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한국 커피 시장, 한국인 특유의 미각 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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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로스팅한 원두는 피하라”는 수지 스핀들러 COE 회장. [서울카페쇼 제공]

“혀 끝 감각을 믿어라. 한국 음식은 맛과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미각이 매우 발달했다.”

 좋은 커피 고르는 법을 묻자 수지 스핀들러(59) 컵오브엑셀런스(Cup of Excellence·COE) 회장이 한 말이다. 스핀들러 회장은 국제 커피 품질 기준으로 사용되는 ‘COE 프로그램’을 만든 주인공이다. COE는 스핀들러 회장이 1999년 설립한 비영리 단체로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커피 단체로 꼽힌다.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1회 서울카페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스핀들러 회장을 인터뷰했다.

 COE는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 원두 중 최고의 커피를 뽑는다. 브라질·콜롬비아·코스타리카 같은 커피 생산국에서 원두를 모아 심사관 20여 명이 향과 맛이 우수한 커피를 뽑는 방식이다. 심사관 한 사람이 8000잔 이상의 커피를 맛봐야 한다. 일정한 점수(84점 이상)를 받은 커피는 ‘COE 커피’라는 타이틀을 획득한다. 이렇게 선정된 커피는 경매를 통해서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판매된다. 올해 COE커피 중 가장 비싼 원두는 1파운드(453g)에 50달러(약 5만4000원)를 기록한 멕시코산 원두였다.

 스핀들러 회장은 “전 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커피를 1억 자루라고 본다면 COE커피는 채 60자루도 안 되는 양”이라며 “경매를 통해 얻는 수익의 80%가량이 생산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에겐 최상의 커피를 경험하게 해주고 생산자에겐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미국 썬더버드 대학원을 졸업하고 광고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했다. 1990년대 초 유엔 산하단체 중 하나인 국제커피협회에서 주관한 공정무역 프로젝트에 5년간 참여하면서 커피업계에 뛰어들었다. 스핀들러 회장은 “아무리 좋은 커피를 만들어도 커피농가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금전적 보상이 없으면 최고 품질의 커피는 생산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COE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커피 시장에 대해 “‘폭발적(exploded)’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며 “네 번째 한국 방문인데 올 때마다 커피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 산지에서도 한국인의 다양한 커피 취향을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은 맛을 느끼는 수준이 높아 프리미엄 커피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개개인의 입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원두 혹은 커피가 좋냐고 묻는 건 마치 엄마 아빠 중에 누가 좋냐고 묻는 것과 같다”면서 “최대한 많은 커피를 맛보고 기억해 두라”고 조언했다. 이어 “너무 오랜 시간 로스팅한 원두는 피하고 블렌딩(여러 원두를 섞은 것)하기보다는 원산지를 찾아가며 마시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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