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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임대희]중국의 복지 정책과 상속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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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최근에는 한국에서 영리병원의 제도화가 추진되면서, 그에 따라서 국민건강보험 이외에 민간의료보험까지도 거론되고 있는 점은 의료수준을 높이는 데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어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의료등의 복지 분야의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소리를 현지 주민으로부터 자주 듣게 된다. 중국인들의 입장에서는 국가재정이 투여되고 있는 분야가 철도나 고속도로와 같이 나중에 다시금 이용료를 회수할 수 있는 곳이며, 실제로 국민 개개인이 생활에 꼭 필요한 곳은 자부담에 가까울 정도로 국가재정의 부담이 극소로 억제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간단한 질병의 경우에 중국에서 병원에 가는 경우에 약값까지 포함한다면 한국에서 부담하는 의료비의 8배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조금 더 심한 병이라면 병을 낫게 되었느냐는 점은 논외로 치더라도 그 의료비 부담의 비율이 더욱 높아지게 마련이다. 의료분야 이외에도 복지정책에 투여되는 예산이 크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중산층으로서는 안타깝게 여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도 보험을 이용할 수 있는 중산층은 나은 편이다. 감기등에 걸리더라도 약방에 가서 간단한 약이나 사먹는 일용직 등의 경우에는 좀 위중한 병에 걸리면 아예 고향에 돌아가서 병간호를 받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

지금의 중국의 재정상황은 세수의 덩치는 매우 크지만, 큰 나라인 만큼 쓰임새도 매우 크므로, 복지 분야에 더 이상 재정을 투여하기 힘든 모양이다. 손쉽게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직접세의 비중은 더 이상 증세하기 거의 어려울 정도로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간접세를 올리면 물가가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에는 매월2000위엔의 임금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일용직이 견디기 어렵게 되므로, 이쪽도 손대기 힘들 수밖에 없다. 대부분이 외지 근로자들인 이들 일용직은 이돈도 아껴아껴 사용하여 돈을 모아 몇 년후에 고향에 돌아가서 자그마한 점포라도 마련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물가가 올라가면서 이 금액으로는 도저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에도 모자라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번에 중국에서 정권이 바뀌는 시점에 몇 달동안의 경제지표가 상당히 좋게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특유의 통계조작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정부에서 조작했다기 보다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수치에서 약간의 자기 업적 과시가 들어가 버리므로, 전체를 합치면 엄청난 차이가 발생된다. 이 수치의 차이는 그 이후에 몇 달동안의 수치에서 하향되면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불황에 영향을 받으면서 재정적으로는 여유가 줄어들게 되었지만 국가의 대대적인 홍보를 굳게 믿는 일반 대중으로부터 이전보다 생활에서의 요망사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빈부 격차가 커진 점에 따르는 위화감을 줄이려면 부유층에 세금을 늘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한 방안으로서는 양도세나 상속세등이 검토될 수 있겠다. 중국에 양도세나 상속세가 실제적으로는 존재하고 있다. 1940년7월부터 상속세를 걷기 시작했으며, 신중국이 성립된 이후에도 1950년에도 상속세를 세제 속에 포함시켰으나 당시의 사정에 따라서 징수 자체는 유보시켜놓았다. 1994년에 새로운 세제개혁 방안에 상속세를 포함시켜서 1996년의 전인대에서 증여세와 상속세를 2010년부터 징수하도록 비준받았다. 따라서, 제도상으로는 분명히 증여세나 상속세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시행시키기 위한 실행세칙으로서 지금 여러 가지 방안이 준비되고 있다. 정책입안 과정에서 미국, 홍콩,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의 상속세를 비교 검토하였으며, 실시를 결정한다면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는 단계로 보여진다. 그 가운데, 총상속세(혼합상속세) 방안을 채택하느냐 분상속세를 채택하느냐는 부분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특이한 점은 중국의 상속세가 지방세를 분류시키기로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최근에 외국의 신문에도 보도되듯이 중국에서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외국으로 엄청난 규모의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점은 중국정책 당국에 또 하나의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지금도 이렇게 중국의 부자들이 재산을 외국으로 빼돌리는데, 혹시라도 상속세를 집행할 경우에 돈있는 사람들이 모두 어떠한 수단을 쓰더라도 재산을 외국으로 옮겨버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 공장은 중국에 있더라도 운영자금이 없어서 공장을 돌릴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많은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잃게 된다. 그 자체는 중국의 정책당국이 가장 두려워 하는 점이다. 지금도 중국인들이 한국에 있는 도박장에서나 또는 제주도나 서울의 부동산 투자를 하고자 하면, 액수의 다과에 관련없이 본인들이 소지하고 있는 중국의 신용카드로 손쉽게 결제가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빈부격차와 관련된 세금이 실행되는 경우에는 신용카드로 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도금액이 정해질 수도 있다. 그 이전에 부호들은 자신의 재산을 외국으로 빼돌리려고 하는데, 그러한 재산도피 과정에서 자금이 일단 한국을 거쳐서 제3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양도세 등을 실현하려면 금융실명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중국에서는 은행구좌에서 다른 사람에게 송금하려면 신분증을 보여주면서도 꽤 복잡한 절차를 밟으면서 시간을 허송하게 된다. 그러한데도 금융실명제를 엄두도 못 낸다하니 얼핏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양도에 대해서는 약간 관용스럽게 바라보고 있어서 그런지 이에 대해서 큰 문제를 제기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발생하고 있는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이 조금 더 격해지면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양도세나 상속세가 현실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의 중산층들이 지적하듯이, 이러한 제도의 실행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들이 상속세를 실행하도록 흔쾌히 동의할 리가 없다는 점도 귀담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중국의 학계에서는 심지어 중국이 “관료자본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10여년전까지는 상속세를 신설할 만큼 빈부의 격차가 심하지 않았을 뿐이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 갑자기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눈에 뜨이도록 증가하였는데, 그 재산증식의 방법에서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 경우가 많이 나타나서 여러가지 불평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에 중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지난 정권을 빈손으로 물러나게 만들었던 명분이 빈부격차가 심해졌다는 점이었는데, 이러한 비평에 부응하려면 앞으로 재산세를 징수하기 시작해서 복지 분야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임대희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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