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후에도 주한미군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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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계 전략과 국방 정책에 관한 대표적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지난해 9월에 낸 정책 보고서는 통일 과정에서의 주한미군 규모.역할에 대한 미국쪽 생각을 잘 드러내 주목을 끌고 있다. 다음은 '통일 한국에 대한 미국 정책의 청사진' 보고서 가운데 주한미군 부분에 관한 요약이다.

주한미군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지역 안보 차원에서 실질적인 억지 기능을 해왔다. 한반도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 전력을 유지하는 것은 미국으로 하여금 계속해 동아시아의 안보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주둔은 당연한 것이며 미국의 이익은 주한미군을 정치.군사적으로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의 통일 과정에서 동맹국인 미국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주한미군의 구조는 통일의 진행 과정에 따라 그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신축적이어야 한다. 미군의 구조와 성격.규모는 한국 당국과 협의해야 할 문제지만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가지일 수 있다.

첫째, 주한미군의 전투부대와 지원부대를 감축해 두개의 여단으로 구성된 사단급 조직을 남겨두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주력군으로서 독립 여단을 주둔시키고 이 부대를 주일미군과 조직적으로 연계해 한국의 안정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한국이 통일되면 미국은 한국의 방위 계획에 대한 영향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 방위의 핵심 파트너로서 미국은 한국의 군.민간 지도자들과 방위 구조.목적을 조정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통일되면 유엔사(UNC)는 존립 이유를 잃게 되는 만큼 해체돼 야한다. 한미연합사(CFC)는 한.미 양국군의 활동을 조정하기 위한 기획본부로 축소 조정되거나 미.일 간 병립형 동맹 지휘 구조에 맞춰 완전히 해체될 수도 있다.

한미연합사 해체는 미군 활동의 신축성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바람직하다. 통일된 후에 한국은 주한미군의 활동에 대해 사실상의 통제권을 행사할 것이고, 미국은 주한미군의 해외 전개를 고려할 때 공역(空域)과 항구 등의 사용과 관련해 한국의 허가를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한.미 양측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통일 후의 안보 연대 변화는 한.미 관계에 알력을 부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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