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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김기덕감독 기자회견

중앙일보

입력

제5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된「수취인불명」의 김기덕 감독이 영화제 개막 이틀째인 30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이탈리아 리도섬 내 카지노팰리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기덕 감독은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 외신 기자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를 국제 무대에 알릴 수 있어 기쁘다"면서"영화 속에서 표현된 주한 미군 문제 등과 같이 한국의 역사적 상황을 유럽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감독의 베니스 진출은 지난 해「섬」에 이어 두번 째. 이때문인지 이번 영화제에서는 김감독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진 듯 느껴졌다. 기자회견에서도 출품작「수취인불명」에 대한 외국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고 개막에 앞서 지난 29일경쟁 부문(베네치아 58) 초청작으로는 가장 먼저 열린 시사회에서도 1천여명 이상이객석을 메워 김감독의 신작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수취인불명」는 1970년대 말 기지촌을 무대로 주한 미군과 `양공주' 사이에서태어난 혼혈아 `창국'(양동근)과 남편을 그리워하며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는 창국모(방은진), 다친 눈 한 쪽을 치료하기위해 미군 병사에게 몸을 맡기는 소녀(반민정)등 한국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낸 영화다.

이날 외신 기자들은 주로 작품 속에 나타난 주한 미군 문제에 관해 집중 질문했다.

김감독은 "독일을 여행할 때 일입니다. 뮌헨역에서 한 남자가 당신은 `북한 사람이냐, 남한 사람이냐'라고 물어보길래 남한 사람이라고 대답을 하니까 `오 아메리카'라고 말하더군요. 그 때 한국이란 나라가 미국의 `지배'를 받고있다는 생각을 했고 많은 유럽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라고 이번 작품을 만들게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또 "「수취인불명」은 반미 영화도, 친미 영화도 아니"라면서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한 미군과 6.25 전쟁과 일제 시대의 상처를 안고 사는 인물들을 통해 미군이 주둔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한국 사회의 복합적인 상황에서 찾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주연배우 조재현씨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 총 7편 가운데현재 후반 작업 중인「나쁜 남자」를 포함해 모두 5편의 영화에 출연했다"면서 "영화를 찍는동안 의자에 앉아있지 않는, 가장 부지런한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수취인불명」의 프로듀서인 이승재(LJ필름 대표)씨는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갖고 작품을 만드는 김감독은 흥행여부에 관계없이 제작자들에게 투자한 제작비에 상응하는 유.무형의 보상을 반드시 해주는 감독"이라면서 "지난 해「섬」은 한국관객들에게는 외면받았지만 베니스영화제에 진출한 이후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초청됐고, 한국의 블록버스터인「쉬리」다음으로 많은 국가에 판매됐다"고 소개했다.

(베니스=연합뉴스)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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