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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등급보류 위헌" 음란물 상영 대혼란

중앙일보

입력

영화의 등급분류 보류가 검열에 해당돼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와 한국 영화의 성(性) .폭력 등 묘사가 크게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종교단체 등은 "음란물 범람에 대한 최소한의 제어장치마저 제거됐다" 는 반응을 보여 헌재 결정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30일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영화 '둘 하나 섹스' 의 제작.배급사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영화 등급분류 보류는 행정기관에 의한 검열에 해당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고 결정했다.

'둘 하나 섹스' 는 성기 노출 등 과다한 성애 장면과 마약 흡입 등 비사회적 내용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다.

◇ 영화계 반응=이번 결정은 영화 등급을 못받아 영화 상영 자체가 불가능한 현행 제도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그동안 등급보류를 받은 작품은 영화 제작.수입사가 문제된 장면을 화면 처리하거나 일부 삭제해 상영하는 게 관례였다.

예컨대 '거짓말' '노랑머리' (1999년) 가 문제된 장면을 자진 삭제해 상영했었다. 등급보류를 받는 작품은 한 해 평균 10여편에 이른다.

영상물등급위 김수용(金洙容)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엄숙히 받아들이겠다" 며 "앞으로 영화진흥법 개정, 영화 수입 추천 및 등급 분류 규정 등을 보완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全燦一) 씨는 "이번 결정은 96년 공연윤리위의 사전 심의가 위헌이라는 헌재의 입장을 재확인한 당연한 조치" 라고 환영했다.

◇ 파장=이번 결정은 비디오.게임.인터넷 등 관련 영상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커 영상물 표현을 둘러싸고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디오.게임 등을 다룬 '음반 비디오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에선 현행 영화진흥법처럼 개별 작품을 3개월 동안 등급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조희문(趙熙文) 상명대 교수는 "이제 작품의 음란성.폭력성 저촉 여부는 형법.청소년보호법 등을 통해서만 규제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한편 지난 3년여간 국회에 계류 중인 제한상영관에 대한 논의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유럽처럼 성표현이 노골적인 작품들은 일반 상영관이 아닌 제한된 장소에서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 반발=시민.종교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음란.폭력조장매체대책시민협의회 권장희 총무는 "헌재의 결정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며 "음란.폭력물을 제한하는 방법에 대한 밀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여성단체협의회 은방희 회장은 "퇴폐 일로를 치닫는 한국 사회의 성문화 현실을 염두에 둘 때 음란물 범람에 대한 최소한의 제어장치마저 제거한 일"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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