을 떼라, 조선은 내가 먹는다"라는 선언이었다.   그렇게 대륙은 조선에서 멀어졌고, 일본의 침략이 본격화됐다. 이 전쟁이 남의 전쟁만은 아닌 이유다. 마지막 전시실. 의미심장한 영상 전시물이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역사는 반복되는가....? 역사는 반복되는가? [사진 차이나랩] 갑오전쟁 기념관은 중국인들에게 학습의 장이다. 그들은 일본의 우익 교과서 채택, 위안부 부정,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분쟁 등이 발생하면 이 전시관에 들어 항일의식을 마음에 되새긴다. 전시관을 보면서 "낙후된다면, 역사는 되풀이된다"라고 다짐할 터다. 어찌 중국인들만의 일이겠는가. '역사는 되풀이될 것인가?'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질문이다. 힘이 없기에 외세를 불러들여야 했고, 그 외세에 국토를 유린당해야 했다.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주자학 틀에 갇혀 있었다. 전시장 그 영상물이 말하는 대로, 힘이 없다면, 낙후한다면 언제든지 역사는 되풀이된다. 사드, 북핵, 위안부, 일본의 재무장...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은 나라는 외세를 뿌리칠 수 있을 만큼 힘이 있느냐?'고 말이다. 1894년 7월 23일 새벽. 그때 고종의 침전에 군화를 신고 들어온 군 책임자는 누구였던가? 이름은 오오시마 요시마사.  아베 신조 현 일본 총리의 고조부다. 오오시마 요시마사. 아베 총리의 고조부다. [사진 차이나랩] 그러기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묻는다. "역사는 되풀이되는가?"라고 말이다. 웨이하이=차이나랩 한우덕 

    2017.06.07 16:55

  • 드라마 한편 찍고 100억원 가져가는 중국 배우들

    드라마 한편 찍고 100억원 가져가는 중국 배우들

    중국 드라마가 제작비 5억 위안 시대에 진입했다. 우리돈으로 무려 840억원이다. '태양의 후예(130억원)' 6편을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웰메이드의 대명사 미드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수준이다.    중국의 드라마 제작비는 5년 전과 비교해 700% 이상 급증했다.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초고속 성장세다. 그렇다면 그만큼 중국 드라마들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중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판빙빙의 지난 2016년 수입이 400억원을 돌파했다. [이매진 차이나] 이에 대한 중국 드라마 업계 전문가들의 대답은 'NO'다. 제작비 상승이 제작 기술이나 환경에 대한 투자보다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배우들의 몸 값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미디어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 2000~2001년 드라마 제작비에서 개런티 및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5%였다. 그러던게 지난 몇년 새 60~70%까지 치솟앗다. 800억원들여 드라마를 만들면 이중 500억원 가까이를 출연진들이 가져가는 셈이다.   한국 연예인들이 한번 중국에서 뜨기 시작하면 주요 활동 무대로 중국을 택하는 이유다. 이처럼 가파른 상승 속도를 감안하면, 중국 연예인들이 헐리웃 스타들의 몸값을 뛰어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 로켓 상승, 스타들의 몸값  얼마전 중국 인터넷에 공개 된 전 엑소 멤버 루한의 중국 드라마 출연료가 공개되며 논란이 됐다. 루한이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저톈지(택천기)에 출연하면서 받은 개런티가 1억 2000만 위안, 우리돈으로 무려 19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톈지 제작진 측은 이를 부인한 상태이지만, 앞서 공개된 중국 스타 출연료 리스트를 감안할 때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게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적이다.   중국 스타들의 몸값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건 지난해 9월 중국 S급 스타들의 드라마 출연료가 공개되면서부터다. 이 리스트에 따르면 2017년 말 방영이 예정돼 있는 사극 드라마 여의전(如懿傳)의 주연배우 저우쉰(周迅)과 훠젠화(霍建華)에게 총 1억 5000만위안의 출연료가 지급됐다. 엑소 출신인 우이판과 루한의 소속사 책정 개런티가 1억 위안을 넘어섰고, 여성 톱스타 안젤라베이비와 판빙빙의 출연료도 각각 8000만 위안, 3000만 위안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이영애의 최근 출연작 사임당 빛의 일기의 1회당 출연료가 1억 4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드라마가 28부작인점을 감안하면 이영애의 출연료는 최대 30억원 정도다.    저텐지에 출연 중인 루한 [출처: 이매진 차이나] 중국 국영방송 CCTV의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기배우들의 출연료는 2500만~1억 위안 수준으로 30년전과 비교해 5000배 넘게 올랐다. 평균 제작비에서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50%에 육박하며 엔터테인먼트산업 선진국으로 볼 수 있는 미국과 한국의 20~30%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한 출연자의 개런티가 상승하면, 소위 같은 ‘레벨’로 분류되는 연예인들의 몸값도 같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출연료 상승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중국 당국이 직접 나섰다. 중국 청년보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배우들의 출연료 총액이 전체 제작비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영화산업촉진법 초안을 심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호응한 미디어 관련 협회들도 영화제작사 등과 함께 자율 공약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배우의 출연료에 대해 합리적인 통제와 규제가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제작비를 작품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 - 둥중위안(董中原) 전국인민대표대회 의원 시장이 발전하면서 참가자들에 대한 보수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의 수준은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무언가 불공정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국의 유명 액션 영화배우 견자단(전쯔단,甄子丹 )  ━ 중국 영화업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초호화 몸값은 드라마 업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영화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최근 중국 영화 시장의 구조를 잘 살펴보면 스타들의 출연료가 왜 이렇게 치솟았는지, 또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중국 영화 시장은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줘야오지(捉妖記,착요기), 로스트 인 홍콩 등 초트급 히트작들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며 중국 드라마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2015년 중국 영화시장의 총 티켓수입은 44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50% 가까이 급증했다. 흥행작 상위 10개 영화 중 7편이 중국 영화였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대규모 자본들도 영화판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인터넷 기업들은 물론 금융, 부동산, 제조업 관련 기업들까지 영화제작사를 설립하거나, 대규모 지분 투자에 나섰다. 중국 민생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영화를 포함한 문화 업계에 유입된 자금 규모가 35조 6000억원에 육박했다. 이 같은 투자열기에 힘입어 1년새 중국 전역에 새롭게 만들어진 스크린 숫자도 8000개를 넘어섰다.   중국 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연 줘야오지의 후속판이 오는 2018년 개봉한다. [출처: 이매진 차이나]  단적인 예로 지난 2015년 6월 열린 상하이영화제 참가자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신생 영화사가 수십 여 곳으로, 이들이 만들어 제출한 신작 홍보 영상만 200여편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투자자금 특성상 영화 자체 보다는 수익률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자금 지원을 받는 대형 영화제작사들이 일정부분 흥행이 보장된 소수의 톱스타에 목을 메는 이유다. 경쟁적인 영입 시도로 출연자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하면서, 수익성을 이유로 제작비는 제한하니 영화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시나리오에 보다는 관객들의 사전 관심도가 높은 리메이크 영화의 비중이 급증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 같은 투기성 자금 공세를 견뎌내기에 내공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된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시장 자체적인 가격 결정 체계의 부재다. 이로 인해 한 출연자의 개런티가 상승하면, 소위 같은 ‘레벨’로 분류되는 연예인들의 몸값도 별다른 이유 없이 덩달아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 연예인들의 몸값이 출연료에 대한 업체간 일정 가이드라인이 형성돼 있는 미국, 우리나라에 비해 빠른 속도로 치솟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아울러 이 같은 자본 의존 현상을 악용하려는 스타와 영화 제작자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중국 투자기관 이카이캐피탈의 왕란 회장에 따르면, 최근 일부 연예계 유명 연예인과 영화 제작자들이 자체적인 영화 제작업체를 만들고 자신이 직접 대량의 지분을 사들인 뒤 대형기업이나 상장사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왕 회장은 이와 관련해 “자신의 지명도와 인맥을 동원해 회사의 가치를 부풀린 뒤 매각해 차익을 취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의 도덕적 해이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이나랩 이승환

    2017.06.06 14:24

  • 싱가포르는 알고 한국은 모르는 中해군의 비밀

    싱가포르는 알고 한국은 모르는 中해군의 비밀

    최근 북핵 등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국내에서 주목하지 못한 뉴스가 하나 있다. 중국의 해군 관련 뉴스다. 중국이 대양 해군을 지향한다는 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한데 최근 중국의 행보를 보면 스멀스멀 다가오는 우리의 안보 위협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 # 해군 순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5월 24일 해군 작전지휘소 등 해군 주요 시설을 돌아봤다. 군 통수권자인 당 군사위 주석을 겸하고 있는 그가 해군을 순시한 것은 새로울 게 없다. 지금까지 서너 번쯤 되니까. 그러나 방문 시점과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첫째 시점이다. 그는 5월 15일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정상 포럼이 끝난 지 9일 만에 해군을 찾았다. 포럼 후 베이징을 벗어난 첫 일정이다. 그래서 일대일로 연장선에서 해군 방문을 봐야 한다. 관영 CCTV까지 나서 국내외적으로 일대일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때에 시 주석의 해군 방문은 여러 가지 함의가 있다고 논평했다. 일대일로와 해군,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얘기다. 베이징에서 끝난 일대일로 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29개국 정상을 포함해 한국 등 130여 개국에서 약 1500명의 대표가 참석했다.    시진핑 주석이 최근 해군 지휘소를 방문, 해군 지휘관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신화망]둘째, 시 주석의 발언이다. 그는 해군 지휘소에서 "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데 강력한 해군이 중대한 요소"라고 역설했다. "강력하고 현대화한 해군이 세계 일류 군대의 중요한 증좌이자 해양강국 건설의 전략적인 지주"라는 말도 했다. 물론 새로운 건 아니다. 군 통수권자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중화부흥에 해군이 중대한 요소라는 말에 함의가 깊다. 육군도 있고 공군도 있는데 왜 하필 해군일까.   일대일로가 중화부흥을 위한 세계 전략이자 전술이라는 것, 이제 국제사회가 다 안다. 그래서 시 주석의 말을 다시 풀면 "일대일로를 실현하는 데  강력한 해군이 중대한 요소"가 된다. 앞으로 일대일로와 대양 해군이 맞물려 돌아갈 것이라는 시사다. 중국 국방부는 예상대로 "일대일로와 군사적 연계는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주변국들의 중국 위협론을 의식해 그런 반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와 싱가포르는 달랐다. 일대일로 포럼이 끝난 지 3일만인 5월 18일부터 일주일 간 남중국해에서 대대적인 합동 군사 훈련을 했다.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과의 경제 문화 인문 교류는 참여하되 행여 있을 수 있는 안보적 위협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한국이 멍 때리는 사이 인도와 싱가포르는 이렇게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 #해군 실크로드 중국을 보는 눈에 있어서 러시아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최근 러시아 위성망이 이런 분석을 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앞세워 해군의 실크로드를 건설하고자 한다. 일대일로가 부르짖는 국제 평화는 (중국 입장에서) 강력한 해군의 지원이 없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일대일로를 무작정 의심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밖으로 보이지 않는 일대일로의 이면을 봐야 (국가안보에 대한)대비를 하고 서로 윈윈하는 협력 모델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중국 해군이 전 세계를 잇는 ‘해군 실크로드’건설을 추진 중이다 [사진 러시아 스푸트니크뉴스]사실 중국인들도 이런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런위안저(任遠喆)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러시아 위성망에 "중국은 글로벌 일대일로를 추동할 경제와 군사적 잠재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야로슬라프 쿠지미노프 러시아 고등경제대학 총장은 한 걸음 더 나가 "일대일로와 함께 나가는 중국 해군은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의 안보 우산 역할도 할 것이다. 그게 중 해군의 중요하고도 새로운 사명이다"고 단언한다. 미국이 약소 국가에 핵우산을 제공하듯 안보 동맹 국가를 만들겠다는 시사다.  사실 해군 실크로드는 이미 건설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맞다. 중국 해군 함대가 해군 창설 68주년 다음날인 4월 24일부터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국가와 호주 등 20여 개국을 방문하는 원양항해를 하고 있어서다. 사상 최대 규모의 함대 세계 일주인데 방문 항구 대부분이 일대일로 참여 국가들이다. 특히 동남아에서는 중국이 해상 실크로드와 관련 공을 들이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해상 훈련 중인 중국 함대 [사진 바이두]중국의 해군 군사전문가 리제(李杰)는 "현재 진행 중인 해군의 우호 방문이 일대일로가 평화 캠페인일 뿐 아니라 강력한 해군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방문국에 알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상하이의 해양 전문가 니러슝(倪樂雄) 역시 "중국이 일대일로를 촉진하기 위해 경제력과 군사력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풀었다. 물론 아직은 이르지만 중국 항모가 해상 실크로드를 누빌 날도 멀지 않았다. 중국은 2023년까지 항모 4척, 항모전단 3개를 실전 배치 운용하는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 #해병대 군단 창설 중국군이 조만간 육전대(해병대) 병력을 10만 명 규모로 늘려 육전대 군단(軍級)을 창설한다는 뉴스가 5월 30일 있었다. 광둥(廣東) 잔장(湛江) 등에 주둔하는 2개 여단, 2만 명 규모의 해병대를 병력 10만 명을 보유한 6개 여단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대륙 국가인 중국이 해양 국가를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중국 해병대 훈련 [사진 바이두]중국이 이처럼 해병대 증강에 나선 것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일대일로 추진 과정에서 있을 수도 있는 미국 및 일본과의 충돌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강력한 해병대는 해군에 육군의 기능을 융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그만큼 확대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다.   다시 인도와 싱가포르 합동 군사훈련 얘기다. 도대체 둘은 왜 일대일로 포럼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중국해에서 합동 해군 군사훈련을 했을까. 두 국가의 최근 행보에 답이 있다. 인도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을 거부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앞세워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에 620억 달러(약 70조원)을 쏟아붓고 있다는 게 이유다. (일대일로에서)안보 위협을 느낀 것이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 규모 [자료: 비즈니스 리코더]싱가포르는 이번 일대일로 포럼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 대신 중국은 말레이시아와 손 잡고 수많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중국이 이제 싱가포르를 포기하고 말레이시아와 손잡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싱가포르의 친미 행보가 중국을 자극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싱가포르가 발빠르게 인도와 손을 잡고 군사훈련을 하게된 배경이다. 한국 역시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중국과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싱가포르와는 동병상련의 처지다. 다만 다른 것은 싱가포르는 미리 안보 위협에 대비하고 있지만 한국은 '멍~' 하고 있다는 거다.   차이나랩 최형규 

    2017.06.05 17:14

  • ‘갤럭시 S8’ 이 장벽 넘어야 잃어버린 중국 시장 되찾는다.

    ‘갤럭시 S8’ 이 장벽 넘어야 잃어버린 중국 시장 되찾는다.

    글=류재윤 BDO이현회계세무법인 고문정리=차이나랩 김영문사진·그래픽=중앙포토, 셔터스톡, 이매진차이나

    2017.06.04 16:00

  • 중국 관광객 다시 온다고 우리 형편이 나아질까?

    중국 관광객 다시 온다고 우리 형편이 나아질까?

    돌아온단다. 중국 관광객, 유커(遊客) 말이다. 여행사들은 다시 채비를 갖추고 있고, 유커 유치에 나서는 지자체도 있다. 호텔 로비에는 중국어 브로슈어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움츠렸던 관광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이다.   사드 보복의 가장 큰 피해는 역시 관광 분야였다. 서울, 제주 어디를 가나 쉽게 볼 수 있었던 중국 관광객은 썰물인 듯 빠져나갔다. 정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아! 중국이라는 나라는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정부가 막으니 정말 물 샐 틈 없이 통제되는구나..관광객을 잔뜩 실은 크루즈 선이 부두에 왔다가 정박하지 않고 그냥 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중국의 참모습을 알았다.   한 국책 연구소는 관광객 실종으로 우리 관광업계가 받는 직접적인 피해액이 최대 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어떻게 측정했는지는 모르겠으되, 피해가 컸던 것만은 분명하다. 여행사 상무로 일하던 필자의 친구는 하루아침에 무급 휴가를 억지로 즐겨야 했고, 면세점 취업에 즐거워하던 지인의 딸은 '채용을 당분간 보류키로 했다'는 통지를 받고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단다. 명동의 불고깃집 식당 주인, 제주도 바오젠 거리의 화장품 가게...필자가 취재했던 많은 영세 업체들은 유커 실종 사태의 피해자였다.   금한령 이후 명동 거리의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2016년 10월(좌), 2017년 3월(우) [사진 중앙포토] 그런데 돌아온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자, 이쯤 해서 생각해보자. 그들이 돌아오면 우리 형편이 다시 나아질까? 우리는 돌아온 유커를 방긋 웃는 얼굴로 맞이할 수 있을까?   사드 보복이 시작됐을 작년 여름쯤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 언론과 정책당국자들은 지금이야말로 다각화할 때라고 목소리 높였다. 지나진 중국 의존도 낮추기 위해 동남아 시장도 개발하고, 대만 관광객 끌어오기에도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참에 국내 관광 여건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정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고, 업계도 시장 다각화에 나서는 듯했다. 그러나 뭘 했는가? 다각화를 위해 정부가 한 일이 있었던가? 잠시 시늉만 하다가, 중국 관광객 다시 온다니까 다 잊어버리고 다시 고개를 빼들고 중국을 쳐다본다. 아, 그랬구나. 우리 관광업계는 결국 천수답 농사꾼과 다르지 않았구나... 필자는 그런 생각을 했다. 비가 내려야 모내기하고, 비가 오지 않으면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 키우던 벼가 말라비틀어지는, 그런 천수답 말이다. 중국 관광객 오지 않으니 뒤로 나앉아 있다가 그들이 온다니 슬슬 일할 채비를 한다. 비 오지 않으면 농사 포기하고 방구석에 들어앉아 있다, 비 오면 다시 삽 들고 끄적끄적 나오는 천수답 농사꾼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중국 관광객 오지 않으니 뒤로 나앉아 있다가 그들이 온다니 슬슬 일할 채비를 한다. 비 오면 다시 삽 들고 끄적끄적 나오는 천수답 농사꾼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사진 차이나랩] 천수답 농업에도 대책이 있고, 개선책을 마련한다. 댐을 만들고, 보를 쌓고, 물길을 튼다. 농업이 그럴진대, 현대 서비스업의 총아라는 관광업계의 천수답도 이젠 없애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행사들의 제살 깎기 식 경쟁은 한국 관광을 싸구려로 만들었다. 심지어 한 명당 십수만 원을 주고 유커를 사와 면세점을 끌고 다니기도 했다. 일부 엉터리 가이드들의 관광해설은 한국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을 우롱하고 있다. 가져온 물건들을 호텔에 버리고 가는 저 '쓰레기 유커'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어설픈 중국 관광객들만 보면 여지없이 바가지를 씌워대는 상인들도 문제다.   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더 큰 문제도 있다. 서울-제주로 단순화되어있는 관광코스를 다양화해야 할 터다. 지자체 관광 프로그램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 남해안의 천혜 관광단지는 잘 만 개발하면 중국 부자들의 최고 휴양지로 가꿀 수도 있다. 관광업무를 계속 문화체육관광부에 둬야 할지도 공론화가 필요하다. 관광청 설립으로 관광을 국가 중점 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일본도 봐야 한다. 그런데 손 놓고 있다가, 유커가 온다니까 중국을 쳐다보고 있다. 그러니 중국은 '역시 이들은 보복을 가하면 굽히고 오는군'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한국은 말 안 들으면 관광으로 보복하면 되는 나라', 그들은 속으로 우리를 비웃고 있을 지도 모른다.   말 나온 김에 일본을 돌아보자. 일본 역시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다. 그러나 대응은 달랐다. 일본은 총리가 직접 나선다. 2016년 3월 아베가 주재한 회의 이름은 '내일의 일본을 뒷받침하는 관광 비전 구상 회의'다. 그 긴 제목에 일본이 관광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내국인의 소비로는 한계에 있다고 판단한 일본은 외국 관광객을 내수부양의 원천으로 여기고 있다. 그 회의를 정례화하고, 총리가 직접 참가하는 이유다. 도쿄, 교토,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 곳곳에는 면세점이 늘어가고 있다. 현재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0만 명. 이를 2020년 4000만 명, 2030년 6000만 명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숙박시설 확충, 면세 제도 개선, 관광객 개방 시설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는다. 그런 한편으로는 여행 중개업을 등록제로 전환해 악질 덤핑 경쟁을 막도록 조치하고 있다. 그러니 한국에 오던 유커들이 일본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오사카의 불타는 밤.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사진 차이나랩] 그러나 우리 관광은 여전히 하늘만 쳐다보며 비 내릴 날만 기다린다. 국책연구소가 나서 15조 원 손해라고 친절하게 피해 규모를 계산해 준다. 그러니 중국도 기고만장, 관광 규제 푸는 것을 대단한 선심 쓰듯 하는 것이다.   중국 관광객이 사라져도 끄떡없는 관광산업을 키워야 한다. 그들이 다시 온다고 해도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업계 공정 경쟁이 이뤄지도록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찾아온 관광객들이 편하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되, 우리 풍속을 해치지 않도록 관리도 해야 한다. 중국 관광객이 밀려나간 지금이 기회다. 그들이 다시 몰려들면 못한다.   당국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 시간을 소중히 써야 한다. 그래야 사드로 고생한 보람이 있지 않겠는가. 차이나랩 한우덕

    2017.06.04 13:34

  • 중화요리 만물상…짬뽕, 너의 국적은?

    중화요리 만물상…짬뽕, 너의 국적은?

    한국의 중국 음식점에 가면 마치 사연이 많은 어른과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개성적이고 독특하기 때문이다.   ━ 김치, 단무지를 기본 찬으로 내는 세계 유일의 중국음식점 기본 찬으로 깍두기나 배추김치를 내는 것은 한국이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중국 음식점에 가봐도 현지 음식을 기본 찬으로 내놓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게다가 요즘은 짜사이나 땅콩볶음도 내는 집도 많지만 오랫동안 양파와 함께 단무지가 중국음식점의 기본찬이었다. 단무지는 명백한 일본 음식이지 않은가. 줄임말이 다쿠앙(沢庵、たくあん)이며 전체를 다 쓰면 다쿠앙즈케(沢庵漬け), 다쿠앙이라는 승려가 개발했다는 절임음식이다. 길쭉한 일본 무를 초나 쌀겨에 절인 음식이다. 한국 음식점에서도 잘 내지 않는 단무지를 하필 한국의 중국집에서 내는 것 자체가 특이하다.   짬뽕 [사진 셔터스톡]  ━ 일본 음식 우동,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짬뽕도 파는 한국 중국집 메뉴도 충격적이다. 한국 중화요리점 메뉴에는 본국인 중국에는 없는 중국 음식이 수두룩하다. 짜장면이 대표적이지만 우동과 짬뽕도 만만치 않다. 사실 우동(うどん)은 일본 음식의 이름이지 않은가. 한국의 중국 요리점에선 우동이 메뉴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름만 우동이지 일본 우동과 국물과 건더기 모두에서 다르다. 중국집에서 파는 우동은 면과 국물 위에 볶고 삶은 해산물과 채소를 얹은 음식이다. 원래 달걀을 풀어서 얹었는데 요즘은 비용 관계인지 보기 쉽지 않다. 사라져가는 음식문화다. 해산물과 버섯에 청경채를 넣은 청탕면이라는 중국음식과 조금 비슷하긴 하다. 하지만 청탕면은 맵지 않은 짬뽕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실제 중국집에서도 그렇게 분류하고 소개하고 있다.     중국집 우동은 ‘맵지 않은 짬뽕’으로 볼 수 있다는 분도 있다. 하지만 들어가는 해산물을 볶지 않고 삶는 경우도 있어 차이가 상당하다. 짬뽕은 해산물과 총총 썬 채소를 고추기름과 함께 중국식 프라이팬인 웍에 달달 볶다가 육수를 부어서 낸다. 육수는 집집마다 다른 레시페에 따라 닭이나 채소 삶은 국물 등으로 만든다.   중화요리점 주방내부 [사진 셔터스톡]  ━ 짬뽕 중국엔 없다-나가사키에서 화교가 창작 사실 짬뽕도 중국엔 없는 음식이다. 참퐁(ちゃんぽん)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나가사키의 중화요리점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숫제 나가사키 지방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1899년경 나가사키의 중화요리점 시카이로(四海樓)를 운영하던 천핑순(陳平順)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개항지인 나가사키에는 푸젠성 출신 중국인 고학생이 많았는데 천핑순이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해 기운을 내라고 이들에게 여러 가지 재료를 한꺼번에 넣은 국수를 대접한 게 유래가 됐다고 한다.   원래 푸젠의 향토음식인 탕육사면(湯肉絲麺)을 일본 형편에 맞춰 변형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1895~96년, 1897~1900년 등 여러 차례 일본에 머물며 나카야마 사코노(中山樵)라는 일본식 가명으로 학업과 혁명 활동을 병행했던 중국의 국부 쑨원(孫文)이 나가사키에서 가난한 유학생들의 영양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수 개발했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쑨원의 호가 중산이다. 쑨원은 의사였으니 영양에 대해서도 잘 알았을 것이다. 현재 중국에선 짬뽕을 십금면(什錦麵)이라고 부르며 일본 음식으로 취급한다.     사전을 보니 ‘돼지고기, 해산물, 채소가 들어가는 일본의 향토요리로 나가사키의 면 요리로 유명하다’고 돼 있다. 최근에는 이자카야를 중심으로 국내에도 나가사키 짬뽕이 들어와 있다. 한국 짬뽕은 붉고 맵지만 일본 참퐁은 맵지 않다. 일본 참퐁은 해산물로 인해 시원한 맛이 나는 한국 중국집 우동과는 생긴 건 비슷하지만 맛은 다르다. 한국 중국집의 우동과 비교하면 국물이 진한 편이다. 일본 라면의 국물맛과 비슷하다. 물론 집집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긴 하다.   짬뽕 [사진 셔터스톡] 참퐁이라는 이름은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 사투리로 ‘식사하셨습니까’라는 뜻의 ‘챵호’라는 인사말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섞었다(掺混)’라는 푸젠 사투리에서 비롯했다는 주장이 함께 존재한다. 섞었다는 뜻의 말레인도네시아어 ‘참푸르’라는 말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말레인도네시아 음식 중에 ‘나시 찬푸르’라는 게 있는데 여러 가지 재료를 밥에 얹어 먹는 것이다. 오키나와에도 찬푸루라는 이름의 참퐁 비슷한 음식이 있다고 한다.     ━ 한중일 음식문화의 용광로가 된 한국의 중화요리 우동과 짬뽕은 일본 음식인데 한국 중국집에서 판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의 세계에선 국적보다 소비자의 입맛과 시장성이 우선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 두 가지 음식은 아마 일제 시대 한국에 들어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돼 중국집에 정착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이제 중국음식도 일본 음식도 아닌 한국식 중국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명백한 일본 음식인 단무지를 중국음식집에서 주는 것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이 역시 당시 자리 잡은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영국 런던에서 싱가포르 사람이 하는 스낵바에서 ‘코리안 김치 포크 라이스’라는 정체불명의 음식을 접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의 어떤 음식과도 달랐지만 그게 융합이고 창조적 변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음식 세계화를 여려 방식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리안 김치 포크 라이스 [사진 셔터스톡]  ━ 한국 중화요리를 세계적 상품으로 키울 수 있다 사실 한국 중국집에서 파는 음식의 상당수는 중국 본토에선 맛보기 힘들거나 같은 이름이라도 맛이 사뭇 다르다는 점은 장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의 중화요리점을 굳이 찾아다니는 일본인 관광객도 적지 않다. 비단 잘 알려진 짜장면만이 아니다. 한국의 중화요리점에서 우동과 짬뽕을 먹어보고 자기 나라의 것과 비교하기를 즐기는 일본인 친구도 있다. 한국의 중화요리점은 세계적인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개방적인 음식문화라는 바탕 위에서 창작된 개성 넘치는 상품이다. 중국요리의 전통을 잇되 한국의 역사와 상황과 결합한 근대 유산이다.  한국 중화요리점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현상은 한국과 중국이, 중국과 일본이, 그리고 한중일이 서로 만나 독특한 음식문화를 이루면서 생겼다. 문화적 하이브리드, 맛의 퓨전, 융합, 용융 등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가치 있는 문화다. 한국의 중화요리점들은 중국음식 세계화의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창조적 음식문화의 산실이다. 서로 다른 음식 문화가 제3의 나라에서 만나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행복하게 해줬다. 음식문화의 세계에서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을까.     글=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정리=차이나랩

    2017.06.03 17:26

  • 대륙의 두 번째 실수 '미니소(MINISO)'

    대륙의 두 번째 실수 '미니소(MINISO)'

    종로나 강남에 가시면 '미니소'라는 간판을 단 가게를 보신 일이 있으신가요? 다이소와 비슷하게 생긴 미니소는 중국 대표 생활용품 기업입니다. 2020년 전 세계에 무려 6000개 매장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무서운 신예 기업이지요.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을 가진 샤오미의 뒤를 이어 대륙의 두 번째 실수라는 애칭을 갖고 있습니다. 미니소를 소개합니다.   [사진 미니소 중국 홈페이지]  ━ 중일 합작 생활용품 기업 일본의 디자이너와 중국의 기업가가 만나 탄생한 생활용품 브랜드 '미니소'는 미니소는 일본 디자이너 미야케 준야(Miyake Junya)와 중국의 청년 기업가 예궈푸(叶国富) 회장이 만든 브랜드다. 미니소는 중일 합작 편의점이다. 오른쪽이 예궈푸 회장이다. [사진 바이두] 2013년 미야케 준야 디자이너가 일본에 생활용품점을 오픈했는데, 이때 예궈푸 회장이 이 매장을 인수했다. 2013년 9월 중국 광저우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2013년 미니소는 광저우, 선전, 상하이 등에 27개의 매장을 냈고 2014년 373개, 2015년 1075개, 2016년 525개의 매장을 각각 열었다. 2013년 정식 출범 후 3년 동안 전 세계 1800여 개 매장을 오픈한 셈이다.   미니소는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한국, 말레이시아 등 40여 개의 국가 및 지역에도 전략적 합작을 하고 있으며 매월 평균 80~100개의 매장을 열고 있다.   미니소 광고. "생활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집이야말로 마음의 깊은 곳 중에서도 가장 사랑을 지닌 곳이다"라는 내용. [사진 바이두] 미니소는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생활용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리고 그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2015년 영업 수익은 50억 위안을 돌파했으며 2016년 영업 수익은 100억 위안에 달한다. 미니소 측은 2020년까지 전 세계에 매장을 6000개 오픈하고 영업 수익은 600억 위안(9조7000억원)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니소 매장 [사진 바이두] 코트라에 따르면 미니소 상품의 가격은 10~29위안으로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니소에는 생활용품, 디지털가전, 식음료, 화장품, 문구류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이 있다. 이 상품들은 외부에서 가져와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미니소 디자이너들이 모여 상품을 자체 기획해 700개의 미니소 외주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서 제공한다. 단, 문구류나 화장품 및 일부 상품은 외부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예궈푸 회장 [사진 바이두] 예궈푸는 후베이성 출신으로 '연쇄창업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자신의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베이징대에서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예궈푸 회장은 2016년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연구소에서 선정한'가장 존경받는 기업가'로 꼽히기도 했다.생활용품 기업인 일본의 무인양품, 패스트패션업체 유니클로, 편의점 체인점인 왓슨스에서는 미니소를 가장 무서운 라이벌로 꼽았다. 예궈푸 회장(왼쪽 두 번째) [사진 바이두]  ━ 매월 신상품 1000개씩 개발상품개발 인력만 800명 미니소는 현재 5만 개의 상품이 있으며, 매월 500~1000개의 상품을 개발한다. 상품 개발을 위해 800명의 R&D 인력을 두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 200명의 상품 디자이너도 있다.   단품 아이템을 대량으로 주문 생산하는 방식을 취해 생산 원가를 낮추며, 고정적으로 전체 총매출액 중 8%의 이익만 챙기는 전략으로 판매한다. 중간 거래상을 없애고 중앙 창고에서 상품을 직접적으로 매장에 운송해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다.   ━ 두 손가락 법칙으로 상품 디스플레이판촉원 없어 구매 스트레스 없다 미니소는 소비자가 길을 걷다가 부담 없이 매장으로 들어와 상품을 구경할 수 있도록 전면을 개방했다. 판촉원도 없다. 고객들이 물건을 사야한다는 '구매 스트레스'를 없앤 것이다. 직원들은 소비자의 요청이 있을 시에만 응대를 하고 나머지 인력은 결제, 상품 진열 및 위생 관리 등을 한다.  상품을 진열할 때 미니소는 '두 손가락 법칙'을 준수한다. 진열된 상품들 사이에 두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는 틈새를 두는 것이다. 진열장에 상품이 부족하거나 가득찼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전략이다.  "미니소에 한국상품 많이 납품해야" ━ 미니소의 한국 상품PB(주문자 브랜드)상품 플러스 펜을 공급(3개에 10위안)- 갈아만든 배·딸기, 쌕쌕 포도, 망고주스 등 한국 음료수(2캔에 10위안)-한국 생리대(한 상자에 10위안), 한국 화장품[출처=KOTRA 충칭 무역관] 코트라는 "한국 기업에 있어서 미니소에 상품을 납품하는 것은 중국 시장에서 고정적으로 자리 잡고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는 방법이다"고 분석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매장을 넓혀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다른 외국 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아진다. 코트라는 "일부 문구류, 화장품, 식품, 위생용품 등은 외부로부터 공급받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위 분야와 관련된 제품 납품에 주목해야 하며 한국이 가진 장점들(독특한 디자인, 새로운 기술, 합리적인 가격)을 적극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이나랩 서유진  자료원=KOTRA 충칭 무역관

    2017.06.03 12:32

  • [13억의 지갑]속옷한벌에 330만원...그래도 산다

    [13억의 지갑]속옷한벌에 330만원...그래도 산다

    전통 자수가 새겨진 팬티 6000위안(99만 원), 비단 재질의 잠옷 2만 위안(약 330만 원) 중국에서 팔리고 있는 고급 속옷들의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이제는 중국 소비자들이 겉보다는 속에 입는 속옷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장원 중국 우한무역관 연구원은 "중국 소비자들이 속옷을 고르는데 있어서 미관보다 착용감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소비성향이 '체면(몐쯔, 面子)'을 중시하는 것에서 '내면(리쯔, 里子)'을 중시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글로벌 고급 속옷 브랜드가 지속해서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고 중소 도시에도 진출하고 있다. 속옷 시장 내에서 고급 속옷의 시장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매년 개최하는 속옷 런웨이 쇼가 인기를 얻으면서 2011~2016년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Baidu)상에 이 브랜드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말 개최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는 처음으로 중국 4대 모델들이 동시에 출연해 화제였다. 2016년 11월 11일에는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티몰에 입점했으며, 2017년 3월 초 상하이에서 오픈한 아시아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청두에 조만간 2호점이 열린다.   라펠라의 속옷 [출처: YOKA]  라펠라(Laperla)는 속옷업계의 '롤스로이스(rolls-royce)'로 불린다. 이탈리아의 고급 의류브랜드인 라펠라는 중국에 십여 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2016년 말 중국 청두(成都)와 충칭(重庆)에서 할인점을 개점했고 베이징에서 개점한 남성 속옷매장의 기본 속옷단가는 2000위안(33만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라펠라의 속옷 [출처: NH마켓]  2017년 이 브랜드가 전 세계에 추가 오픈할 15개 매장 중 5곳은 아시아에 생기는데, 5개 모두 중국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영국 고급속옷 매출 70%는 중국에서 아장 프로보카퇴르(Agent Provocateur)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아들이 1994년 런던에 론칭한 란제리 브랜드다. 영국 고급 속옷 브랜드인 아장 프로보카퇴르는 중국에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6년 베이징 매장 매출이 30% 늘어나는 등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 회사의 중국 내 속옷 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70%에 달한다. 그 중 붉은 속옷과 체형 보정용 속옷이 인기다.   [출처: 아장프로보카퇴르 홈페이지 캡처]  또 다른 속옷브랜드인 트라이엄프는 중국 슈퍼모델인 리우원(刘雯)과 계약하고, 아직 매장이 없는 중국 내 도시에서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 브랜드는 중국에 이미 1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슈퍼모델 리우원(刘雯)과 계약한 속옷 브랜드 트라이엄프.[출처: 리우원 웨이보]  22조원에 달하는 중국 여성 속옷시장6억5000만명 넘은 중국여성들, 안의 옷도 깐깐하게중국 의류시장은 전반적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속옷시장은 오히려 성장했고, 특히 고급 속옷시장은 더 성장 여지가 있다.현재 중국 여성인구는 6억5000만 명을 초과했다. 이들이 속옷시장의 주요 수요자이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중국 중상정보망(中商情报网)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여성속옷시장 연 매출액은 1300억 위안(21조2654억 원)이었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1%에 달했다.   2011~2015년 중국 여성속옷시장 규모 [출처: 중상정보망, 코트라 재인용]  이같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여성속옷 소비량은 전체 의류 소비의 5%에 불과하며 이는 같은 기준으로 영국과 프랑스 여성속옷 소비 지출액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라고 코트라는 분석했다. 그만큼 중국 속옷업계는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 중국 속옷기업은 3000개이고, 그 중 일정한 규모를 갖춘 기업은 400여 개에 달한다. 최근 각광받는 속옷 기업은 코스모 레이디(Cosmo Lady, 都市丽人)다. 이 업체는 2016년 시장점유율 1위(4.2%)로 올라섰다.   인기 배우 린즈링을 모델로 내세운 코스모 레이디(Cosmo Lady, 都市丽人) [출처: YXLADY]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중국은 1위 브랜드의 장악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선진국 속옷 시장을 보면, 빅토리아 시크릿은 미국 속옷시장의 35%, 막스 앤 스펜서는 영국 속옷시장의 20.8%, 일본 와코루는 일본 속옷시장의 17.8%을 차지한다. 하지만 중국 1위 브랜드는 4.2%에 불과하다.  코트라는 "브랜드별 시장점유율이 선진국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각 브랜드들마다 시장 점유율 확장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중국 여성속옷시장은 상위 10개 시장점유율이 13.5%에 그치고 시장 구조가 아직 안정되지 않아 시장개척 기회가 있다"고 짚었다.    속옷 구매 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착용감'2016년 중국 광둥성 속옷협회와 온라인 속옷기업 미도우왕(蜜豆网)에 따르면, 중국 도시 여성소비자는 매년 평균 4벌의 브래지어를 구매하고 속옷 한 벌의 사용주기는 1000시간에 달했다.     조사결과 94%의 중국 여성이 착용감이 좋은 속옷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즉, 자신을 과시하기보다 자기 만족을 위한 속옷 구매가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속옷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72%의 중국 여성들은 만족스러운 속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88%에 달하는 중국 여성들은 어떻게 자신에게 맞는 속옷을 구매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중국 여성에게 꼭 맞는 속옷을 제공해줄 수 있는 업체가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는 "중국 여성들은 한국 및 일본의 실용적인 브랜드를 선호한다"면서 "이런 중국 소비자의 기호를 포착해 판로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풀이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중국 내 속옷 온라인쇼핑이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쇼핑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4.25%에서 2016년 23%까지 성장했다.   또한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과 웨이보를 통한 구매방식을 뜻하는 '웨이상(微商)'속옷 판매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카카오톡과 비슷한 메신저에서 손쉽게 속옷을 사는 것이다. 속옷 웨이상 매출액은 이미 중국 전체 속옷시장 매출액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웨이상의 속옷 브랜드인 린시멍(林夕梦), 진웨이(황금장미라는 뜻, 金薇), 싱푸후리(행복한 여우, 幸福狐狸)의 연 매출액은 10억 위안(1635억 원)에 달했다.   놓쳐서는 안 될 무관세의 기회도 있다. 여성 브래지어(HS code 621210), 기타 여성속옷(HS code 6208)은 한-중 FTA를 통해 모두 10년 내 관세가 없어진다. 이 상품들은 기존 세율이 14~16%에 달했지만, 2015년 12월부터 관세가 줄어들기 시작해 2024년 무관세가 될 예정이다. 코트라는 "한국은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국 속옷시장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차이나랩 서유진 

    2017.05.18 04:38

  • 새 정부의 중국 전략 “김칫국부터 마시면 더 당한다”

    새 정부의 중국 전략 “김칫국부터 마시면 더 당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중 관계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전화를 걸어오고, 일대일로 포럼에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고, 곧 특사도 파견할 모양이다. 사드 문제도 곧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풍성'하다.   정말 풀리는 건가? 관계를 정상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새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12일 성균중국연구소가 주관하고 차이나랩이 후원한 '새 정부의 대중국 정책' 세미나의 주제였다.     참석 전문가들 역시 '양국이 사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너무 이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대통령이 바뀐 것 빼고는, 사드를 둘러싼 기본 구도는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지나친 의욕이 오히려 일을 망칠 수 있고, 이럴 때일수록 더 냉정해야 한다"며 침착한 대응을 주문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5일 오전(현지 시간) 중국 항저우 서호(西湖)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반도 사드 배치 이후 틀어진 상황을 두고 한우덕 차이나랩 대표는 “한·중 모두 서로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정부 간 소통이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 중앙포토] 우선 양국 분위기가 급속하게 호전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우덕 차이나랩 대표의 말이다.  사드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 양국 지도자(박근혜-시진핑) 사이의 감정 대립으로 인해 확대된 측면이 강하다. 둘은 서로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정부 간 소통이 될 수 없었다. 대통령이 바뀐 지금, 최소한 그런 감정적 문제는 사라지게 됐다. 분위기가 좋아진 이유다.그렇다면 사드를 둘러싼 양국의 '대결 구도'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드 문제가 어떻게 변형, 발전해 나갈지는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되게 되어있다. 첫째가 4월 초 열린 미-중 정상회담, 둘째는 5월 초 한국 대통령 선거, 셋째는 올가을 열릴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다.   첫 번째 요소인 4월 미-중 정상회담. 이문기 세종대 교수는 "사드 문제는 미-중 딜을 거치면서 '급박한 현안'에서 '하위(sub) 문제'로 수위가 낮아졌다"고 말한다. 열전(熱戰)에서 냉전(冷戰)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건 미-중 간 얘기고, 한-중 입장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사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이런 상황에서 두 번째 요소, 즉 한국 대선 단계에 이르렀다.   예상대로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앞에서 지적했듯 분위기는 좋다. 그러나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지금부터 시도해야 할 과제다. 중국의 사드 철회(또는 중단)요구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다. 동맹 미국과의 협약이 있기에 그렇다.    한-중 간 합의 여지는 있습니다. 양국 외교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로는 2000km에 이르는 X밴드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중국이 요구하는 데로 800km로 제한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기술적, 제도적 방법을 통해 중국을 탐지할 수 없도록 한정하자는 것입니다.한-중 양국이 범위를 놓고 의견을 모은다면, 문제는 이제 미국으로 넘어간다. 미국이 과연 그 한-중의 합의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라는 '제국'이 과연 잠재적 적국의 요구에 따라 자국 무기 시스템 성능을 제한할 리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설득시킬 대상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중 외교가에서 2000km에 이르는 사드 레이더 탐지거리를 중국이 요구하는 데로 800km로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자료 중앙포토] 그게 지금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문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김흥규 아주대 교수(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의 말을 들어보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나서지 마라. 미국과 중국이 대북한 압력을 가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압박을 서포트(지원)하면서 인내하고, 기다려라. 너무 우리가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냉정하게 사태를 바라보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덩샤오핑 어록에 나오는 '냉정하게 사태를 관찰하고(冷静观察), 진용을 굳건히 지켜라(稳住阵脚)'라는 말 그대로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는 자강의 길을 가느냐, 아니면 망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종속되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며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다지고, 중국과 연합하는 '결미연중(結美聯中)'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드는 딜레마다. 이미 오디언스(관객, Audiance)비용이 너무 높아졌다. 딜레마는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관리가 해법이다. 해결의 계기를 찾고 관리해야 한다. '승리주의적 관점'을 버려야 한다. '우리가 버티니까 중국이 결국 스스로 나서 문제를 해결한다'라는 식이면 곤란하다.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프로그램 제재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렸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는 회의장에 입장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는 이례적이다. [사진 중앙포토] 이 교수는 "지금 우리 외교의 과제는 담대하게 보고, 경청해야 한다"며 "철학적 밑그림을 그리고,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외교 노력을 통해 한국과 중국이 레이더 범위에 합의를 하고, 이를 미국이 받아들인다면 한-중 관계는 수교 25주년 기념일(8월 24일) 이전에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배치 비용 문제를 제기한다면 더욱 꼬이게 된다. 그렇다면 3번째 요소인 올가을 중공 19차 당대회 상황을 봐야 한다.   2012년 11월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시진핑 국가주석이 당 대회에서 총서기에 선출됐다. 올가을 제19차 대표대회가 열린다. [사진 신화사] 시진핑 주석은 지금 군 개혁 작업에 나서고 있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권력 공고화에 집중하고 있다. 사드에서 밀린다는 인상을 준다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러기에 사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19차 당대회가 끝나기 전에는 중국 역시 열린 마음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한우덕 대표가 보는 사드 시나리오다. 이럴 경우 사드 문제는 올해 내내 '냉전'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양국 경제 협력은 보이지 않게, 속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지금 우리 외교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그러면서도 원칙을 지켜내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2017.05.16 17:36

  • “사드 딜레마, 극복아닌 관리 대상이다!”

    “사드 딜레마, 극복아닌 관리 대상이다!”

    사드와 트럼프 [자료 중앙포토] “북핵, 사드 문제 등 한반도 정세는 가장 불확실한 변수 위를 걷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도 미·중에 ‘믹스드 시그널’(혼재된 신호)를 줄 수 있을 정도로 ‘창의적’인 외교를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사진 차이나랩]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먼저 전화했다는 소식이 떠들썩합니다. 사드 문제가 곧 해소될 거란 기대감도 커졌죠. 걱정되는 건 한국의 단호한 태도 덕분에 중국이 굴복했다거나 정책의 일관성이 먹혔다는 등 새 정부가 아전인수격 해석에 나서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 김흥규 아주대 교수 [사진 차이나랩]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았다. 미∙중∙일∙인 4강의 지도자들과도 문제를 두고 전화가 오갔다. 하지만 지금도 미국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2일 성균중국연구소가 주관한 ‘새 정부의 대중국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미∙중 양국과 한국이 놓인 관계를 조명하고, 미래상을 전망하는 자리였다. 새 정부를 보는 학자들의 관점은 ‘기대’보단 ‘우려’에 가까웠다. 다음은 학자들이 발언한 내용을 정리했다. 지난 3월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한 미군 수송기에서 사드 장비가 내려오고 있다. 일부는 성주에 배치됐다. [사진 중앙포토]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한국은 세계 10위권대의 경제 강국이지만, 동북아에서 한국의 위상은 여전히 약소국”이라며 “미국은 여전히 ‘군사적 우위’를 지키고 있고, 중국의 위치는 ‘경제적 우위’로 진화했다. ‘연미화중’(聯美和中·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 친화함)에서 ‘결미연중’(結美聯中, 미국과 결속하고 중국과 연대한다는 의미)로 가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미·중·일·인도 정상과 통화 [자료 중앙포토]  이에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전례 없는 최고 강도로 압박을 가할 정도로 미∙중 정상회담 이후 사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며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북한의 도발 행위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할 경우 동북아 지역에서의 입지는 물론 중국 내에서의 시진핑 주석 입지도 곤란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정남 고려대 교수 [사진 차이나랩] 이정남 고려대 교수도 사드 문제에 있어서 ‘한국’보다 미국과 중국의 ‘실익’이 무엇인지에 중점을 뒀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25년이 지나면서 두 국가의 관계 축이 과거 문화교류 중심에서 외교∙안보 전략 중심으로 가고 있다”며 “사드 문제로 한반도에서 미∙중간 주도권 경쟁이 심해지면서 두 국가가 원하는 실익을 정교하게 따져 한국이 어떤 스탠스(자세)를 취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창훈 부산대 교수 [사진 차이나랩] 한국이 좀 더 주도적인 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차창훈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사드를 단순히 안보 문제 중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중국과의 협상력을 키울 있는 기회로 봐야 한다”며 “더 나아가 북핵을 두고 한반도 핵동결을 기반으로 한 평화 제체 구축, 동북아시아 국가 간 협력 어젠다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왼쪽), 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오른쪽) [사진 차이나랩]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 먼저 전화했다는 등의 의전적 외교에 집중하기보다는 본질적인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며 “사드가 미∙중 관계 문제로 번지면서 한국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북한만 ‘북핵’이 가진 무게감만 확인했을 뿐 정착 당사자인 한국은 뚜렷한 역할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할도 역할이지만, 협상에 나서려면 한국이 ‘전략적 가치’를 확보하는 것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는 “새 정부가 미국과 중국이 나선 외교적 현실을 정확하기 파악하면 한반도 정책을 주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며 “그 틈으로 한국 새 정부가 비집고 나서기 위해선 반드시 중국과 미국의 외교적 실익에 부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성균중국연구소가 주관한 ‘새 정부의 대중국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미?중 양국과 한국이 놓인 관계를 조명하고, 미래상을 전망하는 자리였다. 왼쪽부터 이문기 세종대 교수, 김흥규 아주대 교수, 문흥호 한양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사진 차이나랩] 역할론 대신 당장 새 정부의 조급함을 꼬집기도 했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새 정부 들어 사드로 틀어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있다"라며 “단시간에 외교적 성과를 거두려는 조급함이 느껴지는 데 우선 대중(對中) 외교 전략에 있어서 이전 정부가 잘못한 점부터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의 새 정부, 미국·중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주도권 경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진 중앙포토] 세미나 막바지,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해 나가는 정신(구동화이·求同化異) 얘기를 꺼냈다.시 주석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먼저 꺼낸 게 ‘구동화이’입니다. ‘차이점’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죠. 한국 입장에서 한미 동맹을 떼어놓을 수도, 중국과 단교할 수도 없습니다. 일종의 딜레마죠. 외교에서 딜레마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 입니다. 약소국이 가진 딜레마부터 정확하게 반영한 외교 로드맵 전략 짜기가 시급합니다.  차이나랩 김영문

    2017.05.16 17:36

  • 中, 부채 위기? “곪아 터질 때까지 경제는 달릴 수밖에...”

    中, 부채 위기? “곪아 터질 때까지 경제는 달릴 수밖에...”

    중국 경제는 하드랜딩(경착륙)할 것이다. 부서질 수밖에 없다.너무도 자주 듣는 얘기다. 많은 서방전문가가 그렇게 말한다. 지난 1분기 GDP 발표를 두고도 그랬다. 실적은 6.9%. 좋은 점수다. 3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2015년 3분기 이후 1년 반 만에 최고치다.   중국 경제성장률 변화 추이 [자료 중국국가통계국] 그러나 서방 언론의 평가는 심드렁했다.  "정부의 고정자산 투자에 힘입은 건강하지 못한 성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은행에서 풀린 돈이 부동산 분야로 몰려 나타난, 지속 불가능한 성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  틀린 말은 아니다. 도시 지역 고정자산투자는 시장예상치(8.8%)를 웃도는 9.2% 증가세를 기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경제 전체에 풀린 자금(사회융자총량)은 약 6조9300억 위안(약 1조 달러)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중앙+지방)지출은 전년 대비 21% 늘었다. 한마디로 '인위적 성장'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관변 경제전문가들은 "시장 예상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는데도 서방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킨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그들은 "서방 경제전문가들의 예언이 맞았다면 중국 경제는 이미 망가져도 수 십번 망했을 것"이라며 "중국 경제는 끄떡없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경기부양에 의존하는 경제? [사진 셔터스톡] 누구 말이 맞는걸까?   중국 위기론의 종착역은 부채다. 급증하는 부채로 인해 중국 경제가 냉각되고, 급격히 꺼져(하드랜딩) 결국 중진국 함정에 빠져들 것이라는 논리로 발전한다.   그렇다면 중국의 부채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 차이나랩이 중국 경제 위기설의 진원인 부채를 들여다 봤다.   한 나라의 부채는 크게 정부 부채와 민간부채로 나뉘고, 민간부채는 다시 기업 부채와 가계부채로 갈린다. 중국 총부채 규모는 발표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 집계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254.8%였다. 아직 BIS의 지난 해 수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264%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약 250%)보다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일본(388%)에 비해서는 낮다.   중국의 부채 증가 추세(왼쪽)와 국제 비교(오른쪽) [자료: 블룸버그] 부채를 항목별로 뜯어 볼 필요가 있다. GDP대비 정부 부채는 45%선으로 매우 건전하다(미국은 106%, 일본은 270%). 가계부채 역시 40%선으로 건실하다. 문제는 기업에 있다. 2016년 9월 말 현재 GDP대비 기업 부채는 166.2%에 달했다(BIS통계). 일본과 유로존이 100%선, 미국은 70%선, 개도국 평균 105.9% 등에 비교해 볼 때 월등히 높다.   서방 전문가들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성장이 둔화될 경우 기업 도산이 늘어나고, 금융권에 영향을 줘 곧 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점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가 그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에 위기가 온다면 부동산 분야가 그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셔터스톡] 기업부채가 화근이라면,  그 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 기업들이 왜 그렇게 과도한 은행 부채를 안고 있는 지를 봐야 한다.   중국 기업들은 수요 자금의 대부분을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증시 등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조달 비율은 약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부분 은행 대출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남의 돈을 갖고 장사하기는 서방기업이나 중국기업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누구에게 그 리스크가 전이되냐의 차이다. 서방 기업들은 다수 투자가들에게, 중국 기업은 빌려준 몇 몇 은행에 집중된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역학을 고려해야 중국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를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대출이 누구에게 나가 있는 지를 보자.   현재 기업에 나가있는 은행권 대출의 약 75%가 국유기업에 몰려있다. 기업 중국 국유기업은 쉽게 부도가 나지 않는다. 국가가 책임을 지고 부채 문제를 해결한다. 부채 과다가 통제 불능 수준의 기업 줄도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권으로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정부가 차단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 [사진 차이나랩]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유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사영기업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구조개혁에 둔감하다. 돈 먹는 하마다. 이런 점을 들어 중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부채위기의 핵심은 돈이 잘못 분배됐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자금이 비효율적인 곳에 몰려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부채위기 해소를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방에서 보기엔 다소 급진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바로 은행으로 하여금 부채와 자산을 교환토록 하는 것이다. 은행이 부채를 떠안는 대신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부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동원되던 고전적인 해결법이다.   중국 금융당국이 대출채권-주식 교환 거래를 시작한 건 작년 하반기부터였다. 2016년 3분기에 300억 위안, 4분기에 2030억 위안, 그리고 올 1분기에만 4300억 위안의 부채를 이런 식으로 탕감해줬다. 화룽에너지는 대표적인 케이스. 10여 개에 달하는 이 회사 채권은행들은 129억 위안에 해당하는 채무를 떠안기도 했다. 물론 정부의 개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얘기다. 기업부채는 절대로 늘리지 말라는 게 금융당국의 엄령이다. 그렇다고 은행 대출 창구를 닫아 놓는 건 아니다. 기업부문의 부채가 한계 상황에 이르면서, 이젠 은행들은 대출선을 가계 부문으로 전환하고 있다. 주택대출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이다. 전체 신규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수준에 머물던 가계 대출이 작년 말부터 30%선으로 늘어났다. 풍선효과다. 이 자금이 몰린 곳이 바로 부동산이다. 덕택에 지난 1분기 주택재고는 전년대비 약 15%떨어졌다. 2013년이후 최저치다.  정부도 이를 내버려 두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버블 붕괴는 막아야하기 때문이다. 부채 총량에 변한 것은 없다. 근본적인 부채 축소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 열기 [사진 팡쉰왕] 기업으로 향하는 출구는 막아놓고, 부동산 시장의 활기는 여전하고...그래서 더 심각해지는 문제가 있으니, 바로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 움직이고 있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다.   그림자 금융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무디스는 그 규모를 8조5000억 달러로 보고 있다. GDP의 약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산관리상품으로만 3조5000억 달러 규모가 은행과 기업, 지방정부 산하 투자공사를 연결하고 있다. 중국 금융 왜곡이 어느 정도 심한지를 보여준다.   종합해보자.   중국의 부채가 지난 2008년 이후 급속하게 성장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이게 곧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금융분야로의 전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수익성이 낮은 국유부문에 자금이 몰렸다는 것이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을 억제할 것이다.   위기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대증요법은 그림자 금융 관행을 심화시키는 등 경제를 더 왜곡시킬 뿐이다.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다. 중국 경제는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채 문제는 속으로 곪고, 썩고 있다. 관치 금융의 숙명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2017.05.15 18:55

  • 워런 버핏 따라하기, “코카콜라같은 중국 기업 잡아라!”

    워런 버핏 따라하기, “코카콜라같은 중국 기업 잡아라!”

    중국에서 생산된 체리 코카콜라 한정판 캔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얼굴 그림이 들어가 있다. 지난 3월 10일 출시된 이 제품은 6개월간만 판매될 예정이다. [출처: CNN Money] 중국은 나에게 새로운 독일과 같다2014년 워런 버핏이 연 주주총회에서 나온 말이다. 워런 버핏의 평생의 파트너로 불리는 찰리 멍거부 회장이 중국 투자를 강조하면서 한 말로 중국 우량 기업 투자를 권했다. 워런 버핏도 중국이 가장 유망한 시장이라고 거들었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요즘에도 그들의 생각은 변함없어 보인다.  중국이 내수 위주로 경제체질을 바꾸고 과잉산업과 음성적인 부분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또 장기적으로도 여전히 경제가 성장 국면에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51회 정기주주총회가 지난해 4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렸다. 버핏 회장(가운데 안경 쓴 사람)이 주총장에서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가 인수한 항공기 부품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의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버핏의 이야기처럼 지금과 같이 중국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있을 때 성장하는 내수 소비재 1등 기업에 장기투자하는 것 역시 향후 10년의 메가트렌드라 하겠다. 그래서 그간 연구했던 중국 내수 1등 기업에 대한 소개와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자 한다 2013년 출범한 중국 시진핑 정부는 앞으로 10년의 목표로 내수 진작을 제시했다. 수출에서 내수로 성장 동력을 바꾸고 ‘신도시화’와 ‘두 자녀 가정’ 허용 등 많은 내수 확장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제구조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임금이 오르고 내수 소비력이 강해지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등 과거 한국이 지나온 시간을 고려해본다면 중국 내수시장은 장기적으로 커지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 3일 중국 지린성 창춘 증권거래소에서 투자자들이 주식 시세를 보고 있다. 사진은 중국 지린성 창춘 증권거래소 [사진 신화사] 미국의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월트디즈니, 월마트 같은 소비재 1등주는 오늘날의 워런 버핏을 만들어주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중국 소비재 1등주에 대한 장기투자는 외국인 투자가 입장에서는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예측은 한국 주식시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지난 20년간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에서 2000포인트로 두 배로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내수 1등 기업인 삼성화재와 롯데제과, 롯데칠성, 신세계, 농심,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 주가는 100배 가까이 상승했다. 중국 손해보험 시장에서 중국인민재산보험(PICC)가 수입보험료 3105억 위안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사진 PICC] 이는 중국 시장 투자 방법에 아이디어를 준다. 구조조정 중인 중국에 대한 투자는 종합지수형 투자보다는 내수 1등주에 대한 장기투자가 정답인 셈이다. 예를 들어보자. 중국인민재산보험은 삼성화재와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이미 한국의 10배를 넘어섰지만 두 회사의 매출액과 시가총액 차이는 2~3배 정도에 불과하다. 자동차 판매대수의 차이를 근거로, 앞으로 보험 가입 확대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더불어 중국인민재산보험의 성장률은 향후 10년 동안 폭발적일 것이다. 이런 장기 성장성을 염두에 둔다면 중국 내수 1등 주에 대한 장기투자는 저금리와 저성장에 답답함을 느끼는 한국인들에게 훌륭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 버핏의 선택 기준은 뭘까?‘경제적 해자를 갖춘 내수 1등 중국 기업’ 세계 최고의 주식투자가인 워런 버핏의 성공 투자 비결은 역시 ‘내수 1등주 장기투자’였다. 버핏은 미국의 내수시장이 성장하던 1970년대 이후 미국의 내수 1등주를 골라 장기투자해 40년간 연평균 20%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이를 통해 주식 투자만으로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올랐다. 버핏이 투자한 대표 기업은 코카콜라다. 버핏은 1988년부터 코카콜라를 매입하기 시작해 지금은 대주주가 됐다. 20여 년에 걸친 장기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버핏은 미국의 내수시장이 성장하던 1970년대 이후 미국의 내수 1등주를 골라 장기투자해 40년간 연평균 20%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세계적인 홍콩 디자이너 알란 찬이 디자인한 코카콜라의 중국어 표기. [사진 중앙포토] 워런 버핏은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 뭘까.기업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으로 ‘경제적 해자’를 들었다. ‘해자’는 과거 중세 시대에 적의 침입에 대비하려고 성 둘레를 파서 만든 인공연못을 말한다. 적군이 사다리 등을 통해 성벽에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해자를 거의 볼 수 없지만 일본만 가도 해자를 만들어둔 성을 종종 볼 수 있다. 버핏은 해자에 경제적인 개념을 끌어들여 ‘경제적인 해자(Economic Moat)’라는 은유를 만들었다. 즉 소비되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경제적인 해자로 풀이한 것이다. 한국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강력한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중국 기업들 정리 [자료 하나금융투자]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들은 안정적인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 코카콜라, 월트디즈니, 워싱턴포스트, 질레트 면도기, 월마트, 나이키 등 버핏이 투자한 종목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기업이다. 워런 버핏은 소비재 주식, 그중에서도 브랜드 가치가 높아 독점력이 강한 1등주에 집중 투자했다. 경제적 해자란? [자료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특히 소비자들은 이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올라도 계속 이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버핏은 이런 기업의 독점력을 ‘프랜차이즈 밸류’ 혹은 ‘경제적 해자’라고 표현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다. ━ 해자를 갖춘 중국 기업,중국 회계는 못 믿어도점유율과 독점력은 속일 수 없어     중국 주식시장에 ‘경제적 해자’ 개념을 적용해보자. 중국 시장은 1990년대 한국 내수시장과 비슷하다. 소비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단계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의심받고 있다. 이 또한 과거 한국 시장과 다름없다. 당시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 내수 1등주에 장기투자했다. 정부가 회계 제도는 갑자기 바꿀 수 있었고, 기업들 재무제표 신뢰도도 떨어졌지만,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인지도는 속일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업종별 버핏 포트폴리오 [자료: 중앙포토] 중국 시장에서 현재 강력한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기업을 찾아봤다. 업계별로 나눠보면 이렇다. 시장점유율 35%의 확고한 지위를 키지는 손해보험 1위 중국인민재산보험, 1위 헬스케어 업체인 복성제약, 온라인 소비재 1위 기업인 *BAT, 중국 1위 증권사 중신증권,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기업들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들이다.   *BAT는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다. [출처: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전략,“중국에 계속 투자하라!” 글로벌 저성장 시대, 중국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나? 답은 ‘그렇다’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경착륙 우려가 남아있고, 금융위기 가능성도 자주 거론된다. 주식 시장의 경우 전 세계에서 회전율이 가장 높아 위험한 시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중국은 여전히 6%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매 소비자의 구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정부가 4차 산업 등 고성장 산업에 기술 육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면서 한국보다 5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시장 등 중국 금융시장도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 덩치만 커 ‘트리플 A’급 타자로 불렸던 위안화와 본토 A주 주식시장은 ‘진정한’ 메이져리거로의 승격을 기다리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 과거 중국 펀드에서 입은 손실 탓에 투자를 포기하기엔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경제는 한때 중국 경제의 롤모델이자, 외국인 투자자에 중국 시장으로 가는 가교 역할 했던 적이 있다. 그때 쌓아둔 한국만의 경험과 입지가 아깝다는 말이다.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6일 중국 항저우 윈시 컨벤션센터에서 상하이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 양산 스마트카 RX5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 중국발 위기? 당분간 없다.“걱정 말고 중국 성장산업과 기업을 보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 경제를 성장률 둔화와 위기에만 초점을 두면 중국 투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성장성만 본다면 기회는 여전히 많다. 최근 5년간 중국의 성장률과 장기금리는 최대 40-50%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6%대 성장률에 금리만 해도 3%대를 상회하고 있다. 이 정도 성장하며 수익이 나는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문제는 분명 있다. 부채위기다. 중국 기업 부채가 GDP 대비 171%나 돼 다른 나라들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다. 기업 부채가 심각해져 기업이 부실화되면 과거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의 태도다. 분명 이런 리스크를 잘 알고 있으면, 수년간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첫 번째, 자산의 건전화를 표방하며 기업 부채를 가계부문에서 정부부문으로 옮기고 있다. 두 번째로 구조조정 노력이다. 철강, 석탄 등 주요 공급과잉 산업의 생산량과 설비를 매년 10%이상씩 2년째 줄이고 있다.   올해 중국 주식시장에 초대형 호재도 있다. 바로 중국 본토 A주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 결정이다. MSCI지수는 글로벌 펀드의 투자기준이 되는 국제 벤치마크 지수로 중국 증시에 들러올 자금만 3조5000억 달러에 이른다. [사진 Yicai Global]  ━ 중국 A주까지 MSCI 신흥국 지수 편입 점차 커지는 내수시장 뿐만 아니다. 2017년 중국 주식시장엔 초대형 호재가 있다. 바로 중국 본토 A주의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MSCI지수는 글로벌 펀드의 투자기준이 되는 국제 벤치마크 지수로 이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만 최소 3조5000억 달러(4000조원0나 된다. 현재 홍콩과 해외상장 주식 등 일부 역외 주식은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돼 있다. 올해는 MSCI가 중국 본토 A주(상하이+선전거래소), 총 169개 대형주의 지수 편입을 제안했다.   MSCI 신흥국 지수에 본토 A주가 정식 편입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중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플레이어의 반열에 오른다는 뜻이다. 실물경제 면에서 중국의 막강한 영향력이 자본시장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개별 업종과 기업으로 볼 때 더 의미가 크다. 특히 본토 A주 중 IT, 경기소비재, 헬스케어, 통신 등 신경제 업종의 이익성장률은 다른 편입국의 업종보다 5배나 빨리 성장하고 있다.   과거 글로벌 투자자들은 직접투자가 제한되는 중국 대신 한국과 대만에서 성장성 있는 기업을 찾았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신흥국 지수에서 인터넷 기업을 사고 싶으면 한국 네이버보다 중국의 텐센트나 바이두 주식을 사면 되고, 신흥국 보험시장을 유망하게 본다면 한국 삼성화재보다 중국 인민재산보험(PICC) 주식을 사면된다. 한국 주식은 ‘중국 A주 MSCI 편입’를 피해 MSCI 선진국지수로 빨리 도망(?) 가는 것이 훨씬 유리해 보일 정도다.  장기투자를 결심했다면 중국 우량주부터 공부해라! 글=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조용준정리=차이나랩 김영문

    2017.05.15 18:54

  •  [팩트체크] 중국산 첫 항모 진짜 센가? “방심했단 큰코다친다!”

    [팩트체크] 중국산 첫 항모 진짜 센가? “방심했단 큰코다친다!”

    ‘중국산(Made-in-China)’ 최초 항공모함 ‘001A함(이하 산둥함)’ [사진 신화망]‘중국산(Made-in-China)’ 최초 항공모함 ‘001A함(이하 산둥함)’이 진수에 성공했다. 2012년 9월 취역한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이 있긴 했지만, 그건 러시아에서 들여와 개조한 것이었다. 설계부터 건조까지 직접 제작한 항공모함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중국 해군은 중국 선박중공업그룹 다롄 조선소에서 산둥함 진수식을 치렀다. 진수식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대신해 판창룽(范長龍)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참석했다.  중국 선박중공업그룹 다롄 조선소에서 진수한 ‘중국산(Made-in-China)’ 최초 항공모함 ‘001A함(이하 산둥함)’ [사진 신화망]이로써 중국은 이제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 이어 항공모함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국가가 됐다. 중국 언론들은 “산둥함이 ‘진정한’ 항공모함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며 “더 나아가 미·중 해군력 대결 구도를 뚜렷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반도 주변에는 지금 항공모함 경쟁이다. 지난달 ‘한반도 위기설’의 중심에 섰던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이하 칼빈슨함)과 레이건함(니미츠급·CVN-76)은 임무 교대를 위해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에  머물고 있다.  한·미 해군 연합훈련 ‘2016 불굴의 의지’에 참가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2000t급)가 지난해 10월 16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중국산 첫 항공모함, 대체 성능이 어느 정도일까. 미 핵추진 항공모함과는 어떻게 다른가. 중국 입장에서 항공모함 운용이 무리는 아닐까.   윤석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도움을 받아 항간에 떠도는 산둥함을 둘러싼 궁금증과 논란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실전 운용 경험이 없는 관계로 외국 군사전문지의 평가와 중국 해군이 공개한 제원을 주로 활용했다.  한·미 해군 연합훈련인 '불굴의 의지'에 참가하고 있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 갑판 위에서 지난해 10월 14일 호크아이 조기경보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레이건함은 수퍼호닛 전투기(F/A-18), 공중조기경보기(E-2C) 등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할 수 있다. [사진 중앙포토] ━ 1. ‘산둥함’, 美 항공모함와 ‘OO’가 다르다. 3가지 측면에서 미국 항공모함에 열세다.   첫 번째, 추진 체계가 다르다.  산둥함은 디젤 추진식이다. 15일 이상 걸리는 해양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형 해상군수지원함(901·903형) 지원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칼빈슨함은 핵추진 항공모함으로 연료 재보급 없이도 20년간 운전이 가능하고, 6개월간 물자 보급도 필요 없다. 실제 칼빈슨함 등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은 한번 출항하면 9~11개월간 작전을 수행한다.  산둥함 기본 구성도 [자료 SCMP]두 번째, 사출식 이륙 시스템 차이다.  산둥함은 랴오닝함처럼 선수(船首)가 선미에 비해 높아 스키점프 방식으로 함재기를 띄우는 방식(STOBAR)이다. 반면 칼빈슨함은 갑판에 설치된 캐터펄트 장치가 원자로에서 나오는 증기로 전투기를 밀어내는 방식(CATOBAR)이다. 스키점프 방식은 러시아 전투기 SU-27, MiG-29에 맞게 설계돼 사출 방식을 바꾸면 중국 전투기도 재설계해야 한다. 지난 2일 장 빈센트 브리셋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산둥함은 함재기 이륙에 캐터펄트를 쓰지 않아 중무장의 군용기를 띄울 수 없다”며 “1950년대 초창기 미국 항공모함 설계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스키점프식의 문제는 또 있다. 윤석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 산둥함이 전투기를 띄우려면 해상 풍속과 풍향에 영향을 많이 받아 전천후 해상 공중작전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실제 산둥함과 같은 사출 방식인 인도 해군의 항공모함 ‘비크란트함’도 겪는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러시아제 전투기와 함께 탑재될 인도제 테자스 전투기가 무장한 상태로 모의시험한 결과 비크란트함에서 드러난 이착륙 문제를 보도한 바 있다. 세 번째, 함재능력도 차이가 크다.칼빈슨함과 비교해봤다. 산둥함은 젠(殲)-15 전투기, KA-31 대잠헬기 등 최대 36대를 탑재할 수 있다. 랴오닝함보다 12대 더 실을 수 있지만, 칼빈슨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칼빈슨함의 경우 기종에 따라 80대까지 실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F/A-18 슈퍼호넷 전투기 50여 대와 EA-18G 그라울러 전자전 공격기 4대,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4대, H-60 시호크 헬기 6대, V-22 수직이착륙기 등을 싣고 다닌다.  지난해 3월 12일 오후 경북 포항 인근 해상에서 열린 연합상륙훈련 '쌍용훈련'에 참가한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 ‘본험 리차드함’ (LHD6 4만 500톤급)에서 수직이착륙기 (MV-22·오스프리)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 2. 中 이지스함과 호위함, 잠수함 등 전단 보유는? 현재까지 완전하지 않다.  항공모함이 포함된 전단 구성은 매우 중요하다. 한 개 전단은 항모 1척, 잠수함 2~3척, 이지스함 및 구축함 3~5척, 군수지원함 등으로 구성돼 작전 반경이 500~1000㎞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완전한 항모전단을 구축하지 못해 주요국 항모전단에 대적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지난 3월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실린 미국과 중국의 해상 전력을 비교·분석한 기사를 보자. 이에 따르면 항공모함은 기존의 랴오닝호까지 모두 두 척에 불과하다. 현재 총 20대 중 11대의 항공모함을 운용 중인 미국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항공모함을 보호할 수 있는 구축함과 잠수함 보유 현황도 마찬가지다. 중국 해군이 보유한 구축함은 17척, 잠수함 70척인데 반해 미국은 구축함 62척, 잠수함 73척에 이른다. 항공모함을 포함한 배수량으로 비교하면 중국 해군은 950만 t(톤) 규모의 미국 해군군의 4% 수준(40만t)에 불과하다.    지난 1월 초부터 남중국해에서 해상 군사훈련 중인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함재기인 '젠(殲)-15' 전투기가 훈련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중국 해상전력 공백, 어떻게 메우고 있나.  신형 공중 조기경보기 쿵징(空警)-500을 국경 지대에 급파했고, 랴오닝성 선양의 로켓군 제51기지에는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東風)-21를 비롯해 둥펑-31A, 둥펑-03 탄도미사일 운용에 나서고 있다.  신형 공중 조기경보기 쿵징(空警)-500 [사진 신화망] ━ 3. 영국·프랑스 항공모함보다는... 추진 체계: 영국은 ‘디젤’, 프랑스는 ‘핵추진’산둥함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퀸엘리자베스’ 항공모함(올해 인도)과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2019년 인도), 러시아 ‘쿠즈네초프’, 인도 ‘비크란트함’ 등은 모두 디젤 추진 방식이다. 미국과 프랑스를 제외하면 모두 디젤 추진식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미국 외에 유일하게 핵 추진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을 운영하고 있다.    ‘052D’급 구축함은 DH-10장거리 순항미사일과 HQ-9 함대공미사일 등 64발의 대함·대공 미사일을 수직발사대에 수납하고 대(對)잠수함용 어뢰를 탑재해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의 강력한 호위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중국판 이지스함인 ‘052D’급 유도미사일 구축함으로 빨간선 안이 위상배열 레이더가 장착된 곳이다. [사진 PLAN]산둥함은 최신형 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레이더가 눈에 띤다. 산둥함은 052D급 중국의 최신예 이지스함처럼 ‘4면 위상배열 레이더’를 탑재했다. 이 레이더는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외교 안보 전문매체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는 미 해군 정보국(ONI) 보고서를 인용해 “052D형 구축함은 ‘4면 위상배열 레이더’ 덕분에 연안배치 대공망을 벗어난 해역에서도 항공모함에 대한 방공망을 지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경우 라팔을 비롯해 조기경보기 호크아이 등 첨단 레이더가 탑재된 항공기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 문제로 신형 항공모함을 추가로 건조하는 것은 물론 레이더 장비 개량 사업도 보류한 상태다.  윤석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사진 차이나랩] ━ 4. 中 항공모함 건조 프로젝트, 무리한 투자? 아무도 모른다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항공모함은 막대한 개발비와 건조·운영비 때문에 유지 자체가 어렵다. 항공모함을 가진 나라가 미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10개국 뿐인 이유다. 인도는 항공모함을 보유한 뒤 군사력 순위에서 전 세계 4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연간 3000억~5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유지비 부담은 고스란히 남았다. 미국은 11척이나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국가는 한두 척 가진 게 대부분이다. 中, 2020년까지 항공모함 총 5척 더 내놓는다.중국은 2015년부터 5년간 6만~7만t급 항공모함을 최대 6척 건조할 계획이다. 영국 군사 전문매체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미국 니미츠급 항공모함 건조 비용이 최대 70억 달러(7조8000억원)가 들고, 중국 산둥함의 경우 30억 달러(3조4000억원) 수준을 예상했다. 하지만 윤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공개하는 군사안보 관련 문서로 ‘중국국방백서’가 유일한데 항공모함,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무기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며 “외산 무기나 장비 조달 등은 아예 국방예산에서 빠져 있어 실제 군사비는 2배에 달하리라 추측할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의 군사경제연구센터는 아예 “지난해 중국 국방비는 전체 GDP의 1.28% 수준으로 1인당 군비 지출이 일본·미국의 각각 5분의 1, 20분의 1”이라며 “중국군 현대화에 쓸 국방비가 ‘턱 없이’ 부족하다”고 공식적인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미국 항모보다 성능과 전력 모든 면에서 크게 떨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군의 해군력에 대한 투자가 ‘현재진행형’이란 점도 분명해졌다. 중국군은 2025년까지 핵 추진 항모 2척 등 6척의 항모를 보유해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2위의 해군 전력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이사회(AFPC)의 아시아안보 담당 제프 스미스는 산둥함 진수를 두고 “중국이 본국 해안선에서 수천㎞ 떨어진 곳에서도 군사적 존재감을 보여줄 능력을 갖췄다”며 “당장 미국 항모에 비견될 수준은 아니지만, 남중국해를 비롯한 동북아 지역에서 항모전단 자체가 없는 동맹국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차이나랩 김영문 * 윤석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1976년 해군사관학교 학사, 1986년 대만 국방대 푸싱캉 정치연구소 석사, 1992년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 중국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12월 해군 제대 이전까지 해군 수상함 전투장교로 30년 이상 복무했으며, 주요 보직으로 해군 본부 정책분석과장, 원산함장, 해군본부 정책처장, 해본 교리발전처장 및 해군대학 해양전략연구부장 등을 거쳤다. 현재는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자 법률사무소 충민 중국/아시아 담당 상근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2017.05.12 12:00

  • “인프라에 눌린 美·日 돈줄, 中 AIIB가 푼다!”

    “인프라에 눌린 美·日 돈줄, 中 AIIB가 푼다!”

    자본금 1000억 달러인 AIIB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재원조달 창구다. [사진 중앙포토] 콧대 높던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막대한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AIIB에 '자금 SOS'를 친 셈이다.  대체 얼마나 필요하길래... ━ ‘26조 달러’ 2030년까지 13년간 아시아 인프라 개발에 쏟아부어야 할 자금이다. 지난 2월 ADB가 아시아 4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한국 돈 무려 2경9435조 원. 도로·철도·발전소·상하수도 등 각종 인프라 투자에  매년 1조7000억 달러를 퍼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존 연평균 투자액인 8810억 달러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늘어난 인구, 급격한 도시화가 주요 원인이다.   중국 베이징의 AIIB 본부 건물. AIIB는 2016년 1월 중국 주도로 설립됐다. 발족 당시 참여국 57개 나라. 주요 7개국(G7) 중에는 미국과 일본만 가입하지 않고 있다. 올해 캐나다?벨기에?아일랜드 등 13개국이 가입 신청해 회원국도 70개국으로 늘었다. 67개 회원국을 보유한 ADB도 앞섰다. [사진 AIIB 홈페이지]  ━ 아시아 인구 증가와 급속한 도시화,앞으로 13년간 매년 1조7000억 달러 필요   그러나 이 지역 SOC 투자 파이낸싱을 주선해온 ADB와 세계은행은 돈이 궁하다. 투자 여력이 떨어졌다. 세계은행이 먼저 움직였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계은행과 AIIB는 자금조달, 인적교류, 지역∙국가 자원의 다자간 개발 등에 협력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자금력이 풍부했다면,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인 AIIB와 제휴할 이유가 없다. 결국 돈이 궁해지자 AIIB의 자금력에 손을 내밀었다는 게 IB 업계의 분석이다. 이전부터 협력 관계는 어느 정도 유지해왔다. 지난해 4월에도 세계은행과 AIIB는 코파이낸싱(Co-financing∙협조융자) 협약을 체결했다. 파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및 인도네시아 등에서 5개 코파이낸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해 AIIB는 세계은행 산하의 금융회사와 미얀마에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는 “새로운 종류의 국제주의(Internationalism)이념”이라고 표현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더 많은 성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돈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 ADB도 세계은행 뒤를 따르고 있다. 지난 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나카오 다케히코 ADB 총재는 “ADB와 AIIB를 라이벌이나 경쟁 관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하지만 실제는 협력을 모색하는 관계로 AIIB 자금이 투입될 프로젝트도 물색해뒀고, 코파이낸싱이 필요한 프로젝트도 많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1월 16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개소식에서 “AIIB가 세계경제 부양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중앙포토]  ━ 자금력 딸리는 세계은행·ADBAIIB에 손 내밀어... 자본금 1000억 달러인 AIIB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재원조달 창구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이 약 10곳이 넘는 일대일로 국가에 쏟은 자금만 13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AIIB 출자의 중심인 중국개발은행(CDB)와 중국수출입은행이 인프라 투자 명목으로 내놓은 돈만 벌써 400억 달러나 된다. 이 자금 중 상당액은 AIIB를 통해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투자된다. 설립 불과 2년 만에 1966년 설립된 '아세안 인프라 투자의 터줏대감' ADB를 압도할 기세다.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경제 인프라 건설 구상인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AIIB는 지난 해 6월 총 4건의 대형 사업에 뛰어들었다.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와 우즈베키스탄 국경을 잇는 도로 개선 사업 등 모두 2750만달러에 달한다. 이후 방글라데시 다카 지역 배전 시스템 개선 사업(1억6500만 달러), 인도네시아의 빈민가 개발 사업(2억1650만 달러), 오만 동부 해안의 두쿰 항만개발사업(2억8000만 달러)에도 융자를 제공했다. 최근 파키스탄 카라치-페샤와르를 잇는 80억 달러 짜리 철도 사업에도 융자해주는 등 출자 규모를 갈수록 늘리고 있다.  일본이 주도하는 ADB는 이제 역내 주도권을 내려놔야 할까. 일본은 일단 ‘노(NO)’를 외쳤다.  일본은 ADB에 4000만 달러(454억원)를 추가 출연키로 했다(지난 6일자 요미우리 신문 보도). AIIB를 견제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ADB 총회에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질 높은 인프라 정비를 위해 아시아개발은행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고도기술지원기금을 추가로 설립하고, 2년간 4000만 달러를 더 내놓겠다”고 말했다. 특히 ‘질 높은 투자’를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물량 공세 면에서는 중국에 밀리지만, ‘높은 기술력’도 중요한 투자 자원이라는 소리다.     일본이 아세안 지역에서 펼쳐온 인프라 투자 계획과 비전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 日 ADB 4000만 달러 추가 출연AIIB 견제, ‘양보다 질(기술)’ 강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입장에선 중국과 일본의 신경전이 반갑다. 중국과 일본이 서로 지어주겠다고 달려들면서 더 쉽고, 많이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희망적이다. AIIB의 투자를 받는 한국 기업도 처음으로 나왔다.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가 수주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소 사업에 AIIB가 8700만 달러(985억원)을 융자하기로 했다.  AIIB는 과연 ADB를 밀쳐내고 아시아 지역의 대표 국제 인프라 투자은행으로 등장할 수 있을까?  서방의 많은 전문가들은 “AIIB는 중국 일대일로 전략의 한 구성 요소일 뿐”이라며 “중국 국가자본주의를 시현하는 한 툴(tool)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특유의 관료주의로는 복잡한 국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밍완(Ming Wan) 조지 메이슨대 교수 [사진 차이나랩] 그러나 이 분야 연구를 오래 해온 밍완(Ming Wan) 조지 메이슨대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최근 차이나랩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국제 질서를 변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 경제구조가 미국이나 다른 주요 경제권과는 너무 달라 AIIB 출범 당시 실패할 거라 봤죠. 하지만 AIIB는 중국 특유의 ‘관치’ 기관과는 다릅니다. AIIB 규정은 IMF∙세계은행과 비슷합니다. 투명하고, 선진적이죠. 여기에 막강한 자본력이 받쳐줍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이 순조롭게만 진행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투자자금이 AIIB에 몰릴 겁니다. 세계은행이나 ADB 모두 AIIB 행보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차이나랩 김영문

    2017.05.12 11:08

  • 중국에서 매일 1만5000개씩 생겨난 ‘이것’

    중국에서 매일 1만5000개씩 생겨난 ‘이것’

     ━ ‘1만5000개’  중국에서 매일 새로 생겨나는 기업 수다.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552만8000개 기업이 새로 생겨났다. 하루 평균 1만5000개가 생긴 셈이다.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기도 했다. 중국 IT 업계를 주무르며 세계적인 거물로 성장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징둥닷컴 모두 출발은 스타트업이었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에 부는 창업 열풍은 90년 대생인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창업한 기업 중 81%가 인터넷과 관련한 서비스 분야다. 벤처캐피털 등 투자 기관도 인터넷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각종 투자 기관(벤처투자·사모투자)이 인터넷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약 1400억 위안(23조원)에 달한다. 금융·통신 등 관련 부가서비스 분야까지 합하면 투자 금액은 2500억 위안(41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중국 창업 기업 추이(2013~2016년)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사실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2015년 3월 전국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대중창업, 만중혁신(大众创业, 万众创新)’이라는 창업 슬로건이 내걸렸다. 중국 정부가 창업 활성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전국적으로 창업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지원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중국 대표 IT 기업도 막강한 자본력을 신생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고 나섰다.   중국 창업 분야(2015년)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양회에 창업 슬로건이 걸린 그해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두 달간 130여 건의 창업 관련 정책이 쏟아졌다. 창업 문턱부터 낮추는 일부터 시작했다. 기업 등록을 간소화하기 위해 ‘삼증합일(三证合一), 일조일마(一照一码)’를 추진했다. 공상영업허가증, 조직기구번호, 세무등기증을 하나로 통합하고, 영업허가증마다 고유번호 표시하겠다는 정책이다.   이외에도 각종 창업 관련 정책이 이어졌다. 각종 행정 절차를 간편하게 만들었고,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에도 나섰다. 창업 기금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창업 지원 서비스까지 개선하고 나섰다. 규제 자체의 방향성도 바꿨다. 장기적으로 금지된 것만 빼놓고 다 해도 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했다.  IT도시 선전에선 3대 혁신 비결 중 하나로 ‘창업’을 꼽는다. [자료 중앙포토]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 둔화를 타개할 대안으로 ‘창업’을 꼽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일환이 창업 생태계 구축이다. 그간 정부 주도의 과학기술 산업단지인 ‘고신구(高新区)’나 대학 부설 ‘과기원(科技园)’이 중국 창업 트렌드의 주축이었다. 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공간을 제공해주는 역할에만 머물렀다. 이에 중국 정부는 앞으로 기술 자원 공유, 투자, 멘토링이 모두 가능한 ‘대중창업공간’ 활성화를 유도하고자 한다.   중국 DJI는 창업한지 6년 만에 드론계의 애플이라 불리며 전 세계 드론 시장을 꽉 잡고 있다. 사진은 왕타오(37) DJI 창업주 [사진 중앙포토] 오종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전문연구원은 “중국의 창업 생태계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대규모 정책 자금을 투입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중국 스타트업이 거대한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이나랩 김영문 

    2017.05.11 09:08

  • “한국 뽀로로, 중국엔 ‘시양양’이 있다!”

    “한국 뽀로로, 중국엔 ‘시양양’이 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한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 [사진 중앙포토] 중국 어린이들은 만화 '시양양(喜羊羊)'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국 어린이들의 인기 캐릭터 '뽀로로', 미국 '미키마우스', 일본 '헬로키티'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다. 게다가 현재 중국은 캐릭터 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90년대만 해도 미국·일본 애니메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낮았다.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각종 보조금과 세금 감면 혜택을 내걸고,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00과 2001년 애니메이션 TV 시청 수요가 가장 많은 17~21시 사이, 중국산 애니메이션만 방영하게 하는 ‘산업 보호제도’를 실시했다. 12차 5개년 기간 들어서는 제작사에 세금 우대 정책을 펼치고, 타 산업과의 융합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 추이 [자료 하나금융투자]  ━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미디어 산업과 함께 고성장 中   덕분에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빠르게 커갔다. 2014년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1000억 위안(16조4000억원)에 달했고, 이후에도 매년 20%씩 성장했다. TV 방영 위주던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도 영화, 온라인 플랫폼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더불어 캐릭터 시장도 커지면서 애니메이션 자체보다 몇 배 이상 벌어들이기도 한다. 최근 중국 애니메이션 업체는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한편 국내외 캐릭터 판권을 사들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캐릭터의 힘, 즉 지적재산권이 지닌 힘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중국 문화·영상·음악·게임과 결합하면서 문화 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알파엔터 소속 캐릭터와 시양양 [사진 알파엔터]  ━ 애니메이션의 최대 수요자중국 유아 시장도 앞으로 5년간 성장 갈수록 늘고 있는 중국 유·아동도 애니메이션 산업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최고 수요자가 바로 유아동이기 때문이다. 중국 유아 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1조9000억 위안(311조원)에서 2020년엔 최소 4조 위안(6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1년 전체 예산인 400조원보다 1.6배나 더 큰 규모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지난해 ‘두 자녀 낳기’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면서 유·아동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에서 앞으로 5년간 매년 500∼60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 시장이 주목하는 점은 출산을 앞둔 부부들의 소비 패턴이다. 1980∼1990년대 출생인 이들은 육아 관련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시장에서 아동용 캐릭터 상품, 만화/애니메이션, 교육 등 관련된 상품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중국 최대 UGC(User Generated Contents, 이용자 제작 콘텐츠) 업체 ‘요우야오치’ [사진 알파엔터] 특히 중국 유아동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막강한 캐릭터 '시양양'을 가진 알파엔터(奥飞娱乐)가 뜨고 있다. 1993년 설립된 중국 최대의 애니메이션 완구 업체로 만화영화 제작과 배급, 어린이용 완구·책자 제작이 주요 사업이다. 중국산 장난감 시장을 주름잡는 '아울디(AULDEY)'부터 애니메이션 시장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시양양, 갑옷용사(铠甲勇士), 바라라 꼬마마술선녀(巴拉拉小魔仙), 해피베이비(开心宝贝) 모두가 알파엔터 소유다. 애니메이션 파생상품 전체 애니메이션 성장률을 상회 [자료 WIND] 캐릭터를 활용한 파생산업도 빠르게 크고 있다. 파생상품 주요 내용은 캐릭터 장난감, 게임, 지적재산권 수수료 등이다. 지난해 애니메이션 산업도 15%나 성장했지만, 캐릭터 파생상품 분야는 20%나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알파엔터 매출도 궤를 같이한다.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인 반면 파생상품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75%나 됐다.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 추이 [자료 하나금융투자] 알파엔터,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까.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 ‘디즈니’를 보자. 디즈니 전체 매출에서 애니메이션(동영상, 엔터)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다. 하지만 테마파크 캐릭터 상품 등 파생상품이 전체 매출의 42%나 차지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자체가 엄청난 성장 동력인 셈이다.   알파엔터도 디즈니가 구사했던 인수합병(M&A) 전략을 고스란히 벤치마킹하고 있다.  디즈니는 영화 '스타워즈'를 만든 루카스필름 등 영화사를 인수하는 것을 물론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2006년), 마블엔터테인먼트(2009년) 등 애니메이션 업체를 사들였다. 물론 이들이 가진 캐릭터 판권까지 모조리 가져왔다. 알파엔터도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섰다. 덕분에 중국 시장에선 “디즈니가 18년 동안 추진한 일을 6년 만에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 매출구조 [자료 디즈니 연간보고서]  ━ 알파엔터, 지적재산권 가치 확대에 주력중국 최대 UGC업체도 인수 알파엔터의 경영실적은 어떨까. 2015년 매출은 25억9000만 위안(4300억원)으로 매년 1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벌써 전년도 전체 매출의 60%에 달하는 15억2000만 위안을 거뒀다. 역시 캐릭터 장난감 매출이 크게 기여했다. 한편 2015년 알파엔터가 인수한 한 기업 때문에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인수기업은 중국 최대 UGC(User Generated Content, 사용자 생성 콘텐츠) 사이트인 ‘요우야오치(有妖气)’다. 요우야오치는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사실상 ‘개인 지적재산권 창고’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운영하는 UGC 페이지보다 이용자가 많다.   UGC와 PGC 유형 비교. 최근엔 개인 제작자들이 만든 콘텐트가 뜨면서 UGC 형태의 사이트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자료 셔터스톡] 요우야오치를 인수 목적 역시 지적재산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함이다. 한국에서도 웹툰 같은 사용자 참여 콘텐트들이 영화 제작 등 상품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알파엔터도 ‘애니메이션-영화-게임’으로 가는 콘텐트 제작 흐름 추세에서 캐릭터 등 고유 지적재산권을 제작 초기부터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알파엔터가 요우야오치를 인수하고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UGC를 이용하면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유료 사용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알파엔터는 요우야오치에서 나오는 지적재산권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력이다. 미국 디즈니사의 전략을 철저히 따르고 있는 '알파엔터', 몇 년 후 이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   글=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조용준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2017.05.08 18:49

  • “43년 전에도 한반도 부근에 中 핵잠수함이 있었다!”

    “43년 전에도 한반도 부근에 中 핵잠수함이 있었다!”

    2009년 4월 전략 핵 미사일을 탑재한 중국 핵 잠수함 ‘창정 6호’가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에서 군 통수권자인 후진타오 前 국가주석의 사열함 앞을 지나고 있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선박들은 이날 열린 중국 해군 창설 60주년 기념 열병식에 초청된 외국 군함들이다. [사진: 중앙포토]중국은 반세기 전에도 핵잠수함을 만들었다?지난달 25일 중국 언론사인 봉황망에 따르면 1970년 진수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중국 첫 핵잠수함 ‘창정(長征) 1호(한 급∙091형)’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중국 최초의 한(漢) 급 핵잠수함으로 길이 100m, 폭 11m, 배수량 5000t급 잠수함이다.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68주년을 맞아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해군 박물관에서 공개된 이 잠수함은 1974년 정식으로 해군에 배치된 뒤 39년간 복무를 마치고 2013년 10월 29일 퇴역했다.  중국 첫 핵잠수함 ‘청정(長征) 1호(한 급?091형)’ [사진 신화망]퇴역한 지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화제가 될까. 2013년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이 중국 북해함대에 소속된 핵잠수함 기지를 공개하면서 알려질 정도로 ‘창정 1호’의 존재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중국 정부는 퇴역 후 바로 공개하지 못한 것도 핵 추진 관련 시설과 각종 폐기물 등 부속물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창정 1호’는 중국인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다. 중국 최초 자국 기술로 개발한 첫 핵전력 자산인 데다 중국을 세계에서 미국∙소련∙프랑스∙영국에 이어 5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의 반열에 올라서게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은 초라했다. 심지어 ‘창정 1호’는 개발 초기 중국 공산당의 골칫거리였다. 제대로 된 개발 지원을 해줄 리 없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돈이 많이 드는 잠수함보다 중거리 탄도탄이라 대륙 간 탄도탄 개발을 더 선호했던 탓이다.  ━ 中 첫 핵잠수함, ‘창정 1호’공산당도 시큰둥, 문화대혁명 때 부품 약탈당해 고난은 계속됐다. 건조가 한창 진행 중이던 1969년은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이 일어난 시기다. 관련 연구기관은 홍위병이 습격해 부품이나 물자까지 약탈해갔다. 심지어 중국 해군 고위급 군 간부는 물론 기술진까지 폭행당하기 일쑤였다. 핵잠수함 건조 기술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탓에 소련의 기술원조도 못 받았다. 다행히 1989년 이전에 미국과 중국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덕분에 프랑스에서 일부 건조 기술을 들여올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무역 경쟁국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미국이 묵인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의 첫 핵잠수함 ‘창정 1호’는 진수 후 북해함대사령부에 첫 배치돼 한반도 인근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자료 중앙포토]실전 배치까지 17년이나 걸리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동북아에서 최초로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 1974년 ‘창정 1호’는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북해함대사령부에 실전 배치됐다. 사실상 43년 전부터 한반도 부근에 중국 핵잠수함 부대가 존재했던 셈이다. 대만해협에서도 존재감은 상당했다. 중국 해군은 1990년 이전까지 대만 해군보다 열세였지만, ‘창정 1호’를 배치하면서 전략적 열세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 1974년 북해함대사령부 배치40년 전부터 한반도 인근 작전 수행  일본 자위대가 2006년 10월 25일 도쿄 인근 사가미 만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은 항공자위대 소속 P-3C 초계기의 열추적 미사일을 따돌리기 위한 플레어(고온의 섬광탄)를 쏘며 비행하는 모습이다. [사진 중앙포토]하지만 창정 1호도 세월의 흔적과 기술적 미완성을 감출 수 없었다. 2004년 10월 일본 영해에 들어갔다가 미 해군과 해상자위대에서 한 달 동안 추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만큼 소음이 큰 편이었고,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 P-3C의 탐지 능력도 뛰어났다. 미 해군도 곧바로 오키나와와 괌 주변에서 함정을 투입하고 항해 경로 파악에 들어갔다. ‘은밀성’이 최대 무기인 핵잠수함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꼴이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바다의 경운기’라 불린 것도 이때부터다.  중국 동해함대의 잠수함들이 중국군 창설 78주년인 2005년 8월 1일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동중국해에서 열린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그래도 아시아에 마땅한 조선소조차 없을 때 중국이 직접 만들어 낸 아시아 최초 핵잠수함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창정 1호’ 공개 시점이 묘하게도 지난달 26일 거행한 중국 첫 국산 항공모함인 ‘산둥호(001A형)’ 진수식과 겹친다”며 “창정 1호 내부를 민간에 최초로 공개한 것은 최근 중국이 앞으로 막강한 해군력을 갖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첫 국산 항공모함 ‘산둥호’ 진수식 날과 ‘창정 1호’ 공개일자 비슷, 해군력 강화 의지 천명한 셈한편 중국은 창정 1호보다 진화한 최신형 진(Jin)급 핵잠수함 4척을 운용 중이고, 2020년까지 8척 더 건조할 예정이다. 창정 1호보다 배수량 2배가 넘는 1만1000t급으로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간탄도탄(SLBM)의 함재가 가능하다. 현재 4척이 남중국해 하이난 섬의 지하잠수함 기지에 배치돼 작전 운용이 가능하다. 특히 진급 핵잠수함은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항행성능과 정밀한 적 탐지 능력 그리고 스텔스 성능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랩 김영문

    2017.05.06 02:00

  • [미래100년기업]롯데보다 1조원 더 버는 국민과자기업은?

    [미래100년기업]롯데보다 1조원 더 버는 국민과자기업은?

    대만기업인 왕왕식품은 과자 산업계에 한 획을 그은 기업입니다. 2016년 기준 대만 20대 글로벌 브랜드 가치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쌀과자로 유명한 왕왕(旺旺)그룹의 차이옌밍(蔡衍明) 회장. 대만 최고의 갑부다. [출처: Vicai.com] 왕왕식품은 쌀과자, 스낵, 유제품, 음료, 빙과류, 젤리, 사탕 등을 생산하는 제과기업입니다. 왜 이름이 왕왕이냐고요? 왕왕그룹 차이옌밍 회장에게는 애견이 있는데 강아지를 좋아하다보니 강아지 울음소리를 뜻하는 중국어 '왕왕'을 따왔다고 합니다. 물론 왕왕은 왕성하다, 번성한다는 뜻의 한자와 발음이 같기도 하지요. 이래저래 길한 이름이었던 겁니다. 왕왕그룹은 1962년 대만기업으로 시작했으며 1983년 일본 회사와 제휴해 왕왕 브랜드로 쌀과자로 히트를 치게 됩니다. 199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왕왕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재래식 쌀과자를 위생적인 과자로 인식시키는데 성공합니다. 먹거리위생에 신경을 쓰게 된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입니다.   쌀과자 ‘왕왕 센베이(旺旺仙貝)’는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과자가 됐습니다. 왕왕 과자가 든 종합선물세트는 설(춘제, 春節)에 중국 어린이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출시한 쌀과자가 성공을 거두자 왕왕은 스낵, 음료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브랜드 강화를 하고 있습니다.   실적을 볼까요. 왕왕그룹은 2016년 기준 매출 197억 위안(3조2510억원)을, 순이익은 48억 위안을 기록했습니다. (롯데제과의 매출액이 2조 2482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왕왕그룹이 더 규모가 큽니다) 매출 구성을 보면 쌀과자류가 53%를, 유제품류가 47%를 차지했습니다.    차이옌밍 [출처: 왕이 재경] 왕왕식품은 중국 전역에 36개 이상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8000여개의 대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탄탄한 판매 네트워크로 대륙을 꽉 잡은 것이지요.   차이옌밍(蔡衍明)왕왕그룹 회장은 '쌀과자의 대왕'으로 불립니다. 포브스가 선정한 대만 최고 부자 자리를 여러번 차지했지요. 그의 재산은 106억달러(13조원)수준입니다. 두 대의 자가용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지요.   그가 처음부터 잘 나간 건 아닙니다. 그는 파산 직전까지 몰린 기업을 아버지에게 물려받아 중화권에서 가장 유명한 쌀과자 업체로 키운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대표제품인 쌀과자와 캔디는 중국·대만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빼앗긴 적이 없다고 전해집니다.   파산직전 몰린 기업 물려받아무조건 반품원칙으로 신뢰회복해 왕왕그룹의 전신은 1962년 차이의 아버지가 설립한 대만 이란식품공업(宜蘭食品工業)입니다. 이란식품은 통조림을 만들던 작은 기업이었죠. 차이는 19세 때인 1982년 아버지의 회사인 이란에 취직하게 됩니다. 그러나 통조림 사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서민들에게 인기 있는 쌀과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차이는 1983년 대만에 진출한 일본 쌀과자 업체 이와쓰카(岩塚)제과의 도움으로 쌀과자 '왕왕센베(旺旺仙貝)'를 출시했습니다. 불과 20살때의 일입니다. 가격은 저렴한데 포장은 세련되고 맛있는 이 과자는 출시한지 7년만인 1990년에 대만에서 시장점유율 90%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왕왕그룹은 대만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199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합니다. 대만 기업 최초로 중국 대륙에 상표를 등록한 기업이 된 것이죠.   그러나 왕왕센베에겐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센베형식의 쌀과자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여개 이상의 유사품들이 쏟아지게 됩니다. 왕왕선베의 시장점유율은 곧 50%대로 뚝 떨어지게 됩니다.  이에 왕왕그룹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전략으로 맞섰습니다. 유사 제품보다 낮은 가격으로 쌀과자를 공급하고 전국적인 유통망 구축에 나섭니다.   설레임과 비슷한 마시는 아이스크림을 내놓은 왕왕 [출처: 바이두] 또한 유통 기한이 지난 제품은 무조건 반품해주면서 다른 기업이 갖지 못할 수준의 신뢰를 쌓게 됩니다. 왕왕그룹의 전략이 통해서 그 후 3년 뒤에는 과거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왕왕그룹 사업 영역에는 과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왕왕그룹은 자금난으로 허덕이던 홍콩의 유명 TV 방송국인 아시아텔레비전(亞洲電視, ATV)을 사들였습니다. 또한 90년 역사를 지닌 대만의 언론사인 중국시보(中國時報)그룹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시보는 공중파 방송인 중국방송과 케이블방송인 중천방송까지 보유한 미디어네트워크입니다.   왕왕은 의료·호텔·부동산 등으로도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왕왕보험과 워터랜드 파이낸셜 홀딩스(國票金融)를 통해 금융 투자에도 나섰습니다.   차이나랩 서유진 

    2017.05.05 11:55

  • 양고기 하나로 중국 외식업계를 평정한 사나이

    양고기 하나로 중국 외식업계를 평정한 사나이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의 인기가 뜨겁다. 대림역과 건대 차이나타운에는 주말마다 훠궈를 찾아온 미식가들로 붐빈다. 유명 맛집 TV 프로그램에서 일부러 훠궈 집을 찾아다닐 정도다.   샤오페이양(小肥羊). 홍대에 위치한 훠궈 전문점이다. 국내에서 중국 본토 요리가 유행하기 전인 2008년 문을 연 이후, 10년째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 시내 제대로 된 훠궈 식당을 찾기 힘들었던 당시 중국 본토 훠궈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국내에 처음 훠궈를 알린 '원조'격인 셈이다.  중국 훠궈 체인 샤오페이양 [출처: 샤오페이양]  사실 샤오페이양은 중국 외식업계에서 신화와 같은 존재다. 지난 1999년 네이멍구에서 문을 연 이후 중국 전역에 700개가 넘는 가맹점을 보유한 중국 최대 외식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08년에는 훠궈 프랜차이즈 최초로 홍콩 증시에 상장했으며, 외식 기업으로는 최초로 중국 500대 기업 100위권에 들기도 했다.  샤오페이양 창업주 장강(张钢)회장의 창업 스토리 역시 흥미진진하다. 일용직 노동자 가정에서 자란 장강 회장은 타고난 장사꾼 기질로 중국 최대 외식 프랜차이즈 샤오페이양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중국 외식 업계를 대표하는 자수성가 기업인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의 롤모델이다.  ━ 돈 냄새를 맡다  장강 회장은 1964년 11월 네이멍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식탐이 강했다. 5~6살 때부터 주먹만 한 만두 5~6개를 앉은 자리에서 먹어치웠다. 먹성 때문인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몸집이 월등하게 컸다. 머리도 영특했다. 그는 17살에 네이멍구의 명문 전문학교인 바오강 기술 학교에 입학했다. 3년 내내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다른데 있었다. 바로 '장사'였다. 그는 하루빨리 돈을 벌어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한 번은 같은 반 친구들과 옆 동네 여성 직업학교에 놀러 갔다. 당시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나팔바지가 크게 유행하고 있었는데, 사춘기 남학생들에게 이 나팔바지를 입은 '누나'들은 말 그대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장 회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여학생들에게 나팔바지를 떼어다 팔아봐야겠다는 것. 그는 즉시 친구들에게 50 위안을 빌려 의류 도매시장을 향했다. 나팔바지를 손에 넣은 장 회장은 몰래 여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나팔바지를 판매했다. 결과는 대성공. 10일 만에 300위안을 벌었다. 당시 장강 아버지의 월급이 50 위안이 채 안됐다.   기술학교를 졸업한 장강은 바오강 철강그룹의 용접 기술자가 됐다. 덩달아 고생길도 열렸다. 40도를 넘나드는 고열 속에서 용접을 해야 했다. 수분 부족으로 쓰러지기가 일쑤였고 피부도 새까맣게 탔다. 그러던 어느 날 장강의 직속 선임이 심장병으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병문안을 간 그에게 선임은 "지난 20년 청춘을 바쳐 일했지만, 남은 것이라고는 심장병 하나"라고 말했다. 이 말 한마디에 장 회장은 회사를 뛰쳐나왔다. 장 회장은 과거 나팔바지를 팔던 경험을 되살려 의류 도매시장을 찾았다. 3일간 사업 아이템을 찾았으나 마땅한 것을 찾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 술을 들이켜고 있는데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그는 이곳 도매 시장의 큰 손으로, 사업 자금  대출을 앞두고 자신을 대신해 은행 관계자와 술을 마셔 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먹는 것 하나는 자신이 있었던 장 회장이 나섰다. 장 회장은 보수로 돈이 아닌 사업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했다.   장 회장은 일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이에 의류 도매업자는 장 회장에게 바람막이를 팔아보라고 권했다. 네이멍구에서 여름을 제외한 봄, 가을, 겨울 내내 필요한 유일한 옷이라는 이유였다. 이에 장은 그의 말에 따라 바람막이로 사업을 시작, 한 달 만에 2000 위안을 벌어들였다. 타고난 장사꾼 기질 덕에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셔츠, 니트 등을 팔며 8년 동안 10만 위안 넘는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옆 매장 사장님이 찾아왔다. 광저우에 가서 핸드폰을 떼어다 팔아보려 하니 돈 좀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의 후각이 또 한번 발동했다. 90년대 중반. 중국에서 막 핸드폰이 유행하기 시작할 때다. 당시 핸드폰 한대 가격이 5000 위안이었는데 중국의 국영 이동통신사는 이를 1만 위안에 팔고 있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8000 위안에 팔아도 3000 위안이 남았다.  그는 바로 중국 이동통신사 옆에 돗자리를 깔고, 핸드폰 1대에 8000위안이라는 문구를 써 붙였다. 핸드폰을 사기 위해 이동통신사를 찾은 손님들의 시선이 자연히 장 회장의 노점으로 끌렸다. 공수해 온 10개의 핸드폰이 단 5분 만에 팔렸다. 그 후 장 회장은 매일매일 다른 이동통신사를 찾아다니며 노상을 깔고 핸드폰을 팔았다. 공안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망보는 사람까지 구했다.   불과 두 달 뒤 장 회장의 손에는 이미 목돈이 들려있었다. 본격적으로 대리점을 만들고 사업을 확장시켰다.1998년 장 회장은 네이멍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핸드폰 유통업자로 변신해 있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잠시였다. 노키아, 에릭슨, HTC와 같은 수입 브랜드들이 국내시장에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덩달아 핸드폰 한대를 팔아서 벌 수 있었던 수익이 몇 천 위안에서 몇 십 위안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는 또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고 직감했다.  ━ 훠궈에 빠지다  1998년 겨울 장 회장은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장 회장은 가족 들과 함께 근처 양고기 훠궈 집을 찾았다. 그런데 배가 너무 고팠던 탓일까? 그는 앉은 자리에서 양고기를 6판 넘게 먹어치웠다. 먹는 내내 그의 머리에는 한가지 생각만이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지?" 그는 즉시 사장을 찾아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훠궈 집 사장은 조상 중에 건륭제 때 황실 요리사가 있었고, 그때부터 전해져 내려온 비법으로 훠궈 육수를 만들어 왔다고 답했다. 장 회장은 다음날 즉시 4개의 대리점을 정리해 50만 위안을 현금화했다. 그리고 훠궈 집 사장 앞에 떡하니 내려놨다. 내게 그 비법을 파시오 육수 비법을 얻은 장 회장은 최상의 양고기를 찾아 나섰다. 네이멍구에서 나고 자란 그는 훠궈의 성패는 양고기에 달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찾아낸 것은 시멍 초원에서 자라는 새끼 양고기였다. 1999년 8월 그는 샤오페이양이라는 이름의 첫 훠궈 집을 네이멍구 바우터우시에 냈다. 궁중 조리방식, 시멍초원 새끼양이라는 차별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반응이 좋았다. 첫날 준비해 놓은 양고기가 모두 팔려나갔다. 가게는 금세 입소문을 탔고,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하루 저녁 회전율이 5회를 넘어갈 때도 있었다(훠궈는 오래 먹는 음식이다). 기세를 몰아 잇따라 분점을 내며 세를 넓혀나갔다.  사업에 수완이 좋았던 그는 전국 프랜차이즈 모집에 나서기로 했다. 각 성에 본부를 두고, 가맹점 형식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그러면서 그는 3가지 원칙을 내걸었다.  첫째는 모든 가맹점의 재료의 질이 똑같아야 한다는 것. 둘째는  음식의 맛이 똑같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장 회장은 공장을 차려 훠궈 소스를 본부에서 직접 제조해 전국에 제공하도록 했다. 동시에 시멍 초원 현지 공장과 계약을 체결, 전국 가맹점에 새끼 양고기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원칙. 바로 모든 대리점들에게 연간 35%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단 첫 번째, 두 번째 원칙을 잘 지킨다는 가정하에서였다. 그 결과 샤오페이양의 전국 대리점은 빠르게 늘었고, 동시에 음식의 맛과 질도 보장됐다. 실제로 그가 프랜차이즈를 내면서 만든 슬로건이 "다 같이 돈 벌자"였다. 2002년 샤오페이양의 전국 가맹점 수는 520개까지 늘어났다. 2003년에는 매출이 처음 25억 위안을 넘어섰다. 일약 중국 최대 외식 프랜차이즈로 올라섰다. 2004년에는 쟁쟁한 기업들을 제치고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TOP 100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위기도 찾아왔다. 가맹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관리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 것. 선전의 한 샤오페이양 대리점에서 내놓은 돼지고기에서 기준량 이상의 식품 첨가제가 검출됐다. 동시에 여러 지역의 샤오페이양 대리점에서 위생 관련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장 회장은 "성장이냐 아니면 품질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는 품질을 택했다. 당시 중국 최대 유제품 기업 멍니우의 인재들을 대거 영입했다. 장 회장은 CEO 자리까지 사임하며 가맹점 관리 전반을 이들에게 맡겼다. 사건이 터진 후 샤오페이양은 베이징에 고객센터 본부를 만들었다. 동시에 가맹 비용을 올려 진입 문턱을 높였다. 평가를 통해 실적이 저조하거나 문제가 있는 프랜차이즈들과의 계약을 단호하게 해지했다. 장 회장이 직접 물류업에 뛰어들어 전국에 신선한 양고기를 공급할 수 있는 유통망을 구축한 것도 바로 이때다.   2005년 샤오페이양의 매출은 43억 위안을 넘어섰다. 런던 소재 유명 사모펀드인 3i 그룹으로부터 2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함과 동시에, 뉴질랜드, 런던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리고 2008년 샤오페이양은 성공적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중국 증시 사상 첫 번째 훠궈 테마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샤오페이양의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약 33억 홍콩달러까지 뛰면서 장 회장은 돈방석에 앉았다.  현재 샤오페이양은 kfc, 피자헛 등을 자회사로 둔 세계적인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얌에 속해 있다. 지난 2011년 중국 외식 시장에서 큰 가능성을 본 얌이 샤오페이양을 전격 인수했기 때문이다.   당시 쑤징스(蘇敬軾) 얌 브랜드 중국 사업부 최고경영자(CEO)는 "샤오페이양이 오래전부터 해외 진출을 시도해왔고 훠궈가 세계 시장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전 세계 최대 외식체인을 보유한 얌 브랜드와 합작이 필요했다"면서 "샤오페이양 브랜드와 훠궈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매각 후에도 샤오페이양의 지분 5.6%를 보유 여전히 최고 경영자로 남아있다.   차이나랩 이승환 

    2017.05.03 12:44

  • "진짜 사드보복, 아직 시작도 안됐다"

    "진짜 사드보복, 아직 시작도 안됐다"

    현대중국학회(회장 정종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내 중국 연구 학계를 대표하는 학회다. 중국을 연구하는 대학 교수, 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학회가 지난 4월 14일 서울대에서 '2017년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하루 종일 진행된 이날 학회의 마지막 세션은 '사드 긴급 토론'.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백우열 연세대 교수,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모더레이터, 베이징 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등이 패널로 참석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차이나랩이 김한권 교수와 지만수 연구위원의 발표를 정리했다.    ━ 정치적 측면에서의 사드  ◇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가장 핵심은 사드를 보는 중국과 한국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은 출구전략을 찾아야하고 중국도 해법으로 가는 것을 찾아야 하는데 일단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 양국의 '안보 이익'을 보자.   안보이익한국: 북핵의 위협 중국중국: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의 변화 사드를 볼 때 한국은 접근한 이유가 북핵 위협때문에 사드에 접근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 때문에 사드 이슈를 중시한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출구 전략과 해법도 다르다. 출구 전략과 해법한국: 중국의 보복조치 중단 및 관계회복 중국: 한국 측에서 명분과 대안 제시 중요한 것은 한국이 MD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지 여부다.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더라도 그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또한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기존에 사드에 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신(新) 정부에도 이어가는지 여부도 관건이다. 일부 학자들은 희망적인 관측을 한다. "중국도 시간이 지나면 사드 문제에 관해 괜찮아지겠지"라는 반응인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가장 좋은 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사드 문제가 해결이 나면 좋지만 그건 쉽지 않아 보인다. [출처: 중앙포토] 일부 학자들은 희망적인 관측을 한다. "중국도 시간이 지나면 사드 문제에 관해 괜찮아지겠지"라는 반응인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가장 좋은 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사드 문제가 해결이 나면 좋지만 그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조금이라도 숙고할 여유가 있을 때 사드에 대해 더 많은 논의를 해야하며 한국의 분명한 입장을 세워야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출처: 차이나랩] 한국은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기본 조건은 미국과의 동맹은 분명히 한다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신(新)냉전구도다.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에게 핵을 인정받는 모양새라면 안 된다. 미군에 전작권을 반환하는 건 한국군이 능력이 될 때까지 조금 늦추는 것이 좋다. 또한 정보공유 시스템 등은 미국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미일 체제로 완전 돌아서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중국과의 협상 공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 경제적 측면에서의 사드  ◇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경제적인 측면에서 사드를 보겠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다기보다 저는 양쪽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보복으로는 관광객이 오지 않는 등 가시적인 것이 하나가 있고 또 하나의 보복은 사드 이후에 벌어질 상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국이 판단하기에 "한미일이 중국을 포위한다"라고 인식할 때 또 다른 보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문화 콘텐츠나 관광 산업에서 이뤄진 보복의 특징은 '요란한' 보복이다. 일반 국민들도 다 느끼고 반응할 수 있다. 중국 입장은 아직까지 한반도에 사드 배치가 확정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일부러 요란하게 보복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 반중 정서가 아주 팽배해지는 것은 중국에도 손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상징적인 조치, 여론을 흔드는 조치만을 하고 있다.   중국이 나중에 하게 될 것은 요란한 보복이 아니라 조용한 보복을 할 것이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진짜 보복이 이뤄진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댜오위다오 사태 때는 초반에 일본 제품을 불에 태우는 등 요란한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에 처음에는 구체적인 경제 조치가 있던 건 아니다. 들여다봐도 별로 없다. (희토류 분쟁은 조금 다른 스토리다. 중국은 2009년부터 수출을 않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단지 댜오위다오 이슈가 불거진 건 시기가 겹친 것으로 보여진다)  진짜 보복은 그 다음부터였다. 일본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2012년에서 2013년으로 갈 때 1.6%포인트가 줄어든 일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한국과 일본, 대만은 중국 내에서 시장점유율이 늘어날때는 같이 늘어나고 줄어들 때는 같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는데 유독 그 해에만 일본의 시장점유율만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중국이 행한 조용한 보복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이슈 때문에 경제가 직접 영향받은 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출처: 차이나랩] 위축은 양국간 투자에서도 나타났다. 원래는 2014년만 해도 70억 달러를 유지하던 중일간 투자규모는 지금은 3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이걸 보면 알 수 있는 게 중국과 일본이 서로 상대방에게 컨트리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게 진짜 무서운 것이고 조용히 경제에 반영되는 것이다. 사드 문제에서도 동일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에는 일본과 대만이 이익을 보고 한국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 조용한 보복은 중국의 신규 산업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식으로 일어날 것이다. 즉, 원래부터 해오던 일들이 깨지는 게 아니고 아예 중국과의 신규 사업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라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이런 조용한 보복에는 한국이 대응하기 어렵다. WTO에도 제소하기 어렵고 수출은 안 될 것이다. 중국이 자신들의 체제 특징을 활용해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조용한 보복 역시도 약점이 있다. 중국이 '공식' 발표를 못하기 때문에 이걸 강하게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한국 측은 일단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다. 사실 한국의 경제부처가 최근에 대응한 것도 '소극적'이라고 하기 보다는 고민이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만 제가 좀 걱정이 되는 것은 한국이 나중에 '환율조작국'압력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에 미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을 세웠다. 미국은 100일 동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중국 측에 압박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별로 이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 하고 양국 포괄적 협력이라고만 이야기한다.   일단 중국은 미국에 의한 환율 조작국 지정은 피했지만 이게 오히려 한미 간의 논의에 섞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5월 9일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한국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무역불균형 이야기가 나오고 미국에게 '환율 조작국' 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차이나랩 서유진 

    2017.05.03 12:44

  • [차이나 헬스케어] 성인병도 누구에겐 투자 기회, 어떤 기업있나?

    [차이나 헬스케어] 성인병도 누구에겐 투자 기회, 어떤 기업있나?

    급격하게 고령화를 맞는 중국도 성인병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 중국인, '건강'에 눈 뜨다!헬스케어, 의료기기 시장 급성장 중   중국이 늙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건강관리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게다가 소득도 점차 늘면서 더 나은 의료시설을 찾기 시작했다. '성형'하러 한국에 오던 중국인이 주였지만, 이제는 성인병 질환을 치료하려는 이들도 비행기 티켓을 끊고 있다. 중국도 성인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인의 3대 사망 원인으로 암·뇌혈관·심장 질환 등이다. 식습관이 점차 서구화되면서부터다. 중국 헬스케어 시장도 소위 ‘3 고(高)’ 현상에 집중돼 있다. 바로 3대 사망 원인에 직결되는 고혈압·고혈당(당뇨)·고지방(고지혈) 등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인 중 고혈압 환자가 1억6000만 명, 당뇨병 환자는 9200만 명 그리고 고지혈 환자가 1억6000만 명에 달한다.   중국 주요 의료기기 시장 점유율 ? 로컬 VS 다국적기업 [자료: 하나금융투자, *심혈관계 의료기기는 스텐트, 심장박동기, 심장판막 등을 포함] 중국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공립병원 개혁과 민영병원 확대에 신경 쓰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역 병원에서 중대 질환의 90% 이상을 치료한다는 것이 목표다. 먼저 지역 공립병원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시설투자에 나선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총 1200억 위안(19조4000억원)를 투자해 공립병원의 낙후된 의료기기를 모두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 중국 정부, 병원 확대 정책의료기기 국산화 정책 본격화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전역 17만 개 의료기관에서 사용 중인 의료기기 15%가 1975년 전후 생산됐고, 80년대 생산돼 30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기도 60%나 됐다. 지역 민영기업에도 보조금과 대출을 통해 100억 위안(1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중국 향후 5년간 경제사회 발전의 청사진인 '13차 5개년 규획(2016~2020년)'에 따라 최첨단 영상장비 등을 국산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지가공명영상(MRI), 뇌 컴퓨터단층촬영(CT), 도플러 및 초음파 검사, 정밀 심장검사, 뇌혈관조영술, 단일양자방출단층촬영(SPECT) 등 선진국에 의존하는 첨단 진단 장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러푸의료가 생산하는 스텐트 [사진 러프의료] 지금도 지방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의료기기를 대체할 수 있는 중국산 중저가 의료기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덕분에 실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산 의료기기 분야는 매년 10% 이상 성장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2005년까지 해외 업체에 100% 의존했던 디지털 X-ray 시장이다. 2011년부터 중국 업체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혈관계 의료기기인 의약물 방출 스텐트(drug-eluting stent) 시장도 중국 '러푸의료(이하 러푸)' 등 중국 업체가 81%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2003년 시장에 첫 제품을 내놓은 지 13년 만의 일이다.  매출도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30%에 가까운 매출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기업 제품 가격보다 40%나 더 싸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국산화에 의지를 다진 중국 정부의 노력이 통하는 셈이다.   ━ 글로벌 기업 맞먹는 '러프의료'스텐트, 심장박동기 등 생산 중국 1위 최근 몇 년간 중국 의료기기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앞서 본 러푸, 초음파 기업 마인드레이(Mindray), 임플란트 기업 마이크로포트(MicroPort) 등은 글로벌 기업을 적극 인수합병(M&A) 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물론 연구개발(R&D)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중국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20년에 550억 달러 규모로 커져 전 세계 2위 의료기기 시장이 될 전망이다. 러프의료가 생상한 인공 심장박동기 [사진 러푸의료] 이 중에서 중국의 스텐트 및 심장박동기 1위 업체로 자리 굳힌 러푸를 살펴보자. 러푸는 심혈관 관련 스텐트, 심장박동기 등을 주로 생산하는 중국 기업이다. 1999년 6월 설립돼 2009년 10월 중국 선전거래소 창업판에 상장했다. 현재 상장된 중국 의료기기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인 러푸는 심혈관계 의료기기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러프의 사업영역은 크게 의료기기, 약품 위탁판매, 의료 서비스, 기타 전략 사업(스마트 의료 서비스, 금융 등) 등 총 네 가지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전체 매출의 70%가 의료기기에서 나왔다. 심혈관 관련 제약사업에서도 30%나 거뒀다. 러푸는 심장 내 막힌 혈관을 넓혀 주는데 쓰이는 의료기기인 '스텐트(stent)'로 유명한 기업이다. 중국 의료시스템 개혁의 주축인 '심혈관 센터 사업'과도 맞물렸다. 러푸는 현급(县级) 지역병원과 공동으로 심혈관 센터를 설립하고, 심혈관계 의료기기와 관련 약품 그리고 전문 기술진·의료진 양성을 지원하고 있다. 러프의료 사업 비중 [자료: 하나금융투자] 정책과 맞물린 탓에 이익도 매년 30%씩 더 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벌써 10억 위안(1650억원)의 매출을 거둬올렸다. 지난해보다 29.2%나 증가했고, 순이익은 31.2%나 늘었다. 버는 것만큼이나 연구개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연간 연구개발에만 2억3000만 위안(380억원)을 투자했다. 2009년부터 매출액의 7%대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4분기까지 FDA 인증을 받은 제품이 총 11개, 119개 품목이 CE 인증을 획득했다.   ━ 중국 사망원인 1위, 심혈관계 질환'러프', 핵심 사업 심혈관계 의료기기  최근 중국인 사망원인 1위는 심혈관계 질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하나금융투자]  ━ 의료 서비스, 온라인 사업 진출도 노려 올해 내놓을 신제품도 허가를 앞두고 있다. 스텐트 분야 강자인 러푸는 혈관에서 녹는 '생체분해 스텐트(NeoVas)'를 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시판 허가를 받으면 내년부터 매출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중국 업체로는 최초로 중국 식약청(CFDA)으로부터 '듀얼챔버 인공심장박동기' 생산 허가를 얻어냈다. 러프의료 매출과 순이익 연도별 변화 추이 [자료 하나금융투자] 중국 심장박동기 시장은 5년 안에 300억 위안(5조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러푸가 현재 외국산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심장박동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연구개발에 적극적인데다 외국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상당하고, 중국 의료산업 개혁 정책의 수혜주로 중국 내에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러푸의료는 심혈관계 치료 장비인 스텐트, 심장박동기 사업뿐만 아니라 심혈관 치료센터 등 의료서비스 사업도 꾸준하게 추진 중이다. [자료 하나금융투자] 의료 서비스와 온라인 사업 등 기타 전략적 사업 영역도 확장 중이다. 러푸는 중국 2-3선 중소형 도시의 심혈관 전문병원을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급 지역병원과는 심혈관 치료센터 공동 사업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체외진단기기(IVD) 부문에도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앞으로 3년 후 관련 시장을 장악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의료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던 스텐트와 심장박동기, 이제 중국 기업도 만들고 있다. 러푸, '가격경쟁력'과 '기술'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 날도 머지않았다. 글=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2017.05.01 19:14

  • 110억짜리 럭셔리 자동차가 상하이로 간 까닭은?

    110억짜리 럭셔리 자동차가 상하이로 간 까닭은?

    세미나 참석 차 들른 상하이, 마지막 날(4월 22일)은 토요일이었다. 무엇을 할까? 신천지에 가서 홀로 맥주를 즐겨볼까, 황푸(黃浦)강 바라보며 커피를 한 잔 할까? 아니면 모두 귀찮은데 그냥 호텔에서 뒹굴다 비행기 타러 갈까… 이임을 하루 앞둔 한석희 상하이 총영사가 옆구리를 툭 친다. 한 소장, 상하이 모터쇼 지금 하고 있잖아요. 거기 다녀가시죠. 아마 한 소장이 특파원 생활할 때 하고는 많이 다를 겁니다. 독자들에게 생생한 얘기도 전해주시고… 그렇게 '2017 상하이 모터쇼' 취재가 시작됐다. 상하이자동차 룽웨이 브랜드 전시 무대 [출처: 차이나랩, 이하 동일]  ━ 로컬(중국)기업, 전시관을 장악하다 1호 관은 역시 상하이의 자부심 '상하이자동차(上汽)그룹'이 차지하고 있었다. 무대에는 미녀가 돌고 있었다. 상하이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룽웨이(榮威)브랜드 자동차가 무대 중앙에 놓여있었다. 뒤편 거대 디스플레이에는 룽웨이 선전 영상이 흘러나오고, 미녀들은 자동차를 오가며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상하이VW(上海大衆), 상하이GM, 상하이GM우링, Buick, Chevrolet, Cadilac…상하이자동차그룹이 생산하고 브랜드는 많다. 그중에서도 룽웨이 브랜드 승용차를 강조하고 싶은 이유는 뭘까... 그 이유를 알면 상하이 자동차의 역사를 대충 알 수 있다. 상하이에 자동차가 처음 들어온 건 1901년이었다. 이후 상하이가 국제도시로 성장하면서 자동차는 늘어났고, 공산화되기 직전 약 3만 대가 굴러다니고 있었단다. 아시아의 자동차 도시라고 할만했다. 물론 모두 수입해온 차다. 자동차가 있으면 수리점이 있어야 하는 법, 1910년 프랑스 조계지에 상하이엔진공장(上海汽车发动机厂)이라는 이름의 자동차 수리센터가 생겼고, 그게 성장하고 성장해 오늘의 상하이자동차로 발전했다. 상하이자동차그룹 전시장 상하이자동차는 현대 중국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주역이다. 이 회사는 1984년 폭스바겐과 합작으로 만든 상하이VW을 만든다. 그게 시작이었다. 중국은 ‘시장 줄 테니 기술 다오(以市场换技术)’전략으로 외국 기술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상하이자동차그룹은 2000년대 초 미국 GM과 손잡기도 했다. 그런 식이다. 광저우자동차(廣汽)는 혼다와, 우한의 동펑(東風)은 프랑스 지트로앵과, 베이징자동차(北汽)는 현대와, 창춘의 이치(一汽)자동차는 폭스바겐 등과 각각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시장을 주고 말이다.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 5:  상하이의 상치(上汽), 창춘의 이치(一汽), 우한의 둥펑(東風), 광저우의 광치(广汽), 베이징의 베이치(北汽) ....이 밖에도 지리(吉利), 화천(華晨), 창청(長城), 장링(江鈴), 치루이(奇瑞) 등의 로컬 메이커가 있다. 룽웨이는 상하이자동차가 그동안 축적한 기술로 독자 개발한 모델이다. 상하이VW이 외부에서 데려온 양아들이라면, 룽웨이는 자기가 직접 낳은 친자식인 셈이다. 그런데 이놈이 싹수가 있다. 알리바바와 함께 만든 이 자동차는 알리바바가 개발한 첨단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고, 알리바바의 모바일 기술을 흡수했다. 핸드폰으로 작동하고, 알리페이로 주유를 하는 식이다. 기존 자동차 기술에 중국 IT기술을 융합한 것이다. 외국 기술을 베끼는데 주력했던 중국 자동차 회사가 이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기술을 장착하고 있다. 작년 30만 대를 팔았고, 올해는 50만 대를 목표로 한단다. 중국에 자동차 산업은 멀고도 먼, 도저히 서구 기업을 따잡을 수 없는 분야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한 번 해볼 만한 영역이라고 입맛을 다시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가 미국을 따라잡은 건 2010년이다. 그후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총 생산량은 2812만 대, 1750만 여대를 기록한 미국을 1000만 대가량이나 웃돌았다. 지리자동차 전시장 질적인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룽웨이는 그걸 상징하는 브랜드다. '기술과 시장의 맞교환 작전'이 효과를 보고 있다. 볼보(Volvo)를 인수한 지리(吉利)자동차는 "모든 지리자동차는 볼보 기술과 다르지 않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정부는 "가솔린 자동차는 늦었지만,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분야에서는 기술 주도국이 되겠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더 무서운 건 중국 내에서 자동차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하이(上汽), 창춘(一汽), 우한(东风), 광저우(广汽), 베이징(北汽)등에 거대 자동차 단지가 형성된다. 이들 지역은 부품에서 완성차에 이르기까지의 완결된 생산체제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만 하더라도 도입 때 부품의 70%를 한국에서 가져왔지만, 이제는 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한다. 엔진도 중국에서 만든다. 10년 후 세계인들은 디트로이트가 아닌 상하이, 또는 창춘을 세계 최대 자동차 공업도시로 꼽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상하이에서 특파원 생활을 할 때만 하더라도 상하이 모터쇼의 완성차 전시장은 2~3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8개에 달했다. 그것도 1,2,3,4,5호 관까지는 중국 업체와 그 산하 합작사가 채웠다. 중국 자동차 회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치 전시관  ━ 외국 브랜드의 경연, 그들은 왜 상하이로 몰렸나 전시관은 뒤로 갈수록 더 화려했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외국 자동차 업체 전시관이 뒤로 몰려있는 때문이다. 특히 8호 관은 핫플레이스였다. 그곳에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가 전시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차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 이탈리아 아이코나가 제작한 ‘볼케이노 티타늄’이 주인공. 값이 무려 6680만 위안, 우리 돈 110억2200만 원이다. 6.2L, V8엔진을 썼단다. 1000마력, 시속 96km까지 올라가는데 2.8초면 된단다. 최고 속도는 354km. 그걸 보려고 8관 앞에는 언제나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설마 팔려고 내놓은 건 아니겠지? 아냐, 그래도 저걸 사는 사람은 중국인밖에 없을 거야…관객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여왔다. 6관과 8관은 대부분 외국 브랜드 차량이 꽉 잡고 있다. 아우디, 캐딜락, BMW, 링컨콘티넨털, 렉서스, 재규어, 볼보, DS… 세상의 고급 차량은 다 모여있는 듯싶었다. 아우디 전시장 그들은 왜 이곳에 모인 걸까? 답은 하나, 그곳에 시장이 있으니까 온 거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모두 2803만 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도로에서 굴러다니는 차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한 해 2800만 대 이상이 팔리는 곳, 그곳을 놓치고는 자동차의 미래를 논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시장에서 밀리면 3류 자동차 업체로 전락하니까, 죽어라 달려드는 것이다. 그게 바로 2017 상하이 모터쇼가 보여주는 역학이다.   링컨콘티넨털 이거요? 50만 위안(약 8250만 원)정도 합니다. 오늘 3대 가계약했습니다. 링컨콘티넨털 전시장에서 만난 딜러 펑허(馮核)씨의 설명이다.   기술 추격에 매진해왔던 로컬 업체들은 서서히 기술 독립을 이뤄나가고, 부품업체들은 공급선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마이카 꿈에 부풀어있고, 외국 메이커들은 그 소비자를 노리고 달려든다. 거대한 자동차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고, 그 속에서 공급체인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바로 우리 이웃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2017.05.01 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