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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만원대 삼성 '자급폰', 성능 어떤가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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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전자가 두 번째 ‘단말기 자급제’용 스마트폰 갤럭시 에이스 플러스를 19일 출시했다. 출고가는 27만원. 이달 국내 유통되기 시작한 중국 ZTE의 자급제용 스마트폰 Z폰(23만9000원)과 비슷한 가격의 삼성 스마트폰이 나온 것이다.

 100만원 가까운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가격이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성능은 떨어진다.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싱글코어 칩을 썼다. 명령을 처리하는 회로가 하나라는 뜻으로 4개짜리 쿼드코어 AP가 탑재되는 스마트폰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디스플레이 역시 아몰레드(AMOLED) 대신 LCD(액정표시장치)를 사용했다. 운영체제(OS)는 최신 안드로이드 4.2(젤리빈)보다 3단계 전 버전인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이 탑재됐다. 성능보다 가격을 우선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제품인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음성통화와 카카오톡 같은 간단한 앱을 주로 쓰는 이용자에게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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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제품은 이동통신사가 아니라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에 통신 가입을 할 때 택하는 게 유리하다. 일명 알뜰폰 사업자로 불리는 MVNO는 이통사로부터 통신망을 도매로 빌려 재판매한다. 기본요금을 1만원 이하로 낮추고, 쓴 만큼 돈을 내는 요금제부터 음성·문자·데이터 사용량을 각각 가입자가 정하는 것까지 다양한 요금제를 판매 중이다. 2~3년 얽매여야 하는 ‘약정 기간’이 없고, 비슷한 요금에 음성통화나 문자·데이터를 기존 이통3사보다 20~30% 더 싸게 쓸 수 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굳이 비싼 요금제를 택하지 않아도 된다. 자급제용 스마트폰을 직접 사들고 MVNO 사업자에게로 가면 스마트폰 구입비를 포함한 통신비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갤럭시 에이스 플러스가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전례가 있다. 갤럭시 에이스 플러스는 국내 첫 자급제용 단말기가 아니다. 지난 7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M 스타일을 시작으로, LG전자 옵티머스 L7과 Z폰 등 3종의 자급제용 단말기가 유통 중이다. 하지만 아직껏 판매 수량은 몇 백 대 규모로 추정되는 정도다. 정부가 지난 5월 단말기 자급제를 시행하며 정책적으로 정착에 힘쓰고 있지만 실적이 미미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값싼 자급제 스마트폰을 외면하고 고가의 최신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데는 이통사의 보조금 정책이 일조했다. 지난 9월엔 이통사 간에 서로 보조금을 더 주려는 경쟁이 벌어지면서 100만원 가까운 갤럭시S3가 17만원에 판매된 적도 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수십만원 보조금은 일상적이다. 회사원 유모(31)씨는 “통신사 지원 보조금과 약정 할인을 받으면 최신 스마트폰도 40만원대에 살 수 있는데, 값이 조금 더 싸다고 기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누가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알뜰폰 사업자들도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이 알뜰폰 사업자를 찾는 게 아니라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큰 폭 보조금을 받고, 대신 고가의 요금제를 선택하는 현실 때문이다. 심지어 싼 요금제를 찾아 알뜰폰에 가입하는 고객들도 자급제용 단말기보다 중고 스마트폰을 선호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MVNO 사용자 대부분이 중고 단말 사용자이고 자급제 이용자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자급폰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유통되는 단말기. 제조사·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 같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기기 상태로 구입한 뒤 자유롭게 이통사나 MVNO 등에 가입해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5월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되면서 자급폰 단말기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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