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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조종하는 캡슐 내시경 … 새처럼 내려앉는 무인 로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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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전남대 로봇연구소 박종오 소장팀은 최근 캡슐형 내시경 로봇을 선보였다. 길이 1.8㎝, 지름 0.8㎝로 작지만 그 기능은 기존 내시경 못지않다. 알약 먹듯 삼키면 자동으로 위에서부터 대장까지 관찰이 가능하다. 의심스러운 부위에서는 멈추게 해 더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다. 또 살점을 약간 떼어낼 수(생검) 있고 약물도 환부에 주사 가능하다. 일반 내시경을 할 때와 같은 구토나 고통은 물론 없다. 캡슐이 찍은 영상을 의사가 실시간으로 받아 보며 몸 밖에서 자석으로 움직임을 조정한다. 캡슐 내시경에 걸리는 시간은 20~30분이다. 기존의 단순 캡슐형 내시경으로는 흉내 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기존 제품은 외부에서 조종이 안 되고 검사를 끝내는 데 12시간 정도 걸린다. 박 소장은 “3~4년 뒤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남대 로봇연구소 박종오 소장팀이 개발한 캡슐형 내시경 로봇(왼쪽). 길이 18㎜, 지름 8㎜로 알약처럼 삼키면 외부에서 자석의 힘으로 조종해 식도에서부터 위·소장·대장까지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박 소장팀
이 개발한 뇌 수술로봇(오른쪽 위)을 조종하는 연구원.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어바나 샴페인캠퍼스 연구팀이 개발한 무인 글라이딩로봇(오른쪽 아래)이 손 위로 착륙하고 있다. [사진 전남대·외신 종합]

 독일 항공우주센터(DLR)와 미국 브라운대학은 공동연구를 통해 15년째 사지마비가 된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조종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기술을 지난 5월에 시연했다. 환자가 ‘로봇 팔로 음료 병을 집고, 좌우상하로 움직이겠다’고 생각하면 그 뇌파를 작은 칩과 컴퓨터 장치가 인식해 로봇 팔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기술이다. 하지만 일반에 보급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만화나 공상과학(SF)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들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사실 연구실에서 개발된 기술은 당장 상용화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개발되고 있는 로봇기술은 미래의 로봇 시대를 엿보기에는 충분하다.

 박종오 소장은 “스마트폰처럼 1인 1로봇 시대도 먼 공상 속 이야기는 아니다”며 “현재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듯 10여 년 안에 일상에서 인간의 ‘비서’나 ‘보조원’으로 빠르게 보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 기술은 현재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발전하고 있다. 일본 치과대학 연구팀은 올해 초 모리타제작소㈜와 공동으로 치의대 학생들이 실습할 수 있는 로봇 마네킹을 개발했다. 치아 치료를 위해 치료기를 마네킹의 입속에 넣으면 사람처럼 구토도 하고 치아를 잘못 다루면 얼굴을 찡그리기도 한다. 자연스레 학생들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실습하는 것처럼 긴장감을 갖게 되고 정확한 치료 방법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전남대 로봇연구소도 뇌 수술용 로봇을 개발했으며 살모넬라 등 살아 있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약물을 환부에 전달하게 하는 ‘박테리아 로봇’을 연구 중이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 연구팀은 새처럼 자연스럽게 날아와 손바닥에 내려 앉을 수 있는 무인 글라이딩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날개를 폈을 때 참새보다 약간 큰 글라이더는 꼬리 날개를 새처럼 조종하고, 착지할 곳의 정보를 순식간에 파악하는 능력을 갖췄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주 빠르게 착지 장소의 정보를 인식해 분석해야 하고, 공기 역학을 이용해야 해 기존 무인비행기 등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상용화되면 전장에서 새를 위장해 적진을 쉽게 정찰할 수 있는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던져놔도 스스로 전자지도를 만들어 가며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찰·탐사용 로봇을 개발했다. 카메라와 레이저 스캐너 등으로 주변 장애물과 자신이 움직인 위치 등을 기록하면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팀은 바닷속에서 화학작용을 이용해 스스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해파리 로봇을,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나무나 장애물을 피해가며 날 수 있는 무인 비행로봇을 선보였다. 정찰·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할 수 있는 로봇들이다.

 미국 MIT와 펜실베이니아대·하버드대의 공동 연구팀은 로봇을 대중화하기 위한 5년 프로젝트로 맞춤형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연구비는 1000만 달러(약 110억원)다. 기능별 부품을 만들어 놓으면 원하는 기능의 부품만 사서 조립해 로봇을 완성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값싸고, 누구나 사용하기 편한 로봇을 가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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