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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 들으면 친구, 안들으면 윽박에 보복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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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외교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밀월을 즐기던 한중 관계가 하룻밤 새 급격히 냉각되면서, 중국 외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주변국가 [출처: 구글지도]

중국과 주변국가 [출처: 구글지도]

20개국. 중국과 육해상으로 맞닿아 있는 국가들의 숫자다. 땅덩이가 큰 만큼 인접한 국가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지난 2013년 중국은 공식적인 주변국 외교 원칙으로 '친성혜용(親誠惠容)'을 내세웠다. 이웃 국가와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는 것이다. 국내 상황이 나아졌으니 본격적으로 주변국들을 챙기겠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중국은 어떤 이웃일까? #친성혜용 주변외고 노선 불구 갈등 #20개 주변국 관계 현상 진단

주변국 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 그리고 이를 둘러싼 국가들의 급박한 정세를 차이나랩이 짚어봤다. 지난 몇 년 새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던 10개국(북한, 일본, 한국 제외)을 꼽았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했다.  

인도 

인도와 중국은 앙숙이다. 전쟁도 두차례나 치렀다. 2000년대 들어 민간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긴 했지만, 해묵은 감정으로 인한 정치적 갈등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인도 [출처: 네이버]

인도 [출처: 네이버]

중국 외교부는 지난 4월 5일 비자이 고칼레 중국 주재 인도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했다. 티베트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아루나찰프라데시 주 방문을 항의하기 위해서다. 인도대사가 중국 외교부에 초치된 건 지난 2008년 4월 뉴델리 주재 중국 대사관에 티베트인이 담장을 넘어간 일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아루나찰프라데시 주는 중국이 짱난이라 부르며 자국 영토로 주장, 영유권 분쟁이 격렬한 곳이다. 중국과 인도는 세계적에서 가장 긴 미획정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다. 분쟁이 끝날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이 파키스탄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도 인도의 북상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와 인도는 국제무대에서도 사사건건 부딪친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인도가 원자력공급국그룹(NSG)에 가입하려 하자 핵무기비확산조약(NT)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NSG에 가입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또한 파키스탄 무장 조직 자이시-에-무함마드(JeM)의 지도자 마수드 아즈하르를 국제테러리스트로 지정하자는 인도의 제안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몽골 

몽골은 얼마 전 중국에 호되게 당했다. 이유는 달라이 라마의 몽골 방문. 오로지 종교적인 목적이라고 적극 해명했지만 중국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몽골 [출처: 네이버]

몽골 [출처: 네이버]

달라이 라마가 몽골을 방문한 것은 2016년 11월.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그동안 진행되온 42억 달러(약 5조원)의 차관 협상을 중단했다. 동시에 중·몽(中蒙)국경 통행 차량에 높은 통행세를 징수하는 등 철저한 보복에 나섰다. 중국-몽골간 국경선은 4700km에 달한다.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결국 몽골은 제재 한 달 만에 중국에 사과하고 백기 투항했다. 뭉흐어르길 몽골 외무장관은 "달라이 라마가 종교적 경로로 몽골을 '몰래 방문'(竄訪)했다"며 "몽골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티베트가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한 부분이며 티베트 문제는 중국 내부의 일이라는 것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싱가포르(직접적인 인접국은 아니다)는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제적으로는 이상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대만'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국 관계에 냉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23일 홍콩 세관은 싱가포르로 항하던 화물선에서 테렉스 공수 장갑차 9대를 압류했다. 이에 싱가포르가 항의하고 나서자, 중국은 "상업용 선박에 무기를 적재한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출처: 네이버]

싱가포르 [출처: 네이버]

이번 억류 조치를 대만과 군사훈련을 해온 싱가포르에 대한 중국의 경고 조치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억류된 장갑차들은 대만에서 합동훈련을 마치고 싱가포르로 운송되는 과정이었다.  중국은 지난 1990년 싱가포르와 수교한 이후 대만과의 군사훈련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동시에 싱가포르가 중국의 역내 안보 문제를 놓고 미국과 협력한 데 대한 보복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01년 미국 항공모함 2대를 수용할 수 있도록 창이 해군기지를 증축하는 등 미국의 주요 군사 작전을 지원해 오고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해 8월 미국 백악관을 방문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에서 내린 (남중국해) 판결이 누구 총이 더 센지 지켜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 싱가포르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필리핀(미국, 일본) 편에 섰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베트남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파라셀 제도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이 농산물 수입 제재를 가하는 등 충돌이 끊이질 않는다. 역사 역시 반목의 반복이다. 최근에는 인도와 함께 군사 공조를 강화하는 등 중국의 남하 정책을 견제하고 있다.  

베트남 [출처: 네이버]

베트남 [출처: 네이버]

그러나 이 같은 분쟁에도 불구, 중국과 베트남은 대체로 양호한 사이를 유지하기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1월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푸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또한 공동성명을 통해 영토 분쟁과 관련해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로 하는 등 해빙 무드 조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등거리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베트남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동시에 베트남에는 '보복이 안 통한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분쟁 수역에 중국 석유시설이 설치되자, 베트남 내에서 대규모 반중 폭력 시위가 발생, 중국인 사망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대 중국 교역 비중이 높지만, 유독 경제제재 카드를 한국에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라오스 

라오스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창 줄타기를 하는 중이다. 지난 몇 년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2000년대 초반 이후 지나치게 중국 쪽으로 쏠렸던 균형을 바로잡겠다는 심산이다.

라오스 [출처: 네이버]

라오스 [출처: 네이버]

중국은 지난 2001부터 현재까지 라오스에 약 53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했다. 이는 2위 베트남보다 60% 큰 액수다. 라오스는 이를 기반으로 장거리 철도를 구축하고 인공위성도 만들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는 미국보다 중국이 편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이 라오스에 투하한 폭탄의 불발탄 문제가 미국과 라오스의 관계를 가로막아 왔다.  

지난 2016년 10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라오스를 방문했다. 불발탄을 제거하는 작업에 약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교역, 지적재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 협력도 체결됐다. 라오스는 중국의 남쪽 통로라 불릴 만큼 중국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국가다. 미국이 피봇 투 아시아(아시아로의 회귀)의 타깃 중 하나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스리랑카 (친밀도 ★★★)

스리랑카는 중국의 직접적인 인접국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전략적 협력국으로 부상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리랑카는 중동과 유럽, 아시아를 잇는 해상 교통로의 요충지로,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해상 실크로드(진주목걸이 전략으로도 불림)의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중국은 현재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에 14억 달러(약 1조 6000억원)를 투입,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투자의 대가로 이 항만에 대한 99년 장기 운영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함반토타 항은 대형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남아시아 최대 항구가 될 예정이다. 또한 스리랑카 콜롬보 항 인근 지역에 새로운 항구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은 태평양 사령부 사령관을 파견하는 등 중국이 함반토타항을 구축함과 잠수함 등 자국 함정의 기항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가 함반토타 항을 절대로 군사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한 중국이 항구 건설 작업에 현지 주민들 대신 자국을 투입, 항구 부근 수천 명의 주민이 강제 이주되면서 대규모 반중 항의 시위가 잇따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 서방파로 알려진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중국의 항구 도시 조성 프로젝트의 백지화를 시도하는 등 향후 양국 관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필리핀

또 다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인 필리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급격하게 좋아졌다. 신밀월 관계라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 남중국해 해역의 섬을 중국에 팔수도 있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에 앞서 중국과 원유 등 남중국해 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리핀 [출처: 네이버]

필리핀 [출처: 네이버]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10월 중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받은 데 이어 오는 5월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 양국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 같은 친중 행보에 많은 필리핀 국민들이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해 왔다. 지난 2012년에는 중국이 필리핀산 바나나와 파인애플, 파파야 등의 검열을 대폭 강화하며 통관을 거부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국제 법정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러시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관계가 점점 더 돈독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결정을 계기로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판단, 공조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러시아 [출처: 네이버]

러시아 [출처: 네이버]

중국과 러시아가 본격 밀월관계에 돌입한 것은 지난 2012년 푸틴의 재집권, 2013년 시진핑 체제 등장 이후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첫 해외 순방지로 러시아를 택했다. 러시아는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 조치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 국제적인 고립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 2014년에는 400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관계를 과시했다.  

또한 양국은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실크로드 경제권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EU) 간의 사실상 연계를 선언했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중부도시 카잔을 잇는 770Km 연장의 고속철도 건설에 1조 600억 루블(약 21조원)을 공동 투자키로 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 이후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부쩍 가까워진 점이 중러관계에 변수가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 중국이 구상하는 육상 실크로드의 관문이자 가장 중요한 요충지(서아시아와 러시아로 갈리는 1,2 노선의 교차로 지점)로 꼽힌다.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이 처음 언급된 것도 바로 지난 2013년 카자흐스탄에서였다.

카자흐스탄 [출처: 네이버 지도]

카자흐스탄 [출처: 네이버 지도]

카자흐스탄은 지난 2014년, 2015~2019년 시행되는 경제 위기 극복 프로젝트 '누를리 졸'을 발표했다. 그런데 누를리 졸의 도로, 철도, 인프라 구축에 대한 부분이 중국의 일대일로의 유라시아 각종 인프라 구축 목표와 일치한다. 누를리 졸이 사실상 일대일로의 일부분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이를 위해 카자흐스탄과 236억 달러(약 27조원) 규모의 산업 협력을 체결한 상태다.  

카자흐스탄 최대 광업기업 유라시안 네츄럴 리소스의 베네딕트 소보트카 CEO는 지난 3월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카자흐스탄의 경제를 살렸다"며 "중국의 투자를 통해 국가 전체가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CNBC 보도).

파키스탄 

중국은 파키스탄과 최고의 양자 관계로 볼 수 있는 '전천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3월 23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파키스탄에서 열린 군사퍼레이드에 사상 처음 참가, 양국의 강한 동맹 관계를 과시했다. 파키스탄과 중국은 군사, 경제 다 방면으로 협력하며 긴밀한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파키스탄 [출처: 네이버 지도]

파키스탄 [출처: 네이버 지도]

중국은 2015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파키스탄을 방문해 460억 달러(51조 6천억원)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건설에 합의했다. CPEC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이웃 국가와 교역 관계를 강화, 역내 경제·군사적 맹주 역할을 차지하겠다는 심산이다. 향후 중국은 이 같은 파키스탄 경제 회랑 모델을 점차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밀월이 인도양, 아프리카로 영향력을 넓히려는 중국과, 중국을 지렛대로 인도를 견제하려는 파키스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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