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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이 핵무기 방어, 북핵 위협 더 이상 안 통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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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호 27면

#가상 장면=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다. 김정은 체제는 안착을 못하고 몇 주째 극심한 내부 혼란이 벌어졌다. 그런 가운데 함경도에서 노동 미사일 포대가 발사 준비를 하는 게 미국의 정찰위성에 포착됐다. 40분 뒤 미사일 발사 화염이 저궤도추적감시위성시스템(STSS)의 적외선 장비에 잡혔다. 정기 훈련이라고 방심한 미·일 감시 부대는 궤도를 파악하고 경악했다. “미사일이 도쿄를 겨냥한다.”

첨단 무기의 세계 탄도탄미사일방어구상(BMD)

동해안에서 작전 중이던 3척의 미·일 이지스함 레이더가 미사일 궤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일본 아오모리에 배치된 미군의 TPY-2 레이더와 일본 자위대의 FPS-5 탄도탄 감시 레이더도 합류했다. 고도 300㎞까지 치솟은 뒤 하강하는 미사일을 향해 일본 해상자위대 조카이 함에서 SM-3 미사일 2발이 발사됐다. 탄두는 매초 수십 번씩 방향을 바꾸면서 노동 미사일 궤도와 충돌 코스로 들어갔다. 동해 상공 150㎞ 고도에서 미사일은 파괴됐다.

‘적 미사일’을 궤도에서 요격할 수 있다면 미사일 전쟁은 끝난다. 첨단 무인기를 보내 미사일을 파괴할 것도 없다.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의 노력도 무의미해진다. 1950년대 말 대륙간탄도탄(ICBM)이 개발된 이래 냉전 당사국들은 상호 핵보복이 두려워 핵을 사용할 엄두를 못 냈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 상호확증파괴(MAD)다. 그런데 탄도미사일을 중간에 요격할 수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적국의 핵무기 위협이 통하지 않고 핵무기 없이도 핵을 방어하게 된다. 중국·러시아는 자국의 핵보복력이 약화돼 힘의 균형이 흔들린다는 이유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구상을 강력히 반대한다. BMD는 NMD 를 거쳐 MDA 로 명칭을 바꾸었다

MD 구상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 ‘스타워즈 계획’이란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 전략은 냉전 말기 소련을 ‘힘에 부치는 경쟁’으로 끌어들여 경제난으로 망하게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그후 30년이 흘렀지만 스타워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휴면 상태였다 9·11 사태 이후 예산이 대폭 늘면서 추진력을 얻었다. 브래드 로버트 미 국방부 핵미사일 방어정책담당 부차관보는 2011년 3월 하원 무기서비스 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향후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MD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위협이 질적·양적으로 커가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보고서는 특히 “초점은 이란과 북한”이라고 했다.

미사일 방어국의 담당 국장인 패트릭 오레일리 중장이 2010년 12월과 2011년 4월 각각 미 하원·상원 무기서비스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BMD는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

우선 적 탄도미사일의 발사 화염을 감시·추적하는 적외선 감시위성망이 출발이다. 기존의 적외선감시위성(SBIRS-DSP)이 위치를 대략 확인했다면 신형 적외선위성시스템 ‘STSS-PTSS’는 2~3기 소형 위성이 동시 감시해 정확한 위치와 미사일 궤도를 알려준다. 이 정보는 지휘통제시스템 C2BMC에 전달되고 실시간으로 요격 시스템에 전달된다. 미사일 발사 기지 주변에 미군이 배치돼 있으면 무인기에 장착돼 24시간 감시하는 ABIR이라는 적외선 감시센서를 동원해 추적한다.

미사일 요격은 초기 상승 단계가 가장 느리고 취약해 요격하기 쉽다. 액체 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시간이 길어 이때 발견해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전투기에서 NCADE나 ALHTK 같은 미사일을 발사한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이런 준비 작업 없이 발사할 수 있어 그게 안 된다. 이런 미사일은 서서히 가속되는 상승단계에서 KEI라는 전진 배치된 고속 요격 미사일이나 항공기 발사 레이저(ABL)로 요격한다는 구상이었지만 기술적 문제, 예산 부족으로 포기됐다.

미사일이 일단 발사되면 일이 어려워진다. 대기권 바깥 우주 공간을 비행하면서 탄두가 여러 개의 소탄두와 기만기로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 요격단계 기술이 필요하다. 발사지 주변에 전진 배치된 TPY-2, 이지스 레이더 같은 감시 장치가 초기 단계에서 추적하면 요격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미국은 다양한 지상·해상 배치 레이더를 전 세계에 배치하고 이지스함을 전진 배치해 치밀한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렇게 추적해 미사일 궤도를 파악하면 요격 시스템이 선정된다. 위성에서 미사일이나 레이저로 요격하거나 지상 배치 요격미사일(GBI), 해상 배치미사일(SM-3) 등이 있다. 그러나 위성 요격은 너무 비싸 포기되고 현재는 지상·해상 요격 미사일이 개발돼 운용 중이다. 중거리(MRBM·IRBM)나 ICBM은 이지스함으로 중간 단계 요격이 가능하다. 미국은 38 척, 일본은 8척의 이지스 구축함에 SM-3를 배치해 탄도탄을 요격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북한·이란이 미국 본토를 공격하면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에 배치된 26기의 지상배치요격미사일(GBI)로 요격한다. 하와이 남쪽에서 오는 미사일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의 GBI 미사일(현재 4기)이 맡는다.

그런데 예를 들어 사정거리 1000㎞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같은 경우 비행시간이 짧고 고도가 낮아 사전 경보가 있고 이지스함이 전진 배치돼 있어야 중간 요격이 가능하다. 그래서 탄두가 중간 요격을 피해 대기권에 들어오면 종말단계 요격 시스템이 가동한다. 고고도지역방어(THAAD)로 150㎞ 고도에서 1차 요격하고 30㎞에서 PAC-3 시스템으로 최종 요격을 한다.

미국은 이미 이를 유럽에서 단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패트릭 MD 담당국장의 ‘2012년 MD 예산 요청서’에 따르면 유럽의 BMD는 4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에선 이지스 BMD 3.6.1 시스템이 주력이다. SM-3 IA미사일과 전진 배치된 AN/TPY-2와 SPY-1 레이더, 독일 람스타인 미 공군기지의 C2BMC 명령·통제 사령부가 주축이다. C2BMC는 나토 사령부와 연결된다. 1단계는 2011년 완료된다.

2단계의 시스템은 2015년까지가 목표다. 이지스 BMD 4.0.1/5.0시스템을 가동하는데, 요격 미사일로 개량된 SM-3 IB가 사용된다.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탄도미사일을 정확히 포착하는 능력이 SM-3 IA와 비교할 때 대폭 향상돼 있다. 루마니아에 지상형 이지스 기지도 구축한다.

3단계는 2018년을 목표로 하며 SM-3 Block IIA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해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배치한다. 그렇게 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중동 국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3단계 기간인 2017년엔 정밀추적우주시스템(PTSS)의 개발을 시작한다. 미사일을 탐지, 모든 과정을 추적해 조기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존스 4단계는 2020년까지이며 조기 요격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이런 야심 찬 BMD 구상의 핵심인 지휘통제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다는 데 있다. BMD는 빠른 대응이 핵심인데 수많은 센서와 의사결정계통, 무장시스템 간의 지휘 통제 시스템이 복잡해 시간 지연이 크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신속한 네트워크를 유지해 실시간 대응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또 러시아·중국은 미사일에 핵다탄두 외에 기만기도 달고 있어 분리되기 전에 요격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은 다탄두 및 기만기에 대응하는 MKV라는 다탄두 요격체를 개발 중이다. 현재는 적외선 센서와 초소형 자세 제어 로켓으로 정밀 궤도 수정을 통해 직접 부딪쳐 요격하는 EKV인데 크기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소형화해 미사일 하나에 여러 요격체를 싣고 동시에 여러 개 탄두를 요격한다는 것이다. 러·중은 또 우주 공간에서 탄두가 분리되는 MARV를 개발 중이다. MARV는 궤도가 계속 변해 현재 기술로는 대항이 어렵다. 그래서 현 단계의 미국 BMD는 북한·이란이나 테러단체의 우발적 공격을 방어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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