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 마음의 수호천사 송혜교

중앙일보

입력

맑고 투명한 눈망울, 빨간 입술, 하얀 얼굴이 유난히 빛나게 느껴지는 새까만 웨이브진 머리카락…. 오랜만에 만난 혜교는 그랬다. 가을이 시작돼서 그랬을까? 예전과는 다르게 숙녀다움이 물씬 느껴지는 혜교. 그래도 여전한 건 그녀만의 천사 같은 미소였다.

아, 가을이다
연한 커피 같은 혜교의 피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여름 휴가 이야기로 그녀에게 말을 걸어본다. 가족과 함께 괌에 다녀왔단다. 호텔의 해변에서 실컷 태양 아래 누워 있었다. 괌에 있는 4박 5일 동안 내내. 그래서 살이 좀 탔다.

그건 그렇고,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얼굴의 젖살을 빼기 위해 저녁 6시 이후에는 과일만 먹었다. 헬스클럽에 나가 운동도 조금 했다. 덕분에 가을의 시작과 함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 후훗.

내 이름은 1004
언니의 6살짜리 딸을 대신 키우며 사는 미혼모 아닌 미혼모 정다소. 혜교가 새로 맡은 인물이다. 다소 역에 대해 혜교는 느낌이 딱~ 왔다. 마음에 큰 짐을 지고 살아가는 여자지만 어두운 면은 없다. 삶에 대한 애착이 크고, 건강하다. 씩씩하다 싶을 정도로 용감하다.

그래서 혜교는 다소가 되기로 한 것이다. 자기 딸이 아닌데도 키우는 그 모습이 좋았다. 자신이 직접 낳은 아이를 키우는 거였 다면 좀 부담스러웠을 텐데, 조카라는 사실이 그녀에게 힘을 주었다.

지치고 힘든 생활을 하는 와중에 껄렁껄렁한 하태웅(김민종 분)을 만난다. 그리고 태웅은 다소에게 수호천사가 된다. 다소가 동아리 MT를 가서 야유회 온 웨이터 모임을 만나는데, 거기 태웅이 있었다. 남자는 여자한테 첫눈에 반한다. MT에서 언니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병원에 가는데 김민종 차를 얻어 탄다. 일단 첫 만남은 그렇게 끝.

시간이 한참 지난 몇 년 후, 두 사람은 음료 회사 마케팅팀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 그러면서 사랑이 시작된다. 처음엔 두 사람 많이 싸우지만 끝내는 해피엔딩을 맞게 된단다.

혜교를 촬영장에서 만나다

<수호천사>가 시작되면서 혜교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두 번 만났다. 한 번은 그녀가 정장을 입고 테크노마트에서 열심히 음료수를 팔았고, 또 한번은 청바지에 가벼운 셔츠 차림으로 대학 캠퍼스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테크노마트에서는 김민종과 윤다훈이 동행했었다. 촬영 짬짬이 두 남자는 혜교에게 농담을 하고, 장난을 친다. 한눈에 촬영장 분위기를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혜교 표현대로라면 지금까지 함께 연기한 남자들 중 두 사람이 가장 짓궂고 재밌는 오빠들이다. 혜교의 이런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윤다훈이 그녀 옆을 지나가면서 뺨에 기습적으로 뽀뽀를 한다. 마치 친오빠가 귀여운 동생을 다루듯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사랑 가득히, 조금은 장난스런 표정으로. 윤다훈의 일상적인 인사 방법이다. 스태프에게도 시도 때도 없이 뺨에다 뽀뽀를 해대 모두가 그에게 두 손 들었다.

또 다른 혜교가 기다려진다
가을을 좋아한단다. 그녀가 좋아하는 올 가을엔 천사가 되기로 했다. 후회 없이 드라마에 최선을 다해 끝내면 당분간은 정말 긴 휴식에 들어갈 생각이다. 벌써부터 앞으로의 이야기를 꺼내는 게 좀 이를지 모르지만, 2001년은 <수호천사>를 마지막으로 내년을 준비할 것이다.

TV에서 성공한 연기자들이 으레 받는 질문. 영화 출연 계획에 대한 것. 혜교도 이 물음에 예외일 수는 없다. 적잖게 시나리오를 받았고, 지금도 여러 곳에서 스크린 유혹을 해온다. 하지만 지금 당장 영화는 NO. 스물셋쯤 됐을 때 아주 신중하게 선택하고 싶다. 진짜 사랑도 해보고 인생 경험도 더 쌓은 뒤에 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