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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비디오] 수취인불명

중앙일보

입력

원제 :Address Unknown
출시일 : 2001/09/07
출시사 : 크림
장르 : 드라마
감독 : 김기덕
주연 : 양동근, 반민정, 김영민
러닝타임 : 119분
등급 : 18
제작년도 : 2001
제작국가 : 한국

1. 원죄
빨간 버스가 있는 마을. 1970년대 말 주한미군부대가 주둔한 그 마을은 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혼혈아인 창국과 양공주였던 창국의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마을 입구의 빨간버스에서 생활을 한다. 그녀는 미국으로 떠난 흑인남편이 언젠가 자신과 아들을 데리러 올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편지를 써서 보내지만, 편지는 번번이 수취인불명이라는 직인이 찍혀 되돌아올 뿐이다.

2. 전조
튀기라고 놀림을 받는 창국은 쉴 새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불가능한 희망만을 안고 사는 어머니에게는 경멸어린 발길질을 해댄다. 마을 사람들 중 유일하게 창국모를 감싸주는 개장수 개눈은 그런 창국을 혹독하게 다루고, 그에 대한 창국의 증오감은 깊어만 간다. 창국의 유일한 친구이자 6.25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버지를 둔 지흠은 은옥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고있다. 어린 시절 오빠의 장난으로 한쪽 눈을 다친 은옥은 지흠을 좋아하면서도 눈수술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하는 미군 병사 제임스를 받아들이고 만다.

3. 파국
창국은 어머니의 가슴에 새겨진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이름을 칼로 도려낸다. 자신을 개처럼 취급했던 개눈의 목에 개줄을 묶고, 개처럼 나무에 매달고, 개죽음을 시킨다. 개눈의 오토바이를 몰고 달아나던 창국은 논 한가운데에 거꾸로 쳐박혀 비극적인 생을 마친다.
은옥을 괴롭히던 제임스의 가슴에 화살을 꽂아주고 감방에 들어간 지흠. 그곳에서 자신을 구타하며 돈을 뺏던 깡패를 만나자 철사줄로 목숨을 끊어놓으려던 지흠은 살인미수가 추가되면서 이송되다 창국의 트레일러가 불타는 걸 보고 절규한다.
미군병사에게 몸과 마음을 주고 되찾은 은옥의 한쪽 눈. 하지만 그의 행패를 견디다 못한 은옥은 어렵사리 얻은 자신의 눈을 칼로 찌르고 만다.

포인트

“시대 자체로부터 수신되지 않은 아이들”의 삶을 담은 영화라는 의미에서 ‘수취인불명’이란 제목을 가진 작품. TV시트콤과 광고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양동근이 연기자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세상에는 저런 삶도 있구나, 무엇으로도 치유될 것 같지 않은 켜켜이 쌓인 상처로, 죽음보다 못한 삶을 연명하며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외면하고 눈 돌리고 싶게 만드는 사실들을 눈앞에 들이미는 것이 바로 김기덕 감독의 악취미인가 보다. 아프다 못해 시리고, 비참하다 못해 억울하다. 그러면서도 또 보지 않고는 못배기는게 김기덕 감독의 영화다. 그러니 이런 악순환은 되풀이되는가 보다.

시트콤 ‘논스톱’의 건들거리는 양동근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양공주 출신의 엄마 덕에 짊어져야 하는 원죄와 십자가 대신 논두렁에 사지를 거꾸로 쳐박힌 채 생을 마감하는 비참한 혼혈아가 있을 뿐이다. 김기덕의 페르소나 조재현과 방은진 역시 중견 배우다운 출중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신예 김영민과 반민정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고유한 상처와 고통을 무난히 소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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