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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에 눌린 美·日 돈줄, 中 AIIB가 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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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1000억 달러인 AIIB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재원조달 창구다. [사진 중앙포토]

자본금 1000억 달러인 AIIB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재원조달 창구다. [사진 중앙포토]

콧대 높던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막대한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AIIB에 '자금 SOS'를 친 셈이다.
대체 얼마나 필요하길래...

‘26조 달러’

2030년까지 13년간 아시아 인프라 개발에 쏟아부어야 할 자금이다. 지난 2월 ADB가 아시아 4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한국 돈 무려 2경9435조 원. 도로·철도·발전소·상하수도 등 각종 인프라 투자에  매년 1조7000억 달러를 퍼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존 연평균 투자액인 8810억 달러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늘어난 인구, 급격한 도시화가 주요 원인이다.

중국 베이징의 AIIB 본부 건물. AIIB는 2016년 1월 중국 주도로 설립됐다. 발족 당시 참여국 57개 나라. 주요 7개국(G7) 중에는 미국과 일본만 가입하지 않고 있다. 올해 캐나다?벨기에?아일랜드 등 13개국이 가입 신청해 회원국도 70개국으로 늘었다. 67개 회원국을 보유한 ADB도 앞섰다. [사진 AIIB 홈페이지]

중국 베이징의 AIIB 본부 건물. AIIB는 2016년 1월 중국 주도로 설립됐다. 발족 당시 참여국 57개 나라. 주요 7개국(G7) 중에는 미국과 일본만 가입하지 않고 있다. 올해 캐나다?벨기에?아일랜드 등 13개국이 가입 신청해 회원국도 70개국으로 늘었다. 67개 회원국을 보유한 ADB도 앞섰다. [사진 AIIB 홈페이지]

아시아 인구 증가와 급속한 도시화,
앞으로 13년간 매년 1조7000억 달러 필요  

그러나 이 지역 SOC 투자 파이낸싱을 주선해온 ADB와 세계은행은 돈이 궁하다. 투자 여력이 떨어졌다. 세계은행이 먼저 움직였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계은행과 AIIB는 자금조달, 인적교류, 지역∙국가 자원의 다자간 개발 등에 협력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자금력이 풍부했다면,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인 AIIB와 제휴할 이유가 없다. 결국 돈이 궁해지자 AIIB의 자금력에 손을 내밀었다는 게 IB 업계의 분석이다.

아시아 인구 증가와 급속한 도시화, #인프라 투자 매년 1조7000억 달러 필요 #세계은행·ADB 자금력 딸리자 AIIB에 손 내밀어 #“AIIB 국제 질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

이전부터 협력 관계는 어느 정도 유지해왔다. 지난해 4월에도 세계은행과 AIIB는 코파이낸싱(Co-financing∙협조융자) 협약을 체결했다. 파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및 인도네시아 등에서 5개 코파이낸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해 AIIB는 세계은행 산하의 금융회사와 미얀마에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는 “새로운 종류의 국제주의(Internationalism)이념”이라고 표현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더 많은 성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돈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 ADB도 세계은행 뒤를 따르고 있다. 지난 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나카오 다케히코 ADB 총재는 “ADB와 AIIB를 라이벌이나 경쟁 관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하지만 실제는 협력을 모색하는 관계로 AIIB 자금이 투입될 프로젝트도 물색해뒀고, 코파이낸싱이 필요한 프로젝트도 많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1월 16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개소식에서 “AIIB가 세계경제 부양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중앙포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1월 16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개소식에서 “AIIB가 세계경제 부양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중앙포토]

자금력 딸리는 세계은행·ADB
AIIB에 손 내밀어...

자본금 1000억 달러인 AIIB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재원조달 창구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이 약 10곳이 넘는 일대일로 국가에 쏟은 자금만 13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AIIB 출자의 중심인 중국개발은행(CDB)와 중국수출입은행이 인프라 투자 명목으로 내놓은 돈만 벌써 400억 달러나 된다. 이 자금 중 상당액은 AIIB를 통해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투자된다. 설립 불과 2년 만에 1966년 설립된 '아세안 인프라 투자의 터줏대감' ADB를 압도할 기세다.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경제 인프라 건설 구상인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경제 인프라 건설 구상인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AIIB는 지난 해 6월 총 4건의 대형 사업에 뛰어들었다.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와 우즈베키스탄 국경을 잇는 도로 개선 사업 등 모두 2750만달러에 달한다. 이후 방글라데시 다카 지역 배전 시스템 개선 사업(1억6500만 달러), 인도네시아의 빈민가 개발 사업(2억1650만 달러), 오만 동부 해안의 두쿰 항만개발사업(2억8000만 달러)에도 융자를 제공했다. 최근 파키스탄 카라치-페샤와르를 잇는 80억 달러 짜리 철도 사업에도 융자해주는 등 출자 규모를 갈수록 늘리고 있다.

일본이 주도하는 ADB는 이제 역내 주도권을 내려놔야 할까. 일본은 일단 ‘노(NO)’를 외쳤다.  

일본은 ADB에 4000만 달러(454억원)를 추가 출연키로 했다(지난 6일자 요미우리 신문 보도). AIIB를 견제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ADB 총회에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질 높은 인프라 정비를 위해 아시아개발은행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고도기술지원기금을 추가로 설립하고, 2년간 4000만 달러를 더 내놓겠다”고 말했다. 특히 ‘질 높은 투자’를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물량 공세 면에서는 중국에 밀리지만, ‘높은 기술력’도 중요한 투자 자원이라는 소리다.

일본이 아세안 지역에서 펼쳐온 인프라 투자 계획과 비전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일본이 아세안 지역에서 펼쳐온 인프라 투자 계획과 비전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日 ADB 4000만 달러 추가 출연
AIIB 견제, ‘양보다 질(기술)’ 강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입장에선 중국과 일본의 신경전이 반갑다. 중국과 일본이 서로 지어주겠다고 달려들면서 더 쉽고, 많이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희망적이다. AIIB의 투자를 받는 한국 기업도 처음으로 나왔다.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가 수주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소 사업에 AIIB가 8700만 달러(985억원)을 융자하기로 했다.

AIIB는 과연 ADB를 밀쳐내고 아시아 지역의 대표 국제 인프라 투자은행으로 등장할 수 있을까?  

서방의 많은 전문가들은 “AIIB는 중국 일대일로 전략의 한 구성 요소일 뿐”이라며 “중국 국가자본주의를 시현하는 한 툴(tool)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특유의 관료주의로는 복잡한 국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밍완(Ming Wan) 조지 메이슨대 교수 [사진 차이나랩]

밍완(Ming Wan) 조지 메이슨대 교수 [사진 차이나랩]

그러나 이 분야 연구를 오래 해온 밍완(Ming Wan) 조지 메이슨대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최근 차이나랩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국제 질서를 변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 경제구조가 미국이나 다른 주요 경제권과는 너무 달라 AIIB 출범 당시 실패할 거라 봤죠. 하지만 AIIB는 중국 특유의 ‘관치’ 기관과는 다릅니다. AIIB 규정은 IMF∙세계은행과 비슷합니다. 투명하고, 선진적이죠. 여기에 막강한 자본력이 받쳐줍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이 순조롭게만 진행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투자자금이 AIIB에 몰릴 겁니다. 세계은행이나 ADB 모두 AIIB 행보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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