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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발라버린 ‘상처투성이 국보’ 궁금한 본래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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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종이에 먹펜, 41X58㎝, 2012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은 전북 익산군 금마면 미륵사 터에 있는 석탑인데 온전한 모습이 아닙니다. 허물어진 것을 일제강점기에 시멘트로 보강해 6층 지붕돌 귀퉁이까지만 남았습니다. 2001년부터 해체를 시작해 2016년 복원작업을 완료할 예정입니다만, 9층으로 완전한 복원을 못한답니다. 남아 있는 석탑 부재들이 적어 새 돌이 60% 정도 들어가야 하는데 이 경우 국보 제11호로 인정받지 못한답니다. 어쩔 수 없이 과거 형태에서 약간 보강하는 모습으로 복원한다고 하기에 펜화로 복원해 보았습니다.

 백제 무왕(재위 600~641년) 때 지은 미륵사는 백제 최대 사찰로 높이 50m가 넘는 9층 목탑 좌우에 석탑 2기가 있었습니다. 동국여지승람에 ‘동방 석탑 중 최고’라 할 만큼 크고 아름다운 석탑이었습니다. 높이는 상륜부까지 약 26m에 이르고, 1층 4면에 통로를 내어 내부 공간에 열십(十)자 공간을 두었습니다. 목탑처럼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평방과 창방이 있어 석탑 양식의 변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날아오를 듯 치켜올라간 추녀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당연한 것입니다.

 동탑이 복원돼 있지만 탑신 귀퉁이 기둥인 우주석과 중간 기둥인 당석의 돌출이 서탑과 판이하고 당석의 수도 다르기에 남아 있는 서탑을 기준으로 그렸습니다. 신라의 수도 경주 황룡사에 목재로 9층 대탑을 지은 것도 백제인이었습니다. 미륵산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선 서탑에서 백제인의 기개가 보이는 것은 어째서일까요.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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