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남 재건축에 ‘깡통아파트’ 속출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박일한기자]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경매5계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31.48㎡형(이하 전용면적)이 경매에 나왔습니다. 감정가 165000만원인 이 아파트는 이날 117777만원에 낙찰됐습니다. 낙찰가율은 71.4%였죠.

그런데 이 아파트 집주인은 국민은행과 농협으로부터 모두 15억원 이상 대출을 받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한창 좋은 시절 18억원 이상 매매되던 2005년말 대출 받은 겁니다. 낙찰액이 고스란히 은행에 넘어가도 은행은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더 안타까운 건 세입자입니다. 이 아파트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만원을 내는 임차인이 있습니다. 확정일자를 2008년 받았지만 순위에 밀려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됐습니다.

주택시장 침체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깡통 주택’이 속출하면서 세입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한때 시세가 많이 뛰었습니다. 재건축 기대감이 크던 2006~2007년 시세가 많이 뛰었고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무리한 대출로 투자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대출 비중을 최대한 높였습니다. 2금융권까지 동원해 대출을 늘렸고 세입자를 들였습니다. 세입자는 저렴한 보증금을 내고 입주를 할 수 있어 쉽게 입주했습니다. 당시엔 재건축 시세가 이렇게 빠질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반토막 수준으로 빠지면서 문제가 커진 겁니다.

지난 10월 경매 처분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61.57㎡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감정가 14억원인 이 아파트는 2006~2008년 정도만 해도 16억원 이상에 거래됐습니다. 이 아파트 주인은 덕분에 12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집값이 뚝뚝 떨어졌고 10억원 밑 급매물까지 나왔습니다. 급매물 시세가 대출액 보다 싸진 상황입니다. 결국 은행은 경매로 넘겼고 9535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우선순위에서 앞선 은행은 낙찰금액을 모두 가져갔고, 이 아파트 세입자는 11700만원 보증금을 모두 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임대 보증금 날리는 세입자 많아

개포동 L공인 관계자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투자자가 몰렸던 2006~2008년엔 집값의 70~80%까지 대출이 가능했습니다. 강남 재건축이 희소가치도 크고 투자성이 좋을 것이라니까 너도나도 2금융권까지 동원해 투자했죠.

하지만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고점 대비 40% 이상 빠진 곳이 흔합니다. 그러니 대출액이 더 많아져 버린 겁니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곳은 90% 이상이 세입자라는 겁니다.

투자자가 직접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집값이 반토막이 난 상황이기 때문에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입자 보증금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세입자는 보증금이 전재산인데, 참 안타까운 노릇이죠.

이런 현상은 최근까지 나타났습니다. 개포주공1단지 56㎡형은 2010년만 해도 14억원에 거래됐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고 잠깐 반짝 상승했던 시기입니다.

당시 이 아파트를 투자목적으로 7~8억원씩 대출받아 산 집주인이 많았답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요즘 84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옵니다. 이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면 은행 대출을 해결하고 나면 세입자 보증금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인 셈입니다.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17일 강남구 삼성동 홍실아파트 108.06㎡형이 899999000원에 낙찰됐습니다. 감정가(12억원) 75%입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 집주인은 2006년부터 두차례에 걸쳐 모두 10억원 정도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200512월 보증금 15000만원에 입주한 임차인이 있었고요.

문제는 이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 대항력이 없다는 겁니다. 결국 낙찰금액은 모두 은행에 넘어가고 임차인은 보증금을 모두 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말합니다.

“시세 하락폭이 큰 재건축 아파트는 한때 대출을 많이 받아 투자한 사람들이 많아 ‘깡통주택’ 위험이 큽니다. 기존 세입자라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시세 하락폭이 어느정도나 되는지 수시로 확인해 위험성을 점검해야 합니다.

위험하다면 보증금을 낮추고 일부를 월세로 돌려 위험을 줄여야 합니다. 재건축 아파트에 임대로 들어갈 때는 등기부 등본을 꼭 확인해 근저당 설정 등 권리관계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전입후 확정일자를 받는 것은 기본중 기본입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