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4년 전부터 ‘꽃’에 취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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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꽃'을 들었습니다. 예쁘게 보이려고? 한국에 화해 제스처? 모두 아닙니다. 그만의 통치 화법이자 전술입니다. 그래서 그의 꽃을 꽃으로 보면 안 됩니다. 꽃잎만큼이나 많은 그의 전략과 모략을 봐야 합니다.  

우선 지난 양회(국회 격인 전인대와 정치자문 기구인 정협) 기간 중 그의 발언을 쫓아가 볼까요.

#3월 10일 시 주석이 양회에 참석한 신장 대표단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합니다.  
"한 가족 같은 민족 단결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일상생활이든 학교·가정·사회 교육이든 민족 단결의 '꽃'이 항상 만개하도록 해야 한다."

양회 기간 중 신장 대표단을 만나는 시진핑 주석 [사진 신화망]

양회 기간 중 신장 대표단을 만나는 시진핑 주석 [사진 신화망]

신장 지역에 거주한 위구르족들에게 분열보다는 한족에 동화해 꽃처럼 활짝 피어나고 행복해지라는 주문이지요. 중국 언론은 그의 말을 이렇게 풀어냅니다. 석류알처럼 (56개) 민족이 꼭 붙잡고 단결해 민족의 미래를 개척하자는 의미라고요. 그는 '꽃의 화법'으로  소수 민족의 분열을 막고자 하는 겁니다. 독립하지 않으면 향기가 가득하다는 꽃의 유혹(?)인 셈이지요.

#이틀 전, 3월 8일에는 꽃이 자수로 바뀌었습니다. 양회 기간 중 쓰촨성 대표들을 만나서 한 말입니다.  

빈곤 퇴치는 뒤를 돌아다보면 더 어려워진다. 책임감과 정치(精緻)한 시책, 꼼꼼한 시행이 절대 필요하다. 모든 과정이 꽃을 수놓듯 해야 한다.

3월 5일, 상하이 대표단을 만나서도 같은 말을 합니다. "시정 관리는 꽃을 수놓듯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행정의 '자수론(刺繡論)'입니다. 행정은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정성을 다하고 꼼꼼해야 효과를 거둔다는 뜻이겠지요. 중국은 크게 보면서 정밀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듣지요. 체면만 중시하고 내실을 기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같은 맥락입니다. 오죽하면 그들의 대강대강 문화를 비꼬는 '차부둬(差不多·뭐든 대강한다는 의미) 선생전'이 나왔겠습니까. 시 주석은 꽃을 빌어 공직자들에게 정밀함과 정치함을 주문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의 자수 작품 [사진 니픽닷컴]

중국의 자수 작품 [사진 니픽닷컴]

# 물론 그의 '꽃 화법'은 국내 정치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외 전략에서 그 위력을 더 발합니다.


지난해 9월 항저우에서 있었던 G20 회의 개막식 치사에서도 그랬습니다.

중국의 대외 개방은 우리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며 모두의 동참을 환영한다. (중국은) 세력을 추구하지 않으며 각국의 공동 발전을 지지한다. 중국 혼자의 꽃밭이 아닌 세계가 공동으로 즐기는 화원을 건설하는 것이다.

말인즉 지구촌이 협력해 서로 윈윈하는 국제 평화 체제와 경제공동체를 만들자는 뜻이지요. 그래서 시 주석은 글로벌 경제 시대 모든 나라는 '운명 공동체'라는 단어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의 이 말속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 '중국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는 전제 하에서'라는 전제가 숨어있지요. 남중국해 영토 갈등,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달라이 라마를 둘러싼 세계 각국에 대한 보복 외교 등등...그 예는 차고도 넘칩니다.
# 사실 그는 주석이 된 직후부터 '꽃'을 들고 있었습니다. 주석 취임 한 달 후 열렸던 보아오 포럼(2013년 4월 7일) 강연에서 처음으로 꽃을 내밀었지요.

항저우 G20 정상회의에서 발언하는 시진핑 주석 [사진 중앙포토]

항저우 G20 정상회의에서 발언하는 시진핑 주석 [사진 중앙포토]

꽃 한 송이 피었다고 봄은 아니다. 모든 꽃이 피어야 봄이 동산에 가득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긴밀하게 협력해 이익의 교차점을 찾아야 한다. 자국의 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공동 발전을 촉진시켜야 하며 공동 번영의 교차점을 부단히 키워나가야 한다.

세계는 그의 꽃에 취했고 그래서 중국의 부상은 위협이 아닌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던 겁니다. 꽃이 가진 아름답고 긍정적 이미지, 그리고 향기까지 더해 이면에 숨은 중국의 결기나 모략, 비수 등을 무마시켜왔지요.

돌이켜보면 한국도 4년 전부터 시 주석의 '꽃향기'에 속았던 것 같습니다. 그가 각국 협력과 공동 번영, 그리고 이익의 교차점을 찾자고 저리 큰소리 치고 다니는데 설마 사드 문제로 이렇게 거칠게 보복할 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가 내밀었던 꽃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봤다면, 그리고 미리 대비했다면 사드 하나로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시진핑의 꽃, 중국의 꽃을 다시 한번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시 주석이 말했지요. "행정은 '꽃에 수를 놓듯' 정밀하고 꼼꼼하게 하라"고 말입니다. 거기서 얻어내면 됩니다. 앞으로 한국의 대중 전략도 '꽃에 수를 놓듯' 정밀하고 꼼꼼해야 한다 것 말입니다. 두려운 것은 이렇게 얻어 맞고도 시간 지나면 또 잊어버릴 것 같은 우리의 '냄비 근성'입니다. 특히 우리의 정부 말입니다.

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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