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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제타격은 6개 철벽을 뚫어야 가능하다

중앙일보

입력 2017.04.15 11:27

업데이트 2017.04.15 15:52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一觸卽發)이고 천균일발(千鈞一發·3만 근의 무게가 머리카락 하나에 매달려 있다)이다. 뇌관은 미국의 '북폭'이다. '소문'이 '설마'로 변하더니 이젠 '가능성' 비율을 따지는 지경이 됐다. 한반도 4월 위기설의 민낯이다. 이달 말 한반도 해역에 전개될 미국의 칼빈슨 항모 전단 갑판에는 함재기 못지않게 '전운'도 가득하다. 그럼 북폭이 정말 일어나는 걸까. 아무리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미군이라지만 최소 6개 철벽을 뚫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1. 한국의 반발

북핵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 타격. 말만 들어도 속이 시원하다. 거의 미쳤다고밖에 할 수없는 김정은에게 KO 펀치를 날리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시원한 건 시원한 거고 북폭 후를 생각해보자. 북한의 반격으로 수도권 아니, 한국 땅 어디든 미사일 혹은 장사정포탄이 떨어진다는 가정 말이다. 우리라고 가만있겠는가. 바로 전면전이다. 그럼 한국은 다시 6.25 이전으로 돌아간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엊그제 "미국은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와 협의 없이는 어떤 정책이나 조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한 이유다.

한반도, 일촉즉발 상황
미국의 대북 폭격설 나돌아
하지만 한국에 미군 포함 15만 명 거주
북한 선제타격해도 표적 불명확
101만 명 중국인 사는 한국도 고려해야
북폭설로 득을 보는 쪽은 ‘일본’될 수도

워싱턴 포스트의 11일 보도 역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북한이 반격하게 되면 그 사정권 안에 있는 2000만 명의 서울 시민은 즉각 위험에 빠진다. 이 같은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선제 타격을 허용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발발 그 자체가 서로의 파멸을 부른다는 뜻이다.

대북 선제 타격 개념도 [사진 중앙포토]

대북 선제 타격 개념도 [사진 중앙포토]

2. 미국의 안전

한국에는 미군을 포함 약 15만 명의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북폭의 전제 조건은 15만 명의 자국인 대피 문제 해결이다. 단기간 내에 이들을 모두 본국 혹은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럭비볼 통치'를 해도 자국인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긴 어렵다. 그는 임기 4년 후 선거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북한 미사일의 최우선 타격 목표는 미군이라는 것도 부담이다. 북한이 전쟁에서 미국이나 한국을 이길 확률은 0%에 가깝다 해도 그 과정에서 한국이나 미국이 피해를 입는다면 북폭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

그래선가,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한반도 주변 항공모함 배치는 (북폭이 아닌)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그렇다. 다니엘 케이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 안보학 연구센터의 밴 잭슨 교수는 지난 6일 "미국은 매우 신속하고 조용히, 허세 없이 시리아를 공격했다. 그러나 북한에는 정확히 그 반대로 행하고 있다. 거대한 전략 무기인 칼빈슨호를 동원해 압박에 나선 건 실제 타격을 하려는 목적이 아닌 것이 99% 확실하다" 고 말했다.

주한미군 오산 공군 기지 [사진 중앙포토]

주한미군 오산 공군 기지 [사진 중앙포토]

3. 표적 불명

최악의 경우 선제타격을 한다해도 표적이 불분명하다. 북한은 북폭에 대비 모든 핵시설을 지하화 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북한의 핵실험 시설은 지하에 구축되어 있으며 핵분열 물질 비축도 다양한 곳에 있다. 미사일을 격납고나 터널에 숨겨뒀다가 끌어내 공격하는 패턴도 잦다"고 전했다. 미국의 인공위성이 아무리 가공할 탐지능력을 자랑한다 해도 지하에서 지하로 이동하는 핵시설을 정확해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이동식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만천하에 공개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북핵 시설 상당수가 중국과의 접경 지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폭 과정에서 오폭으로 중국이 피해를 본다면 미중이 서로 바라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북한의 주요 핵시설 [사진 중앙포토]

북한의 주요 핵시설 [사진 중앙포토]

4. 중국 변수

한반도 전쟁은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거다. 북한과 전략적 이해가 얽혀있어 어떤 식이든 개입할 가능성이 커서다. 개입은 곧 미중 전쟁이고 잘못하면 3차 세계대전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북핵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북폭 전 얘기다. 막상 폭격이 일어나면 중국이 끼어들 이유는 넘친다. 우선 한국과 미국 주도의 통일이라도 된다면 중국으로선 재앙이다. 바로 코밑에 미군이 주둔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전략적 완충지대인 북한 카드의 소실은 중국의 대미 협상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그뿐인가. 한국에는 101만 명의 중국인이 살고 있다. 전쟁 발발 시 이들을 단시간 내에 대피시킬 물리적 방안이 없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밀려올 수백 만의 북한 난민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북폭은 미중 전쟁 가능성과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이미 두만강변을 따라 15만 병력을 배치해놓고 있다. 중국이 북중 접경을 관할하는 북부 전구 모든 부대에 '4급 전시대비령'을 발령했다는 홍콩 언론의 보도도 있다.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열병식 [사진 중앙포토]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열병식 [사진 중앙포토]

5. 일본의 재무장

북폭설의 진원지는 주로 일본이다. 북폭으로 가장 많은 득을 볼 것이라고 확신해서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11일 "미국이 일본에 중국의 대응에 따라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12일 "미국이 북핵·미사일 문제가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도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언론만이 아니다. 정부도 한통속이다.

일본 외무성은 11일 자체 운영하는 '해외안전 홈페이지'에 "북한이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으므로 한반도 정세에 관한 정보에 계속 주의해 달라. 한국에 머물고 있거나 한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최신 정보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민당 내 차기 총리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지난 9일 계파 모임에서 "서울은 불 바다가 될지도 모른다. 몇만 명의 동포를 어떻게 구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움직임은 결국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향하는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 추진에 발맞춰 일본의 무장 강화의 명분을 쌓는 것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아예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할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현행 일본 헌법은 전수방위(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 차원의 공격)만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이마즈 히로시(今津寬) 자민당 안보조사 회장이 지난달 30일 아베 총리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전달했다. 한반도 전쟁을 이용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이루겠다는 꼼수다.

그뿐인가. 군수품 공급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도 챙길 수 있다. 이미 6.25 당시 군수품 보급으로 경제부흥의 발판을 마련한 일본이 아니던가. 일본 정부가 최근 자위대와 다른 나라 군대가 물품 및 서비스를 지원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국 확대 방침을 확정한 이유다. 북폭 후 일본의 꼼수가 뻔히 보이는데 한국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본의 이지스함 [사진 서부민속풍정망]

일본의 이지스함 [사진 서부민속풍정망]

6. 북한 혼란

북폭 후 김정은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정권 유지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나 미국은 속이 시원할 수 있다. 그러나 연이은 북한 정정 혼란을 어떻게 할 것인가. 대규모 탈북은 물론 쿠데타 같은 극단적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을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확실하지 않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 일본은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파이를 뜯어내려고 덤빌 게 뻔하다. 해방 직후 한반도를 상상하면 된다. 북핵 해결하려다 나라 털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의 북폭은 최소 위에서 말한 6개 철벽을 뚫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철벽들은 서로 얽히고설켜서  6차 방정식처럼 풀어내야 하는 난제다. 이런 논리를 떠나 한국 입장에서 북폭은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전쟁은 민족의 재앙이다.

그럼 방법이 없나. 방법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게 있다. 우리는 북핵 운운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잘못하면 머리에 핵을 맞게 생겼는데 나라는 온통 진보와 보수, 세대, 계층, 빈부, 지역 등 온갖 이유와 구실로 찢겨있다. 나라가 너덜너덜하다. 누가 봐도 거의 미쳤다. 이 조그만 나라가 콘크리트처럼 똘똘 뭉쳐도 살까 말까인데 말이다.

김정은과 핵 불장난 [사진 중앙포토]

김정은과 핵 불장난 [사진 중앙포토]

5년마다 냉탕 온탕 뛰어다니는 '널뛰기 대북 정책'은 어떤가. 그러고도 우리가 북핵을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차기 정부가 어떤 일이 있어도 여야, 진보와 보수, 세대를 뛰어넘는 대북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이유다. 물론 국민 합의라는 바탕 위에 서다. 그 후에 대화든, 제재든, 위협이든, 비선이든, 정상회담이든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결기를 다져야 한다. 필요하면 미국과 중국에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게 안 되면 북핵 해결은 '도루묵'이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구한말' 일 것이다.  

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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