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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경자씨 중국 윈난성 한달간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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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딸로서의 여성.모성을 보고 또 직접 살아보려 떠납니다. "

소설가 이경자(李璟子.53) 씨가 2일 중국 윈난성(雲南省) 으로 떠났다. 중국 서남단에 위치, 25개 소수 민족이 모여 사는 윈난성은 모계사회의 전통이 잘 보존돼 있는 곳.

이씨는 그 중에서도 모서족 마을을 찾아 그들과 함께 살며 남녀가 어떻게 자연의 이치에 맞게 잘 어우러져 사나를 한달여 살피고 돌아올 예정이다. 이씨는 지난 해에도 그 곳에 다녀왔었다.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씨는 『혼자 눈 뜨는 아침』『황홀한 반란』『절반의 실패』등을 펴내며 억압 받는 여성 문제를 다뤄온 페미니즘 소설의 대표 주자.

특히 98년 펴낸 장편 『사랑과 상처』에서는 일제 식민 시대에서 현재에 이르는 여성 3대를 그리며 뿌리 깊은 가부장제의 폐해를 다뤘었다.

"어린 시절을 구호물자에 의존해야했던 구호물자 세대입니다. 구호물자와 함께 들어온 외래문화에 우리 문화와 정신까지 밀린 세대이기도 하고요. 거기에 분단 모순과 공포,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열등성을 견뎌야 했던 세대가 우리 여성 세대입니다. 이 네 겹의 굴레를 벗어던져야 여성으로서 당당히 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

이런 네겹의 억압에 맞서 70년대 들면서 여성운동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억압에서 용출되었기에 그것은 투쟁이었고 또다른 억압, 즉 남성에 대한 억압이었다고 이씨는 지난 연대의 페미니즘을 바라본다. 남성과 여성이 모순되지 않고 서로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는 없을까.

서양의 남녀 평등은 너무 작위적이어서 그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본 이씨가 동양적 페미니즘인 모계사회를 찾아 윈난성으로 떠난 것이다.

"윈난성의 모계사회에서는 여성들이 땅의 일을 다 합니다. 농사 짓고 자식 낳고 하는 일을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다하며 그 권리도 다 갖습니다. 그곳 여성들은 그 일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노동은 누구나 다 피곤하게 생각합니다. 그 노동에 남녀 모두 옥죄임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학대하게 되고요. "

IMF 관리체제로 들어설 때 남편이 25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떨궈져나가는 것을 보고 이씨는 우리 사회에서 남녀 관계의 새로운 정립이 필요함을 절감했다고 한다. 평생 직장으로 알고 일했던 곳에서 하루 아침에 밀려나 자아가 붕괴되는 사회, 그것은 이 사회 구조가 곧 가부장제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의 노예가 아니라 노동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모계사회를 배우겠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갈등을 치유하는 실천입니다. 그것은 곧 내게 끊임 없이 소설을 쓰게 하는 힘이 되고요. 50대 중반의 중늙은이이니 이제 화사한 꽃이나 날선 이파리가 아니라 조화로운 세상을 위한 소설의 열매를 맺어 나눠주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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