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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에 더 부지런한 현대인
“휴가 다녀오셨어요?” 여름 내내 안부인사처럼 주고받던 말이다. 휴가를 ‘갖다’ ‘보내다’라는 표현 대신, 휴가를 ‘가다’ ‘다녀오다’ 같은, 엄밀히 따져 문법적으로 불완전한 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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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과 노란 봉투
무서웠다. “나가! 이 녀석아!” 아버지의 목소리는 컸다. 쫓겨났다. 오갈 데도 없었다. 겁먹은 어린 아들은 사립문을 붙잡고 서럽게 울었다. 옆집 대나무 밭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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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암’보다 무서운 것
1990년대 후반부터 보편화된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전화통화뿐만 아니라 인터넷, e-메일, 게임 등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됐다.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휴대전화 단말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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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學之道
“큰 배움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힘에 있고, 백성과 친함에 있으며, 지극한 선에 머무르는 데 있다(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전통시대 지식인들의 필독서 대학(大學)의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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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수폭 만든 중국의‘퀴리 부부’허쩌후이와 첸싼장
1980년대 말 손자들을 데리고 중산공원에 국화 구경을 나온 허쩌후이(왼쪽)와 첸싼장(오른쪽). 서구에서는 이들을 ‘중국의 퀴리 부부’라고 불렀다. 김명호 제공 1932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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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편지, 슈만의 ‘Fantasie’
환상(幻想), 영어로는 fantasy, 독어로는 Phantasie, 프랑스로는 fantaisie라고 쓴다. 그런데 이 무엇도 아닌 다른 철자를 쓰는 경우가 하나 있다.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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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과 크리스티나
영하 13도의 한파가 불어닥친 그날 밤 9시 반. 마을 끝 버려진 슬레이트 지붕 폐가에 둥지를 튼 소녀는 너무도 춥고 무서웠다. 조금 전까지 같이 놀던 친구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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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이 핵무기 방어, 북핵 위협 더 이상 안 통할 것
#가상 장면=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다. 김정은 체제는 안착을 못하고 몇 주째 극심한 내부 혼란이 벌어졌다. 그런 가운데 함경도에서 노동 미사일 포대가 발사 준비를 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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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강검진 ‘원더풀’
한국에서의 건강검진은 내게 낯선 풍경이다. 작은 방에서 가운을 입은 내가 차가운 청진기를 목에 건 의사와 마주 앉는다.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 다니며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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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신경 쓰는 대학들
최근 한 달간 최대 화두(話頭)는 이른바 ‘반값 등록금’이다. 지난 5년간 대학 등록금 인상률(30%)은 물가상승률(16.1%)의 두 배 가까웠다. 갈등의 싹은 이미 자랄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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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마을과 공정사회
‘랄라라~ 랄라라~ 랄라라라라~’.1958년 벨기에 작가인 피에르 컬리포드가 창조한 파란 난쟁이 스머프는 숲 속 마을 버섯 집에 모여 산다. 파파스머프의 리더십 아래 생활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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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칼리지
한국에서 대학 등록금 문제가 거론되면 으레 나오는 얘기가 그래도 미국보단 낫다는 거다. 미국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연간 3만 달러(약 3200만원), 주립대학도 1만 달러(약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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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힘이 세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정보 중에는 가짜도 많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거짓을 퍼뜨리기도 하고, 우리도 모르는 새 인지적 편파가 작용하기도 한다.미국에서 행해진 어느 사회심리학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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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불어대는 트럼펫 마음의 속살 파고 들 만큼 예민
비밥 재즈의 명인들. 왼쪽부터 찰리 파커(알토 색소폰), 스물둘의 마일스 데이비스(트럼펫), 앨런 이거(테너 색소폰), 카이 와인딩(트롬본). 1948년 뉴욕이다. 재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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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 꿰뚫는 감각 탁월 … 영화마다 대박 ‘Mr. 블록버스터’
촬영기와 영사기를 발명한 사람은 유대인이 아니다. 1895년 최초의 ‘활동사진’도 프랑스인 뤼미에르 형제가 만들었다. 그러나 영화를 20세기부터 독보적 오락산업으로 발전시킨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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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대신 문자’의 함정
무료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의 성공에 자극받아 애플·구글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무료 문자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모바일 메신저를 개발했다.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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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라이즘도 헬레니즘도 그에게서 영감 얻었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영문판(1999·앤드루 조지 역) 표지 최고(最古)가 최고(最高)로 남아 있기는 어렵다. 더 좋은 게 끊임없이 새로 나온다. 『길가메시 서사시』(이하 『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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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꿈꾸는 딸 마음서 힌트, 시대의 아이콘으로 키워
루스 핸들러(왼쪽)가 바비 인형 탄생 35주년을 맞은 1994년 3월 열린 파티에서 바비 인형 차림의 여배우 크리스티 쿡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지금은 결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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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부르는 마음의 축제
“사람이란 누구나 다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하는데 행복한 인생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행복한 인생이란 매일매일 축제와 같은 인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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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시력 100억 배인 허블망원경 반사경의 재료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의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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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캐비아 좌파’ … 레드에서 핑크로 성향 바꿔
요즘 언론에 자주 거론되는 국제 명사가 있다. 프랑스 사회당 정치인이며,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ominique Strauss-kahn·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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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적은 친구 … 마오 “싸워도 좋으니 닉슨 만나겠다”
1970년 11월 10일 파키스탄 대통령 아히야 칸(왼쪽 앞에서 셋째)의 베이징 방문 목적은 미국 대통령 닉슨의 밀사파견 의향을 중국에 전달하는 것이었다. 방문 이튿날, 인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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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근감사
기업의 ‘상근감사’는 한국과 일본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자리다. 미국이나 영국·독일 등 자본주의 선진국들을 보면 기업에서 상근감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사회 안에 있는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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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을 두려워 말라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성향은 누구나 지니고 있다. 하지만 다른 문화에 비해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특히 더 강한 문화는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네덜란드 학자 호프슈테드가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