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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3000원에 무한리필, 떡볶이는 덤 … 손맛 좋고 손 큰 ‘이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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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옥순씨는 나사렛대 학생들을 위해 방학기간도 쉬지 않고 식당 문을 연다. 차씨가 음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나사렛대학교 학생들 사이에 ‘이모 밥집’으로 통하는 곳이 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식단은 물론 입맛까지 사로잡으면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나사렛대 후문 골목에 있는 대학식당. 차옥순(51)씨는 이곳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식사를 하기 위해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주변 원룸에서 이른 아침을 먹기 위해 온 학생과 학교 후문 담장 사이 ‘개구멍’에서 이른 점심을 해결하러 온 학생들로 40㎡도 채 안 되는 식당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모 돌비(돌솥비빔밥), 김치치즈돌비, 낙지돌비 주세요. 떡볶이는 하나만 주세요.” “이모 저 다음 주에 군대가요. 한동안 못 뵐 것 같아요. 휴가 나오면 더 많이 먹을지도 몰라요. 배고프니까 떡볶이 먼저 빨리 주세요.” 여기저기 재잘대는 소리에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차씨가 답했다. “아들아 주는 대로 먹어. 반찬은 알아서 먹을 만큼 퍼가고. 남기면 이모한테 혼나는 거 알지? 오늘은 추우니까 따뜻하게 챙겨먹고. 혹시 몰라 밥 더 했으니까 필요하면 빨리 말해 밥 떨어지면 주고 싶어도 못 준다.”

비빔밥이 주 메뉴인 이 식당의 한끼 식사 값은 3000원. 시내권에 있는 일반 식당과 비교해 절반 이상 저렴하다. 10년 전에 비해 평균 500원 정도만 올렸기 때문이다. 일반 비빔밥 외에도 김치·김치치즈·낙지·크림알밥·핫참치·제육·새우·콘피자치즈 등 돌솥비빔밥 종류도 다양하다. 이 밖에 돈가스·라면·만두국·육개장·된장찌개·순두부찌개도 2500원~4000원이면 배를 넉넉히 채울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양은 오히려 두 배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또 있다. 음식을 시키면 떡볶이가 공짜다. 음식 하나만 주문해도 떡볶이를 먹을 수 있어 2명이 사이 좋게 끼니를 해결하는 실속파도 많다. 양이 적다면 더 달라고 말만 하면 얼마든지 무료로 먹을 수 있다.

“뭐가 남냐고요? 자식 같은 아이들이 더 먹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모질게 안 된다고 말하나요. 돈도 좋지만 학생은 한참 공부할 나이인데 돈이 부족해 배를 채우지 못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을 것 같아 뭐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에 떡볶이도 만들게 되고 메뉴도 이것 저것 만들게 되더라고요.”(웃음)

차씨가 유난히 학생들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이유가 있다. 20년 전 천안시 봉명동 순천향대학교 부속병원 인근 고갯길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아이들과 힘겹게 살아온 날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은 가게였지만 차씨의 음식 솜씨는 남달랐다. 손맛이 좋다는 소문이 동네에 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고 그 돈으로 지금의 식당이 있는 2층 건물을 짓는 발판을 마련했다. 적자 없이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자신의 건물이었기에 가능했다.

차씨의 손맛은 천안시가 인정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지난 1999년 천안시가 개최한 요리경연대회에서 ‘콩 칼국수’ 하나로 100개팀과 경쟁해 장려상을 수상했다. 구도심에 있는 옛 천안시청 앞 골목에서 밥집을 운영하면서 손님의 권유로 대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콩을 갈아 만든 차가운 육수에 국수를 넣은 일반 콩국수와는 달리 콩과 땅콩, 호두를 넣어 만든 뜨거운 육수에 칼국수를 넣은 음식은 당시만 해도 아무도 생각해 내지 못한 창의적인 발상이었다.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차씨는 평소에도 식구들에게 다양한 요리를 개발, 선보인다. 요리가 좋아 대학식당을 차린 차씨는 얼마 전 김치와 피자, 치즈를 넣은 김치치즈비빔밥과 콘피자치즈비빔밥을 개발해 학생들에게 제공했는데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가 됐다.

1년이면 절반 가량이 방학인 대학가 특성상 이 기간이 되면 매출이 없어 문을 닫아야 될 상황이다. 하지만 차씨는 방학기간에도 집에 가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문을 연다. “대부분 학생들이다 보니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리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 쉽게 올지 못해요. 경기도 어렵고 취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자식 같은 학생들이 배 고프지 않고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좀 더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아이들이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얼마 전 군에 입소한 덩치가 좋은 한 학생이 그동안 밥을 너무 많이 먹어 미안한지 성공하면 쌀 한 가마를 꼭 들고 찾아오겠다는 말에 웃음이 났습니다. 이런 학생의 순수한 마음 때문에 장사를 하는 보람이 있다고 할까요.”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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