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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 매각 늦어져 채권단 손실 3조원

중앙일보

입력

대우자동차 매각이 늦어지면서 채권단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우차가 1999년 8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뒤 3조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지난해 11월 말 법정관리를 시작할 때까지 2조2천억여원을 투입했다.

법정관리 이후에도 협력업체 어음결제자금 2천8백억여원,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액 1천억여원 등 7천2백79억원이 들어갔다. 6월 말 현재 금융권에서 끌어다 쓴 자금이 11조원이지만 대우차는 이자 한푼 내지 않았다.

그러고도 99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2년반 동안 쌓인 영업손실이 1조3천억원, 영업 외적 손실까지 합친 경상손실은 6조8천억원에 이른다. 이미 자본금을 까먹은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통신 등 다른 자동차 관련 기업의 손실에 이자를 받지 못한 것까지 감안하면 채권단 손실은 더 클 것" 이라고 말했다.

◇ 헐값 매각 눈치 보다 부실 더 커져=정부와 채권단은 제너럴모터스(GM)가 꺼리는 부평공장을 군산.창원공장과 함께 팔자니 값이 떨어져 헐값 시비가 일까 봐 걱정스럽고, 부평공장을 빼놓고 팔면 돈은 더 받을 수 있지만 지역주민과 근로자, 하청업체 종사자가 반발할까 봐 고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협상이 질척거리고 있다.

특히 포드가 지난해 6월 제안한 70억달러가 채권단의 선택 폭을 좁히는 덫으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10억달러를 받는 것도 힘겨운데 포드가 제시했던 70억달러의 환상에 끌려 다니는 격" 이라고 말했다.

한보철강.대한생명.서울은행 등 부실 대기업의 매각협상도 마찬가지로 '본전' 을 생각하다 공적자금 투입과 채권단 자금지원이 늘어나는 등 부담이 커졌다.

◇ 한보철강 매각 실패의 교훈=포항제철은 97년 4월 동국제강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보철강을 2조원에 사겠다고 했으나 채권단은 헐값이라며 거부했다.

3년 뒤인 지난해 3월 원매자로 나선 네이버스컨소시엄은 4억8천만달러(당시 환율로 5천3백18억원)를 제시해 본계약을 맺었다.

포철 컨소시엄이 내겠다고 한 2조원의 3년치 이자(연 10% 가정)보다 적은 금액이었다.

네이버스컨소시엄은 지난해 9월 말 이 계약마저 물렀다. 다음달에 이뤄질 재입찰에서 한보철강의 몸값이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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