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판 문근영' 평양호텔 女종업원 미모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거기 어때요? 여행 할 만해요? 볼 거 있나요?" "무섭지 않나요?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잖아요." "개인 여행 못하죠? 배낭여행 같은 거…."

기자의 북한 방문 르포 기사를 보고 독자나 지인들의 문의가 많다. 한편으로는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드는데 아직은 불안한 마음이 들어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겠다고 한다.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자유로움'이다. 낯선 곳에 가서 마음대로 돌아다녀 보고 이색 체험도 해보고 지도를 들춰가며 행선지를 옮겨 보고…. 여행은 그런 '불편한 자유로움'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그런 기대를 안고 북한 여행을 떠난다면 적잖이 실망할 수 있다. 왜냐 하면 정해진 코스와 숙소 외에는 자유 행동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과 자유롭게 어울릴 시간도 갖기 힘들다. 강제로 제한하기 보다는 안내원과 함께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그런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 숙소에 돌아온 뒤엔 안내원이 '안전'을 이유 외출을 만류하는 게 보통이다.

기자는 '기사 욕심' 때문에 틈틈이 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주민들을 만나고 거리도 돌아다녔다. 일반 관광객이라면? 아마 할 수는 있겠지만 엄두가 안나 포기하기 마련이다. 숙소-여행지만 시키는대로 다니면 별로 탈날 일도 없다.

그래서 북한 여행은 '불편한 자유로움'보다는 '제한된 편안함' 쪽에 가깝다. 어딜 가나 안내원이 동행해 척척 알아서 해주니 혼자 헤쳐나가는 보통의 해외여행처럼 골치아플 게 없다.

북한이 '외부 바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외 관광객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역 제재 금강산 관광 중단 등으로 막힌 '외화벌이'의 중요한 대안이 되기 때문.

실제로 'North Korea Tour'를 검색하면 관련 사이트들이 10여개 이상 뜬다. 북한의 국가관광총국에서 해외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평양 거리에서 안내원과 동행하며 길을 걷는 서양인들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선물가게에서도 유럽.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서양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스웨덴에서 왔다는 관광객 중 한 명은 "북한은 세상에 가장 위험한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 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자유 여행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색적인 곳"이라고 했다.

학생들의 기예공연이 열리는 만수대학생소년궁전에도 외국 관광객들이 붐볐다. 공연자들이 객석으로 나와 아프리카에서 온 듯한 흑인 한 명과 백인 한 명을 무대로 데려나가 조연으로 삼으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관광객들에 볼거리 즐길거리를 염두에 둔 것같은 대규모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도 관광 외화벌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규모 야외 역사박물관인 평양민속공원 능라인민유원지 곱등어(돌고래)관 대규모 테마레저파크인 류경원 등이 모두 올해 개장됐다. 관광객들이 주로 체류하는 평양에 문화.레저 시설을 확충해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수요를 맞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곱등어관에도 외국인들이 많았다.

북한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나라는 중국. 중국인들은 비자 없이도 관광이 가능하다. 지난 해 북한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2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2009년 중국이 북한 여행 문호를 확대하면서 급증했다. 이들을 겨냥한 골프.등산.자전거 여행 상품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개혁.개방을 하기 전 60 70년대 모습을 간직한 북한 관광을 '추억여행'으로 부른다고 한다.

볼거리가 별로 없다는 관광객들의 반응을 의식한 듯 북한은 문화체험 관광쪽으로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집단체조.아리랑 공연.민속음식 맛보기.풍습 체험 등을 늘리는 이유다. 그러나 기자가 체류했던 평양 호텔은 조식 메뉴가 토스트와 잼, 우유, 죽, 김치, 계란 프라이가 전부였다.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 사람들에게는 진수성찬일지 모르나 외국 관광객 입장에서는 부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일행이 묵었던 평양호텔에서 아침 식사는 '김현순'이라는 봉사원이 담당했다. 20살 남짓한 아가씨였는데 첫인상이 배우 문근영을 닮았다며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특히 이 여종업원은 '예쁘다' '귀엽다'는 말에 자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남조선의 문근영 닮았다는 말 듣지 못했냐'고 물었을 때, 말없이 고개만 옆으로 저었다. 김현순 봉사원은 마지막날 아침엔 당번이 아니었지만 우리 일행에게 인사를 한다고 아침 일찍 식당에 나오는 성의를 보여줘 일행들을 감동시켰다.

여행 경비는 싸지 않다. 미국에서 1주일 정도 가겠다고 하면 중국 항공료를 포함해 3500~4000달러는 잡아야 한다.

도보나 자전거 등 개인여행은 불가능하다. 아마 허락받더라도 안내원과 함께 가야 할 듯하다.

서양인들은 자유여행을 원하는데 왜 꼭 안내원을 붙이냐고 물어봤다.

"우리도 왜 모르겠습네까. 그러나 아직 우리 조국의 시설이 불비하단 말입네다. 교통.도로.숙박 문제가 개인여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란 말입네다. 길을 잃거나 사고나기 십상인데 다른 나라 같으면 뉴스도 안될 것이 우리 조국에서 발생하면 세계적인 뉴스가 되지 않습네까. 그래서 안내원이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이 말입네다. 앞으로 조국이 발전하면 달라지갓지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여행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

민족애와 통일 염원이 있는 한민족이라면 북한 여행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애잔하고 벅찬 감동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자를 포함해 이번에 초행으로 동행했던 4명(최재영.피터 안.노종국.배은영씨)도 그랬으니까.

평양=이원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